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딜라일라의 시점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히며 갑작스러운 정적 속에 나를 가두었다.
불과 30초 전의 팽팽한 전율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손가락이 검은색 카드 주변에서 떨렸다. 허벅지는 축축했고, 속옷은 엉망이 되었으며, 내 깊은 곳은 그가 내게 저지른 짓의 여운으로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카드를 내려다보았다. 은색으로 그의 이름이 각인된, 단순하고도 우아한 카드였다. 알파 제드 베일.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수치심이 피부 위로 뜨겁게 타올랐다. 나는 엄연히 아직 법적인 유부녀였다. 서류가 있든 없든, 각인이 있든 없든, 나는 방금 대낮에 남편의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른 남자가 손가락으로 나를 오르가즘까지 이끌도록 방치했다. 모욕감이 목구멍 깊이 텁텁하게 얹혔다. 여전히 나를 넓히던 그의 손가락과, 내 귀를 간지럽히던 낮고 즐거워하던 목소리가 느껴지는 듯했다. 작은 폭풍.
뒤이어 분노가 빠르게 치밀어 올랐다. 나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매기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나는 그냥 걸어 나갈 수도 있었다. 계단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대신 나는 그 자리에 남아 그를 부추겼고, 내 안의 망가진 어떤 부분이 그것을 원했기에, 그런 식으로 타인에게 보여지고 싶었기에 그가 나를 헤집어 놓도록 방치했다.
그리고 수치심과 분노 아래, 조용하고 집요하며 미칠 듯이 나를 자극하는 것은 바로 욕망이었다. 비록 오르가즘 그 자체도 천국 같았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말했던 그 방식—"당신은 참으로 아름다워… 나는 당신이 보여, 작은 폭풍. 당신의 모든 것이." 그 말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 꽂혀 도무지 빠져나가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정돈하고, 에메랄드색 블라우스를 매만진 뒤 로비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나는 턱을 높이 들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금속 상자 안에서 내 자신의 일부를 또다시 팔아넘기지 않은 것처럼 구두굽 소리를 내며 걸어 나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집은 비어 있었다.
또다시.
오늘 밤 카릭의 부재는 평소와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이전에는 익숙한 무감각함이었으나, 오늘 밤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나는 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누구와 웃고 있는지. 누구의 침대로 기어 들어갈지.
나는 일에 집중하려 애썼다. 이메일이 화면 위에서 흐릿해졌다. 와인을 한 잔 따라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 선 채로 반을 비웠다. 정리할 필요도 없는 양념통들을 다시 정리했다. 그 무엇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몸이 정돈되기를 거부했다. 옷감이 피부에 스칠 때마다 그의 손길이 떠올랐다. 그의 손가락이 가진 인내심. 내 쾌락이 마치 그가 본 것 중 가장 매혹적인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내 얼굴을 지켜보던 그 눈빛.
나는 일찍 침대에 누웠다. 내가 직접 고른 천장을 바라보며, 내가 지은 집에서, 순전히 나 혼자서 구축해 온 삶 속에서 어둠 속에 누워 있었다.
기억은 어김없이 몰려왔다. 그의 손가락 위에서 내가 부서져 내리는 동안 나를 놓지 않던 그 폭풍우 같은 푸른 눈동자. 그의 목소리에 담긴 낮게 깔린 으르렁거림. 마치 내가 대단히 감미로운 존재라도 되는 듯, 그 후 손가락을 깨끗이 핥던 그 모습. 내 손이 거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를 따라 내려갔다. 나는 데인 것처럼 손을 홱 거두며 스스로를 멈춰 세웠다.
한심하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잿빛의 냉정한 아침이 밝았다. 나는 옷장 앞에 평소보다 오래 서 있었다. 모든 곡선을 감싸 안는 버건디색 드레스, 나를 위해 입어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1년 넘게 입지 않았던 그 드레스가 나를 손짓했다. 나는 이것이 전문적인 차림이라고, 비즈니스 미팅에 적합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거짓말이었고,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떠나기 전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거울 속 여인의 녹색 눈동자에는 여전히 지난밤의 폭풍이 서려 있었다. 남자가 진실되고 집중된 욕망과 허기로 나를 바라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그 욕망에 허덕였기에, 허기짐이 어떤 느낌인지조차 잊고 있었다.
나는 가방과 그의 카드를 챙겨 길을 나섰다.
