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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야근하는 뱀파이어 하은재

Author: 초록 개미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8 12:36:32

보통의 인간들은 뱀파이어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이 있다.

뱀파이어가 해빛에 노출이 되면 소멸 된다는 것.

뱀파이어는 낮 시간에도 충분히 활동이 가능했다.

다만 썬크림을 충분히 가리고 한 여름에는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긴팔을 착용해야만 했다.

다만 뱀파이어에게 가장 큰 문제는 ‘피의 본능’이었다.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하는 것을 알고 있고 지키며 살아가야 하지만 낮에 인간들과 섞여 있다 보면 무심결에 본능이 고개를 들 때가 있었다.

그 한순간의 유혹이..... ‘사냥’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에, 뱀파이어 사회는 오랜 협약 끝에

스스로 규칙을 만들었다.

인간은 낮에 일하고, 뱀파이어는 밤에 일한다.

인간들과 공존하며 뱀파이어의 존재가 들키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규칙이었다.

그래서, 은재가 일하고 있는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대한민국 굴지의 IT회사 블러드앤코드(㈜Blood & Code)는 자연스럽게 야간조와 주간조로 나뉘어 있었다.

인간 직원들은 “야간 팀은 수당 많이 받겠다~”며 부러워했고, 회사 내부 게시판에는 이런 댓글이 달려 있었다.

“야간조 애들, 진짜 피곤하지 않나?”

“그래도 야근 수당 많이 받아서 정말 좋겠다~”

“야간조 월급 많이 받는거 빼면 볼 거 없던데 ㅋㅋ”

그들은 몰랐다. 그 ‘야간조’가 실제로는 진짜 밤의 존재들이라는 걸.

하은재는 그곳에서 일하는 야간조 개발자 뱀파이어였다.

그의 팀은 모두 뱀파이어로 구성되어 있었고, 각자 코드 대신 혈류 데이터를 다루는 천재들이었다.

밤새도록 깨어 있는 건 기본, 카페인과 혈청이 섞인 커피를 수혈하듯 마시며 새벽까지 프로젝트를 돌렸다.

“피보다 진한 건.... 데드라인이지.”

그의 모니터 속엔 수십 개의 코드 창이 떠 있었다.

눈 밑의 다크서클은 그림자처럼 짙었고, 커피잔엔 루비 아워의 붉은 거품이 남아 있었다.

“커피 배달한 게 언젠데, 이 형은 아직도 깜깜무소식일까?”

하은재는 모니터를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화면에는 수십 줄의 코드가 깜빡이고 있었고, 그의 손끝은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 굴지의 IT회사 블러드앤코드의 야간조 개발자.

밤새 서버를 지키는, 피보다 진한 카페인으로 살아가는 뱀파이어였다.

조금만 더 늦으면 전화해서 닥달이라도 할까 고민하던 그때—

회사 현관 밖에서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은재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들어 밖을 바라보았다.

IT회사의 보안 특성상 직원의 허락이 있어야 외부인이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일은 벨을 눌렀다.

“네.... 블러드앤코드입니다. 누구십니까?”

신원 확인을 하는 직원의 목소리에 해일은 목적을 전달했다.

“하은재 팀장의 커피 배달로 왔습니다. 조해일 뱀파이어입니다.”

해일이 벨 앞에서 자신이 배달을 왔다는 이야기에 직원은 문을 열어 주었다.

“아!! 조해일 심판자님이시군요!!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조해일이 들어섰다. 오토바이 헬멧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엔 테이크아웃 컵을 두 개 들고 있었다.

그의 재킷에는 여전히 피앤치킨 (Pee & Chicken) 로고가 번쩍였다.

은재는 커피를 본 순간, 모니터 속 코드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이어~!! 내 커피!”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해일의 손에서 커피를 낚아챘다.

눈빛은 커피만 향했고, 해일은 그저 공기 취급이었다.

“커피 한 방울이라도 흘린 건 아니지? 형?”

해일은 잠시 말이 막혔다. 이놈의 커피 집착은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됐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 은재를 바라보며 한쪽 입술을 끌어올렸다.

“야.... 그래도 인사 정도는 하자? 난 네 커피보다 한 200년은 더 봤잖냐?”

