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제4화

ผู้เขียน: 비담
강루인은 박정금이 손자를 얼마나 원하는지 잘 알았지만 잠잘 때조차 감시받고 싶진 않았다.

“어머님, 여긴 회사랑 너무 멀어요. 매일 일찍 일어나면 영도 씨 잠자는 시간이 부족할 거예요.”

그녀는 아들이 박정금의 전부라는 점을 잘 이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정금이 정말로 망설였다.

강루인을 힐끗 곁눈질하던 주영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날 제대로 방패막이로 쓰는데?’

그녀는 주영도의 시선을 느꼈으나 조금 전의 그처럼 무시하기로 했다.

본가로 들어와 사는 건 이렇게 흐지부지되었지만 시어머니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본가의 도우미를 두 사람의 집으로 보내려 했다.

강루인이 또다시 거절하려는데 박정금의 태도가 완강해서 그냥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아주머니, 나 배고픈데 밥 언제 먹을 수 있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쁜 소녀가 나타났다. 바로 주영도의 여동생 주초원이었다. 주초원이 그들을 보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오빠, 새언니.”

주영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왔어?”

강루인도 미소로 답했다.

올해 16살이 된 주초원은 주씨 가문의 막내딸이자 주영도 아버지의 늦둥이 딸이었다. 어릴 적부터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

박정금은 도우미에게 밥상을 차리라고 일렀다.

주초원이 식탁 앞에 앉아 해맑게 웃었다.

“새언니, 금요일에 학부모회가 있는데 새언니가 와주면 안 될까요?”

그 말에 젓가락을 들었던 강루인이 멈칫했다.

주초원은 어머니를, 주영도는 아버지를 닮아 두 사람의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하지만 모두 아버지 주갑수의 눈매를 쏙 빼닮았다.

차갑고 감정 없는 주영도와 달리 주초원은 늘 눈웃음을 짓고 있어 상대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강루인은 알고 있었다. 그건 모두 꾸며낸 모습이라는 것을.

강루인이 에둘러 거절했다.

“금요일에 출근해야 해서 안 돼. 어머님께 부탁드리는 건 어때?”

주초원은 포기하지 않고 주영도를 보면서 뾰로통한 얼굴로 애교를 부렸다.

“오빤 날 제일 예뻐하잖아요. 새언니를 하루만 빌려주면 안 돼요?”

강루인의 시선도 주영도에게로 향했다. 그가 대신 거절해주길 바랐지만 역시나 헛된 기대였다.

주영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정금이 먼저 결정해버렸다.

“초원이가 이렇게 원하는데 그냥 금요일에 회사 가지 마.”

강루인에게 하는 말이었다. 박정금은 주초원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줬다.

주영도는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일에는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이 집에서 강루인은 여전히 아무런 발언권도 없었다. 심지어 결정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문득 음식이 맛없게 느껴졌고 넘어가질 않았다. 정말 모래를 씹는 듯한 점심 식사였다.

...

본가에서 나와 회사로 돌아가는 길, 강루인은 결국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학부모회 가고 싶지 않아.”

주영도가 말했다.

“휴가 하루 낸다고 월급 깎진 않아.”

‘내가 지금 월급을 깎을까 봐 이러는 줄 알아?’

강루인이 다시 한번 말했다.

“가고 싶지 않다고.”

그녀의 고집에 주영도는 드디어 고개를 돌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도 아닌데 왜 그래?”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더 가고 싶지 않았다.

주영도가 이어 말했다.

“초원이가 널 엄청 좋아해. 그러니까 애 속상하게 하지 마.”

‘날 좋아한다고? 영도 씨 가족들만 그렇게 생각하겠지.’

가식은 사람을 속이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십 년 넘게 함께 지낸 가족이지만 강루인은 그저 외부인에 불과했다.

주초원이 강루인에게 적대심을 느낀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이간질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강루인이 물었다.

“영도 씨, 내 의견은 전혀 중요하지 않지?”

