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80화

Author: 류한나
민시후는 참 상대하기 어려웠고 고은서는 그와 더 얽히기 싫어 바로 물었다.

“알겠어요, 언제 시간이 돼요?”

민시후가 답했다.

“내일, 은서 씨한테 이틀 줄게요, 계약 관련 일들은 그동안 마무리해요.”

민시후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고 고은서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설마 일부러 내 앞에서 나를 망신 주거나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거 아니겠죠?”

민시후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미 약속했잖아요. 앞에 함정이 있어도 뛰어들어야죠.”

고은서는 침묵했다.

오후에 고은서는 허 교수를 찾아가 계약을 공식적으로 확인했고 이후 ZY 그룹으로 돌아가 민시후와 합류했다.

“좋아요, 일 끝났으니 축하할 겸 밥이나 먹어요!”

민시후는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고은서는 정중히 사양했다.

“괜찮아요. 다음에 먹으면 돼요.”

“다음은 다음이고 오늘은 약속도 다 취소했으니까 당신이 가야 해요.”

민시후가 말했다.

“또 나를 이용해서 송민아를 따돌리려는 거예요?”

고은서가 물었다.

민시후는 차 열쇠를 집으며 말했다.

“오늘은 그런 거 아니예요. 다음 주면 당신도 ZY 그룹에 입사하니까 미리 환영한다는 의미로 단순히 밥 한끼 먹으려는 거예요.”

민시후가 오늘은 장난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고은서는 결국 그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민시후가 운전하는 차에 고은서는 조수석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약품 홍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은서의 전화벨이 울렸다.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온 전화인 줄 알았으나 화면을 확인하니 박지연이었다.

아마 전미자의 생일이 끝나고 그녀와 곽승재의 이혼 상황을 묻는 전화인 것 같았다.

“지연아.”

고은서는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내가 맞춰볼게. 곽승재랑 아직 이혼 못 했지?”

박지연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고은서는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조금 짜증이 났다.

“오늘 아침에 해외 출장을 갔어. 언제 돌아올지 몰라.”

“내 예상이 딱 맞았네. 곽승재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어게인, 비긴   제281화

    민시후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정말 곽승재랑 이혼하려고요? 홧김에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민시후가 두 사람의 일에 관심을 보이자 고은서는 어이가 없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은서와 민시후는 차로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한 T 국 요리 식당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고은서가 투덜거렸다.“이럴 거면 T 국에 가서 먹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와요?”“그러게요.”민시후는 진지하게 물었다.“여권 가지고 왔으면 바로 T 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 살 수 있어요.”고은서는 민시후를 흘겨보았다. T 국 요리 식당이 멀기는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겨서 기분이 좋았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기이한 꽃과 풀로 가득 찼고 테이블마다 울타리로 둘러싸여 작은 정원에 놀러 온 느낌이었다.주문을 마친 뒤, 민시후는 전화를 받으러 갔고 고은서는 카톡을 확인했다. 곽승재가 답장하지 않아서 전화를 걸자 받지 않았고 화가 난 고은서는 휴대폰을 식탁 위에 내팽개쳤다. 아래층을 내려다보던 고은서는 익숙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금빛으로 도배된 차량의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원지훈이었다. 원지훈은 차 열쇠를 식당 직원한테 건네면서 거만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섰고 여자한테 치근덕거렸다. 고은서는 원지훈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원지훈이 계약한 휴대폰 프로젝트는 화제성이 높았고 민시후가 일부러 떠벌렸기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문제가 많아서 곧 파산할 것이고 백유미가 투자한 돈을 날리게 되면서 고소할 것이 뻔했다.민시후가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올 때 고은서가 웃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불빛 아래에서 더 빛나는 얼굴과 그 위로 피어난 미소는 영락없이 여우의 모습이었다.“은서 씨, 다른 남자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마요.”민시후는 애틋한 눈빛을 하고서 말했다.“웃는 모습을 보는 남자마다 은서 씨한테 반하게 될 테니까요.”고은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민시후를 쳐다보았다.“민 도련님이 조금