은재는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형 얼굴은 내 코드 에러창보다 자주 봐서 신선하지가 않아.”

해일은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 은재는 이미 커피와 사랑에 빠져 향을 맡으며 황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을 바라보던 해일은 ‘우웩’하는 모션을 취했다.

“야... 토나올 것 같아. 그 표정 좀 어떻게 안되냐?”

은재는 눈동자만 굴려 해일을 잠시 째려보았다가 다시 커피로 시선을 돌렸다.

루비 블렌드의 붉은 거품 위로 빛이 반사되며 살짝 흔들렸다.

그의 눈빛은 거의 신앙심에 가까웠다.

“완벽하다.... 혈청 2ml, 카페인 2배. 온도도 딱 60도야. 역시 지율 형이야.”

그 모습을 보던 해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 몇백 년을 봐온 사이인데, 넌 진짜 이해가 안 된다. 피가 아니라 커피에 미쳐서 살 줄은 몰랐지.”

은재는 무심하게 대꾸했다.

“시대가 변했잖아, 형. 요즘은 피보다 카페인이 잘 팔린다니까.”

해일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커피머신 옆의 쓰레기통을 가리켰다.

“야, 근데 너 저번에 마늘빵 배달 시켰다며?”

“응. 맛있더라. 요즘은 면역도 코딩으로 해결해.”

“....진짜 또라이 맞네.”

은재는 소중한 커피를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모니터 불빛만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손끝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였고, 그가 들이킨 루비 블렌드의 향이 천천히 머릿속을 깨웠다.

“하.... 이 향, 진짜 정신이 돌아온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코드 줄 사이로 피처럼 붉은 경고창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조차도 커피 한 모금이면 견딜 만했다.

“해일 형.”

은재는 여전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지율 형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해일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너, 그 말을 직접 해본 적 있냐?”

은재는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직접 말하면 또 ‘서비스 추가요금’ 붙는거 뻔히 알면서 그런다....”

“야, 너 진짜 인간 사회에 너무 잘 적응한 거 아니냐?”

“적응이 아니라.... 생존이지.”

그때, 커피잔에서 살짝 김이 올랐다. 은재는 향을 한 번 더 맡으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버틸 수 있겠네.”

해일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커피에 이렇게 감정이입하는 놈은 처음 봤다.”

해일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몸을 돌렸다.

“야, 하은재. 형 간다. 일 열심히 해라.”

헬멧을 손에 들고, 오토바이 키를 돌리며 툭 던지듯 말했다. 그의 표정엔 익숙한 피로감과 약간의 걱정이 섞여 있었다.

은재는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커피잔을 손으로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

“응. 그래. 조심히 가고, 나 배웅 못해.”

해일은 어련하시겠냐며 웃으며 은재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하은재는 26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2026년의 지금이 가장 행복했다.

그는 늘 생각했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이든 뱀파이어든, 진짜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시대다.”

사냥도, 굶주림도, 피의 광기도 없었다.

혈청만으로도 충분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다.

코드를 짜고, 커피를 마시고, 새벽까지 모니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 자신을 품어주는 집이 있는 삶이었고, 그게 바로 하은재의 ‘불멸’이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 뱀파이어가 된 날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1757년, 조선 영조 33년. 당시 25살의 은재는 어여쁜 아내와 다섯 명의 아이를 둔 평범한 약초꾼이었다.

매일 새벽 산에 올라 인삼과 약초를 캐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어둠이 그를 덮쳤다.

그것은 짐승이 아니었다.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눈빛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 존재는 그를 사냥했다. 하지만 완전히 죽이지 못했다.

은재의 목을 물고 피를 빨던 괴물은, 자신의 피를 그에게 흘려보내며 사라졌다.

그리고 은재는 살아남았다.

아니, 괴물로 다시 태어났다.

처음 며칠은 지옥 속에서 괴로워했다.

자신의 가족 바로 앞에 있었지만 곁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

피 냄새에 몸이 떨리고,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그는 결국 가족들의 곁에서 도망쳤다.

