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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비담
그들이 사실을 왜곡해도 강루인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논리적인 사고를 기대하는 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일이었으니까.

“살려줘...”

연못에 빠진 남학생이 수영을 할 줄 몰라 버둥거리고 있었다.

연못가에 있는 귀티 나는 소년 소녀들은 아무도 구하러 뛰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명령하듯 말했다.

“빨리 가서 구하지 않고 뭐 해요? 그쪽이 밀어버리는 걸 우리가 다 봤어요. 찬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진씨 가문에서 절대 그쪽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강루인은 물속에서 발버둥 치는 남학생을 보다가 결국 움직였다.

마지막 한마디가 그녀에게 큰 압박감을 주었다. 만약 이 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들의 증언에 따라 미성년자 살인범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은 법 따위 안중에도 없는 녀석들이라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좋게 넘어가든, 결백을 증명하든, 아니면 사과하든 결국 버려지는 건 그녀일 것이다.

주영도는 ‘살인범’인 아내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

강루인은 그들의 뒤에 있는 권력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그녀의 시선이 주초원에게 향했다. 주초원은 재미있다는 듯 그녀가 괴롭힘당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강루인은 가방을 연못가에 놓고 신발을 벗은 뒤 남학생을 구하러 물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학생들의 악랄함을 과소평가하고 말았다.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남학생이 갑자기 미꾸라지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더니 그녀를 물속으로 끌어내렸다.

순간 방심한 강루인은 물을 크게 마시고 말았다.

“켁켁...”

남학생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번졌다.

강루인은 헤엄쳐 올라가는 남학생을 보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나도 참 어리석었지. 왜 쟤가 정말 수영을 못 할 거라고 믿었을까?’

그녀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둘째치고 정말로 사람이 죽는다면 학생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강루인이 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그들은 아직 마음껏 즐기지 못한 듯 돌멩이를 집어 그녀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그녀의 눈을 가려 제대로 나갈 수가 없었다.

“초원아, 너희 집 도우미는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다녀? 혹시 훔친 거 아니야?”

주초원의 예쁜 얼굴에 혐오감이 나타나더니 강루인이 바닥에 놓아둔 가방을 발로 걷어차 연못에 빠뜨렸다.

그녀는 차라리 강루인이 훔친 것이길 바랐다.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가방은 모두 주영도의 돈으로 산 것이었다.

거머리처럼 주씨 가문의 피를 빨아먹는 명목상의 새언니를 주초원은 무척이나 경멸했다.

‘오빠가 사고만 당하지 않았어도 네까짓 게 내 새언니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아?’

“짝퉁이야.”

가방을 말하는 건지, 강루인을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 새언니의 자격으로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 도우미였다. 도우미가 어떻게 학부모회에 올 자격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주초원이 원해서였다.

강루인이 오기 싫어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주초원의 학부모회에 참석했을 때 강루인은 할머니가 생각했던 것처럼 드디어 가족으로 인정받은 줄 알고 몹시 기뻐했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인정이 아닌 조롱이었다. 주초원을 만나자마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물벼락을 맞았다.

그때 그 모습이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강루인의 마음도 돌덩이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사람들 앞에서 시누이에게 망신을 당하니 너무나 괴로웠다.

이마에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그들이 던진 돌에 맞은 것이었다.

“하하, 드디어 맞았어.”

돌을 던진 한 학생이 신이 나서 손뼉을 쳤다.

연못가에 있는 학생들을 보던 강루인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이 사회가 안타까웠다.

곧 서른이 되는 그녀지만 미성년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게다가 이런 쓰레기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다. 부모가 돈이 많아 뒷감당을 대신 해주니 아무 걱정이 없었다.

주영도는 강루인의 진심을 짓밟았고 여동생은 강루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누가 친남매 아니랄까 봐.

강루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주영도를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시누이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겠는가?

멀리 돌아 물 밖으로 나온 강루인은 곧장 그녀에게 돌을 던진 여학생에게 다가가 두말없이 물속으로 빠뜨리고는 머리채를 잡았다. 여학생이 물을 들이켜 계속 캑캑거렸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강루인이 이렇게 간덩이가 부었을 거라 생각지 못한 학생들은 크게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주초원 일행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재밌어?”

다친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려 눈에 들어간 바람에 시야를 가렸다. 얼핏 보면 악귀가 복수하러 온 듯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주초원도 이토록 흉악한 모습의 강루인을 처음 봤다. 평소에는 얌전해서 누구에게나 괴롭힘당하던 만만한 존재였는데.

“강루인, 미쳤어?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강루인이 주초원을 째려보았다.

“다 놀았어?”

주초원은 그녀 때문에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하여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쫓겨나고 싶어?”

‘감히 나한테 반항해? 오빠한테 다 일러바칠 거야.’

강루인은 그제야 손을 놓고 일어섰다.

“더는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아.”

그녀도 순간 이성을 잃고 학생에게 손을 대고 말았다.

물에 빠졌던 여학생은 연못가에 엎드린 채 계속 기침하며 숨을 헐떡였다. 친구들도 그제야 여학생을 끌어올렸다.

강루인은 주초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나 싫어하잖아. 재간 있으면 네 오빠한테 말해서 나랑 이혼하라고 해.”

주씨 가문에서 그녀가 사라지길 가장 바라는 사람이 바로 주초원이었다.

주영도는 여동생을 매우 아꼈다. 만약 주초원이 옆에서 부추긴다면 이혼이 더 빨리 진행될지도 모른다.

강루인은 그녀가 성공하길 바랐다.

주초원이 혐오 가득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온 강루인을 밀어냈다.

“내가 못 할 것 같아?”

강루인은 한 걸음 물러서서 도발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꼭 성공해야 해. 안 그러면 널 무시할 거야.”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주초원이 남에게 무시당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아직 물에 가라앉지 않은 가방을 건져 올린 강루인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빌어먹을 녀석. 이렇게 비싼 가방을 걷어차다니. 물에 젖은 가방을 중고로 팔 수 있나?’

할머니에게 그녀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오늘 일부러 이 가방을 들고 나왔다. 손해가 너무 컸기에 나중에 주영도에게 보상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멀어져가는 강루인의 뒷모습을 보며 주초원의 친구가 말했다.

“초원아, 너희 집 도우미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 어떻게 너한테 저딴 식으로 말할 수 있어? 잘려도 괜찮다는 거야?”

오늘따라 특히 더 건방졌다. 늘 괴롭힘만 당했는데 이렇게 격렬하게 반항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주초원의 표정도 좋지 않았고 이를 꽉 깨물었다.

‘두고 봐, 꼭 오빠한테 일러서 혼내줄 테니까.’

주초원은 방금 강루인이 물에 빠뜨린 여학생을 보며 계략을 꾸몄다.

“슬기야, 집에 가서 엄마한테 괴롭힘당했다고 말해.”

‘슬기 엄마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딱 기다려, 강루인. 절대 가만두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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