‘가기 싫다는데 안 가면 안 돼?’

그녀의 반항에 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초원이가 널 가족이라 생각해서 학부모회에 참석해달라고 한 건데 그렇게 싫어? 새언니로서 이 정도 부탁도 못 들어줘?”

주영도는 강루인이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는 새언니인 것처럼 말했다. 그의 말에 강루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자신을 비웃었다.

“내가 거절하면 억지를 부리는 거야? 그럼 구아정이 기를 쓰고 끼어드는 건 뭔데? 파렴치하고 뻔뻔한 짓이 아니야?”

그 순간 주영도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이 일이 아정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끌어들여? 네가 함부로 지어낸 말 때문에 한 사람의 명예를 망가뜨릴 수 있어. 너도 여자면서 그것도 몰라?”

강루인이 말했다.

“당신들은 하면서 왜 난 안 되는 건데?”

주영도가 답했다.

“한 번만 말할게. 아정이랑 나 아무 사이 아니야. 난 그냥 걔를 여동생이라 생각한다고.”

강루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 말을 영도 씨는 믿어?”

‘여동생은 개뿔. 애인이겠지.’

두 사람의 말다툼은 결국 흐지부지 끝났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라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강루인은 중간에 먼저 내렸다.

멀어져가는 차를 보고 있자니 씁쓸함이 밀려왔다.

진짜 아내는 도둑처럼 몰래 숨어다니는데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한 내연녀는 오히려 당당하게 활보하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구아정이 주영도의 비서가 됐다는 소식이 눈 깜짝할 사이에 회사 전체에 퍼져 나갔다.

모두가 구아정이 주영도의 ‘아내’이자 안주인이라고 생각했다.

강루인은 귀를 막고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 채 계속 인수인계했다. 이런 골치 아픈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빨리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덧 금요일이 되었다.

주초원의 학부모회에 가고 싶지 않았던 강루인은 일부러 휴대폰을 꺼버렸고 회사에도 나가지 않았다.

주영도가 유급휴가를 준다고 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할머니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주초원의 끈기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강루인이 연락이 안 되자 주영도를 찾아갔고 동생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던 주영도는 강루인을 잡으러 노윤환을 병원으로 보냈다.

병실에 들어선 노윤환은 먼저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넨 후 강루인을 쳐다보았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학교로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노윤환이 나타난 순간 강루인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정말 끈질긴 사람이야. 숨었는데도 찾아내다니.’

이수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학교에는 왜 가는 건데?”

그러자 노윤환이 답했다.

“초원 아가씨의 학부모회에 참석하셔야 해서요.”

그 말에 이수희가 강루인에게 말했다.

“얼른 가서 일 봐.”

이수희는 주씨 가문 사람들이 강루인을 무시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제 보니 괜한 걱정인 것 같았다. 강루인을 학부모회에 보낸다는 건 강루인이 주씨 가문의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본 강루인은 차마 걱정을 끼칠 수가 없어 결국 노윤환을 따라나섰다.

주초원이 다니는 학교는 국제학교로 대부분 부유층 자제들이 다녔다.

사실 강루인은 주초원이 그녀를 부른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주초원이 왜 그녀에게 이토록 적대감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없었다.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은 만만한 상대를 골라 괴롭히기 마련이고 그리고 주초원의 눈에 강루인이 바로 그 만만한 상대였다.

강루인이 연못가를 지나던 그때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누군가 다가온 순간 재빨리 몸을 피했다.

다행히 습격을 피했지만 그녀를 습격하려던 사람은 그리 운이 좋지 않았다.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연못에 빠지고 말았다.

곧이어 비명이 들렸고 사람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왜 사람을 연못에 빠뜨려요?”