사람도, 사랑도, 기억도 모두 버리고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산속의 생활은 정말 끔찍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호랑이가 나타났고, 범죄자들이 나타났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도망치기 바빴지만 괴물이 되어 다시 태어난 은재는 그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신처럼 괴물어 살아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피만을 목적으로 한 살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렇게 피에 대한 본능으로 방황하는 은재는 그날도 호랑이를 잡아 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피가 범벅인 얼굴을 들어 보니 한 무리의 뱀파이어들이 서있었다.

그냥 보기에도 그들은 뱀파이어였지만 피에 굶주려보이지 않았다.

의아해 하며 잠시 바라보자,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사냥은 그만하고 우리랑 같이 가는게 어때? 피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그게 은재와 해일의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해일을 만난 은재는 뱀파이어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냥을 하지 않고 안전한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워갈 수 있었다.

결국 피 대신 혈청으로 버티는 방법을 찾아냈고, 자신의 사냥 본능을 누르자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다. 그냥, 오래 사는 인간일 뿐이다.”

지금의 하은재는 그렇게 살고 있었다.

커피 향이 피 냄새를 덮는 세상, 밤의 뱀파이어가 회사원으로 사는 시대.

모니터 불빛 아래,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게 내 평화야.”

하은재는 모니터 앞에서 오류가 난 코드를 찾아내고 있었다. 키보드 소리가 일정한 리듬으로 울렸다. ‘딸칵, 딸칵, 딸칵.’

그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눈을 좁히며 버그를 찾아내고, 몇 줄의 코드를 수정하자 화면의 붉은 경고창이 사라졌다.

“좋아, 한 방에 잡혔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루비 블렌드의 향이 천천히 퍼졌다.

그의 주위엔 다섯 명의 야간조 개발자들이 있었다. 모두 뱀파이어였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했다. 말도, 잡담도, 음악도 없었다.

오직 코드와 화면만이 그들의 대화였다.

눈빛은 날카로웠고, 손끝은 인간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커피 대신 혈청 블렌드를 마시며 새벽까지 집중하는 것이 그들의 ‘생활 습관’이었다.

회사에선 이미 소문이 돌았다.

“야간조 애들은 진짜 로봇이라니까.”

“저 팀은 10분이면 버그를 잡아. 인간들이 절대 못 따라가.”

실적표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인간이 오전에 처리하는 업무량보다 야간 뱀파이어 팀이 세 배는 더 많았다.

그래서 인간 직원들은 늘 말했다.

“야간조는 괴물들이야.”

정답이었다. 그들은 정말 ‘괴물’이었다. 하지만 하은재에게 그건 자부심이었다.

그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효율은 피에서 온다니까.”

팀원 한 명이 살짝 고개를 들고 물었다.

“하 팀장님. 또 커피 주문하실거에요?”

“응. 루비 블렌드 두 잔. 하나는 내 거, 하나는 버그용.”

그 말에 팀원들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번졌다. 그 짧은 웃음은, 밤의 사무실을 잠시 인간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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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근 뱀파이어 : 밤의 연인, 낮의 비밀   23화. 사형집행관 하은재(2)

    은재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그는 사형수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고, 냉혹하게 목의 급소를 물어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사형수는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사형 집행 하루 전..........교도관은 사형수 다섯 명을 각각 독립된 방에 모아,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었다.“너희가 다음 날 경험하게 될 것은... 뱀파이어가 직접 목의 급소를 물어 사형을 집행하는 방식이다.”그 말을 들었을 때 사형수들은 믿지 않았다. 사형이란 것이 보통 인간식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사형수라는 이름만 있을 뿐 집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그래서, 자신들은 20년 정도만 교도소에 있으면 가석방 자격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그런데, 뱀파이어라니..... 자신들은 뱀파이어라는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았다.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만나던 존재아니었었나.....사형수들은 즉각 반발하기 시작했다.“한국은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교도관님 세상에 뱀파이어가 어디있습니까?”“이런식으로 저희 겁주지 마십시오. 교도관님.”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사형수들을 바라보는 교도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믿지 못하겠다면 믿지마라. 다만 한가지 사실은 너희들은 내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는 것이다.”사형수들은 교도관의 말에 몸을 굳혔다. 내일이면 자신들은 죽게된다. 그것도 존재의 유무도 모를 뱀파이어에 의해서 말이다.........그리고 현재 첫 번째 사형수가 사형 집행실로 들어섰다. 그는 자신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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