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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Author: DearStor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0 11:43:21

“대공자님은 그 전설을 어떻게 아는데요?”

아티니스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세이런에게 물었다.

“아버지에게 들었어. 아버지가 황실에 갈 때마다 그 전설에 대해 조사하시거든.”

그제야 아티니스는 왜 대공이 자리를 비웠는지 이해했다.

“그럼 황족도 이 전설에 대해 아나요? 마법에 대해서?”

“맞아. 이 정보는 황제가 아주 꽁꽁 숨기고 있는 기밀이거든.”

“네? 그럼 대공님은 어떻게 그런 기밀을 아시는 거예요?”

“예전에 황제가 귀족들에게 정보를 흘려 마법사를 찾으려 했었대,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초차하지 않아. 그래서 아버지는 몰래 알아보시고 있어.”

“그럼 위험하잖아요.”

“괜찮아. 황제라도 포르투릭스 대공가를 함부로 건드릴 순 없어.”

하지만 아티니스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근데 황제가 마법사를 찾는 거랑 저희랑 무슨 상관인데요?”

세이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마법사라고 지목된 자들이 황실에 끌려간 뒤… 다시 돌아온 자는 아무도 없었어.”

세이런은 말끝을 잇지 않았지만, 아티니스도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 말을 들으니 온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수도에는 절대 보내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어째서 황제는 마법사를 찾는 거지? 그럼 나는….’

아티니스는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혼인을 하자는 건가요? 저를 대공가의 보호를 받고, 대공자님은 숨 쉬기 편하고?”

“맞아.”

세이런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티니스는 이건 대공자가 이득이 없어 보이는 결혼 같았다. 

그저 숨 쉬기 편하게서보다는 더 큰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좀 더 생각해 볼 시간을 주세요.”

“알았어. 하지만 다시 삼 년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네가 여기 있는 동안, 대답을 듣고 싶어.”

“정말 막무가내인 거 알아요?”

“내 구애라고 생각해 줘.”

그의 대답은 미소와 함께 날아왔다.

밤이 깊어갈 무렵, 세이런은 아티니스가 머무는 방 앞까지 바래다 주었다. 

“편히 자.”

“네. 대공자님도요.”

“세이런이라고 불러줘.”

“....”

“아니면 미리 남편이라—”

“세, 세이런님!”

아티니스는 그가 이상한 말을 하기 전에 황급히 세이런의 이름을 불렀다. 

편하게 부르라는 말에도 끝까지 ‘님’을 붙이며 선을 긋는 그녀였다.

“근데 대공… 아니 세이런님은 절 왜 자꾸 ‘영애, 영애’ 부르세요.”

“허락해 주면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 그럼, 지금 허락해 주는 건가?”

살짝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묻는 그의 얼굴에, 아티니스는 묘하게 가슴이 간질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저 얼굴이 문제야. 저 얼굴이…’

아티니스는 짧게 튕기듯 말했다. 

“... 마음대로 하세요.”

그 말에 세이런은 그녀의 주홍빛 머리카락을 손끝에 살며시 감아쥐고, 살며시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내일 봐, 아티니스.”

그의 행동에 아티니스는 순간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당황한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세이런은 잠시 그녀 앞에 서서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가, 이내 문이 닫히자마자 표정을 거두었다.

그녀와 있을 때만 드러나는 부드러운 얼굴은 어느새 사라지고, 다시 차갑고 고요한 눈빛이 그의 눈을 덮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

낯선 천장,  낯선 공기라 그런지 아티니스는 침대에 누운 채 몇 번이나 뒤척였다. 

리리라도 옆에 있으면 잠을 편히 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는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서자, 거대한 대공작 저택은 마치 미로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낮에 보았던 사용인들의 모습도 이 시간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 괜히 나왔나…? 그래도 리리를 찾으면 좀 마음이 놓일 텐데….’

달빛이 창문 너머로 은은히 흘러들어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문 하나 앞에서 멈췄다.

희미한, 끊어질 듯한 신음소리.

누군가가 억누른 듯한 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명 누군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였다. 

주변엔 도와줄 사람이 없어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아티니스는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그러나 희뿌연 달빛이 창문 너머로 스며들며, 침대에 쓰러진 한 남자의 실루엣을 비추었다.

세이런이었다.

그는 가슴을 움켜쥔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식은땀이 얼굴을 따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낮에 본 그의 장난 어린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고통에 일그러져 있었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아티니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가서자, 세이런은 힘겹게 눈을 뜨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쉿… 괜찮...아....… 하아… 하아… 문....”

그가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눈치챈 아티니스는 얼른 문을 닫고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왜 갑자기 아픈 거예요? 아까까진 괜찮았… 혹시 낮에 그 오러라는 걸 써서 그런 거예요?”

세이런은 대답 대신 고통에 잠긴 표정에 희미하게 입꼬리만 올렸다.

그의 숨결은 점점 더 거칠어졌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어떡하지… 내가 뭘… 뭘 해줄 수 있지...?’

걱정하는 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아티니스에게, 그가 간신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자주 있는 일이니까… 곧 괜찮아져….”

그 말을 듣는 순간 아티니스는 더욱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토록 고통스러우면서도, 마치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는 말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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