  • 어게인, 비긴   제282화

    고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향했고 전화를 받았다.“곽승재, 오늘 이혼하기로 했으면서 왜 갑자기 출장 간 건지 설명해 봐.”“갑자기 발령받은 거야.”곽승재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고 고은서가 따져 물었다.“그럼 언제 돌아오는데?”“일이 잘 해결되면 아마 열흘에서 두 주일 정도 될 것 같아.”“두 주일?”고은서가 목청을 높이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고은서를 쳐다보았다. 고은서는 재빨리 목소리를 낮추고는 물었다.“설마 일부러 이혼하지 않으려고 미루는 건 아니지?”곽승재는 하루가 멀다 하게 이혼을 외치는 고은서가 짜증 났다.“고은서, 비행기 열 몇 시간 타고 도착해서 쉬지도 못하고 너한테 바로 전화했어. 나 좀 숨 쉬게 내버려 두면 안 돼?”고은서도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누가 너더러 아무 말 없이 가라고 했어? 연락이 되지 않아서 숨 못 쉬고 버틴 건 나야!”“이혼하는 걸 몇 날 좀 미뤘다고 숨 못 쉬어?”곽승재는 비수 같은 말로 고은서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럼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숨도 못 쉬고 어떻게 산 거야? 이혼은 어차피 할 거고 출장은 미룰 수 없잖아!”고은서는 화가 나서 되받아치려고 할 때, 민시후가 투덜거렸다.“언제까지 전화하는 거예요? 요리 다 식어요!”“곧 갈게요.”고은서는 눈치를 살피면서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곽승재가 물었다.“지금 어디야?”고은서가 반문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방금 민시후 목소리 같았는데, 너 또 그 사람이랑 밥 먹으러 갔어?”곽승재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은서, 민시후랑 만나는 의도가 도대체 뭐야?”고은서는 물어볼 자격조차 곧 박탈당하게 될 곽승재가 우스워서 일부러 자극했다.“내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민시후는 출신, 얼굴, 몸매 하나라도 빠짐없이 너보다 나아. 몇 번 만나보니 좋은 사람 같아서 너랑 이혼하고 갈아탈 생각이야. 그러니까 빨리 귀국해서 나랑 이혼해. 서로 앞길 막지 말자고!”고은서는 곽승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

  • 어게인, 비긴   제283화

    민시후와 함께 밥을 먹었다면 민시후의 장난에 체할 것 같았다. 민시후가 고른 식당의 음식은 식재료부터 비쌌고 맛은 고급스러웠고 깔끔했다. 고은서는 천천히 음식을 맛보았고 배를 채운 뒤에 결산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실내의 방을 스쳐 지나갈 때, 문이 절반쯤 열린 방 안에서 원지훈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들어올 때는 몇 명 안 되었지만 방에는 이미 열 몇 명이 모여있었고 친구들은 앞다투어 원지훈한테 술을 권하면서 잘 보이려고 애썼다. 고은서는 여자를 품에 안고 술을 마시는 원지훈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가만히 찍었고 고은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보여주려고 했다. 밖으로 나간 고은서가 콜택시를 부르려고 하자 몸이 다부진 남자가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사모님, 댁까지 모실게요.”고은서는 사모님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이 남자가 바로 곽승재가 고은서 곁에 붙여준 기사 겸 보디가드 이준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고은서는 혼자 외출했기에 이곳에 나타난 이준이 신기하기만 했다.“대표님이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요.”고은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본 이준이 대답했다. 곽승재는 고은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이준을 보낸 것이다. 고은서는 갑자기 일이 있다고 간 민시후가 떠올랐다.‘설마 민시후가 갑자기 간 것도 곽승재 짓은 아니겠지? 아, 그럴 리 없어.’고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여기까지 찾아온 이준을 돌려보낼 수 없기에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예원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열 시가 되었다. 이미숙이 물을 떠서 건네며 말했다.“사모님, 사모님 방 옆에 있는 객실을 청소했어요. 도련님이 기사 이준 씨를 집에 들이면 사모님이 외출할 때 이준 씨가 동행할 수 있으니 편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알아서 하세요.”고은서는 덤덤하게 말했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커다란 캐리어를 꺼내서 중요한 물건과 옷을 잘 정리해 넣었다. 고은서는 할머니와 한 약속을 지켰기에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예원 별장에서 지낼 이유가 없었다. 그래