차 안에는 매기가 이미 태블릿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드레스를 길게 한 번 흘깃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촉박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한 깊이 파헤쳐 봤어요." 그녀가 보고했다. "제드 베일에 대한 공개 정보는 딱 예상대로예요. 억만장자. 알파. 베일에 싸인 인물. 손댈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카릭의 회사는…" 그녀가 망설였다. "생각보다 상황이 나빠요. 화려한 겉모습 아래의 숫자들은 끔찍한 수준이에요. 알파 제드와의 그 계약은 사업 확장이 아니라 생존 문제예요. 그 계약이 없으면 카릭은 몇 달 안에 무너져요."
나는 굳어버렸다.
그 모든 자신감 넘치던 대화들. 내가 그를 믿었던 그 수많은 늦은 밤들. 내가 그를 너무나 잘 만들어놓은 탓에 그의 거짓말조차 견고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충격은 겨우 10초 남짓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더 차가운 감정으로 정돈되었다.
좋아.
어디 한번 잿더미가 되어봐라.
알파 제드의 건물은 통제된 권력의 기념비처럼 높이 솟아 있었다. 비서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오후 일정을 모두 비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디테일이 내 아랫배 깊은 곳에 가라앉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거의 즉시 그의 집무실로 안내되었다.
그의 집무실은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창문들이 있는 거대한 공간이었지만, 차갑고 삭막하지는 않았다. 책장에는 진짜 책들이 꽂혀 있었고, 손때가 타서 책표지가 길들여져 있었다. 이곳은 실제로 생각을 하는 사람의 공간이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는 이미 서 있었고, 완벽하게 맞춰 입은 수트 차림으로, 내가 걸어 들어오는 순간 그 폭풍우 같은 푸른 눈동자로 나를 옭아맸다. 내가 억제하기도 전에 열기가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는 내게 따뜻한 미소를 건넸다.
"딜라일라."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마실 것이라도?"
나는 의례적인 인사를 곧바로 잘라버렸다.
"카릭 문베인과의 계약을 체결하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그는 손가락을 맞물린 채 의자에 천천히 몸을 기대며, 마치 내가 이 방 안의 유일한 존재라도 되는 듯 나를 지켜보았다. "우선 앉지, 딜라일라."
"서 있는 게 낫겠네요."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그럼에도 변함없는 인내심으로 의자를 가리켰고, 나는 앉았다.
"어제 들으신 제안은 겉치레에 불과합니다." 내가 단언했다. "그 뒤에 숨은 숫자들은 끔찍한 수준이에요. 그의 회사는 1년 넘게 자금이 새어 나가고 있었고, 제안받으신 계약은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이 아니라 구원 요청입니다. 그리고 카릭 문베인은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 온 전적이 있죠. 나는 그 누구보다 그의 기록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터무니없는 투자일 뿐입니다."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았다.
"그 누구보다 그의 기록을 잘 알고 있다라." 그가 그 단어들을吟미하듯 천천히 되뇌었다. "흥미로운 표현이군."
"사실이니까요."
"그렇겠지." 그는 책상에 팔꿈치를 얹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위험한 미소가 다시 돌아왔다. "나쁜 여자 같으니."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뭐라고 하셨죠?"
"당신은 남편의 회사를 망가뜨리려 하고 있잖아." 그는 비난하는 기색 없이, 거의 경탄에 가까운 태도로 말했다. "그 라이벌과 잠자리를 가진 후에 말이지. 참으로 인상적이군, 딜라일라. 대담하기까지 해."
열이 얼굴로 솟구쳤다. "그건 이것과 아무 상관이—"
"엘리베이터 일?" 그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물었다. "이건 비즈니스다. 그래,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기로 하지."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하나만 말해봐. 이 모든 일을 겪고도 그자가 정말 당신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건가?"
그 질문이 내 약한 고리를 건드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을 줄 알았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돌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내 조건은 이것이다."
"당신은 조건을 제시할 권한이—"
"일주일."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에게 일주일을 줘. 그 대가로, 나는 카릭과의 계약에서 단순히 발을 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계약을 완전히 해체해 버리겠어. 그리고 내가 정확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건 당신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나는 그를 응시했다. "당신은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잖아요."
