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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초록빛 눈동자

Author: Sada Vii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5 15:12:34

방을 다 가로지르기도 전에 내 두 손은 이미 그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적성 심사실에서 일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겁고 날카로운 온기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올랐다. 나는 가진 모든 것을 그에게 쏟아부었다. 내 능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응답하며 그의 피와 장기, 그리고 생명이 꺼져가던 모든 구석구석을 쫓아 손상을 메워나갔다.

생각할 시간 따윈 없었다. 오직 매달려야 할 시간뿐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단단한 돌바닥에 꿇어앉은 탓에 등허리가 쑤셔왔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타들어 가듯 욱신거렸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더욱 힘을 밀어 넣었다.

“버텨요. 내 곁에 있어요. 숨을 쉬어요. 제발… 숨을 쉬어 봐요.” 나직이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육체는 거세게 저항했으나, 나는 내 안의 바닥난 줄도 몰랐던 기운까지 끌어모으며 더 필사적으로 맞섰다.

방 안은 점점 어두워졌고, 촛불은 낮게 타들어 갔으며, 시야의 가장자리가 뿌옇게 흐려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독이 아니었다.

이 손상은 외부의 공격으로 생긴 느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오래되고 깊숙한 무언가였다.

그의 몸 안에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내적인 붕괴였다. 극에 달해버린 지병. 바닥에 쏟아진 강장제는 아마도 그 증세를 다스리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알파의 숨소리가 먼저 달라지더니, 손끝 밑으로 뛰는 맥박이 점점 굵어졌다. 그의 가슴팍이 더 힘차게 부풀어 올랐고, 나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 내리눌렀다.

그의 눈이 번쩍 뜨였고, 내 입술 사이로 턱 막힌 숨이 새어 나왔다.

아름다운 숲빛을 머금은 짙은 초록빛 눈동자가 내 얼굴에 고정되었다.

나는 탈진으로 온몸을 떨며, 손을 여전히 그의 가슴에 얹은 채 그 위에 꿇어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흘렀는지도 모를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시선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가 살아났다.

우리 둘 다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방 안에는 차가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내 이마가 그의 가슴 위로 푹 꺾여 떨어질 뻔했으나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안타깝게도, 그 버팀은 너무나 덧없는 것이었다.

문이 쾅 열려 젖혀졌다.

경비병들이 쏟아져 들어오며 방 안은 고함으로 가득 찼다.

“이 여자가 독을 썼다!” 첫 번째 경비병의 목소리가 공기를 찢어발겼다. “방랑자 놈이다! 저 여자가 알파를 죽였다!”

뒤이어 더 많은 고함이 등 뒤에서 메아리쳤다. 방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메워졌지만, 나는 여전히 알파의 곁에 무릎을 꿇은 채였다. 내 손은 여전히 그의 몸 위에 얹혀 있었다.

“난 이렇게 쓰러진 걸 발견했을 뿐이에요.”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항변했다. “내가 살려낸 거라고요. 이 사람은 죽어가고 있었어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다크문 부인이 군중을 헤치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처참한 광경을 훑더니 이내 내게 가닿았다.

그녀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럴 줄 알았지. 내가 직접 저 방랑자에게 강장제를 전달하라 보냈거늘. 우리 알파를 살해하러 기어들어 온 거야. 불한당 같은 낯선 자들에게 성문을 열어주면 꼭 이 사달이 난다니까.”

나를 향해 삿대질하는 수십 개의 손가락과 함께, 방 안은 동조와 분노로 거세게 들끓어 올랐다.

나는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소리를 질렀다. “알파는 아픈 거예요, 내가 살려냈다고요! 직접 봐요! 숨을 쉬고 있잖아요! 깨어났다고요—”

더 많은 말을 쏟아내려 했지만, 왼쪽 눈 꼬리를 잡아당기는 흉터를 지닌 장신의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목소리를 내는 법조차 잊어버린 듯 말문이 막혀버렸다.

소음이 거짓말처럼 뚝 멎었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위압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정체불명의 사내는 우리가 들이쉬는 공기마저 제 소유인 양 당당히 군중을 가르며 걸어왔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알파를 보았고, 나를 보았으며, 우리를 둘러싼 이 아수라장을 차갑게 둘러보았다.

그가 입을 열자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블러드팽 무리의 베타이자, 알파 디미트리 님의 2인자로서 명한다. 이 방랑자를 내일 해 질 녘까지 참수형에 처하겠다. 판결을 기다리도록 지하 감옥에 처넣어라.”

다리에 힘이 완전히 풀렸고, 두 손에서 시작된 한기가 팔을 타고 올라와 마침내 온몸의 감각을 마비시켰다. 세상이 비틀거렸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이 콱 막혀버렸다.

상황을 채 곱씹기도 전에 경비병들이 내 팔을 낚아채 억세게 끌어올렸다. 문가로 질질 끌려가는 내내 알파 디미트리의 초록빛 눈동자가 나를 쫓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움직이기엔 몸이 여전히 너무 쇠약해 보였지만, 시선만큼은 거두지 않았다.

구원자 노릇을 자처한 대가가 고작 이것이었다.

