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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지난이
묵직한 자단목 문을 열어젖히자 머리 위로 눈이 시릴 만큼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빛났고 발밑에는 한 발 내딛는 것조차 아까울 만큼 값비싼 수제 페르시안 카펫이 깔려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은은한 침향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야말로 사람을 압도할 만큼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공간이었다.

이 비현실적인 사치를 눈앞에 마주한 고민재는 금방이라도 눈이 튀어나올 듯 입을 떡 벌렸다.

“대박... 벽에 걸린 저 그림은 대체 얼마짜리야?”

소여름의 눈빛 역시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저기 놓인 꽃병 하나만 팔아도 우리 회사 건물 통째로 사고도 남겠어!”

고민재가 더없이 천박하고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이년이 오늘 밤 하 회장님 기분만 제대로 풀어드리면 혹시 알아? 회장님이 우리한테 저런 거 몇 개쯤은 기분 좋게 던져주실지!”

나는 문가에 기댄 채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내 시선이 벽에 걸린 거대한 유화로 향했다. 그림 속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미소 짓고 있는 여자는 바로 내 엄마였다.

그리고 그 옆 자단목 테이블 위에는 우리 가족의 가족사진이 반쯤 가려진 채 놓여 있었다.

내가 유화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본 진범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경고했다.

“그 더러운 눈깔 당장 안 깔아? 너같이 몸이나 파는 천박한 년이 그나마 사모님을 닮은 덕에 호강하는 줄 알아.”

그의 조롱에도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인내심이 바닥난 듯 그가 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찢어진 잠옷 사이로 드러난 몸을 훑어내리는 그의 눈빛에는 끈적한 욕망이 서려 있었다.

“회장님께서 깨끗한 년으로 대령하라고만 하지 않으셨어도 넌 오늘 내 밑에서 비명이나 지르고 있었을 거야!”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하진석은 수하 관리를 이따위로 하나 보지? 당장 해자에 처박아서 버르장머리부터 고쳐놔야겠네.”

내 말에 격노한 진범준이 손을 치켜들었다.

그대로 내 뺨을 내리치려던 찰나, 고민재의 입에서 억눌린 경악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잠깐만... 이 사진 속에 있는 여자가 왜 어릴 때 너랑 이렇게 똑같이 생겼지?”

그가 사진을 집어 들려고 손을 뻗는 순간,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로운 호통이 터져 나왔다.

“감히 하 회장님 물건에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곧이어 12센티미터 굽의 빨간 밑창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도도하게 걸어 들어왔다.

차민아였다.

하경 그룹 산하 협력사의 인물로, 예전에 아빠를 유혹하겠다며 제 발로 찾아왔다가 내 눈앞에서 아빠에게 쫓겨났던 여자였다.

다만 그 포기를 모르는 집착 끝에 결국 아빠가 곁에 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에 닿는 순간, 고고하던 오만함은 순식간에 독기 어린 질투로 뒤바뀌었다.

“이 얼굴은...”

그녀는 오만한 태도로 내 턱을 거칠게 틀어쥐었다. 두 눈에는 어느새 광기가 번뜩이고 있었다.

“천박한 노리개 주제에 어디서 감히 이런 표정을 지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가 여기 안주인인 줄 알겠네! 당장 무릎 꿇고 대답하지 못해!”

나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봤다.

“그 더러운 손 치워! 네깟 게 감히 날 꿇리려 들어? 날 건드리기 전에 하진석이 널 갈기갈기 찢어 물고기 먹이로 던져주지 않을지부터 계산하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에 차민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녀는 손을 번쩍 들어 내 뺨을 향해 매섭게 내리쳤다.

내가 휙 고개를 피하자 허공을 가른 그녀의 손이 빗나가면서 차민아는 꼬인 발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우스꽝스럽게 휘청거렸다.

“네년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차민아가 발작하듯 악을 쓰자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내가 하진석이 평생을 바쳐도 유일하게 가질 수 없는 여자라고 하면, 믿겠어?”

지난 몇 년간 그가 나를 한 번만 만나 달라고 비굴하게 애원했어도 나는 끝내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것도 어찌 보면, 가질 수 없는 사람을 향한 애타는 갈망 아니겠는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방안은 죽은 듯한 정적에 잠겼다.

차민아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빛에 서려 있던 악의가 그대로 폭발했다.

“내가 오늘 널 반죽음으로 만들어놔도 네가 계속 그딴 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 당장 이년 잡아!”

고민재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나를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꼼짝 못 하게 짓눌렀다.

“차민아 씨, 진정하십시오! 이년은 잘해줘도 기어오르는 막돼먹은 년입니다! 타고난 천성이 글러 먹은 년이니, 원하시는 대로 마음껏 가지고 노십시오. 반병신을 만들어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소여름도 재빨리 다가와 바닥을 짚고 있던 내 손가락을 구둣발로 무자비하게 짓이겨 밟았다.

손끝에서 심장까지 이어지는 끔찍한 고통에 순식간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차민아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커터칼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쪼그려 앉은 서늘한 칼등으로 내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유일하게 못 가지는 여자? 결국 그 꼴같잖게 예쁜 얼굴 하나 믿고 꼬리나 쳤겠지.”

칼날이 피부에 닿아 스칠 때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전율처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검붉은 핏방울 하나가 은빛 칼날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네 이 예쁜 낯짝에 ‘창녀'라고 새겨넣으면 참 볼만하겠어!”

차민아가 높이 치켜든 커터칼이 금방이라도 내 얼굴에 사정없이 내리꽂히려던 순간이었다.

칼날이 코앞까지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 나는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처절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하진석! 당장 기어 나오지 못해! 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넌 평생 죽어서도 눈 못 감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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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의 침대에 바쳐진 딸   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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