그의 표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그 레이라라는 여자와의 불륜 말인가? 14개월 전에 시작되었지. 그는 이혼 서류를 내밀기도 전에 이미 작성해 두었어. 그저 적절한 시기만 노리고 있었을 뿐. 그리고" 그가 잠시 멈추었다. "잘못된 선택을 했지."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어떻게 그걸—"
"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아주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 딜라일라. 내가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건 바로 그런 것을 의미하지." 그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책상 쪽으로 돌아갔다. "자, 이제. 당신이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이 문을 나가는 거죠." 내 자신의 답변조차 확신하지 못하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가 깊이 생각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는 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거야. 어제 오후 그 엘리베이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내 말과 당신의 말 중 누구를 믿을까? 나는 알파이고, 당신은 남편이 자신의 제일 가까운 친구와의 약혼을 발표하던 그날 밤 남편의 라이벌 침대로 기어 들어간 여자인데." 그는 그 말이 침묵 속에 스며들도록 잠시 두었다. "당신은 그 소문을 통제할 수 없을 거야."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건 협박이에요."
"현실이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온전히 진지했다. "그리고 분명히 해두지만, 나도 이런 방법을 쓰고 싶지는 않아.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들거든. 당신은 그 남자가 당신을 믿게 만든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 내가 당신을 충분히 존중하기 때문에 그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 척하지 않고 사실을 말해주는 것뿐이야." 그가 내 시선을 담아냈다. "내가 이 방법을 쓰지 않을 이유를 줘 봐."
우리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이어졌다.
"일주일이에요." 마침내 내가 입을 열었다.
그는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는 책상 서랍 속으로 손을 넣어 작고 우아하게 포장된 상자 하나를 우리 사이에 놓았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원격 제어 팬티 바이브레이터.
나는 침을 삼켰다.
"오늘 오후에 이걸 착용하도록 해." 마치 분기 보고서를 논의하듯 무심하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우리에겐 중요한 일정이 있거든. 내내 이걸 차고 있기를 바란다."
버건디색 드레스 위로 젖꼭지가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단단하게 봉긋해졌다. 몸 안의 모든 경고음이 동시에 울려댔다. 아릿한 열기가 아랫배 깊은 곳으로 모여들었다.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나는 상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던의 시점전날의 그 손길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노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쓰며,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나는 6년 동안 혼자였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관심을 표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충분히 준수한 남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딕슨은 아니었다.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업무와 길고 긴 하루들, 그리고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 틈이라곤 거의 남겨두지 않는 삶 밑바닥에 그 진실을 묻어두었다.그러다 딕슨이 내 손을 스쳤다.6년이라는 거리감이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얄팍하게 바래져 버렸다.손가락이 스치던 그 찰나의 순간을 밤새 곱씹으며, 내 몸이 이토록 손쉽게 반응해버린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스스로를 거의 믿을 뻔할 때까지 그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층 전체는 고요에 잠겨 있었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 텅 빈 책상들과 홀로 보낼 수 있는 몇 분의 여유를 기대했다.하지만 그 대신 그가 눈에 들어왔다.딕슨은 인턴용 책상 중 하나에 앉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내 회사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사실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는 침착하고 티끌만큼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책상 위에서 전화기가 부르르 떨렸다. 화면에 에이드리언의 이름이 떠올랐다.열린 공간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전화를 받았다."오늘 밤 약속은 여전하지?" 낮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건너왔다."응," 내가 말했다."좋아. 어제부터 계속 그 생각만 났거든."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에이드리언과 나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유지했다. 우리는 서로 섹스를 원할 때만 만났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는 쪽은 아무도 없었다.지난 6년 동안 내 몸을 만족시키는 데 가장 근접했던 남자는 오직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그는 내 몸이 원하는 것은 채워줄 수 있었지만, 한때 딕슨이 가 닿았던 내 깊은 영혼의 조각에는 결코 닿지 못했다.