경비병들은 나를 거칠게 끌고 가 집어삼킬 듯 캄캄한 지하 감옥에 내동댕이쳤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차가운 돌벽뿐이었다. 아무리 몸을 웅크려 감싸 안아도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파고들었다. 횃불의 희미한 불빛조차 감방 구석까지는 닿지 못했다. 내가 파멸로 굴러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간수 하나 없이, 내 마지막 밤은 이렇게 흘러갈 터였다.

나는 다리에 힘이 다 빠져 주저앉을 때까지 쇠창살 앞에 서서 기적처럼 문이 열리기만을 바랐다. 결국 벽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와 더러운 짚단 위에 주저앉았다. 두 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한 손은 배를 가만히 짓눌렀다.

내 아이.

스스로를 바닥까지 갉아먹을 정도로 모든 기운을 쏟아부어 버렸다. 그것이 뱃속의 작은 생명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알 수 없었고, 확인할 길도,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배 위를 천천히 문지르며 여신께 속삭였다. 제발 내 아이만큼은 무사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제야 돌벽을 타고 울리는 처절한 흐느낌과 함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외곽 구역 어딘가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있을 제나를 위해 울었다. 내일 죽음을 앞둔 어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 마땅할 아이를 위해 울었다. 한때의 나였던 여인과, 새장에 갇힌 신세를 끝내 벗어나지 못한 채 낯선 이가 되어버린 지금의 나를 위해 울었다.

스카프 아래 목덜미가 화끈거렸다. 팔은 쑤셔왔고 머리는 깨질 듯 지끈거렸다. 굶주림이 속을 쥐어뜯었고 극심한 피로가 뼈마디를 짓눌렀다.

결국 이렇게 모든 것이 끝나는 모양이었다.

그날 밤 잠은 찾아오지 않았고, 아침이 밝았을 때의 나는 전날 밤보다도 훨씬 더 무너져 있었다.

경비병들이 나를 데리러 들이닥쳤고, 그들이 나를 질질 끌고 가기 전에 먼저 제 발로 일어섰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망가진 목덜미를 가린 스카프를 단단히 여민 뒤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걸어 나갔다. 오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내가 무너지는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성을 빠져나가는 길은 끝없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빤히 쳐다보았고, 발걸음마다 수군거림이 뒤따랐다. 그 속에서도 시선을 정면으로 둔 채, 자꾸만 배로 향하려는 손을 억눌렀다.

내 최후를 지켜보려 안달이 난 군중들 앞으로 광장이 넓게 펼쳐졌다.

그러나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제나의 얼굴이었다.

맨 앞줄에 서 있던 그녀의 파란 눈동자가 내게 꽂혔고, 턱을 어찌나 악물었는지 턱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제나가 내 죽음을 그저 지켜만 볼 거라 생각한 것은 내 오산이었다. 그녀는 내게 다가오려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비병이 그녀의 팔을 낚아챘지만, 그녀는 거칠게 반항했다. “손 치워! 내 동생이야—”

다른 경비병이 끼어들었다. “끼어들면 너도 같이 목이 날아간다.”

제나는 그 어느 때보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몸부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찢기는 형벌이었지만, 차마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제나!” 생각보다 더 부서져 나온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멈춰. 제발. 그만해. 난 안 되겠어… 제발 그냥 멈춰.”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굳어졌다. 그녀의 얼굴 어딘가가 산산조각 났고, 마침내 내 무언의 메시지를 알아들은 듯 저항을 멈췄다. 경비병들이 여전히 그녀를 억누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만큼은 끝내 나를 떠나지 않았다.

베타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서늘한 눈빛으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우리 법률에 따라 입국을 허가받은 이 방랑자는 알파 디미트리 님을 암살하려 시도하였기에, 그 죗값으로 처형될 것이다. 이는 블러드팽 영역 안의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경고이자 본보기가 될 것이다. 똑똑히 새겨두도록!”

그가 경비병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마지막 발악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외침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난 그분을 살렸다고요! 죽어가던 걸 발견했을 뿐이에요! 그분은 아팠고,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고요! 내 능력을 쓴 거예요! 그 방에서 내가 한 일 덕분에 지금 그분의 심장이 뛰고 있는 거라고요!”

군중 속 몇몇의 표정이 흔들렸지만, 판결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들의 눈에 나는 여전히 살인자에 불과했다.

베타는 바닥을 성미 급하게 딱딱 두드리며 다시 신호를 보냈다.

그들이 나를 끌어다 자리에 앉혔고, 나는 반항하지 않았다. 그저 제나를 응시하며 조용히 배 위에 손을 얹었다. 내게 유일하게 소중했던 두 존재만을 마음에 품은 채 마지막 숨을 거두리라.

경비병들이 참수를 집행하기 위해 자세를 잡는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여자를 놓아라!”

눈이 번쩍 뜨였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몸조차 간신히 가눈 채, 알파 디미트리가 광장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경비병들을 거느린 그가 걸어 나오자 군중이 양옆으로 갈라졌다. 그는 자신의 베타 앞에 멈춰 서서 한참 동안 그를 빤히 응시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참수당할 자는 없다. 내 명령을 거역하는 자가 나오지 않는 한은. 이 방랑자 여인은 나의 개인적인 비호 아래에 있다. 이 여자는 나의 새로운 전속 치유자이며,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다.”

그의 목소리가 광장 전체를 뒤흔들며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의 짙은 초록빛 눈동자가 다시 내게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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