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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알파킹의 후회는 받지 않습니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5 07:19:07

세라피나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카시안은 아리아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눈빛 속에 담긴 것은 지독할 정도로 깊어진 열망이었다.

"파혼서는 접수하겠다. 하지만 원로원이나 여사제회에 올릴 생각은 하지 마라. 내가 직접 검토할 테니."

카시안은 아리아의 은발 한 자락을 살짝 쥐어 올려 입을 맞추었다.

"도망쳐 봐라, 영애. 네가 어디까지 달아날 수 있는지... 내가 직접 쫓아가 볼 테니."

카시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걸어나갔다.

아리아는 카시안이 입을 맞추었던 머리칼을 차갑게 털어냈다.

"착각이 심하군, 카시안."

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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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킹의 후회는 받지 않습니다   39

    수도로 돌아가는 황실 마차 안은, 남부 광산으로 갈 때보다 더 팽팽하고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아리아는 카시안과 마주 보고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마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제 가슴 중앙에 손을 얹었다. 저주의 마인이 소멸된 자리에는, 이제 어머니의 월광 성석에서 얻은 고대 루나의 신성이 충만하게 깃들어 있었다.그녀는 가문의 비밀 장부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가일 백작을 단죄하면서 확보한 남부 무역권의 불법 거래 내역들. 그것은 원로원 의장 발타자르가 오랜 시간 동안 제국 남부의 경제를 독점하고, 그 자금으로 고대 흑마법 세력과 결탁하여 반란을 꾀해왔던 결정적인 증거였다.'발타자르... 너는 전생에서 나를 지하 감옥으로 몰아넣고, 내 가문을 집어삼켜 카시안의 황위를 뺏으려 했었지.'아리아의 자색 눈동자가 차가운 은빛으로 번뜩였다.전생의 비극 뒤에 숨겨진 진실을 완벽하게 파악한 지금, 그녀는 더 이상 카시안의 도움을 애걸하던 무력한 영애가 아니었다. 그녀는 제 손으로 제국 최고 권력자의 목을 베고, 가문의 영광을 완벽하게 되찾을 여왕이었다.카시안은 그런 아리아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의 심장은 아리아를 향한 미칠 듯한 집착과, 이전에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뼈저린 후회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성역 안에서 그녀의 영혼 주변에 서려 있던 지독한 흑마법 저주의 징후. 그것이 자신의 혈육인 발타자르의 짓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카시안은 제 손으로 발타자르의 뼈마디 하나하나를 으깨어버리고 싶은 흉포한 충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 알파킹의 후회는 받지 않습니다   38

    아리아는 폐부 깊숙이 남부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가슴 중앙에서 느껴지던 만성적인 통증은 온데간데없었고, 은빛 루나 마력이 혈관을 타고 그 어느 때보다 명징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제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희고 가냘픈 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제 제국을 뒤흔들 수 있는 고대의 신성이 완벽하게 깃들어 있었다."아리아 영애."뒤처져 걸어 나오던 카시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역 안에서 아리아의 발치 아래 무릎을 꿇었던 알파 킹은, 이제 다시 오만하고 냉혹한 지배자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황금빛 눈동자 깊은 곳에 짙게 깔린 죄책감과 안달은 차마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아리아는 차분하게 뒤를 돌아보았다."예, 전하.""이제 가일 백작과 그 사설 기사단은 녹스가 황실 심문실로 압송했다. 광산 내부의 흑마법 잔재 소탕은 베른 기사단장에게 맡겨두었으니, 우리는 즉시 수도로 복귀한다."카시안은 아리아에게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려 했다. 성역 안에서 확인했던 그녀의 고결함과 무력은 그에게 더 지독한 독점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그러나 아리아는 한 걸음 가볍게 물러서며 카시안의 손길을 차갑게 쳐냈다."성역 밖입니다, 전하."아리아의 자색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전하의 오만한 집착은 성역 안의 어둠 속에 두고 오셨어야지요. 우리는 이제 제국의 수도로 돌아가, 진정한 흑막인 원로원 의장 발타자르를 단죄해야 할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입니다."

  • 알파킹의 후회는 받지 않습니다   37

    아리아의 눈빛이 차가운 은빛으로 번뜩였다.제국 최고 권력층의 정점에 서 있던 자. 전생에서 로제 공작과 세라피나의 뒤에서 실을 조종하며 아리아를 비참한 죽음으로 내몰았던 진짜 흑막의 이름이 마침내 수면 위로 완벽하게 드러난 것이었다.어머니의 환영이 사라지고, 성석의 고결한 마력이 아리아의 손끝에 둥글게 집약되어 작은 은빛 펜던트의 형태로 변해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아리아는 펜던트를 품에 깊숙이 집어넣은 뒤, 단상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카시안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카시안은 단상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지옥의 유황불처럼 타오르는 분노와, 아리아를 향한 절박한 집착이 교차하고 있었다."원로원 의장 발타자르..."카시안의 낮고 서늘한 음성이 성역 전체를 흔들었다."내 숙부라는 자가... 네 어머니를 해치고, 네 영혼에 저주를 심어 너를 비참하게 만들려 했던 진짜 흑막이었단 말이냐?"카시안의 어깨 너머로 사나운 알파의 기압이 흉흉하게 피어올랐다. 자신의 혈육이자 제국 최고 권력자가 아리아를 괴롭혀왔던 원흉이라는 사실에, 알파 킹으로서의 오만함과 죄책감이 동시에 폭발하고 있었던 것이다.카시안은 아리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모든 귀족들과 제국 민중 위에 군림하는 알파 킹이, 지하 성역의 차가운 바닥에서 단 한 여인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카시안은 아리아의 떨리는 은빛 손을 감싸 쥐었다."아리아..."