  • 어게인, 비긴   제284화

    “네, 곽승재랑 이혼할 건데 여기서 지낼 수는 없죠.”고은서가 미소를 지으면서 제안했다.“아줌마, 제가 새집을 사면 사직하고 저랑 그 집으로 함께 가요.”고은서는 원래 고씨 가문으로 돌아가 외할아버지와 같이 지내려고 했지만 ZY 그룹에 출근해야 하기에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낼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 근처에 새집을 마련했다. 고은서의 말을 들은 이미숙은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사모님, 이혼이라니 그게 무슨... 도련님과 잘 지내셨던 거 아니에요? 도련님은 사모님이 나가시는 거 아세요?”“제가 직접 말할 거예요.”고은서는 이삿짐센터 직원과 같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예전에 이미숙과 함께 잘 입지 않는 옷을 기부하거나 팔았고 나머지 옷 중에서 산 지 얼마 안 된 옷과 유독 좋아하는 옷, 그에 맞는 쥬얼리와 가방, 화장품을 캐리어에 넣었다. 하지만 다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캐리어 여러 개를 가득 채웠기에 이삿짐센터에 신청한 것이다.두 직원이 캐리어를 들고 내려갔고 그 뒤를 따라가던 고은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결혼할 때 외할아버지는 고은서가 잘 지내지 못할까 봐 옷, 신발, 이불 그리고 각종 생활용품을 차 두 대에 꽉 채워서 보냈지만 더 주지 못해서 마음 아파했었다.고은서는 곽승재의 돈으로 쥬얼리와 금을 사두었기에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빈털터리로 내쫓기지는 않았다. 가방을 든 고은서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이미숙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발만 동동 굴렀다.“사모님, 도련님이 돌아온 후에 다시 얘기해 보면 안 될까요?”“아줌마, 그동안 저를 보살펴줘서 고마웠어요. 아까 제가 한 제안은 다시 생각해 보고 알려주세요.”말을 마친 고은서는 대문을 나섰고 이삿짐센터 전용 차량에 물건이 꽉 들어찼다. 이 물건들은 잠시 해성시의 어느 한 호텔로 보내질 것이다. 고은서의 외할아버지는 친구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슬퍼했기에 괜히 집에 돌아가서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은서는 마세라티를 직접 운전해서 호텔로 가려는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발신자가 곽승재인 것을

