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세준은 머리가 지끈지끈 쑤셔왔지만, 소파에서 일어나 리아를 향해 다가갔다.
“어떻게 아픈데.”
“으.. 체한 것 같아요.. 아저씨.. 배가.. 막 아파요...” “가지가지 하세요.”TV 아래 서랍장을 열어 사혈기를 꺼냈다. 그리고 일회용 바늘을 끼우는 순간, 리아는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더니 이번엔 방향을 바꿔 뒤로 기어 물어났다.
“뭐 하냐? 씨발, 유격훈련해?”
“그거 싫어요...” “손 따.” “아저씨가 따면.. 손가락에 구멍 날 것 같단 말이에요...” “아직 덜 아프구만. 어?”도망은 의미가 없었다. 애초부터 가능할 리 없는 일이라는 듯 그대로 엄지손가락이 붙잡혔다.
“하, 하지 마요! 하지 마!”
“입 안 다물어?”- 똑.
“꺄앙!”
- 똑. 똑. 똑.
“끄아아앙..!”
“염병, 귀 터지겠네. 조용히 안 해?” “왜... 왜 열 개나 따요. 으아아앙..!”세준은 그 작은 손가락에 정말 10개의 바늘구멍을 내어버렸고, 단단히 체를 한 모양인지 검은 피가 마디 끝에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알코올 솜으로 피를 닦아내며 리아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눈시울은 붉었고, 꾀병은 아닌 건지 핏기가 없긴 했다.
“가서 누워.”
“...네?” “소화제 갖다 줄 테니까 먹고, 자빠져 자.” “네...”잠시 후, 소화제를 꿀꺽꿀꺽 넘긴 리아가 침대에 눕자 세준은 그제야 안심한 듯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덥석. 새끼손가락 하나가 붙잡혔다.
“안 놔?”
“아저씨... 저... 그거 해주면 안 돼요?” “뭐.” “그거 있잖아요.. TV 보면.. 막.. 엄마 손은 약손.. 그거요..”이 미친 기지배가 또 뭐라는 거야? 뭐? 엄마 손은 약손? 배때기를 확 때려줘야 정신을 차리려나. 사람을 진짜 뭘로 보고.
“애기야. 자빠져 자라고 경고했어.”
리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미 도세준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손을 자신의 배 쪽으로 끌어올려놓고, 시계방향으로 어설프게 돌리며 중얼거렸다.
“엄마 손은 약손..”
손은 물론 몸까지 제대로 굳어버렸다. 배 위에 얹힌 손바닥 아래, 숨결이 미세하게 오르내렸다. 전해지는 체온도 생각보다 높았다.
“야.”
그럼에도 리아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반쯤 감은 채, 더 느리게 원을 그렸다. 마치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처럼.
“조금만요.. 진짜 안 아픈 것 같단 말이에요..”
이를 악물었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기대였다. 누군가에게 받아본 적 없는, 오랜 시간 기다렸던 기대.
그게 더 거슬렸다. 손을 떼려는 순간 리아의 손에 더 바짝 힘이 들어갔다.
“딱 5분 만요... 5분만.. 네?”
“골 한번 존나게 때리네.”몇 초, 아니 몇 분이 흘렀다. 리아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고, 이제는 손바닥이 알아서 원을 그렸다.
무슨 배가 이렇게 손바닥만 한지. 조금만 크게 움직여도 골반뼈는 물론 브래지어 와이어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래도 오늘은 속옷은 입었네, 아. 생각해 보니 슬립도 입고 있었구나.
이불을 살짝 내려보자 새하얀 가슴골이 오르락내리락, 일정하게 움직였다. 목선도, 쇄골도. 어깨도. 하나같이 아름다운 곡선들의 향연이었다. 벗기면 어떤 모습일까, 얼마나 더 예쁠까.
알아서 만지라고 손까지 덥석 잡았는데, 위에 확 올라타 매운맛을 보여줘야 되나.