16, 17살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네댓 명 정도 우르르 몰려왔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섞여 있었고 주초원도 그들과 함께였다.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388화

    유진은 매일 한두 시간씩 강루인과 얘기를 나눴다. 강루인은 주영도를 대하는 것처럼 유진을 공기 취급했다.환자에게 무시당하는 게 익숙한 일이라 그녀는 여전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까요?”강루인이 덤덤하게 대꾸했다.“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영도 씨가 허락했을 때 그때 다시 보죠.”“제가 가서 말씀드려 볼게요.”주영도가 허락할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강루인은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합격’한 아내가 아니었으니까.매번 대화할 때마다 유진이 대부분 말했고 강루인은 거의 입도 벌리지 않았다.떠나기 전 유진이 가져온 치자꽃을 강루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루인 씨 주려고 가져왔어요.”강루인이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들어 힐끗 쳐다봤다.“정원에 꽃이 많더라고요. 대부분 사모님이 키운 거라면서요? 정말 대단하세요. 저도 꽃 키우는 걸 좋아하는데 제 손에서는 다 죽어버리는 거 있죠? 그래도 치자꽃은 살아남더라고요.”“꽃 키우는 분이 그러셨어요. 치자꽃이 추위도 잘 견디고 가뭄도 잘 견뎌서 제일 강인한 꽃이라고. 꽃봉오리를 따서 물에 담가도 죽지 않고 다음 날이면 다시 생기를 찾아 피어난대요.”강루인이 차분하게 말했다.“피어나면 뭐해요. 어차피 죽을 텐데.”“죽음은 누구나 맞이하는 결말이에요. 예외도 없고 막을 수도 없고요. 하지만 살아가는 건 우리 몫이에요. 슬프게 살아가나 행복하게 살아가나 똑같이 하루를 보내는 건데 굳이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까요? 스스로를 괴롭혀서 남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고통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게 낫죠. 그러면 적어도 덜 아프니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안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강루인도 다시 침묵에 잠겼다.살아있는 것과 버티는 것의 차이를 강루인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죽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주영도와 맞서는 것도, 그에게 길들여지는 것도 싫었다. 하여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서로의 삶을 망치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387화

    입이 무거운 유진이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죄송하지만 환자의 상황을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어요.”주초원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나도 딱히 알고 싶지 않아.’주영도가 아픈 게 아니라는 소리에 주초원도 더는 알고 싶지 않았다.선샤인 빌리지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주영도를 찾아갔다. 서재 문을 연 순간 방 안 가득한 담배 냄새에 주초원이 연신 기침했다.“콜록콜록...”주영도가 고개를 돌렸다.“여긴 왜 왔어?”주초원이 입을 삐죽거렸다.“일이 없으면 오면 안 돼요? 오빠, 요즘 나한테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오빠한테 가장 소중한 동생이 맞긴 해요?”그 말에 주영도의 날카롭던 눈빛이 눈에 띄게 다정해졌다.“말해봐. 무슨 일이야?”주초원이 오빠와 닮은 커다란 눈을 굴리며 말했다.“곧 내 생일인 거 잊지 않았죠?”그녀가 말하지 않았다면 정말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뭐 갖고 싶어?”주초원이 한정판 명품 몇 가지를 줄줄 읊자 주영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말을 이었다.“17살 생일은 성인이 되기 전의 가장 중요한 생일이잖아요. 친구들 불러서 함께 보내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어요?”“응.”주영도의 머릿속에 온통 강루인뿐이라 제대로 듣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그럼 아정이 언니도 남아서 내 생일 같이 보내도 된다는 말이죠?”구아정의 이름을 듣고서야 주영도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주초원이 이어 말했다.“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번복하면 안 돼요. 이건 내 생일 선물이에요.”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주영도가 입을 열었다.“네 생일이 지나면 바로 떠나라고 할 거야.”주초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일까지 아직 보름이나 남았으니 일단 버티다가 생일이 지난 후에 떠날지 말지 생각하면 되었다.일이 성사되자 주초원이 만족한 얼굴로 서재를 나왔다. 이 기쁜 소식을 얼른 구아정에게 전해야 했다.침실 앞을 지날 때 주초원은 무심코 안을 들여다봤다. 조용히 앉아 있는 강루인을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386화

