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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Author: Mira divah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4 18:45:01

개비

우리 뒤로 무게감 있는 쌍여닫이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닫히자, 비로소 연회장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었다.

나는 조명 빛이 닿지 않는 석조 테라스 모퉁이에 도달해서야 걸음을 멈췄다. 서늘한 밤공기가 드러난 어깨에 닿았지만, 귓가에는 피가 솟구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힐이 부드러운 자갈밭에 파묻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홱 돌아서서, 왼손에 끼워져 있던 무거운 플래티넘 밴드를 잡아채듯 끌어당겼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뽑아내 그를 향해 내밀었다.

"당신 완전히 미쳤어요?" 나는 공포에 질린 속삭임으로 쏘아붙였다. "당장 이거 다시 가져가요, 네이선!"

네이선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느긋하게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는, 어깨의 힘을 뺀 채 어두운 눈빛으로 내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바라보았다.

"방금 건 청혼이었어요, 달콤한 사람." 그의 목소리는 낮고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조엘의 표정을 보니, 당신이 돈을 지불한 대가는 확실히 치른 것 같군요."

"내가 돈을 낸 건 데이트 때문이었어요!" 나는 한 걸음 다가가 그의 오른손을 낚아채고 강제로 손바닥을 펼친 뒤, 차가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그의 손가락 사이로 밀어 넣었다. "난 3시간 동안 일할 가짜 약혼자를 고용한 거라고요! 맨해튼 사람 절반이 보는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내 인생 전체를 산산조각 낼 남자를 고용한 게 아니라고요!"

네이선은 곧바로 손가락을 쥐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 위의 반지를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나를 건너다보았다.

"이 반지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여자를 위해 샀던 겁니다."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다이아몬드를 재킷 주머니 속으로 슬그머니 넣었다. "리나는 이 반지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죠. 하지만 당신은 뱀들이 들끓는 방 한가운데 서서 고개를 당당히 들었어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나저나 당신 사촌하곤 대체 무슨 관계인데요? 우리가 진짜로 그 사람 결혼식을 망쳤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내가 같이 들어가자고 했을 때 당신은 주저하는 기색조차 없었잖아요."

네이선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스름한 빛 속에서 그의 존재감은 단단하고 보호막처럼 든든하게 다가왔다.

"조엘은 우리 가문의 이름 뒤에 숨는 뼈대 없는 겁쟁이에 불과합니다."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리고 내가 가장 참지 못하는 게 있다면, 개비, 여자를 함부로 대하고도 그냥 넘어가리라 믿는 남자예요. 그 자식한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나요? 나는 기꺼이 도울 생각이었어요."

타이트한 붉은 실크 드레스 아래로 내 가슴이 가쁘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는 그저 한바탕 연극을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게 아니었다—그따위 꼴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움직인 것이었다.

" 그렇다고 3시간 전에 처음 만난 남자한테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을 수는 없어요." 나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가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거래는 끝났어요."

나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가방을 끌어당겨 떨리는 손가락으로 지퍼를 열고, 현금 천 달러가 들어있는 흰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그의 가슴에 꾹 눌렀다.

"여기요." 내가 말했다. "당신 수당이에요. 조엘을 바보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그 사람 어머니한테 맞서준 것도 고맙고요.하지만 연극은 여기서 끝이에요."

네이선은 재킷에 닿은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봉투를 받아드는 그의 얼굴에 희미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현금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오직 내 눈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빚은 확실히 갚는 편이군요, 안 그래요?" 그가 중얼거렸다.

"언제나 그래요." 나는 그와 거리를 두기 위해 단호하게 한 걸음 물러섰다. "택시를 부를게요. 따라오지 마세요."

"개비—"

"안녕히 계세요, 네이선."

나는 돌아서서 대로를 향해 굽이진 돌길을 빠르게 걸어 나갔다. 붉은 드레스 자락이 다리에 찰랑거렸다. 무거운 다이아몬드가 사라진 왼손이 어색하리만치 가볍게 느껴졌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돌아서서 가로등 아래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당장 그에게 다시 달려갈 것만 같았기에.

