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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Author: 높은 하늘
“여보...?”

서영은 방금 큰 일을 보고 욕실에서 막 나온 참이었다.

그런데 침대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자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이불만 흐트러져 있을 뿐 남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또 서재에 있겠지.”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

“그럴 거면 차라리 노트북이랑 결혼하지 그래?”

서영은 침대 위로 몸을 푹 던진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오늘 밤도 또 혼자 자는구나.”

……

한편, 메인 조명이 환하게 켜진 호텔 객실 안.

준현은 지아와 몇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서 있었고, 지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채 몸을 굳히고 있었다.

두 손은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쥔 상태였고,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뜨여 있었다. 불이 켜진 뒤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바로 준현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네 할아버지가 호텔에 입원하게 된 거지?”

준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객실을 가르며 울렸다. 입꼬리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고,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아… 아주버님...”

지아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얇은 란제리만 걸친 상태였다. 얇은 천 사이로 희고 매끄러운 피부와 풍만한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 들고 몸을 감싼 뒤 다시 준현을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여기 계신 거예요?”

그녀의 시선이 준현의 손에 들린 객실 카드키로 향했다.

“그건 어디서 난 거예요?”

지아는 닫힌 객실 문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혹시 다른 카드키를 가진 남자가 뒤이어 들어오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 때문이었다.

“이 방에는 우리 둘밖에 없어.”

준현은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아주버님...”

지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차가운 얼굴을 차마 마주 볼 수 없었다.

“설명해 봐, 지아.”

준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왜 여기 있는 거야? 어떤 남자를 기다리면서 이 방에 있었던 거지?”

하지만 지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준현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지아는 반사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시킨 대로 다 했어요. 입으라고 한 것도 입었고... 남편이 원한 대로 전부 준비했어요…?’”

그는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차갑고 압박감 있는 목소리였다. 조금 전 지아의 떨리는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대답해!”

갑작스러운 호통에 지아는 움찔했다.

“아… 아주버님... 저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남편의 명령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었다.

준현이 진실을 알게 되어 동생을 나무란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자신일 테니까.

남편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할아버지의 병원비 역시 더 이상 지원받지 못할 것이다.

“수현이 시킨 건가?”

준현이 다시 물었다. 차갑고 집요한 목소리였다.

지아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뛰고 있었다.

준현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겠다면 나는…”

“네, 아주버님.”

마침내 지아가 입을 열었다.

“전부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그녀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수현 오빠 탓은 하지 말아 주세요.”

준현의 한쪽 눈썹이 비꼬듯 올라갔다.

“왜?”

그는 냉소적으로 물었다.

“이 일을 시킨 게 수현이라면, 왜 책임을 물으면 안 되는 거지?”

지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설마 몸을 팔라고 시킨 건 아니겠지?”

준현이 추측하듯 말했지만 그것조차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수현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주버님...”

지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발… 먼저 절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 주세요. 다 설명할 수 있어요.”

“좋아.”

준현이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설명해 봐.”

결국 지아는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흐느낌 때문에 말은 자꾸 끊겼지만, 그녀는 끝까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준현은 단 한 번도 그녀의 말을 끊지 않았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그는 충격을 받았다.

동생이 남자아이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

그 아이를 가문의 후계자로 삼고 싶어 한다는 사실.

하지만 그 아이의 몸속에는 진씨 가문의 피가 흐르지 않을 거라는 사실.

“교활한 자식.”

준현이 낮게 내뱉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객실의 공기마저 팽팽하게 만들 만큼 차가웠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눈빛은 어둡고 계산적이었다.

진씨 가문의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과 지배력, 그리고 가문의 미래 그 자체를 의미했다.

그리고 준현 역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아들을 원했다. 하지만 동생이 이런 비열한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현은 왜 널 가까이하지 않는 거지?”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왜 굳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거야?”

지아는 고개를 숙였다. 목이 아플 정도로 침을 삼킨 뒤 작게 입을 열었다.

“수현 오빠는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녀가 작게 대답했다.

“그래서 저와 밤을 보내려 하지 않아요.”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마치 스스로를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수현 오빠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와 결혼했다고 했어요.”

준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모았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 미소는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섬뜩하게도 만들었다.

아름다움과 위험함이 공존하는 미소였다.

가문은 남자 후계자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아는 그 후계자를 낳기 위한 도구처럼 이용되고 있었다.

어머니는 3개월이라는 기한을 주었다. 3개월 안에 임신하지 못하면 모든 압박은 다시 수현에게 돌아갈 것이고, 결국 가장 큰 상처를 받는 사람은 지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준현 역시 오랫동안 아들을 원해 왔고, 그 욕망은 지금까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객실 안의 공기마저 긴장하는 듯했다.

마침내 그는 지아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지아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허벅지 뒤쪽이 이미 호텔 침대 가장자리에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칠 곳도 없었고 숨을 돌릴 공간도 없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준현의 눈빛만이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었다.

“알다시피 내 아이들은 둘 다 딸이다.”

준현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마치 한 단어 한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 말하는 사람처럼.

“하지만 나도 아들이 필요해. 이 가문 역시 후계자가 필요하고. 그리고 넌 3개월 안에 임신해야 하지.”

지아는 천천히 얼굴을 들어 올렸다. 혼란으로 가득한 눈빛이었다.

준현은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였다.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가문과 아무 상관없는 낯선 남자의 아이를 갖는 것보다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턱선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차라리 그 아이의 아버지가 나인 편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나.”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분명했다.

“그렇게 하면 진씨 가문의 혈통은 그대로 이어지고, 모든 문제도 해결되니까.”

지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숨이 목에 걸린 채 쉽게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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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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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homejoa
말되네. 중국인구가 많으니 별의별 일이 다 있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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