  • 알파킹의 후회는 받지 않습니다   36

    지하 통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자, 마침내 거대한 암반으로 둘러싸인 고대 신전 형태의 지하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광장 중앙에는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낸 은빛 대리석 기둥들이 높게 치솟아 있었고, 그 중앙 단상 위에 은은한 라벤더 빛을 내뿜는 거대한 자수정 성석이 떠있었다.전 대 루나가 남부 광산 깊은 곳에 봉인해 두었던 고대 성물, '월광의 성석'이었다.그러나 성석의 주변부에는 사악한 검붉은 흑마법 결계가 핏줄처럼 기괴하게 얽혀 성석의 빛을 갉아먹고 있었다. 가일 백작과 제국 원로원의 흑막 세력이 오랫동안 이 성석의 힘을 타락시켜 아리아의 영혼에 저주를 공급하는 매개체로 악용해 왔던 흔적이었다.아리아의 자색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 내렸다."어머니의 성물을 이토록 추악하게 더럽혀 두었군."아리아가 단상으로 다가가려 한 순간이었다.콰르르릉—!성석 주변의 검붉은 결계가 아리아의 생체 마력을 감지하고 사납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닥의 암반이 갈라지며,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고대 흑마법 방어 기계 흉수 수십 마리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튀어나왔다."위험하다, 아리아!"카시안이 사나운 알파의 마력을 폭발시키며 아리아의 앞을 막아서려 했다. 그가 손을 뻗어 사력의 기압으로 흉수들을 짓밟으려던 순간이었다."물러서십시오, 전하!"아리아의 성스러운 일갈이 지하 광장을 울렸다.

  • 알파킹의 후회는 받지 않습니다   35. 알파킹의 후회는 받지 않습니다

    "남부 광산의 흑막이 정리되는 대로... 전하께서는 이 파혼서에 서명하시고 제 삶에서 나가주셔야 할 것입니다."카시안은 파혼서를 올려다보며 차가운 실소를 내뱉었다.그는 아리아에게 한 걸음 다가가, 그녀의 우아한 허리를 강하게 감싸 잡았다. 카시안의 뜨거운 숨결이 아리아의 이마에 닿았다."절대로 안 된다, 아리아."카시안의 눈빛에 광기와 집착이 번뜩였다."네가 나를 거절할수록, 네가 홀로 완벽해질수록... 나는 너를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집어삼킬 테니까."무너진 남부 광산의 입구 앞, 알파 킹의 비틀린 집착과 회귀한 루나 여왕의 차가운 거절이 충돌하고 있었다.어머니의 비밀 성물이 잠든 지하 보물고를 향해, 두 사람의 거대한 운명의 톱니바퀴가 제2막을 향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지하 광산의 어둠은 깊고 음습했다. 바위 벽면 사이로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이끼의 은은한 인광만이 암흑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수백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지하 통로는 습한 흙냄새와 함께 고대 결계의 서늘한 마력이 밀도 높게 감돌았다.아리아는 검은 비단 드레스 자락을 살짝 쥐어쥔 채 망설임 없이 암흑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찬란한 은발 사이로 피어오르는 은빛 루나 마력이 어둠을 가르는 등불처럼 번져 나갔다.그녀의 바로 뒤, 칠흑 같은 제복을 입은 카시안이 그림자처럼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카시안의 온몸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황금빛 알파의 기압이 지하 동굴의 음습한 한기

  • 알파킹의 후회는 받지 않습니다   34

    기사단장 베른 경과 기사들이 일제히 칼을 빼 들었다. 그들이 착용한 갑옷과 검은 불과 며칠 전 카시안이 보냈던 최상급 고대 마법 무구들이었다. 아리아의 은빛 마력이 기사들의 무구와 반응하여 강렬한 연계 결계를 형성했다."돌격하라!"베른 경이 이끄는 실버 앙상블 기사단이 은빛 마력의 방패를 들이밀며 흑마법 흉수들을 향해 거세게 돌격했다.콰앙! 콰드득!최상급 무구로 무장한 기사들의 칼날이 흑마법 흉수들의 몸통을 단칼에 베어 넘겼다. 흉수들이 검붉은 피를 토하며 무너지자, 아리아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소멸하라, 사술의 잔재들이여!"아리아의 손끝에서 피어난 은빛 루나 불꽃이 흉수들의 핵을 정확히 꿰뚫었다. 치지지직 소리와 함께 흑마법의 악취가 완벽하게 정화되어 한 줌의 재로 변해 흩어졌다.단 몇 분 만에, 골짜기를 뒤덮었던 흑마법의 위협이 완벽하게 소탕되었다.그 광경은 알파 킹의 도움 따위는 단 한 조각도 필요치 않은, 완벽한 여왕의 독단적인 지휘이자 성스러운 무력이었다.가일 백작은 사색이 되어 입을 멍하니 벌렸다. 자신이 준비한 최정예 흑마법 흉수들이 아리아의 은빛 마력과 그 기사단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진 것이었다.아리아는 천천히 걸어가, 바닥에 떨어진 흉수의 파괴된 핵 조각 하나를 구두 굽으로 지그시 밟았다.핵 조각 틈새로 가일 백작 가문의 은밀한 마법 문양이 선명하게 비쳐 나왔다.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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