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그걸 네가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지?”
클라루스의 물음에 세이런은 담담히 답했다.
“아티니스가 어릴 적, 죽어가던 새를 살리려 마법을 쓴 적이 있어. 하지만 결국 새는 죽었고, 그녀는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렸대. 백작님께서 직접 내게 말씀하셨어. 마치… 내 병을 고치려고 마법을 썼을 때처럼.”
"뭐?! 그럼 벌써 병을 고치려 했던 거야?”
세이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루스는 머리를 헝클이며 길게 숨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오후였다.릴리스는 아버지를 따라 응접실에 들어섰다. 아버지의 오랜 지인인 세레스니타 백작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릴리스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앉아 있었다.릴리스의 아버지는 세레스니타 백작을 반갑게 맞이하고는 이내 릴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릴리스, 인사하렴. 이 아빠의 친구 세레스니타 백작님의 아들, 글라디 영식이란다.”릴리스의 눈앞에는 자신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며 수줍어하는 영식이었다. 귀까지 빨개진 채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었다.‘왜 저렇게 쑥스러워하지?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릴리스는 그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아직 어린아이니까.릴리스는 허리를 곧게 펴고 단정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릴리스입니다.”어린 나이에도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는 인사였다. 어른들이 흐뭇한 눈빛을 교환하는 사이, 글라
“그 소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한 것처럼 편지를 써서 보냈어.”이사벨라의 눈이 반짝였다. 어떤 답장이 왔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그래서요? 답장이 왔어요?”“왔으니까 여기까지 왔겠지.”세이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층 낮았다. 묘하게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이사벨라는 편지를 받아 펼쳤다.[이토록 분별없이 행동하시는 분인 줄은 미처 알지 못하였습니다.호의라기보다 무례에 가깝게 느껴지는군요.더 이상의 초대도, 서신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이쯤에서 그만두시는 것이 서로의 체면을 위해서도 좋을 듯합니다.부디 더는 저를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 앞으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지냈으면 합니다.— 아티니스 세레스니타]“…….”
하지만 세이런의 얼굴을 보고 있자 웃음은 금세 사라졌다.정말로 방법을 몰라 찾아온 얼굴이었다.이사벨라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세이런, 그 세레스니타 백작 영애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구나.’말수가 적고 냉정하기로 유명한 세이런이었다. 언제나 혼자서 일을 해결하며, 남에게 도움을 구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그런 사람이 겨우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자신을 찾아왔다.그것만으로도 어떤 고백보다 그의 마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음…..”이사벨라는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말했다.“일단 세이런은 연애라는 감정 자체를 거의 모르잖아요.”세이런의 눈썹이 꿈틀했다.“거의가 아니라 아예 모른다고 하려던 건 아니지?
이사벨라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세이런의 모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팔짱을 끼며 말했다.“이름은 알아요?”잠시 침묵하던 세이런이 입을 열었다.“아티…”“아티요?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애칭인 것 같더군.”이사벨라가 눈을 깜빡였다.“잠깐만요. 그럼 본명도 모르고, 어느 가문의 영애인지도 모르는 거예요?”“지금 찾고 있어.”“그걸 어떻게 찾아요?”이사벨라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얼굴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요?”세이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황태자 책봉식에 다녀온 그날 이후로, 세이런이 이상해졌다.처음에는 이사벨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가 며칠쯤 멍하니 있는 것이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왜냐하면 세이런은 원래 말이 없고 표정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게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걸 며칠이 지나서야 알았다.세이런이 직접 마리카이드 후작가에 찾아왔다.그것도 데런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이사벨라를 만나기 위해.“세이런? 지금 오라버니는 저택에 안 계시는데요.”“알아. 데런 보러 온 거 아니야.”늘 차갑던 세이런이 오늘은 이상했다. 이사벨라는 그 눈빛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무슨 일 있어요?”“... 미안해. 약혼은 없던 일로 하자.”“... 네?”
“만약 내가 다른 머리색으로 태어났다면… 어머니도 나도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세이런은 숨을 삼켰다.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이 밀려왔다. 황태자라는 자리 아래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건 황실의 극비밀이었다.“그때, 네가 내 방에 왔을 때. 어머니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어.”“왜 몰래 만나는데?”“...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도망가려다 들켰거든. 그래서 황제가 어머니를 아무도 없는 탑에 가뒀어…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해. 그래서 몰래 어머니를 만나러 가.”세이런은 황태자면서도 그런 어두운 배경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세이런은 꾹 다문 입을 열어 약속했다.“비밀 지켜줄게.”세이런은 클라루스를 바라보며 강하게 흔들림 없이 말했다.
“대공자님은 그 전설을 어떻게 아는데요?”아티니스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세이런에게 물었다.“아버지에게 들었어. 아버지가 황실에 갈 때마다 그 전설에 대해 조사하시거든.”그제야 아티니스는 왜 대공이 자리를 비웠는지 이해했다.“그럼 황족도 이 전설에 대해 아나요? 마법에 대해서?”“맞아. 이 정보는 황제가 아주 꽁꽁 숨기고 있는 기밀이거든.”“네? 그럼 대공님은 어떻게 그런 기밀을 아시는 거예요?”“예전에 황제가 귀족들에게 정보를 흘려 마법사를 찾으려 했었대,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초차하지 않아. 그래서 아버지는 몰래
“…아가씨, 그럼 약혼만 하는 건 어때요? 약혼은 결혼보다 깨기도 쉽고, 꼭 같이 지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형식적인 관계로만 유지할 수도 있고요.”리리의 말을 듣는 순간, 아티니스의 가슴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그녀는 밝게 웃으며 리리를 와락 끌어안았다.“리리, 넌 정말 천재야! 좋아, 그럼 따로 지내는 약혼을 전제로 제안해 볼게.”아티니스는 일이 생각보다 잘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 가지 못했다.저녁 식사 자리.아티니스는 수프를 뜨던 숟가락을 든 채 그대로 굳어
그저 '특별하다'라는 막연한 대답에 아티니스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분명 끝까지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언가를 숨긴 채, 그녀에게서 의도적으로 선을 긋고 있었다.“제가 묻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그녀가 차갑게 내뱉은 말에도 세이런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며칠만 대공작에 머물다 가. 영애의 편지가 오늘 아침에야 도착해서 손님 맞이 준비가 미흡했거든. 아버지도 오늘 도착할 줄 모르고 황실에 계셔.”“제가 여기 더 머무를 이유는 없어요. 전 돌아갈 거예요. 부모님도 걱정하실 테고—”그때, 아티니스는 문득 한
“왜 이렇게까지 하시죠?”아티니스의 목소리에는 불편함과 억눌린 분노가 섞여 있었다.세이런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차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그 이유를 알아. 그리고 도와줄 수 있어.”“그 말도... 병약하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죠?”아티니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전 오늘 거절하러 온 거예요. 그리고 비밀을 지켜준다고 한 말… 끝까지 지켜주세요. 전 그걸 확인하러 온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등을 돌렸다.이곳에 더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느껴졌다.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