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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악녀, 오빠와 싸우다

Penulis: Jino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17 12:05:22

악녀 수칙: 하지 않은 일까지 내 잘못으로 만들지 않는다.

“왜 거기서 멈추세요?”

레녹스가 문턱 아래를 내려다봤다. 걸릴 만한 건 없었다. 먹구름이 건초를 씹다 말고 콧김을 뿜었다.

“방금.”

“늦었다고 했어요.”

“그 뒤에.”

나는 장갑을 집어 안장 위에 올렸다. 굳이 다시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들었으니까 저러고 있을 테니까.

“대공 전하라고 부르기엔 길어서요. 매번 부르다 보면 제 혀가 먼저 지치겠어요.”

“대공님.”

레녹스가 작게 되풀이했다.

“본인 호칭을 직접 부르니까 이상하네요.”

“괜찮네.”

“그럼 들어오세요. 문 열어 놓으면 벌레 들어와요.”

레녹스가 마구간 안으로 들어왔다. 북부 망토 끝에 마른 흙이 붙어 있었다. 나는 물통 옆에 놓인 천을 가리켰다.

“어깨에도 먼지 있어요.”

레녹스가 손으로 털려다 망토를 벗었다. 내가 천을 집자 바로 손을 내밀었다.

“내가 할게.”

“먹구름 닦던 거예요.”

“알아.”

망토를 받아 가는 손이 잠깐 멈췄다. 나는 천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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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녀 수칙: 남이 정한 색을 입지 않는다.“데려갈 거예요.”내 대답에 베른이 먹구름의 고삐를 고쳐 잡았다.“그럼 꽃 장식에 익숙해지게 해 둬야겠습니다.”먹구름은 제 결혼식이라도 되는 줄 아는지 턱을 높이 들었다. 나는 검은 목을 두드렸다.“꽃은 먹는 게 아니야.”먹구름이 내 손바닥을 뒤졌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레녹스 쪽으로 코를 돌렸다.“그쪽도 없대.”레녹스가 빈 주머니를 뒤집어 보였다. 먹구름은 기어이 주머니 끝까지 냄새를 맡았다. 사람 말을 믿지 않는 건 좋은데, 너무 철저했다.베른이 고삐를 당겨 검은 코를 떼어 놓았다.“옷을 물지 않는 연습도 해야겠네요.”“그건 꼭 해 주세요. 제 치마는 길어질 테니까.”레녹스가 나를 봤다.“정했나.”“아직요. 색부터 고르려고요.”“같이 가지.”“드레스 고르는 데도요?”“그래.”베른은 먹구름을 보고, 레녹스를 보고, 다시 고삐를 잡았다.“둘 다 아가씨가 가는 데 가고 싶은 모양입니다.”먹구름이 콧김을 뿜었다. 레녹스는 부정하지 않았다.나는 극장 계단을 내려가며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3월 30일, 드레스 가게의 창에는 하얀 옷이 걸려 있었다.치마를 풍성하게 벌리고 소매에는 고운 자수를 놓았다. 허리에 묶인 띠도 하얬다. 흠잡을 곳 없이 예쁜 옷이었다.내가 입고 싶은 옷은 아니었다.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한나는 내 망토를 받아 들었고, 레녹스는 문을 닫고 곧장 따라 들어왔다.주인의 시선이 레녹스에게서 멈췄다.“대공 전하께서도 함께 고르시나요?”“구경만 해요.”내가 먼저 대답했다.레녹스는 내 옆에 섰다.“필요하면 돕겠다.”“단추 잠그는 건 한나가 해 줘요.”“그럼 기다리지.”주인은 창가의 넓은 의자를 권했다. 레녹스가 앉으려다 내 쪽을 봤다.나는 가게 안쪽의 거울을 가리켰다.“저는 저기 있을 거예요.”레녹스는 의자를 조금 옮겼다. 거울이 잘 보이는 자리였다.한나가 내 망토를 접다가 웃었다.“전하, 제가 옷을 가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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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녀가 되기로 했는데 남주가 따라왔다   76화. 악녀, 청혼을 받다