어디부터 빨아줄까, 어디부터 어떻게... 아, 아니지, 아무리 쓰레기여도 아픈 기지배를 건드리는 개쓰레기는 되면 안 되지.
“이 기지배가 진짜.”
나지막한 목소리에 잡고 있던 손가락이 스르르 풀렸다. 지랄이란 지랄은 요란하게 다 떨어놓고 금세 또 잠이 든 모양새였다.
세준은 그제야 손을 빼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 씨발..”
불을 끄고 방을 나서면서도 손바닥이 오래도록 뜨거웠다. 기분 나쁜 잔열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
“아저씨! 아저씨!”아침부터 집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세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주말이라 늘어지게 늦잠 좀 자려고 했더니, 저 기지배는 아침부터 또 지랄이구나.
벌컥- 방문을 열자, 새하얀 실크 슬립을 입은 리아가 생글거리며 다가왔다.
“아저씨! 저 다 나았어요.”
“근데.” “치이, 자! 선물이에요.”눈앞에서 요상한 물건이 흔들렸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색깔은 분명 핑크색인데. 꼭 솜사탕 같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거라는 건 확실했다.
“뭔데.”
“이거 스칸디아모스요!”하아, 얘는 또 뭐라는 건지.
“그게 뭔데.”
“공기 정화 식물이에요!” “내 카드로 산 거잖아?” “네!” “근데 그게 선물이야?” “아...”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잠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아침부터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너나 가져.”
“왜요! 귀엽잖아요. 물도 안 줘도 되고, 햇빛도 안 쬐어줘도 돼요!” “어. 꼭 너 같네.”끝까지 받아 들지 않자, 리아는 씩씩거리며 세준이 잠을 잤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침대 옆 협탁에 보란 듯이 내려놓았다.
“제발 얌전히 좀 있으라고.”
“네!”대답이 유난히 경쾌했다. 세준은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며 이마를 짚었다.
한가로운 오후, 새근새근 잠이 든 세화의 얼굴을 바라보던 중 인아의 핸드폰이 갑작스레 울렸다.짧은 진동이 여러 번. 잠시의 틈도 없이 끊임없이 울렸고, 무슨일인가 싶어 화면을 확인한 인아는 화들짝 놀랐다.소화의 어린이집, 노을반 부모들의 단톡방이 그야말로 난리가 나버린 것. - 혹시 제가 잘못 들은 걸 수도 있는데요... 혹시 서율이 어머님 관련해서 들으신 분 계세요?- 무슨 일이요?- 저도 어제 다른 분께 들었어요. 그분, 유명한 AV배우로 활동중이라는 얘기가 있던데요...- 진짜요? 서율이 어머님, 맞나요? 보고 계시나요?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건, 그 홍아린이라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구나. 아무래도 소란의 당사자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저도 그래서 여쭤보는 거예요. 처음엔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문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까, 진짜 비슷한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성함도 그렇고....근데 서율이 엄마가 그 여자였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톡방에는 워낙에 관심이 없었지만, 김서율. 그 이름은 소화가 쫑알쫑알 얘기했던 이름이었다. 서율이는 양보도 잘 하고, 사과도 잘 하고. 그래서 선생님들이 다 예뻐한다고.이 와중에도 말들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럼 우리 애들이랑 매일 같이 지내는 거잖아요?- 아이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그런데 저는 좀 불편하긴 하네요.- 저도요. 솔직히 아이가 그 집에 놀러 가겠다고 하면 걱정될 것 같아요. 과한 반응일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지 않나요?- 아이들한테도 나중에 알려질 텐데...- 근데 그게 애들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른들 이야기일 뿐이잖아요.- 물론 그렇긴 한데요, 저는 원장님께 한번 말씀드려보려고요. 이런 건 유치원에서도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뭘 말씀하시게요?-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한테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요즘 애들, 성에 눈을 뜨는 시기가 이르잖아요.잠시 후, - 안녕하세