    주영도는 먹구름이 가득한 얼굴로 정신없이 토하는 강루인을 지켜봤다.그녀가 이 정도로 그를 거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모습에 끓어올랐던 흥미가 완전히 식어버렸다.주영도는 진경자를 불러 치우라고 하고는 화난 얼굴로 게스트룸으로 들어갔다. 그가 나간 걸 보고서야 강루인은 한숨을 내쉬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한밤중, 막 잠들었던 주영도가 경호원의 목소리에 깨어났다. 어제와 똑같은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몽유병으로 인해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 강루인을 본 순간 잠들기 전에 쌓였던 원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집에 가야 해...”강루인이 현관 앞에 서서 몇 마디 중얼거리더니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주영도는 그런 그녀가 점점 걱정되었다.아니나 다를까 강루인은 몽유병 증상을 보였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문득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넌 신이 아니야. 이렇게 가두면 쟤 몸이 버틴다고 해도 멘탈이 무너질 거야. 정신질환이 더 무서운 거 몰라?”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주영도 역시 강루인의 정신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게 주영도의 방식이었다. 그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바로 강루인에게 정신과 의사를 찾아줬다.정신과 의사가 소개를 마친 후 강루인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저 멀쩡하니까 가세요.”여의사 유진이 다정하게 말했다.“그냥 친구처럼 얘기 좀 해요, 우리.”강루인은 진짜 상담을 받아야 할 사람은 주영도지, 본인은 지극히 정상이라 생각했다.그렇게 첫 상담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치료도 무턱대고 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했다.유진이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방해해서 미안해요.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강루인은 창밖만 내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방을 나온 유진은 곧장 주영도를 찾아갔다.“어때요?”유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사모님께서 협조적이지 않으세요. 그런데 우울증이 있는 건 확실해요. 요즘 생긴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앓아왔고 현재는 증상이 눈에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385화

    아침을 먹은 뒤 주영도는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 강루인은 또 졸음이 쏟아졌지만 자지 않고 서재로 들어갔다.고요한 선샤인 빌리지에 갑자기 강루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아주머니, 아주머니, 이리 와 봐요.”진경자가 소리를 듣고 올라왔다.“사모님, 무슨 일이세요?”강루인이 물었다.“서랍장 안에 있던 책 누가 건드렸어요?”“무슨 책이요?”“[세계 건축가 백과사전]이라는 책이에요. 분명 책상 위에 올려놨었는데 누가 가져간 거예요?”진경자가 청소할 때 그 책을 본 적이 있었다. 청소 전에 어디에 있었으면 청소 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았다.“아무도 안 건드렸어요.”강루인이 미간을 찌푸렸다.“여기 없는데요?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진경자도 들어와 함께 찾았다. 정말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강루인의 손을 보고는 멈칫했다.“사모님 지금 들고 계세요.”그 말에 강루인이 고개를 숙였다. 책을 들고 있는 걸 본 순간 눈동자에 혼란이 스쳤다.‘언제부터 이 책을 들고 있었지?’“찾았네요. 이만 나가봐요.”강루인이 다시 책상 앞에 앉은 후 진경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또 필요하시면 부르세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저녁 주영도가 회식이 있어 강루인이 혼자 저녁을 먹었다.요즘 강루인은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바로 방으로 돌아갔다.밤 10시, 주영도가 술 냄새를 풍기며 집에 들어왔다.그가 올 때까지 기다린 진경자에게 이렇게 물었다.“루인이 오늘 하루 어땠나요?”진경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고 솔직하게 보고했다. 그러자 주영도가 고개를 끄덕였다.강루인이 깰까 봐 게스트룸에서 샤워하고 침실로 들어갔다.그녀가 얇은 이불을 덮은 채 몸을 웅크리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주영도는 그녀의 옆에 누워 자연스럽게 품에 끌어안았다.같은 바디 워시를 쓰는데도 강루인에게서 나는 향기가 유독 좋았다. 주영도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그녀의 목에 파묻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술까지 마신 상황에서 따뜻하고 부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384화

