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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달빛 아래, 커피 향과 피향 사이

ผู้เขียน: 초록 개미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18 12:36:11

저녁 늦은 시간. 서울의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골목.

낮에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와 배달 오토바이 소음으로 시끄럽지만, 밤이 되면 묘하게 조용하다.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 ‘힙하다’고 소문난 동네. 낡은 벽돌집 사이로 카페, 빈티지 편집샵, 타투 스튜디오가 빼곡히 들어섰다.

그런데 그 구석진 골목 끝, 낮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카페 하나가 있다.

간판엔 이렇게 적혀 있다.

‘루비 아워 (Ruby Hour)’ 불빛은 희미하고, 커피 향은 묘하게 달콤하다.

그곳의 주인, 박지율. 그는 이 도시의 가장 오래된 뱀파이어로 루비 아워를 중심으로 한 안전 구역의 담당자다.

그가 태어난 해는 1679년, 조선의 임금이 숙종이던 시절. 그리고 그가 뱀파이어가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한때는 궁의 의관이었고, 약초 냄새를 사랑하던 남자였다.

조선에 역병이 돌던 해, 왕명을 받들어 “불사의 약”을 연구하다 결국 스스로 ‘그 약의 실험체’가 되어버렸다.

그 약의 색은 진홍색, 맛은 쓴 피 같았고, 결과는... 영원한 밤이었다.

박지율은 자신이 피를 쫓는 삶을 살아가게 된 후 궁의관을 당장 그만 두었고 한양 외곽의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갈증에 동물들을 사냥해 피를 마셨고, 그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으면 중범죄를 저지른 후 산 속으로 숨어드는 인간들을 사냥하며 연명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아가며 살아가는 삶을 끝내기 위해 시도를 해보기도 했지만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박지율은 아픈 사람을 살리는 궁의관이었다.

그랬던 자신이 다른 이의 피를 먹으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고, 비통한 심정으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부러졌던 뼈는 다시 붙었고 몸에 난 상처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재생이 되었다.

“나는... 이런 모습을 원한게 아니었어!!!!!”

박지율은 분노했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비통한 심정으로 하루 하루 시간은 흘르고 있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이가 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숨어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또 한번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100년이 지난 어느날 자신과 같은 피를 갈망하고 인간을 사냥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들과 함께 인간들과 자연스럽게 융합하여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들과 인간을 해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고, 자신의 후손들이 이어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지금의 박지율은 그렇게 300년 넘게 살아남았다.

그는 이제 혈액보다 커피를 더 사랑한다. 인간을 사냥하는 대신 라떼 아트를 그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박지율은 커피머신 앞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스팀 노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커피향은 언제나 진리지.”

진한 에스프레소 향이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속엔 은근히 달콤한 철냄새— 혈청의 향이 섞여 있었다.

혈청이 섞인 커피는 밤 동안에만 뱀파이어들을 위해 판매가 된다.

낮 동안 이 카페는 아주 평범한 감성적인 외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메뉴판엔 아메리카노, 바닐라라떼, 카라멜마끼아또 등등 다양한 커피 메뉴와 센드위치와 케익을 판매하는 평범한 카페였다.

루비 아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운터 안에서 인간 직원인 매니저 김이솔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서오세요~ 루비 아워입니다!”

인간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곳이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카페로 변한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이 안전 구역이 뱀파이어들이 있다는 사실은 인간 매니저인 김이솔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늦은 오후 7시에 이솔은 퇴근을 하고, 루비 아워의 사장인 지율과 뱀파이어 직원들이 출근을 하기 시작한다.

인간 손님들이 루비 아워를 찾을 때의 밝은 조명은 꺼지고 밤의 루비 아워는 붉은 조명으로 바뀐다.

지율은 뱀파이어 손님 전용 냉장고를 열어 라벨이 붙은 혈청 병들이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A형 저당 혈청]

[B형 카페인 강화 플라즈마]

[O형 루비 블렌드]

그는 능숙하게 혈청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스팀밀크 위에 하트 모양을 그렸다.

‘혈청 라떼 하트’.

“역시 예술은 피로 완성되지. 아니, 피와 커피로.”

그의 카페 ‘루비 아워 (Ruby Hour)’를 중심으로 세워진 안전 구역은 인간들과 어우러져 생활하는 뱀파이어들이 모인 만큼 아지트나 마찬가지다.

밤에 활동하는 그들을 위해 회사로 출근하기 전 혈청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 위해 모여든 뱀파이어들의 사교장이 되기도 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뱀파이어들이 일을 하기 위해 오기도 한다.

모두 이곳에서 피보다 진한 커피를 마시며, 세상에 최대한 자신들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지율은 테이블 위의 루비 라떼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불멸 따위보다, 오늘의 커피 맛이 더 중요하지.”

지율은 이렇게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좋았다. 아침이 아니라, 밤이 시작되는 그 순간 —

커피 향과 함께 하루를 여는 이 조용한 시간. 옛날처럼 인간을 사냥할 필요가 없고 인간 정부와 뱀파이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이 순간이 지율은 행복했다.

“이게 바로 진짜 불멸이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적응하는 거야.”

이제 그는 인간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대신 소수의 인간들에게 협조를 받아 혈청을 제공받는다.

그 혈청이 이 카페의 ‘비밀 재료’가 된다. 그 인간들은 대가로 엄청난 보수를 받았고, 지율은 그들을 ‘공급자’가 아닌 ‘동업자’라 불렀다.

“사람의 피가 아니라, 신뢰의 피로 사는 거지.”

지율은 시계를 한 번 확인한 뒤, 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밤 8시. 인간들의 하루가 끝나는 시간, 그리고 뱀파이어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오전 근무를 맡고 있는 김이솔매니저는 퇴근을 하고 지율과 뱀파이어 알바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시 닫았던 카페의 문을 다시 열고 조명을 바꾸기 시작했다.