꼭 연예인을 만난 기분이 잠시 들긴 했지만, 호준은 자켓 안 주머니에서 명함 지갑을 꺼내들었다.차를 세워둔 곳은 유치원 주차장이다. 그렇다면, 이 여자 역시 유치원에 방문했다는 뜻."같은 학부모 같은데, 깔끔하게 보험으로 처리하죠."명함을 받으며, 이제야 호준의 얼굴을 올려다본 여자가 흠칫 놀랐다.여자의 정체는 홍아린이었고, 호준의 말대로 아이를 등원시키던 길에 접촉 사고를 냈던 것이다.아린은 호준의 얼굴을 모를리 없었다.'하필 여기서, 이렇게 만난다고? 왜...?'비록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강인아의 채널에 직접 댓글을 달고 스폰으로 몰아갔던 장본인이었으니까."저기요?""아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호준의 차가 그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아린은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날의 일을 얼마나 후회했던가. 그 강인아라는 여자도 어느날 갑자기 소리 소문 없이 채널을 정리하더니, 혹시 결혼까지 골인한 건가?여전히 미안한 감정은 남아있었고, 강인아도 도호준도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랐다. 왜냐면, 자신 역시 누구보다 행복하니까.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차에 올라탄 아린은, 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응, 서율이는?""등원 잘 했지. 근데, 접촉사고가 조금 있었어.""뭐? 괜찮아? 안 다쳤어?""으응, 서율이 데려다주고 난 뒤에 난 사고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자기 말이야, 자기.""나도 멀쩡해요."수혁은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여전히 감독 일을 이어가고 있었고, 아린은 공백기를 가진 후 다시금 촬영에 복귀했다.결혼은 계획의 한 부분이었지만, 출산은 아니었다.피임 부작용이 생겨 잠깐 멈췄던 그 찰나에, 아이가 덜컥 들어서 버린 것.그때부터 인생에는 예기치 못한 큰 변화가 생겼지만, 이제 와서 엄마로만 살아가긴 죽어도 싫었다.여자로서의 삶이 완전히 끝나는 것 같아서."사고 접수하고 촬영장으로 갈게.""응, 서두를 필요 없어."***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호준은 인아에게 오늘 있던 일을 넌
인아의 눈이 동그래졌다."뭐라고요? 갑자기요?""어. 내 인생에 딸 둘도 이미 넘치는 축복이고. 우리 집도 공주 셋이면 충분하잖아.""아버님 아시면 큰일나요.""큰일 안 나."세상에,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혼자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인아는 호준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으며 괜스레 장난을 쳤다."드디어 생산직에서 서비스직이 되는 건가요?""혼나.""왕비를 혼낼 수는 없을 텐데요.""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공주 둘의 엄마면 왕비잖아요."하여간, 기지배가 확실히 똑똑해졌다니까.그의 손이 인아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전할 말은 끝났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었다."정관수술 해도, 정액 양은 안 줄어든대.""...네?""혹시 걱정할까 봐.""아.... 그런 것까지는 안 궁금했는데."그때,"뿌아아아아아앙....!"아기 침대에 누운 세화가 울음을 터뜨렸다.인아는 서둘러 옷을 추스르고는 벌떡 일어나, 세화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우리 딸도 아빠 말이 어이가 없었구나. 아구 똑똑해, 아구 기특해.""뭐? 기특?""됐고요, 너무 아쉬워요. 세화한테는 젖도 못 먹이고."호준 역시 바지춤을 추스르며, 협탁 위에 놓인 태블릿 화면을 바라보았다.진짜 공주는 어찌나 예쁜 꿈을 꾸는지, 손가락을 쪽쪽 빨며 꿈나라를 여행중인 모양이었다.지금이라도 방문을 벌컥 열고, 온 얼굴에 뽀뽀폭격을 내리고 싶을 만큼 말이다."뭘 아쉬워. 아빠가 대신 배 터지게 먹었는데.""어머, 미쳤나 봐.""솔직히 맛은 더럽게 없더라.""근데