  • 어게인, 비긴   제285화

    곽승재는 고은서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차갑게 말을 이었다.“두 시간 내로 다시 돌아가. 그렇지 않으면 아까 말한 돈은 못 줘.”고은서는 곽승재의 거만한 태도가 거슬렸고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안 줘도 돼. 난 돈을 좋아하지만 너랑 부부로 묶여있는 게 조건이라면 절대 안 가질 거야. 나 스스로 벌 수 있으니 굳이 네 돈을 쓰지 않아도 돼.”곽승재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며칠 전에 있었던 사고를 벌써 잊은 거야?”고은서가 잊을 리 없었다.“서인수는 잡혔으니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리고 사고당할까 봐 무서워서 예원 별장에만 있을 수 없잖아?”“고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만... 두 주일 정도만 집에 있어 주면 돼.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곽승재는 한결 부드럽게 말했지만 고은서는 단호했다.“아니, 하루도 그곳에 있기 싫어.”만약 이사하기 전에 이 조건을 들었다면 며칠 동안 집에 있었겠지만 이미 집을 나와서 자유를 만끽하는데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곽승재는 냉철하고 똑똑한 상인이라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았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위자료에 대해 말할지, 아니면 고은서더러 정신 손해배상금과 고용인 월급을 내놓으라 할지 모르는 일이다. 고은서는 남의 돈을 욕심내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 생각이었다. 고은서가 단호하게 말하자 곽승재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그래, 고은서 네 마음대로 해! 내가 귀국하면 그날로 이혼하는 거야. 네가 후회해도 소용없어!”곽승재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고은서가 입을 열었다.“잠깐만!”곽승재의 화가 누그러들었지만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아까 한 말 다시 한번 해줄래? 그때 가서 말 바꾸면...”뚝.고은서가 다 말하기도 전에 곽승재가 전화를 끊었고 휴대폰을 사무실 책상에 내리쳤다. 휴대폰 액정이 나갔고 더는 쓸 수 없는 형체가 되었다. 업무 보고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주민기는 수명을 다한 휴대폰이 안쓰러웠다.고은서의 위력은

  • 어게인, 비긴   제286화

    민시후의 등장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호텔로 드나드는 여자들은 고은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평범한 옷차림의 여자가 왜 이런 남자 곁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부러워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은서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민시후의 차에 타기 싫었기에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 지나서 밖으로 걸어 나가려 했다. “은서 씨!”민시후가 손을 흔들면서 미소를 지었다.“여기예요!”고은서는 어이가 없었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민시후 곁으로 다가가 차에 올라탔다. 민시후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차 문을 닫아주었고 운전석에 앉았다. 두 사람이 떠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고은서가 불쾌한 어조로 물었다.“민 도련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술집에 가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차려입고 왔어요?”민시후가 반문했다.“이 정도는 입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꾸며도 뭐라고 하네요.”고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민 도련님, 잘 차려입은 도련님과 같이 가려니까 민망해요. 다음부터 편한 차림으로 오면 안 돼요?”민시후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안 되죠. 비록 은서 씨는 보는 눈이 없지만 예쁘잖아요. 예쁜 여자를 만나러 가는데 응당 잘 차려입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죠.”고은서는 어이가 없었다.“쪽팔리는 것 말고는 하나도 모르겠는데요.”민시후는 고은서를 훑어보더니 말을 이었다.“은서 씨 T예요? 다른 여자들은 남자가 신경 쓴 티가 나면 좋아하던데, 은서 씨는 어쩐지 더 싫어하네요.”고은서는 민시후의 말을 무뚝뚝하게 받아쳤다.“그렇게 생각하시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번에 우리 별로 친하지 않다면서요, 그러니까 굳이 꾸미지 않아도 돼요.”고은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설마 이거 수작 부리는 건가요?”“저는 은서 씨 재능을 높게 사서 직접 보고 싶어서 그런 건데 왜 제 마음을 의심하세요? 제가 일말의 믿음조차 저버린 건가요?”민시후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말하자