박지율은 뱀파이어를 위한 외부 메뉴판을 꺼내 놓으며 퇴근하는 김이솔 매니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바깥의 공기는 낮과 달리 선선했고, 가로등 불빛이 붉은 유리창에 비쳐 카페 안쪽으로 은은히 스며들었다.

“오늘도, 피보다 진한 밤을 준비해볼까.”

루비 아워. 서울의 밤을 책임지는 뱀파이어 카페는 많았지만 안전 구역 내에서만 운영이 가능하다. 공급받는 인간의 혈청은 제한적이라 카페를 오픈할 때는 제약이 많았지만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뱀파이어들은 익히지 않은 동물들의 스테이크를 즐기며 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요즘은 매장에 굳이 방문하지 않고도 배달을 통해 혈청 커피나 핏물이 많이 배인 고기를 직접 집으로 전달 받을 수 있었고, 루비 아워도 커피를 배달 주문하는 뱀파이어들이 많았다.

그 안에는 커피와 혈청이 정교하게 섞여 있었다.

“요즘은 순수한 피보다 혈청 커피가 더 인기라니까.”

지율의 말투는 짐짓 투덜거리는 듯 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굉장히 활기차보였다.

“인간들이 커피 마시듯, 우리도 살아야지.”

루비 아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페 오픈과 동시에 찾은 뱀파이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테이블 곳곳에는 이미 익숙한 단골들이 앉아 있었다.

노트북을 켜놓고 코드를 짜는 야근형 뱀파이어, 스마트폰으로 헌터 트래킹 앱을 확인하는 도시형 뱀파이어, 그리고 조용히 루비 라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은둔형 뱀파이어까지.

루비 아워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뱀파이어 사회의 쉼터, 밤의 정보와 피의 유통이 오가는 거점이었다.

카페 안은 이미 분주했다.

지율은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스팀을 조절하고, 다른 뱀파이어 직원들은 손님들의 주문을 받거나 지율을 도와 커피를 내리기도 하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혈청 냉장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커피머신의 증기음, 그리고 피와 커피가 섞인 향이 공기를 타고 퍼졌다.

밤의 공기와 어울린 루비 아워만의 냄새 — 쓴 커피, 달콤한 철, 그리고 아주 옅은 피향.

그때, 문 위의 작은 종이 “딸랑” 하고 울렸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건 해일이었다.

라이더 재킷에 새겨진 붉은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피앤치킨 (Pee & Chicken)-피보다 뜨거운 배달, 밤보다 빠른 속도’

그는 헬멧을 벗으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짙은 향의 피냄새 대신, 치킨기름 냄새가 났다.

“지율아~! 은재 커피 나왔어?”

지율은 커피머신 위의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완성. 더블 루비샷, 혈청 2ml. 카페인도 2배니까 조심해서 배달 부탁해.”

지율은 손에 들고 있던 테이크아웃 컵을 유리 조명 아래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피와 커피가 섞인 진홍빛 거품 위로 하트 모양의 루비 아트가 번들거렸다.

지율은 컵 홀더를 끼우며 덧붙였다.

“형, 은제 성격 알지? 배달 조심 조심 해야하는거? 잘못 흔들렸다가 커피 조금이라도 튀면 귀신같이 알고 짜증내는거.”

해일은 잘생긴 미간을 찌푸렸다.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자식, 카페인 중독이라니까? 혈청이 아니라 커피가 피 대신 도는 놈이야.”

해일은 투덜거리며 조심스럽게 커피를 배달 가방 안에 넣었다. 손끝까지 신중했다.

루비샷이 한 방울이라도 흘러나오면, 하은재의 ‘불만 피드백’이 새벽까지 이어질 걸 알기 때문이다.

해일의 오토바이 뒷좌석의 배달 가방 옆면에는 붉은 로고가 선명했다.

‘피앤치킨 (Pee & Chicken) 피보다 뜨거운 배달, 밤보다 빠른 속도.’

지율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형이 좀 이해해. 그 자식의 코딩 실력이 그냥 나오는 거겠어?”

해일은 헬멧을 쓰며 코웃음을 쳤다.

“카페인으로 돌리는 뇌는 언젠가 터지고 말거야. 내가 그 모습은 꼭 지켜볼거야.”

“은재의 카페인 사랑은 오랫동안 봐와서 알잖아. 형이 이해해~”

해일은 고개를 저으며 헬멧을 눌러 썼다.

“또라이 같은 놈이야... 그놈은....”

푸념을 늘어놓던 해일은 지율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지율아, 나 간다! 또 배달 들어오는 거 있으면 우리 사무실 뱀파이어들한테 알려줘.”

지율은 루비 블렌드 컵을 닦으며 손을 흔들었다.

“알았어, 형! 오토바이 운전 조심히 해~! 알았지?”

지율의 걱정스러운 말에 해일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연하지~!”

해일은 루비 아워의 문을 열고 뒤를 돌아보았다.

“지율아~ 오늘 퇴근 같이하자. 알았지?”

“그래,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

지율이 웃으며 말했다. 해일은 미소를 지으며 문을 나서자 문 위의 종이 다시 한 번 “딸랑” 하고 울렸다. 그는 오토바이 앞에 서서 헬멧을 눌러 쓰며 말했다.

“오늘 밤에도 열심히 일을 해볼까?”

손목의 시계를 한 번 확인한 뒤, 엔진 스위치를 돌렸다. 부릉—!

붉은 테일램프가 골목을 물들이고, 루비 아워의 불빛이 점점 멀어졌다.

해일은 오토바이를 몰아 은재가 일하고 있는 회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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