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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는 비가 내려 추적추적한 소리가 울리는 동굴 속이었다.
배를 찢는 고통과 익숙하지 않은 뒷모습이 입구에서 비가 오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 네가 살려준 거지? 고마워."
일단은 그 말을 했다.
고요히 동굴에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침묵을 유지하던 뒷모습은 한참이 지나서야 뒤를 돌아봤다.
"몸은?"
무심하고 퉁명스러운 물음이지만, 그것에 나쁜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있는 거는 같아."
진심으로.
정안호가 자신의 배에 서투르게 칭칭 감겨 있는 천 조각을 보며
해수욕을 하는 바다가 아니지만, 얕은 물장구를 치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박시온도 조심스럽게이시안의손을 잡고, 얕은 물에 발을 담그자 차가운 물에 신이 난 듯 살짝 발장구를 쳤고,이시안은그 주위를 둘러보며 새파란 바다를 눈에 담았다.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거 봐, 기분 좋죠?""… 그러네."이시안의작은 발이차가운 물 속으로들어가자, 뇌리를 스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안아, 바다에 도넛을 끼면 가라앉지 않는다고 하더라? 」「 도넛? 」「 도윤아! 너도 들었지? 」「 응. 」「 전쟁이 끝나면, 다 같이 바다에 가서 도넛을 정체를 알아내는 거야! 」이시안의머리에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이시안이눈살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요즘 꽤 자주 이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정확히는정안용을만난 이후부터. 이 익숙하지 않는 고통은이시안을예민하게 했다."이시안씨?""… 배고파. 나가자."배고프다는 소리를 처음 들은 박시온이 눈을 깜빡였다.발에 모래를 잔뜩 묻히고는이시안에게여전히 손을 잡힌 채로 모래밭을 걸으면서도 묘하게 행동이 이상해진이시안을살폈다. 잡힌이시안의손은 뜨거운 햇살보다 덜 뜨거웠고, 바다보다는 덜 차가웠다. 길도 모르면서 앞서 향하던이시안을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결국 사단은 일어났다."시안아!"족제비 부대의 근방에 있던 함정을 어찌 알았는지, 결국 마지막 함정에 빠져 고군분투 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다급하게 찾아온 박도윤의 모습을 보며이시안의눈빛이 상처를치료해 주던한지훈을 보며 매서워졌다.대장이 된서윤재는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한지훈까지 있다는 것이 상당히 불만인 상태인데, 거기다 박도윤까지 오니 가뜩이나 예민한 신경이 결국 찢어져 온몸에 피 대신 전류가 흐르는 듯이 고통스러워이시안이참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는 것에 한지훈과 박도윤이 다급하게이시안의상태를 살폈다."내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이시안은거친 숨을 토해내며 한지훈과 박도윤을 바라봤다."시, 시안아 그렇게말하지 마~ 도윤이가 네 걱정을 얼마나 했는데! 얼마나 걱정됐으면 네 말도안 듣고이렇게 헐레벌떡 왔겠냐! 너 지금 무진장 예민해! 진정해~ 그리고 도윤이 너도, 얘 지금 예민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니까, 크게….""네가 그러는 거, 내가 원해서 그런 거야?"분위기를원만하게 해결하려는한지훈의 노력이 허사가 됐다."야, 야! 도윤아!""이시안, 네가 멋대로 그러는 거 아냐?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어?"박도윤의 그 말에 결국이시안이억누르고 있던 불안한 마음이 터져 나와 자리를 박차고 박도윤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한지훈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빤히 바라보는 박도윤의 시선에이시안의눈은 의아한 듯 깜빡였다. 그 맹한 모습에 박도윤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다시 시트에 얼굴을 파묻었다.언젠가 한지훈이 박도윤은 사춘기니까이해하라고한 말이 떠올랐지만, 애초에 '사춘기'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이런 식으로 요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박도윤이 갑갑하고 불안했다. 차라리 화난 것이 있다면 말해준다면 하지 않을 텐데, 속으로만 삼키고 말해주지 않고, 자신은 그걸 알 방도가 없으니 괜히 애가 탔다."윤아."괜히 손끝으로 박도윤의 목덜미를 콕콕 찌르자, 그러지 말라는 듯 손으로 목덜미를 덮으며 겨우 파묻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박도윤도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복잡한 심경은일렁이는 눈동자로 나타났지만, 그걸이시안이알 수 없었다."안아."박도윤이 결국 침대에 앉아 양팔을 벌렸다."안아줘."그러자, 반사적으로 박도윤의 품으로 안긴이시안의표정은 여전히 의아했다.그런이시안을꼭 끌어안으면서도 박도윤은 갑갑했다.이시안은항상 위험한 현장의 선두에서 싸우는데, 자신은 옆에서 도와줄 수 없는 것도 불만인데, 있다고 한들별 도움이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여러모로 속이 탔다. 특히 그 재수 없는정안용이함께 있다고 하면 더욱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이시안의탓이 아닌데도 괜히 심술을 부리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고 진저리가 났다. 그렇다고 그