  • 어게인, 비긴   제287화

    사람들이 박수치자 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고은서가 테이블로 돌아왔고 민시후는 박수치면서 말했다.“조회수가 높게 나올 만했네요! 원래부터 실력자인 건 알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들어보니 더 벅차요.”고은서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그럼요!”고은서는 드럼 선생님이 특별히 아끼던 제자였다. 이때 민시후가 술잔을 들면서 말했다.“자, 은서 씨를 위해서 건배!”마침 술집 매니저가 고은서한테 칵테일을 만들어 주었다.“고은서 씨 연주 잘 봤어요. 이건 가게 새 메뉴인데 고은서 씨께 드리고 싶어서요.”고은서는 칵테일 잔을 건네받고 말했다.“고마워요.”칵테일은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서 알코올 향이 나지 않았다. 칵테일을 마신 뒤, 고은서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민시후한테 물었다.“민 도련님, 임무도 완성했고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가봐도 될까요?”민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럼요, 같이 가요.”민시후는 고은서에게 차 열쇠를 건네면서 말했다.“난 많이 마셨으니 은서 씨가 운전해요.”고은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기사님을 부르세요, 저는 콜택시를 부를 거니까요.”민시후는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은서 씨를 데려온 사람이 저니까 호텔까지 데려다주어야죠. 저는 신사다운 남자잖아요.”고은서는 더 이상 말싸움하기 싫었고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차 열쇠를 가지고 민시후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호텔 앞에 도착한 뒤, 고은서는 민시후더러 기사를 불러라고 재촉하면서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러자 민시후도 안전벨트를 풀면서 미간을 주물렀다.“어지러워서 저도 오늘 여기서 자야겠어요.”고은서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물었다.“민시후 도련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민시후는 고은서를 흘겨보더니 입을 열었다.“오해한 것 같은데, 저는 유부녀한테 관심 없어요.”고은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요즘 따라 왜 이러는 거죠?”어제 식당에 갈 때부터 어딘가 이상했고 오늘은 지나치게

  • 어게인, 비긴   제288화

    사진을 확인한 백유미는 하얀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민시후라는 것을 눈치챘다. 고은서가 민시후한테 기대서 호텔로 들어서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민시후는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원수처럼 싫어했던 곽승재의 아내 고은서와 가까이 지낼 줄 몰랐다. 민시후는 곽승재의 지인들과 말도 섞지 않는 사람이었다.백유미는 예전에 고은서가 민시후의 병문안을 간 모습을 본 적이 있었고 명운과 연관된 일로 합작한 건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이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될 줄 몰랐다.‘고은서가 화가 나서 곽승재한테 복수하려고 일부러 민시후를 유혹한 거야, 아니면 민시후가 고은서를 유혹해서 곽승재의 심기를 건드리려는 거야?’[백유미: 잘했어, 호텔 안으로 들어가지 마. 오늘 지훈 씨는 아무것도 못 본 거야.]백유미가 원지훈한테 문자를 보냈다. 이 사진이 곽승재 손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된 일인지 샅샅이 조사할 것이 분명했기에 원지훈이 찍었다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원지훈: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해요.]원지훈의 답장을 확인한 백유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지금 당장 곽승재한테 사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때가 되면 사진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면 고은서가 아무리 설명해도 곽승재 마음에 단단히 꽂힌 가시가 되어 떠올릴 때마다 아플 것이다.한편, 호텔 로비로 들어간 민시후는 고은서와 같은 층에 있는 방을 잡았다. 민시후는 고은서를 부축한 채로 고은서의 방까지 들어갔고 문을 닫자마자 고은서는 팔을 뿌리쳤다.“당장 방으로 돌아가세요, 지금 기분이 상당히 나쁘거든요.”민시후는 고은서를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었다.“제가 실수한 것처럼 말하네요. 은서 씨는 유부녀고 저는 솔로거든요? 따지고 보면 제가 더 손해 본 것 같은데요.”고은서를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네, 민 도련님 말이 다 맞아요. 위대한 솔로 민 도련님, 연기가 끝났으면 당장 나가주세요.”민시후는 소파에 눕더니 눈을 감고 말했다.“두 시간 뒤에 갈게요.”고은서가 고개를 갸웃거리

