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Author: 비담
그들이 사실을 왜곡해도 강루인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논리적인 사고를 기대하는 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일이었으니까.

“살려줘...”

연못에 빠진 남학생이 수영을 할 줄 몰라 버둥거리고 있었다.

연못가에 있는 귀티 나는 소년 소녀들은 아무도 구하러 뛰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명령하듯 말했다.

“빨리 가서 구하지 않고 뭐 해요? 그쪽이 밀어버리는 걸 우리가 다 봤어요. 찬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진씨 가문에서 절대 그쪽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강루인은 물속에서 발버둥 치는 남학생을 보다가 결국 움직였다.

마지막 한마디가 그녀에게 큰 압박감을 주었다. 만약 이 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들의 증언에 따라 미성년자 살인범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은 법 따위 안중에도 없는 녀석들이라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좋게 넘어가든, 결백을 증명하든, 아니면 사과하든 결국 버려지는 건 그녀일 것이다.

주영도는 ‘살인범’인 아내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

강루인은 그들의 뒤에 있는 권력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그녀의 시선이 주초원에게 향했다. 주초원은 재미있다는 듯 그녀가 괴롭힘당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강루인은 가방을 연못가에 놓고 신발을 벗은 뒤 남학생을 구하러 물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학생들의 악랄함을 과소평가하고 말았다.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남학생이 갑자기 미꾸라지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더니 그녀를 물속으로 끌어내렸다.

순간 방심한 강루인은 물을 크게 마시고 말았다.

“켁켁...”

남학생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번졌다.

강루인은 헤엄쳐 올라가는 남학생을 보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나도 참 어리석었지. 왜 쟤가 정말 수영을 못 할 거라고 믿었을까?’

그녀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둘째치고 정말로 사람이 죽는다면 학생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강루인이 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그들은 아직 마음껏 즐기지 못한 듯 돌멩이를 집어 그녀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그녀의 눈을 가려 제대로 나갈 수가 없었다.

“초원아, 너희 집 도우미는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다녀? 혹시 훔친 거 아니야?”

주초원의 예쁜 얼굴에 혐오감이 나타나더니 강루인이 바닥에 놓아둔 가방을 발로 걷어차 연못에 빠뜨렸다.

그녀는 차라리 강루인이 훔친 것이길 바랐다.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가방은 모두 주영도의 돈으로 산 것이었다.

거머리처럼 주씨 가문의 피를 빨아먹는 명목상의 새언니를 주초원은 무척이나 경멸했다.

‘오빠가 사고만 당하지 않았어도 네까짓 게 내 새언니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아?’

“짝퉁이야.”

가방을 말하는 건지, 강루인을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 새언니의 자격으로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 도우미였다. 도우미가 어떻게 학부모회에 올 자격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주초원이 원해서였다.

강루인이 오기 싫어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주초원의 학부모회에 참석했을 때 강루인은 할머니가 생각했던 것처럼 드디어 가족으로 인정받은 줄 알고 몹시 기뻐했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인정이 아닌 조롱이었다. 주초원을 만나자마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물벼락을 맞았다.

그때 그 모습이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강루인의 마음도 돌덩이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사람들 앞에서 시누이에게 망신을 당하니 너무나 괴로웠다.

이마에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그들이 던진 돌에 맞은 것이었다.

“하하, 드디어 맞았어.”

돌을 던진 한 학생이 신이 나서 손뼉을 쳤다.

연못가에 있는 학생들을 보던 강루인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이 사회가 안타까웠다.

곧 서른이 되는 그녀지만 미성년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게다가 이런 쓰레기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다. 부모가 돈이 많아 뒷감당을 대신 해주니 아무 걱정이 없었다.

주영도는 강루인의 진심을 짓밟았고 여동생은 강루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누가 친남매 아니랄까 봐.

강루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주영도를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시누이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겠는가?

멀리 돌아 물 밖으로 나온 강루인은 곧장 그녀에게 돌을 던진 여학생에게 다가가 두말없이 물속으로 빠뜨리고는 머리채를 잡았다. 여학생이 물을 들이켜 계속 캑캑거렸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강루인이 이렇게 간덩이가 부었을 거라 생각지 못한 학생들은 크게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주초원 일행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재밌어?”