*****"나, 죽어. 죽는다. 진짜 죽는다?""다쳤습니까?""… 아파서 죽는 게 아니야. 피곤해서 죽을 거 같다는 소리야. 바보 김정우!!!"정안용이 김정우의 등에 올라타자, 김정우가 아무렇지 않게 짐짝을 옮기듯 들자 편안함에 만족하면서도 정말로 피곤함이 몰려와 눈을 슬쩍 감았다."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지.""그래도 오늘은 좀 나은 편이었잖습니까.""이게 말이야, 전부 다 공주님 때문이야. 왜 와서는….""솔직히 말하자면… 전 편해서 좋았습니다.""그야 시안이의 레이더가 발딱 섰으니까. 나에게도 그래 줬으면 좋겠는데~""그렇습니까.""하여튼, 시안이도 보는 눈이…."정안용이 괜히 김정우의 옷을 물어 뜯으며 성을 냈지만, 김정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걸음을 재촉했다."그거 누님의 소중한 사람이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허어얼~? 김정우가 그런 말을 하다니!? 누가 그래!? 공주님이 그렇게 떠들든!?""아뇨? 리더가 그렇게 말했습니다.""으으으… 리더는 쓸데없는 말만 하고 다니고… 우리도 시안이에게 특별하고 소중해!""아, 안녕하세요. 박도윤 씨."정안용을 짊어지고 본부로 도착하자, 그곳에는 부상자를 막 치료하고 나온 박도윤이 있었고, 박도윤을 보고 인사한 김정우를 보며 주위를 살피다 김정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 시안이는……?""먼저 본부로 복귀 하셨….""그래, 잘 물었네!"김정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정안용이 냅다 물었다.
최윤수에게 추천받은 야경이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데이트인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박시온은 왜 끼게 됐는지 당사자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목을 살살 녹이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불꽃이 반짝이며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연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힐끔 바라본 곳에 정안용은 내일 헤어지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불편한 팔을 핑계로 나름대로 알차게 이시안을 부려 먹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왜 혼자 자신의 쪽으로 온 건지 이해할 수 없어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왜요?"부드러운 머릿결이 바람과 함께 날리며 정안용이 일생일대에 제일 싫어하고 부러워하던 남자를 쏙 빼다 박은 박시온을 바라보며 한숨 섞인 말을 잔잔히 뱉었다. 음악 소리보다 작고 낮은 목소리지만 그 어떤 소리보다 박시온의 귀에 쏙 박혀 들렸다."나는 역시 박도윤이 싫어.""그걸 제게 말해도….""그래서 너도 싫어.""…… 저도 정안용 씨가 좋지는 않은데요….""쯧, 말이나 못 하면… 얼굴도 똑같이 생겨 놓고는."갑자기 웬 시비인지.정안용의 말에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로 바라보자, 정안용은 방금까지의 불만인 표정이 아닌 그 어느 때보다 담담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박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다른 의미로 무서웠고 긴장됐다."갑자기….""나나 시안이는… 네 나이 때 이미 병기였고, 네 아빠는 이미 의료병이었어.""…… 네?""게다가 너는 사내잖아.""………?""남자 대 남자로 약속해 줘. 이시안… 쓸데없는 짓 못 하게. 무사히 데
정안용이어울리지 않게 다리를 떨며 차가 담긴 잔에서 모락모락 나는 연기를 대충 후 불고는 서류를 보며 말을 아끼는 주 학을 빤히 바라봤다. 그 성격을 알기에 주 학이 숨을 살짝 들이 쉬고 읽던 서류를 덮었다."죄송해요. 급한 서류라.""그래, 빨리 이야기 해 봐."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무는 모습은 자신이 잘 아는 성격 급한정안용이맞았다."어디서부터 알고 싶은 거죠?""너, 어떻게 시안이랑 알게 된 거야? 아니지… 위치상 얼굴을 종종 봤긴 했을 테니… 친해졌을…… 그게 더 이상한데!?"아무래도이시안과주 학의 관계부터 의문인 듯했다."처음 제대로 말문을 튼 건, 함정에 빠졌을 때죠.""함정?""그쪽도 어림짐작했을 테지만… 이쪽 부대가내부 분열로소란스러울 때였어요. 함정의 위치는 족제비 거점의 근처.""…… 아니, 너 용케 살았네?""당시에는 죽을 뻔했고요.시안이에게작전을 모조리 알려주고 도움받아살아서 나왔어요. 보고한 작전에는 거짓이 없고, 족제비를 습격하기 위해 만든비밀 거점까지모조리 알려 주고 난 이후, '신뢰'받았다면 납득 되나요?"주 학의 말은 우습게도 정말로이시안이기에납득이 가능한 말이었다.정안용이헛웃음을 치며 입을 가렸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믿기에는 의심스러웠다. 온전히 납득하기에는 군데군데 뚫려 의심됐다."주 학, 위치 말 해."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