Latest chapter

  • 어게인, 비긴   제1108화

    지난번 숙모에게 가방을 선물했을 때, 숙모가 엄청나게 기뻐했던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그래서 이번엔 삼촌에게도 뭔가를 사서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서는 노 사장님에게 코담배병을 어디서 샀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가족에게 드릴 선물로 하나 사고 싶다고 말을 덧붙였다.“이건 친구가 선물한 거라 어디서 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노 사장님은 미안한 듯 말했다.고은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그냥 예뻐서 한번 여쭤본 거예요. 나중에 백화점 가서 한번 골라볼게요.”“아가씨는 참 효심이 깊구먼.”노 사장님은 칭찬을 몇 마디 건넨 뒤, 주문한 메뉴를 주방으로 가져갔다.“은서 씨 아버님께서 코담배병을 좋아하시나요? 선물하시려고요?”여재훈이 부드럽게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전 아버지가 없어요. 삼촌께 드리려는 거예요.”여재훈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그는 고은서를 몇 번밖에 만나지 못했기에 그녀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들었다.“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여재훈은 곧바로 사과했다.고은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괜찮아요. 저희 가족끼리도 잘 지내고 있어요.”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여재훈은 고은서의 그 미소는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때 여재훈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번호를 확인한 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시은아, 왜 그래... 주사 맞는 게 당연히 좀 아프지. 하지만 주사를 안 맞으면 어떻게 낫겠어... 알겠으니깐 떼쓰지 말고, 의사 말 잘 들어.”전화를 끊고 나서 여재훈은 고은서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시은이가 아픈데 주사 맞기 싫다고 하네요.”고은서는 여시은의 이름에 반응이 컸다. 예전에 여시은에게 학대받다 죽은 쿠아가 떠올랐다. 그 기억 때문에 속이 불쾌해지고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그녀는 말없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여재훈은 고은서의 반감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그는 조심

  • 어게인, 비긴   제1107화

    여재훈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서는 여시은이 아픈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밖의 여론이 여시은에게 불리해서 고은서를 만나고 싶지 않았을 뿐일 것이다.요 며칠, 인터넷에서는 여시은과 관련된 뉴스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은서가 KK한테 도움을 요청한 것 외에도, 아마 곽승재도 뒤에서 힘을 써준 것 같았다.“원래 연회 다음 날에 시은이를 데리고 직접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며칠간 일이 좀 많아서 오늘로 미뤄졌어요.”여재훈은 이어 말했다.“오늘 아침에 갑자기 시은이가 열이 나서, 제가 혼자 찾아오게 됐습니다.”“은서 씨, 지난 일은 전부 시은이의 잘못입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여재훈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고은서는 담담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재훈 씨의 사과는 저한테 너무 과분해요. 다만 저를 나쁜 사람으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고은서가 지난번 여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여재훈은 마음이 더욱 불편해져났다.“제가 도우미와 시은이의 말만 믿었네요. 시은이에게는 그 일에 대해 이미 훈계했고, 요 며칠 집에서 반성하고 있습니다.”고은서는 여시은이 그저 여재훈에게 보여주기 위해 반성하는 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여재훈은 여시은을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고 그녀의 이중적인 모습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은 듯했다.고은서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운전 중이던 여재훈도 잠시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한적한 곳에 있는 개인 요리 식당에 도착했다.그 식당은 규모가 너무 크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엄청 좋았다.정원에는 다양한 희귀한 꽃들과 식물들이 놓여 있었고 작은 인공 폭포와 휴식용 테이블과 의자들도 마련되어 있었다.입구 쪽의 돌 테이블 위에는 하얀색의 통통한 고양이 두 마리가 게으르게 햇볕을 쬐고 있었다.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니 고은서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 어게인, 비긴   제1106화