육 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세화는 여전히 한 가족이 되지 못했다.입양 심사는 생각보다 까다로웠고, 반드시 필요한 절차와 시간은 상상 이상이었다.하지만 결심이 끝나서 그런지, 그 시간이 그리 애타고 불안하진 않았다.온 가족이 주말마다 보육원을 찾았고, 그럴수록 소화의 작은 머릿속에도 세화라는 이름이 자리잡기 시작한 모양이었다."떼화눈 온제 지짜 동생이 돼?"호준이 소화의 말랑한 볼에 코를 비볐다."공주야, 세화를 왜 이렇게 기다려? 동생이 그렇게 갖고 싶어?""아가잖아. 그래서 기여우. 이름두 조아.""그랬구나. 아빠 눈에는 우리 공주도 애기고, 그래서 귀엽고, 어디든지 다 예뻐.""쩌엉말?""그럼. 아빠는 거짓말 안 해."꿀이 뚝뚝 떨어지는 다정스러운 부녀의 대화에 인아는 설거지를 하며 피식피식 입꼬리를 올렸다.씹, 씨발, 썅, 미친, 좆.세상에 험한 욕이란 욕은 입에 달고 살던 인간이 세화가 태어난 이후부터는 아빠의 정석이 되어버렸다.그 사실이 왜 이렇게 웃기던지. 오늘따라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아버렸다."소화야, 소화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움마!""푸하하하."호준이 소화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저 기지배는 철이 바짝 든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땐 영락없는 철없는 기지배다."상관없어. 아빠가 소화를 짝사랑하면 돼.""그게 무야?""있어. 엄마가 아빠한테 엄청 오래 했던 거."?이번에는 인아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나왔다.물론 먼저 좋아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엄청 오래는 아니지 않나?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그때, 소화가 꺄르르 웃으며 크게 외쳤다."끼지배! 끼
평화로운 저녁.아기 의자에 앉은 소화가 숟가락을 꼬옥 쥐고는 입을 앙 벌렸다. 미역국에 말아준 밥이 꽤나 맛있는 모양이었다."공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지.""꺄악!"호준과 인아는 엉망이 된 식탁과 소화의 얼굴을 보면서도 함박 웃음을 머금었다.오늘따라 양갈래로 묶은 머리는 왜 이렇게 앙증맞고 귀여운 건지, 이건 무슨...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존재가 따로 없었다."그렇게 맛있어?""웅, 근데 압빠. 나두 동생.""뭐?""수챠니눈 동생이랑 똑가튼 옷 입눈대. 로션두 똑가툰고 바룬대."부부의 눈동자가 단번에 마주쳤고, 역시나 인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물어버렸다."우리 딸,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웅, 아니문 언니두 갠차나.""만약에, 엄마가 소화보다 동생을 더 많이 안아줘야 하면 어떡할 거야? 그건 동생을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더 어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거든."소화가 미역이 잔뜩 달라붙은 손으로 턱을 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훔, 원래 동생은 그런거쟈나.""뭐라고..?""수챠니가 그래써. 동생은 작아서 더 마니 울고 더 마니 이뿌다고 해야 한다고."호준의 손이 소화의 볼을 쓰다듬었다. 놀랍게도 눈시울마저 붉어져 있었다."우리 공주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똑똑해?""움마.""정말? 그쪽은 아닐 텐데.""움마."도무지 인정할 수 없었지만, 사랑하는 딸 앞에서 더한 부정은 금물이었다.그나저나 우리 소화가 언제 이렇게 큰 건지, 말은 또 어쩜 이렇게 잘 하는지.울컥거리는 마음을 꾸역꾸역 참아내던 호준은, 제대로 사레가 걸려버렸다."컥.""