    주영도의 ‘효과적인’ 길들이기 덕에 강루인은 마침내 단식을 그만두었다. 그는 이 결과가 꽤 만족스러웠다.다시 살을 찌우려고 매일 갖은 방법으로 그녀에게 음식을 먹였다.하지만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했고 그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지기 시작했다.강루인은 점점 더 말이 없어졌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을 걸어도 고개만 끄덕이거나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언어 기능 자체를 상실한 사람처럼.그것만 해도 문제였는데 더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그날 주영도가 밤늦게까지 서재에서 일하는데 선샤인 빌리지 밖에 있던 경호원이 올라와 보고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나가시려 합니다.”주영도가 시계를 확인해보니 새벽 1시였다.‘이 시간에 어디를 간다는 거지?’“돌아가서 자라고 해.”경호원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모님 상태가 좀 이상해 보이십니다.”그 말에 주영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초여름의 안북시 밤은 아직 서늘했다.강루인이 하얀 잠옷 차림으로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 검은 긴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밤바람이 스치자 옷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솔직히 꽤 섬뜩한 모습이었다.그녀는 주영도와 등을 돌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대문 앞에 서 있었다. 경호원 두 명이 앞을 막고 있었지만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다.주영도가 다가가 물었다.“한밤중에 잠은 안 자고 여기서 뭐 해?”‘밖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 텐데. 밤이라 경계가 느슨해질 거라고 생각했나?’가까이 다가가자 강루인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집에... 집에 갈 거야...”주영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집이 여긴데 어디 가려고? 들어가서 자.”강루인이 초점 잃은 두 눈으로 중얼거렸다.“집에 가야 해...”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주영도는 놀란 나머지 그대로 굳어버렸다.경호원이 낮게 속삭였다.“몽유병인 것 같은데요?”주영도도 알아챘다. 침을 꿀꺽 삼키고 나지막하게 불렀다.“루인아...”강루인은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383화

    두 고집불통이 맞붙은 꼴이었다. 한쪽이 완전히 이기거나 아니면 다른 쪽이 물러서야 끝나는 싸움이었다.주영도는 강루인을 곁에 묶어두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긴 건 아니었다. 강루인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바람에 마주하기만 하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겉으로는 모든 패를 쥔 듯한 주영도조차 사실 강루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그가 원하는 건 그녀라는 ‘사람’이지, 반응 없는 껍데기나 쓸모없는 시체가 아니었다.강루인은 나흘째 물 한 모금, 밥 한 숟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주영도도 처음엔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볼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점점 초조해졌다.그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어떻게 해야 밥을 먹을래?”강루인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는 가정의를 불러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했다.“턱을 확 빼버려요.”그 말에 가정의가 화들짝 놀랐다. 주영도의 뜻을 이해했지만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지 가정의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주영도의 뜻을 알아차린 강루인이 저항하려던 그때 주영도가 그녀의 팔다리를 꽉 누르고 가정의에게 재촉했다.몸이 멀쩡할 때도 그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말았다.강루인이 아파할까 봐 의사는 재빨리 입을 벌리게 했다.주영도는 몸으로 그녀를 가두고 억지로 죽을 입에 밀어 넣었다.“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 것도 불가능해.”음식 절반이 식도를 타고 위로 들어갔고 절반은 강루인이 기침하면서 뱉어버렸다. 두 사람의 옷과 침대가 엉망이 돼버렸다.옆에 서 있던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이 정도면 됐습니다. 며칠째 아무것도 드시지 않아서 한 번에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돼요.”그 말에 주영도가 손을 멈췄다.강루인의 창백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주영도가 그 모습을 보면서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아픈 게 무섭지 않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먹여줄게.”“턱 다시 맞춰요.”의사에게 한 말이었다.의사가 그녀의 턱을 맞추고 나간 후 주영도는 직접 옷을 갈아입혔다.강루인이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