    송민아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저번에 네가 너무 진지하게 말하길래, 나 진짜 겁먹었잖아.”고은서가 다시 한번 웃으며 잡담하듯 물었다.“민아야, 너 예전에 말했잖아. 너랑 네 오빠는 엄마가 다르다고. 그럼 네 아빠랑 네 오빠 엄마는 이혼하신 거야?”송민아는 사무실 밖을 슬쩍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조용히 말했다.“몰래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우리 오빠 엄마는 아빠랑 혼인신고도 안 했대. 둘이 약혼까진 했는데,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오빠 엄마가 아빠랑 결혼하길 거절했대.”고은서는 눈썹을 찌푸렸다.‘설마 송민준의 엄마도 결혼 안 하고 그를 낳은 걸까?’지난번 고은서가 송민준과 함께 바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그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면서 송민준은 어릴 때부터 보호만 받고 자라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고 고은서한테 말한 기억이 있다.그때 그의 말투는 평소의 부드러운 말투가 아니라 약간의 조롱 섞인 느낌이었다. 마치 그의 어린 시절이 순탄치 않았다는 듯이.‘혹시 송민준의 어머니가 결혼도 안 하고 그를 낳아서 상처를 받은 탓일까?’“은서야, 이건 진짜 너한테만 말한 거니까, 절대 우리 오빠한테 묻지 마!”송민아가 신신당부하면서 말했다.“오빠는 이 얘기를 누구한테도 한 적 없어. 분명히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 우리 엄마가 말하는 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더래.”“오빠는 혼자 살긴 해도 우리 엄마한테는 되게 예의 바른 거 있지. 나도 이 비밀 듣기 전까진 우리 둘이 같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줄 알았어.”고은서는 절대 이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도, 송민준에게 묻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민아야, 혹시 너희 엄마가 네 아빠의 다른 연애 상대에 대해 말한 적 있어?”고은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묻는 성격이었다.혹시라도 송민아의 어머니가 송민준 부모의 관계에 끼어든 거라면 송민아의 어머니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냥 어른들 옛날 연애사에 호기심이 생긴 거야. 만약 불쾌했

  • 어게인, 비긴   제1105화

    송민준의 단어 사용은 꽤 신박했다.그는 “어젯밤 그 일은, 네가 의도한 거야?”라고 물었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가 아니라.그러니까 송민준의 말뜻은 그가 어젯밤 일이 여시은을 고의로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고은서의 계획이었음을 알고 있다는 건가?하지만 그 테라스는 비교적 한적했고 로마식 기둥이 시야를 가려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잘 알아채기 어려운 장소였다.고은서가 로비에서 넘어졌을 때 여시은은 빈 와인잔을 들고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이 상황을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시은이 고은서를 민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어떻게 송민준은 고은서가 여시은을 속이기 위해 고육지계를 쓴 걸 알아챈 걸까?고은서는 아예 직설적으로 물었다.“민준 오빠, 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야? 설마 어젯밤 내가 넘어졌던 게 자작극이라고 생각한 거야?”그 말을 듣자 송민준은 웃으며 물었다.“은서야, 그런 뜻이 아니야. 난 그냥 그 농장 영상 말이야, 그걸 일부러 어젯밤 그 시점에 터뜨린 건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알고 보니 송민준은 농장 영상을 묻고 있었던 것이다.그날 송민준의 컴퓨터에서 영상을 확인하고 난 후, 송민아가 고은서에게 이 영상을 바로 여재훈에게 전달할 거냐고 물었을 때, 고은서는 송민준을 경계해 일부러 연회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연회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영상을 공개해 버렸다.송민준이 의심하는 것도 정상이다.“맞아.”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원래는 어젯밤이 지나고 여재훈 씨를 따로 찾아가려고 했는데, 그 상황에서는 여시은이 그런 행동을 할 만한 동기를 증명하려면 그걸 꺼낼 수밖에 없었어.”송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뜻은 없었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네 선택이 맞아, 난 항상 널 지지할 거니깐.”그의 표정을 본 고은서는 확신했다. 송민준은 고은서가 아직 그를 경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그의 성격상, 어젯밤 그녀가 계획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쯤은 쉽게 짐작했을 테니까. 하지만 송민준

