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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그의 전속 치유자

Author: Sada Vii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6 15:15:58

광장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불과 몇 초 전만 해도 나는 배 위에 손을 얹은 채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고, 제나의 파란 눈동자는 칼날 아래서 나를 끌어당겨 구원해 내기라도 하려는 듯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알파 디미트리의 목소리가 모든 소음을 가르고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지금, 경비병들은 나를 놓아주었다.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두 팔이 기묘할 정도로 가볍게 느껴졌다. 무릎이 꺾이려 했지만, 억지로 힘을 주어 버텨냈다.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고, 여전히 두 발로 서 있었다. 목숨이 끊어졌어야 마땅했으나 살아남은 이 여자를 두고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군중은 웅성거리며 동요하고 있었다.

그때 제나가 달려왔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억누르던 경비병들을 밀쳐내고, 미안하다는 기색 하나 없이 사람들을 헤치며 달려왔다. 몇 초 만에 내게 다다른 그녀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나를 세차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심장이 내 심장에 맞닿아 거세게 요동쳤다. 전장에서 피해를 확인하는 전사처럼, 그녀의 손길이 내 어깨와 팔, 얼굴 위를 다급히 훑어 내렸다.

“다친 데는 없어?” 말들이 서로 뒤엉키며 쏟아져 나왔다. “그자들이 손대진 않았고? 괜찮아? 레— 스칼렛— 씨발, 정말 괜찮은 거야?”

웃음이 비어져 나왔는데, 그 소리에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갈라지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나 여기 있어.”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속삭였다. “나 아직 살아 있어.”

그녀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간신히 시선이 마주칠 만큼 몸을 물렸다. 파란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턱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그 소중한 찰나의 순간 동안, 우리는 그저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성문을 넘은 뒤로 벌어진 모든 일들이 말없이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부식성 세제, 강제된 결별, 지하 감옥, 그리고 이 광장까지. 그 모든 것들이. 그녀는 이 세상에 내게 남은 유일하게 변치 않는 존재였고,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

우리가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은 고작 그뿐이었다.

목을 가다듬는 헛기침 소리에 우리는 동작을 멈추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그가 시야에 들어왔다.

알파 디미트리가 우리 앞에 서 있었다. 낯빛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그의 육체는 알파의 혈통을 지닌 여느 늑대인간처럼 거스를 수 없는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제나의 몸이 즉각 반응했다. 척추가 꼿꼿해졌고, 어깨가 펴졌으며, 내 얼굴을 감싸던 손이 뚝 떨어졌다. 다급했던 기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자신의 알파를 마주한 전사의 경직된 자세만이 남았다. 미처 제어하기도 전에 내 고개 역시 아래로 숙여졌다. 루칸 같은 사내와 수년을 부대끼며 살아온 이라면 누구라도 그리했을 터였다. 그 깨달음이 가슴을 쓰라리게 파고들었다. 이곳에서도, 이 순간에도, 내 안의 일부는 여전히 모든 알파가 루칸처럼 나를 짓밟을 것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알파 디미트리는 모두를 압도하는 훤칠한 키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의 초록빛 눈동자가 각 잡힌 자세의 제나와 고개를 살짝 숙인 나, 그리고 여전히 서성이는 군중을 차례로 훑었다. 그는 우리의 재회에 대해 아무런 말도 얹지 않았다. 그저 이미 서둘러 다가오고 있는 다크문 부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뿐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알파?” 그녀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물었다.

“이 아이를 위한 방을 마련하라.” 입을 열어 말을 뱉어낼 때마다 귀중한 무언가를 허비하기라도 한다는 듯, 그가 명령했다. “내 처소 바로 옆방으로. 오늘부터 내 전속 치유사로 일한다.”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크문 부인이 내 쪽으로 돌아섰다. 직업적인 의구심보다 훨씬 더 싸늘한 무언가를 품은 채 그녀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아졌다. “따라오너라, 스칼렛 베인.”

그녀가 내 가짜 이름을 부르는 어조에 속이 메스껍게 뒤틀렸다.

제나가 마지막으로 내 손을 빠르고 거세게 그러쥐었다. 손을 놓기 직전,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녀의 눈빛은 알파의 면전에서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모든 말을 전하고 있었다. 살아남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나 아직 여기 있어.

나 역시 그녀의 손을 한 번 꽉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다크문 부인의 뒤를 따랐다.

성을 가로질러 걷는 길이 이전보다 훨씬 더 아득하게 느껴졌다. 경비병들이 우리를 둘러쌌고, 사람들은 대놓고 시선을 던졌다. 광장에서 목이 날아갈 뻔했다가 돌연 벼락출세를 하게 된 짧은 붉은 머리의 여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은 내리깔았지만 고개는 치켜들었다. 스칼렛 베인. 걸음을 뗄 때마다 속으로 되뇌었다.

우리는 먼저 치유소에 들렀다. 다크문 부인은 내가 몇 안 되는 짐을 챙기는 모습을 침묵 속에 지켜보았다. 짐을 다 꾸리자, 그녀는 뱀의 독보다도 지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분께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는 모르겠다만,” 나를 꿰뚫어 보듯 쏘아보며 그녀가 말했다. “난 널 믿지 않아. 네 죄를 치를 날이 반드시 올 거다, 계집아이. 내 말 명심해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내가 알파를 농락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무리 사람들 역시 그렇게 믿을 터였다. 그를 살려냈다는 사실은 그들의 눈에 나를 더욱 위험한 존재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나를 새 방으로 이끌었다.

전에 묵었던 작은 방보다는 넓었지만, 여전히 소박한 공간이었다. 제법 온전한 침대 하나. 방호벽이 덧대어진 듯한 창문을 가린 커튼. 그리고 건물 자체보다도 더 낡아 보이는, 가죽이 갈라진 안락의자가 놓인 작은 응접 공간. 다크문 부인과 경비병들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몸을 움직였다.

먼저 방문으로 다가가 문을 잠갔다. 손잡이를 돌려 확인하고, 다시 잠근 뒤, 한 번 더 돌려보았다. 잠금쇠가 철컥 맞물리는 감각이 진짜로 와닿을 때까지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안도감은 찾아오지 않았다.

극심한 피로가 짓눌러와 다리가 후들거렸다.

도대체 마지막으로 편히 쉬어본 게 언제였던가?

다리에 힘이 풀리기 직전 간신히 침대에 가닿았다. 옷을 전부 입은 채, 흉터 난 목에 스카프를 여전히 단단히 두른 채 이불을 끌어당겼고, 손은 본능적으로 배를 찾아가 감싸 쥐듯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고, 눈을 감았지만 꿈조차 꾸지 않았다.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내가 완전히 덫에 걸렸다는 사실만큼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철컥, 문소리가 울렸다.

머리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번쩍 눈이 떠지며 몸이 절로 벌떡 일어났다.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치솟았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가운데, 온몸의 모든 신경이 위험을 경고하며 어두운 방 안을 살폈다.

두 번째 문이 있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문이었다. 아니, 피로에 짓눌려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알파 디미트리의 방과 바로 이어져 있을 그 문이 지금 활짝 열려 있었다.

그의 등 뒤 창문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을 받아, 장신의 그림자가 문간에 우뚝 서 있었다.

알파 디미트리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오직 초록빛 눈동자만을 번뜩이며, 그저 가만히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서늘하게 가슴 깊이 내려앉는 공포 속에서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걸어 잠갔던 문빗장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는 것을.

안으로 들어서는 또 다른 통로는,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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