    악녀 수칙: 좋은 일 앞에서는 괜히 도망가지 않는다.나는 먹구름의 고삐를 받아 들고 성 꼭대기를 다시 봤다.“몇 시에요?”“저녁 먹고.”“거기까지 올라가서 또 경주하자고 하시는 건 아니죠?”레녹스가 내 손에 감긴 고삐를 풀어 줬다. 먹구름이 갑자기 고개를 들면 손가락이 조일 만큼 감겨 있었다.“말은 두고 와라.”“그럼 제가 불리한데요.”“이길 필요 없다.”고삐가 손바닥에 느슨하게 놓였다. 레녹스는 마지막으로 내 손가락을 살피고 놓았다.나는 탑을 올려다보다가 물었다.“따뜻하게 입고 가면 돼요?”“그래. 바람이 분다.”“알았어요.”먹구름이 내 소매를 물었다. 당근이 남았다는 걸 기억하는 모양이었다.나는 소매를 빼내고 주머니를 뒤졌다. 레녹스는 먹구름이 당근을 다 먹을 때까지 옆에 서 있었다.“먼저 들어가셔도 되는데요.”“같이 가겠다.”“마구간 안까지요?”레녹스가 먹구름을 봤다.“싫어하나.”검은 주둥이가 레녹스의 빈손을 한 번 더 확인했다.“손님이 빈손으로 왔다고 좀 아쉬운가 봐요.”레녹스가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나는 그 손등을 가볍게 눌렀다.“오늘은 충분히 먹었어요.”손이 순순히 내려갔다.먹구름만 몹시 불만스러웠다.◐3월 23일, 나는 저녁 식사를 평소보다 빨리 끝냈다.그렇다고 접시를 비우지도 않고 일어난 건 아니었다. 북부 요리사는 남은 음식을 보면 어디가 아픈지부터 물었다. 괜히 걱정을 살 필요는 없었다.문제는 옆자리에 앉은 데릭이었다.내가 수저를 내려놓자 데릭도 얼른 내려놓았다.“다 먹었어?”“응.”“배부르냐?”“그걸 왜 물어?”“그냥.”데릭의 접시에는 감자가 남아 있었다. 나는 접시를 가리켰다.“오빠는 더 먹어. 훈련하고 왔다며.”“나도 배부르다.”맞은편의 한나가 물잔을 두 손으로 잡았다. 잔을 들지도 않고 입술만 꾹 누르고 있었다.오웬은 그 옆에서 빵을 뜯었다. 이미 다 먹은 빵을 다시 뜯을 수는 없어서, 손끝에는 작은 부스러기만 남았다.나는 셋을 차례로 봤다.“뭐 있어요?

  • 악녀가 되기로 했는데 남주가 따라왔다   75화. 악녀, 먹구름과 달리다

    악녀 수칙: 이겼으면 받고 싶은 것을 직접 고른다.나는 계단 앞에서 발을 멈췄다.오웬의 질문 뒤로 잠깐 조용해졌다. 집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조금 뒤에는 발소리도 들렸다.나는 손수건을 주머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영애.”오웬이 복도 끝에서 나를 불렀다. 아까 들고 있던 서류는 없었다.“길을 물으러 오신 것 아니었습니까?”“맞아요. 먹구름이 달릴 만한 곳이 있나 해서요.”오웬은 내 얼굴을 보고 집무실 쪽을 한번 돌아봤다.“남쪽 들판에 길이 있습니다. 눈을 걷어 둔 곳인데, 상태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고마워요.”“전하께서도 같이 가실 겁니다.”“제가 같이 가자고 안 했는데요.”오웬이 입을 다물었다.나는 웃고 계단을 내려갔다. 내 뒤에서 오웬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길을 물었더니 동행부터 정해지는 성이었다.◐3월 22일 아침, 먹구름은 내가 들고 온 안장보다 주머니를 먼저 봤다.주둥이가 망토 옆을 꾹 눌렀다.“당근은 이쪽 아니야.”먹구름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치가 빨랐다. 처음 샀을 때부터 사람 말도 이만큼 잘 들었으면 베른의 허리가 덜 아팠을 텐데.나는 잘라 온 당근을 손바닥에 올렸다. 먹구름이 입술로 조심스럽게 집어 갔다.“오늘은 좀 달릴 거야.”남은 당근을 달라는 듯 고개가 더 내려왔다.“알았어. 준비부터 하고.”마구간 문이 열렸다. 찬바람을 따라 레녹스가 들어왔다. 두꺼운 망토 아래에 승마용 장갑을 끼고 있었다.“오셨네요.”“네가 간다기에.”“오웬이 벌써 동행을 정해 줬어요.”레녹스는 내 옆에 멈춰 섰다.“싫으면 여기 있겠다.”먹구름이 내 어깨 너머로 코를 뻗었다. 레녹스는 주머니에서 각설탕을 꺼냈다. 기다렸다는 듯 검은 주둥이가 손바닥으로 향했다.나는 먹구름의 목을 가볍게 쳤다.“넌 좋겠지.”“너는.”레녹스는 각설탕을 먹이는 동안에도 나를 봤다.“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그럼 간다.”정하기 쉬웠다. 대공을 데리고 들판에 나가면서 결재할 종이도, 납득시킬 사람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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