저택의 철제를 벗어나 5번가의 밝은 인도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문을 닫은 꽃집의 차가운 벽돌 벽에 몸을 기댄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살아남았어."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이제 끝이야. 반지도 돌려줬고, 조엘은 박살 났고, 자존심도 지켰으니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야."

옆구리에 차고 있던 가방이 강하게 진동했다.

일 초 뒤, 다시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또다시. 멈추지 않는 빠르고 격렬한 진동의 세례였다.

결혼식 소문을 듣고 소리를 지르려고 전화한 클로이겠거니 생각하며 가방 지퍼를 열고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클로이뿐만이 아니었다.

화면은 알림 폭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화면 상단에 배너 알림이 너무 빠르게 스쳐 지나가 핸드폰이 뜨거워질 지경이었다.

클로이의 부재중 전화 22건

조엘의 문자 메시지 14건

알 수 없는 번호의 부재중 전화 9건

인스타그램 디엠 50개 이상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먼저 클로이와의 문자 대화창을 열었다.

클로이 (오후 8:42): 개비 씨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클로이 (오후 8:43): 당장 전화 받아 안 그러면 나 너희 집으로 차 몰고 간다!

클로이 (오후 8:44): 이것 좀 합성한 장난이라고 말해줘! 당장 말해!

클로이 (오후 8:45): [첨부 링크: ManhattanEliteDaily.com/breaking-news]

내 엄지손가락이 링크 위에서 맴돌았다. 차갑고 불안한 기운이 쓰라리게 엄습했다. 링크를 누르고 말았다.

페이지가 즉시 로딩되었다. 불타는 듯한 붉은색 글씨의 굵은 헤드라인이 상단을 차지하고 있었다.

"억만장자 독신남 네이선 바니, 임자 만났다! 의문의 진홍빛 미녀, 초대형 약혼반지와 함께 바니 가문 결혼식 난입!"

헤드라인 아래에는 불과 20분 전 연회장에서 찍힌 선명한 고화질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대리석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손가락에 타원형 다이아몬드를 끼워주며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네이선의 모습이었다. 그 위에는 깊게 파인 진홍빛 드레스를 입고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드러낸 내가 샹들리에 조명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숨이 턱 막히고 시야의 가장자리가 뿌옇게 흐려졌다.

네이선... 바니?

손가락이 너무 심하게 떨려 핸드폰을 놓칠 뻔했다. 새 탭을 열고 그의 이름을 입력했다. 네이선 바니.

검색 결과가 화면에 쏟아져 나왔다.

* 네이선 바니 (31세) — 바니 글로벌 엔터프라이즈의 CEO 겸 대표 창립자.

* 추정 자산: 142억 달러 (약 19조 원).

* 개요: 부동산 거물, 벤처 투자자, 바니 가문 왕국의 유일한 후계자. 뉴욕에서 가장 매력적인 독신남 1위.

발밑의 인도가 아득하게 비틀거리는 듯했다.

내가 성당 밖 길거리에서 무작정 다가갔던 남자가. 내 데이트 상대인 척해달라며 현금 천 달러를 내밀었던 남자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차분히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손을 살포시 잡은 뒤, 헐값이나 다름없는 봉투를 받아 들었던 남자가...

뉴욕주에서 가장 부유하고 권력 있는 억만장자 독신남이었던 것이다.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 화면 상단에 조엘의 문자가 떠올랐다.

조엘: 이 미친년아! 너 이거 계획한 거였어?! 네가 네이선을 이 게임에 끌어들여서 우리 집안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감각을 잃은 손가락 사이로 핸드폰이 미끄러져 콘크리트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나는 바닥의 화면을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길 아래쪽에 있는 저택의 어두운 대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슴이 격렬하게 펄떡였다. 폐에서 공기가 전부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나는 텅 빈 거리를 향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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