다친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려 눈에 들어간 바람에 시야를 가렸다. 얼핏 보면 악귀가 복수하러 온 듯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주초원도 이토록 흉악한 모습의 강루인을 처음 봤다. 평소에는 얌전해서 누구에게나 괴롭힘당하던 만만한 존재였는데.

“강루인, 미쳤어?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강루인이 주초원을 째려보았다.

“다 놀았어?”

주초원은 그녀 때문에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하여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쫓겨나고 싶어?”

‘감히 나한테 반항해? 오빠한테 다 일러바칠 거야.’

강루인은 그제야 손을 놓고 일어섰다.

“더는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아.”

그녀도 순간 이성을 잃고 학생에게 손을 대고 말았다.

물에 빠졌던 여학생은 연못가에 엎드린 채 계속 기침하며 숨을 헐떡였다. 친구들도 그제야 여학생을 끌어올렸다.

강루인은 주초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나 싫어하잖아. 재간 있으면 네 오빠한테 말해서 나랑 이혼하라고 해.”

주씨 가문에서 그녀가 사라지길 가장 바라는 사람이 바로 주초원이었다.

주영도는 여동생을 매우 아꼈다. 만약 주초원이 옆에서 부추긴다면 이혼이 더 빨리 진행될지도 모른다.

강루인은 그녀가 성공하길 바랐다.

주초원이 혐오 가득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온 강루인을 밀어냈다.

“내가 못 할 것 같아?”

강루인은 한 걸음 물러서서 도발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꼭 성공해야 해. 안 그러면 널 무시할 거야.”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주초원이 남에게 무시당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아직 물에 가라앉지 않은 가방을 건져 올린 강루인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빌어먹을 녀석. 이렇게 비싼 가방을 걷어차다니. 물에 젖은 가방을 중고로 팔 수 있나?’

할머니에게 그녀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오늘 일부러 이 가방을 들고 나왔다. 손해가 너무 컸기에 나중에 주영도에게 보상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멀어져가는 강루인의 뒷모습을 보며 주초원의 친구가 말했다.

“초원아, 너희 집 도우미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 어떻게 너한테 저딴 식으로 말할 수 있어? 잘려도 괜찮다는 거야?”

오늘따라 특히 더 건방졌다. 늘 괴롭힘만 당했는데 이렇게 격렬하게 반항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주초원의 표정도 좋지 않았고 이를 꽉 깨물었다.

‘두고 봐, 꼭 오빠한테 일러서 혼내줄 테니까.’

주초원은 방금 강루인이 물에 빠뜨린 여학생을 보며 계략을 꾸몄다.

“슬기야, 집에 가서 엄마한테 괴롭힘당했다고 말해.”

‘슬기 엄마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딱 기다려, 강루인. 절대 가만두지 않아.’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41화

    “사람 말 못 알아듣는 거야?”주영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는 강루인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난 너를 사랑하게 됐어.”주영도의 애절한 고백은 그녀에게서 어떠한 반응도 끌어내지 못했다.강루인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버렸다.그가 아무리 초라하고 무력한 모습으로 서 있다고 해도 그녀는 더 이상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단호하게 멀어지는 강루인의 뒷모습은 마치 주영도라는 사람이 그녀에게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라고 말해주는 듯했다.검은 코트를 걸친 주영도의 모습은 유난히 쓸쓸하고 초라해 보였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깊은 고독함이 묻어 있었다.노윤환은 막 도착하자마자 버려진 사람처럼 허탈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잘하지.’그는 한숨을 삼키더니 주영도 앞으로 다가서며 재촉했다.“대표님, 이제 업무 보러 가셔야 합니다.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주영도만 그 자리에 홀로 남아 감성에 젖어 있었다.사랑을 잃었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지만 돈이 없다면 사람은 정말 굶어 죽을 수도 있었다.주영도가 회사 내부에 남아 있는 잔재들을 정리하는 동안 강루인 역시 지수현의 회사가 안북시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노윤환은 이 상황까지 주영도에게 보고했다.하지만 그는 강루인에게 넘어가는 손실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신경 쓰지 마. 그냥 가져가게 둬.”주영도는 자신이 강루인에게 진 빚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그렇기에 그녀가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었다.그 말을 들은 노윤환은 말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대표님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해야 하나?’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이 자원들이 강루인에게 넘어간다면 결국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지수현이었다.주영도가 경쟁 상대에게 이토록 관대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40화