던의 시점나는 딕슨을 잊기 위해 6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지원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불쑥 나타났고, 잘못 읽은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몇 초 동안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다.딕슨.동명이인일 것이다. 한때 내 남편이었던 그 남자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도시에서 온 누군가일 것이 분명했다.이 세부 사항들이 내 착각을 증명해 주기를 바라며 그의 지원서를 열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그의 사진이 떠올랐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맞았다. 나이가 들어 어깨는 더 넓어졌고 이목구비는 한층 날렵해졌지만, 결코 몰라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한때 내게 영원을 약속했던 남자. 제 가족의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의 결혼을 쓰레기통에 내던져버린 남자.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그는 내 회사에 인턴십을 지원하고 있었다.의자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당장이라도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었고, 그의 이름 석 자가 나를 얼마나 뒤흔들어 놓았는지 그 아이에게 들킬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비서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마지막 지원자의 전체 서류를 가져와 줘요," 내가 말했다. "인사팀이 그에 대해 쥐고 있는 모든 정보가 필요해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당장 그의 지원서를 탈락시켰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서류를 다시 열어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딕슨은 결코 우연히 내 회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선택해서 이곳에 찾아왔다.서류를 덮고 표지 위에 양손을 얹었다. 의문들이 이미 마음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그리고 별안간, 나는 스물네 살의 그날로 되돌아가 있었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가 나를 믿어줄 가치조차 없다고 결론짓던 순간, 그의 본가에 우두커니 서 있던 바로 그날로.누군가 내가 그의 가족 회사에서 기밀 정보를 유출한 것처럼 보이도록 지극히 설득력 있는 증거들을 날조해 나를 함정에 빠뜨렸었다. 그
캐롤라인의 시점"내 차 뒷좌석에서 네 가슴 위에 사정하게 해줬던 거 기억나?" 그는 이제 골반을 앞으로 거세게 쳐올리며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고,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축축한 파열음이 창고 안을 가득 메웠다. "넌 씨발 지독할 정도로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 난 몇 달 동안 밤마다 그 모습만 떠올렸어."그 감각을 쫓으며 매 찌르기를 받아내려 엉덩이를 뒤로 밀어붙였다. 새로워진 각도는 척추를 타고 날카로운 불꽃을 쏘아 올렸다. 그가 손을 뒤로 둘러 두 개의 거친 손가락으로 내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양쪽에서 동시에 밀려오는 감각은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또다시 갈 것만 같았다. 거대하고 피할 수 없는 파도가 차오르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다시 가버려," 그가 명령했다. "이렇게 깊이 박혀 있는 동안 네가 가는 걸 느끼고 싶어."나는 산산조각이 났다. 첫 번째보다 훨씬 더 거세게. 팔에 힘이 풀려 작업대 위로 무너져 내렸고, 그의 성기를 감싸 안은 채 사시나무 떨듯 격렬하게 떨었다. 그가 자비 없이 퍼붓는 거친 찌르기에 떠밀려 쾌락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부서진 비명을 도무지 멈출 수 없었다.그의 박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의 입술 사이로 짧고 절박한 파열음과 함께 숨이 턱턱 터져 나왔다."나 쌀 것 같아," 그가 이를 악물었다. "어디에 쌀지 말해.""안에요," 숨을 헐떡였다. 그 말이 찢어지듯 터져 나왔다. "제발요. 내 안에 싸줘요."그는 뿌리 끝까지 자신을 박아 넣고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멈추어 거세게 맥동했다. 발가락이 저절로 오그라들 만큼 깊숙한 곳에서, 그가 내 안을 채우며 뿜어내는 뜨거운 줄기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낮고 무너져 내린 신음이 그의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 그가 앞으로 쓰러지며 내 등에 가슴을 짓눌렀고, 여전히 내 안에 박힌 채 우리 둘 다 온몸을 떨었다.한참 동안 오직 우리의 거친 숨소리와 바깥의 눈폭풍 소리만이 맴돌았다.그가 내 목
캐롤라인의 시점그의 고백 앞에서 나는 좀처럼 대답을 찾지 못하고 허둥거렸다."충분히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면, 널 향한 갈증도 사그라들 줄 알았어."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반대였지. 증상은 더 악화되기만 했어. 어떤 밤에는 그저 네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닿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산길 진입로까지 차를 몰고 오기도 했어. 그러다 차를 돌려 다른 여자가 기다리는 집으로 되돌아가곤 했지."그의 엄지손가락이 내 손목 안쪽을 천천히 한 번 쓸어 올렸다."내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유일한 사람이 너라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시치미 떼는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스스로를 속이고, 널 속이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기만하는 짓도 더는 하고 싶지 않아. 우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잖아. 내 남은 삶을 떠올릴 때면, 너 아닌 다른 누구와 함께하는 미래는 상상조차 되지 않아."