그날 이후, 인아와 호준의 사이에는 조금씩 냉기가 돌았다.인아는 소화 앞에서는 예전과 똑같이 행동했지만, 소화가 없을 땐 말수까지 눈에 띄게 줄어버렸다.오늘도 소화를 재우고 나온 호준은, 향이 좋은 와인과 치즈를 준비해 침실로 향했다.문이 열리고,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던 인아는 스르륵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뭐하고 있었어?""그냥요. 갑자기 왠 와인이에요.?"분위기 좀 내고 싶어서. 요즘 통 대화도 못 했잖아."인아에게 와인 잔을 내밀던 호준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베개 아래에 반쯤 나온 핸드폰 화면 안, 입양에 대한 글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하,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호준의 시선을 확인한 인아가 흠칫하더니, 핸드폰을 아예 뒤집어버렸다."뭐가요.""우리한테 아이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매일 매일 사랑을 갈구하는 소화가 있잖아. 모든 결정에 있어서 일 순위는 소화여야한다고."인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아니요? 저는 우리 소화 그렇게 안 키울 거예요. 부모의 결정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울거예요."세상에나, 기지배의 입에서 저런 말이 튀어나왔다는 사실에 호준은 뒤통수가 얼얼할 지경이었다.허구한 날 동화책을 읽어주더니 어휘력이 상승한 건가?아니면, 부모가 되어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장모님의 말씀이 진리였던 건가?아무리 그래도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릴 때였다."사랑을 어떻게 나눠서 주냐고."그 말에 인아의 눈이 조금 커졌다.호준은 진심이었다.
아... 로팡.. 총알배송이 가능한 그 어플 말이지? 그래. 거기까지 로그인을 해줘야 마음껏 쇼핑이 가능하구나. 근데 난.. 왜 이 기지배 요청을 하나하나 다 들어주고 있는 거야?“근데요.. 얼마까지 써도 돼요? 3만 원 넘어가도 돼요?” “애기야. 얼마를 긁으면 혼날 것 같은데?” “5.. 5만 원...?” “5만 원이고 50만 원이고. 필요한 거 있으면 사시라고요.” “진짜요?” “거참 말 많네.”강리아는 맹했고, 도세준은 물렁했다. 아니, 한 번도 물렁했던 적이 없었는데 강리아 앞에서만 자꾸만 물렁해졌다. 사는
“아저씨!” “따라와.”일이 손에 잡힐 리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모님은 이미 퇴근을 하셨다. 한가득 든 종이백을 들고 침실로 향하자, 리아가 조심스레 뒤따랐다.“이게 다 뭐예요?" “너. 정신이 있어, 없어.” “네..? 뭐가요...?”리아는 정말 몰랐다. 아저씨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를.“이모님이 네 친구야? 언제 봤다고 헤벌쭉 붙어서 히히덕거려.” “버릇없게 안 굴었어요.. 일도 도와드렸고...” “신경 쓰지 말고 너 할 거 하랬지.” “할 게 딱히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근데요....”또 나왔다
삼십 분쯤 달려 도착한 건물엔 ‘SJ 홀딩스’라 적힌 아크릴 간판이 세련되게 걸려 있었다. 아무리 킬러지만, 그 단어는 명함에 적을 수 없으니까. 명목상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자본을 키우고, 동시에 VIP들의 약점을 수집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물론 의뢰가 들어오면 직원들이 움직인다. 강리아 일은 특별 케이스였고.생각보다 의뢰인이 많다는 것, 그건 스물두 살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도 놀라울 따름이다.뒷문이 열리자, 핸드폰을 확인하던 기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마스터.” “왜.” “그게.. 여자 속옷
“해봤어?” “아.. 아니요..” “그럼 해보고 싶어?”한참을 망설이던 리아가 눈을 꼭 감았다. 이건 또 뭐지? 하겠다는 건가. 그럼 해보지 뭐. 고개를 살짝 꺾어 입술을 맞췄다.“...!”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온몸이 움찔거렸다. 진짜 안 해 봤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새끼 맞네. 뒷머리를 감싸안고 입술을 조금 더 벌렸다. 혀까지 넣으면 놀라 자빠질까, 나름 배려한 행동이었다.리아의 손바닥이 세준의 가슴에 닿았다가, 맨살인 걸 뒤늦게 인지한 듯 화들짝 떼어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랑 첫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