    주영도는 함께 시찰을 나온 직원들을 뒤로한 채 유령처럼 강루인 일행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바라본 강루인의 얼굴에는 그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억지로 지어낸 웃음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꾸밈없는 감정이었다.그녀는 과거에 주영도 앞에서도 웃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언제나 절제되어 있었고 조심스러웠다.입꼬리가 올라가는 각도마저 마치 자로 재어 표시해 둔 것처럼 정확하고 완벽했기에 어딘가 지나치게 가식적으로 느껴졌다.무엇이든 비교라는 것은 가장 잔인한 법이었다.눈앞에서 너무나 확연한 차이를 마주한 순간 주영도는 마치 뒤늦게 진실을 깨달은 사람처럼 숨이 막힐 듯 답답해졌다.‘강루인이 나를 사랑하긴 했던 걸까?’주영도는 다시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너무 두려웠다.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그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뒤흔들었다.주영도는 강루인을 잃고 싶지 않았고 정말로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안감은 결국 그를 강루인 앞에까지 서게 했다.지은우에게 막 솜사탕을 사준 그녀는 순간 주영도에게 팔을 붙잡힌 채 사람이 비교적 적은 건물 뒤편으로 끌려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강루인은 상대가 주영도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짜증과 불쾌감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너 미쳤어?”그녀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강루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혐오와 거부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왜 지수현이랑 같이 있는 거야?”그 말은 왜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느냐는 의미였다.주영도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낮고 거친 목소리에는 서운함과 원망이 뒤섞여 있었다.강루인은 그를 상대할 생각조차 없었기에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하지만 주영도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너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거야?”주영도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한순간도 눈을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39화

    이 모든 것은 전부 지수현 때문이었다.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리도 없었다.강루인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정작 지수현은 조금도 불만이 없어 보였다.그는 오히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고 머리카락 한 올마저도 기분 좋은 듯 춤을 추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그녀와의 관계가 이 정도까지 깊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수현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마지막 선을 넘지 못하고 끝난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이미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으니 다음에 다시 기회를 잡으면 될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던 지수현은 문득 눈앞의 작은 꼬맹이를 바라보며 가늘게 눈을 좁혔다.‘다음에는 절대 방해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만약 또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의 얼마 남지 않은 부성애마저 정말 바닥나 버릴지도 몰랐다.놀이공원에 도착한 세 사람은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지은우는 두 사람 사이에 서서 양쪽으로 손을 잡고 걷고 싶어 했다.하지만 지수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는 자신을 방해한 아이의 손을 잡고 싶지 않았고 그저 강루인과 손을 잡고 걷고 싶을 뿐이었다.지은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빠, 이제 저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하지만 지수현은 아이의 연약한 수법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응. 이제 사랑 안 해. 더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그게 누군데요?”“네 엄마.”“안 돼요. 엄마는 제 거예요.”“내 아내거든.”“엄마는 제 거라고요!”“나이도 어린 게 욕심은 많네. 아내가 필요하면 나중에 커서 네가 직접 찾아. 종일 남의 아내만 탐내지 말고.”“엄마...”지은우는 억울하면서도 분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같은 남자끼리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아이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지수현이 미웠다.“여보...”지수현 역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촉촉한 눈빛으로 강루인을 바라보았다.마치 그녀가 아이의 편을 들기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강루인은 두 남자를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38화

    지수현은 더 이상 입술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그의 입맞춤은 강루인의 얼굴을 스쳐 귓가와 목덜미로 흔적을 새기듯 천천히 이어졌고 허리를 감싼 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걷어 올린 손끝이 매끄러운 피부에 닿는 순간 지수현의 몸은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강루인은 그의 숨결이 점점 거칠고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루인아...”지수현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그 안에는 억눌린 욕망과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강루인의 얼굴 역시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지수현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와의 스킨십 역시 싫지 않았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젊고 잘생긴 데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그녀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강루인은 평생 혼자 늙어갈 생각도 없었고 누군가를 위해 평생 과부로 살아갈 이유도 없었다.자신에게 잘해주고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강루인은 천천히 팔을 들어 지수현의 목을 감싸안았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행동은 분명한 허락이었다.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지수현을 완전히 자극했다.그는 마치 오랫동안 굶주린 짐승처럼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을 놓지 못했다.“그만 좀 물어.”“너무 좋아서 그래.”지수현의 목소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고 손끝 하나조차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자꾸만 강루인의 몸으로 향하려 했다.지수현은 그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자신에게 몇 번이고 되뇌었다.‘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해야 해.’오늘은 두 사람의 첫날밤이었다.밤은 아직 길었고 그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그는 강루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순간을 남겨주고 싶었다.“아빠, 엄마. 지금 뭐 하는 거예요?”지은우의 순수한 목소리는 그 순간 지수현에게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다.소파 위의 두 사람은 마치 누군가 정지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듯 그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37화