우리를 둘러싼 창고 벽면을 매섭게 후려치는 칼바람 소리조차 거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매튜가 방금 쏟아낸 고백을 못 들은 척 넘겨버릴 길 따윈 없었다."나도… 우리가 계속 연극하며 버티는 거, 더는 원하지 않아." 갈비뼈를 요란하게 두드리는 심장 박동을 억누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럼 이제 그 연기, 아주 끝장내 버리자."내가 채 입을 열어 대답을 건네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입맞춤은 거칠고 노골적이었으며, 그가 방금 털어놓은 모든 진심으로 빈틈없이 가득 차 있었다. 열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덮쳐와 무릎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의 혀를 받아내며 신음을 흘렸고, 더 깊은 접촉을 갈망하며 그의 품으로 바짝 파고들었다.그의 외투는 여전히 열려 있었다. 내 외투 역시 마찬가지였다.스웨터가 말려 올라가 드러난 허리 언저리의 살결에 차가운 바람이 스쳤으나, 그의 두 손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그 한기를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그가 내 골반을 움켜쥐더니 작업대 모서리 위로 단숨에 나를 들어 올려 앉혔다. 공구들이 와르르 덜컹거렸지만 그 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다리
캐롤라인의 시점말을 내뱉던 도중에 전기가 나가버렸다.찰나 전까지만 해도 주방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온 세상이 암흑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보일러가 나지막한 신음을 토해내며 멎었다. 냉장고의 웅웅거림도 뚝 끊겼다. 잠시 동안 거실 바닥을 가로질러 굴러가는 베니의 장난감 트럭 바퀴 소리만이 유일하게 남았다.새아버지가 낮게 욕설을 짓씹었다. 복도 쪽에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로즈 이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의 휴대폰 손전등이 켜지며 어둠 속으로 가느다란 백색 빛줄기를 쏘아 올렸다."차단기 쪽인 것 같군," 새아버지가 말했다.새아버지와 로즈 이모는 휴대폰 불빛으로 앞을 비추며 다용도 벽장으로 향했다. 베니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에 열중해 있었고, 나는 주방 아일랜드 식탁 곁에서 손전등을 든 채 방 건너편의 매튜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얼굴은 절반쯤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그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새아버지가 먼저 돌아왔다."차단기는 멀쩡해. 전선로 쪽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창고에 낡은 발전기가 있잖아. 지난번 큰 폭풍 왔을 때 당신 아버지가 사두셨던 거 말이야."다른 이들이 채 입을 떼기도 전에 매튜가 나섰다."제가 다녀오겠습니다."엄마는 외투를 챙기려 현관실로 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캐롤라인, 오빠랑 같이 가렴. 큰 손전등 챙겨 들고 시동 줄이 뻑뻑하면 옆에서 좀 거들어줘. 밖이 꽁꽁 얼어붙었으니까."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로즈 이모는 여전히 창문들을 살피고 있었고, 새아버지는 전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데도 전력 회사에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베니는 트럭을 밀며 입으로 부릉부릉 엔진 소리를 냈다.엄마를 따라 현관실로 들어갔다. 엄마는 내게 묵직한 대형 손전등과 매튜의 낡은 작업용 외투를 건네주었다. 매튜가 선반에서 두 번째 손전등을 집어 들 때 우리의 손가락이
매튜의 시점캐롤라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포크를 내려놓고 베니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잠이 안 와서 그랬어," 그녀가 말했다. "영화를 틀었는데 볼륨을 낮춘다고 낮췄지만 잘 안 됐나 봐. 벽 너머로 그 소리를 들었나 보네."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엄마가 안도의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다시 달걀 요리로 몸을 돌렸다."어머, 그래서 그랬구나. 다음엔 이어폰 끼고 보렴, 알겠지?"아빠가 껄껄 웃으며 토스트로 손을 뻗었다. 로즈 이모는 이런 오래된 집들은 벽이 참 얇다며 한마디 보탰다. 대답에 금세 흥미를 잃은 베니는 다시 의자 다리를 발로 차며 접시 위의 베이컨 조각을 쫓아 포크를 찔러대는 일로 돌아갔다.주방 안으로 서서히 다시 대화가 차올랐다. 제설차 작업 현황. 오후 계획. 장작이 더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들. 지극히 평범한 소리들. 평범한 단어들.그 모든 시간 동안 나는 캐롤라인을 지켜보았다.그녀는 포크를 집어 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식사를 이어갔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 뺨 위로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아이가 입을 열었던 그 순간부터 치솟은 내 맥박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음식을 삼킬 때 목덜미가 작게 오르내릴 때마다 내 시선은 사로잡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식탁에 앉은 다른 모든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젯밤의 일이 우리 사이에 도사리고 있었다.억지로 남은 커피를 들이켜며 표정을 담담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내가 머그잔을 얼마나 으스러지게 쥐고 있는지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이메일을 확인해야 한다는 막연한 핑계를 대며, 눈에 띄지 않게 서둘러 식탁에서 일어났다.새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빠는 이미 다시 날씨 이야기로 돌아가 있었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 올라가 내 침실 문을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거세게 닫아걸었다.방 안은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