    “윽!”고통 섞인 신음이 상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강루인이 망치를 다시 들어 올려 한 번 더 내리치려던 순간이었다.상대의 머리에서 불과 일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까지 내려간 망치는 가까스로 멈췄다.강루인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내려다보았다.“그쪽이 왜...”지수현 역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알아본 듯했다.“생명의 은인을 죽이려고 한다니.”강루인은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곧바로 물었다.“왜 이러고 있어요?”몇 번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지수현은 언제나 깔끔한 옷차림에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초라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온몸은 엉망으로 더럽혀져 있었고 그나마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것은 얼굴뿐이었다.쓰레기통 안에 숨어 있었으니 깨끗한 모습일 리 없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굴만큼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그렇지 않았다면 강루인의 손에 들린 망치에 맞아 이미 저승으로 가버렸을지도 몰랐다.“원수한테 복수 당한 거예요?”그게 아니라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통 안에 숨어 있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지수현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가 입을 열지 않자 강루인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움직일 수 있어요?”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의 처참한 모습에 강루인은 자신이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제가 부축할게요.”강루인은 지수현의 팔을 잡아 자신의 목 위로 걸쳤다.그를 일으키려는 순간 조금 전에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그녀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지수현은 자신의 품 안으로 쓰러진 강루인을 바라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이건 뭐지? 또 보험 사기인가? 설마 습관이 된 거야?’강루인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있은 곳은 지수현의 집이었다.생명의 은인이라는 명분 덕분에 그녀는 성공적으로 지수현의 곁에 남을 수 있었다.물론 아무런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36화

    주방 안쪽에서 남자 사장은 직원을 챙긴다는 핑계로 강루인의 앞을 가로막았다.희미한 조명 아래 남자 사장의 탁하고 흐린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욕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강루인은 애써 시선을 피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하게 말했다.“사장님, 여기 정리는 다 끝났습니다. 이제 문 닫으려고요.”건장한 체격에 불룩 튀어나온 남자 사장의 배는 임신 8개월은 된 사람처럼 보였고 작은 눈은 마치 물건의 가치를 따져보듯 거리낌없이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옷 위로 닿는 시선만으로도 강루인은 역겨움을 느꼈다.그녀는 더 이상 좁고 밀폐된 주방 안에서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출구는 이미 상대의 거대한 몸에 가로막혀 있었다.남자 사장은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오며 노골적으로 말했다.“루인아, 나랑 같이 살자.”강루인은 못 들은 척하며 말을 돌렸다.“시간이 늦었네요.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그녀가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상대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이미 좋게 말로 해결할 단계는 끝났다는 듯 그는 곧바로 강루인에게 달려들었다.사실 그가 주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강루인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등 뒤에 감춘 손은 이미 조리대 위에 놓인 식칼을 더듬으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강루인은 재빨리 칼을 빼내 앞으로 내저었다.“다가오지 마!”남자 사장은 순간 멈칫했다.“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비켜!”“얼른 칼 내려놔. 내 말 들어.”남자 사장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에 들린 칼을 빼앗으려 하자 강루인은 굳은 얼굴로 칼을 더 세게 휘둘렀다.“꺼져!”남자 사장은 겁먹은 척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비킬게. 칼은 내려놔. 그럼 바로 나갈게.”강루인은 칼을 휘둘러 그를 몰아붙이며 뒤로 물러나게 했다.그녀는 주방 문을 빠져나오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으로 달렸다.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강루인은 본능적으로 손에 쥔 칼을 휘둘렀다.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 뚱뚱한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