  • 어게인, 비긴   제1104화

    박지연은 계속해서 불만을 터뜨렸다.“내가 보기엔 여시은은 태생이 못돼먹었어!”“이번에 그렇게 크게 당했으니 더더욱 널 원망할 거야. 너 조심 좀 해.”박지연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각을 세우기로 마음먹었기에 여시은과 평화롭게 지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앞으로는 여시은을 더 철저히 경계할 것이다.“듣자 하니 곽승재가 내내 널 감싸줬다며? 너한테 점점 마음이 가는 모양이야.”박지연이 코웃음을 쳤다.어젯밤 곽승재가 고은서를 계속 도와줬던 건 사실이었다. 증거를 공개하자고 제안한것도 곽승재의 생각이었고 마지막에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곽승재가 고은서에게 큰 도움을 준 셈이었다.하지만 고은서는 곽승재에 대한 이야기를 박지연과 깊이 나누지 않았다.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던 중 박지연이 고은서에게 뜬금없는 소문 하나를 전했다.“우리 과장님한테서 들었는데, 어제 혜린 씨가 다니는 병원에 조 여사님이 찾아가서 난리를 쳤대. 혜린 씨 남자관계가 복잡하다고, 다른 남자랑 팔짱 낀 사진까지 들고 와서 공개하면서 혜린 씨랑 그 자리에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움 났대!”고은서는 지난번 소동 이후 손자를 중시하는 조수연이 한동안은 조용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작 며칠 만에 또 난리를 친 거였다. 조수연의 전투력은 엄청 대단했다.“아니, 그러다 혜린 씨 혹시라도 애를 지우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고은서가 물었다.박지연은 말했다.“조 여사님 말로는 혜린 씨 뱃속 애가 자기 아들 애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해서 혜린 씨를 끌고 가서 친자 확인하자고 했대. 그래서 둘이 몸싸움까지 벌어져서 이미지도 최악이라 혜린 씨는 한 달 정직당했어.”“혜린 씨 배속에 애가 온승준 씨 애가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그 집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거야? 그냥 진짜 애 아빠랑 결혼하면 될걸...”고은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소문엔 그 남자가 유부남에 애까지 있다고 하더라.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냥 과장님이 흘린 얘기야.”

  • 어게인, 비긴   제1103화

    여시은은 여전히 여재훈의 다리를 붙잡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럼, 아빠가 생각하시는 해결 방법은 뭐예요?”여재훈은 여시은에게 홍보팀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개인적으로 고은서에게 직접 진심으로 사과한 뒤 집에서 2주 동안 자숙하라고 말했다.“제 회사는 아직 개업식도 제대로 안 했는데 공개 사과를 하라뇨? 그럼 모든 사람들이 저를 웃음거리로 볼 거 아니에요!”여시은은 눈이 퉁퉁 부은 채 애원했다.“아빠, 저 은서한테 개인적으로 사과만 하면 안 돼요? 저도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사람들을 이끌기 힘든데,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앞으로 누가 저를 믿고 따르겠어요?”“안 된다.” 여재훈은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은 이미 파장이 커졌고 많은 사람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어. 그러니 모든 사람에게 확실하게 해명해야 한다.”“시은아, 잘못을 저지른 건 무서운 일이 아니야. 진심으로 뉘우치고 성실하게 사과하면 은서 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너에게 다시 기회를 줄 거다.”여재훈은 계속해서 말했다.“사람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네가 잘못했는데 내가 덮어주면 그건 너를 망치는 거야. 그러니까 이 일은 이렇게 결정된 거다!”여시은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고은서를 그저 연못에 좀 빠지게 했을 뿐인데 이게 뭐 그렇게 큰일이라고 이렇게까지 일을 키운단 말인가?’‘공개 사과라니, 이제 예전처럼 모두에게 존경받고 칭찬받던 모습은 끝이라는 거잖아.비록 인터넷의 영상은 지워지더라도 사람들이 나에 대한 나쁜 인상은 지워지지 않을 거란 말이야!’오늘 밤 그렇게 많은 부유층과 정재계 인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녀는 그들에게 최악의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해성에서 쌓아온 그녀의 완벽한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진 셈이다.예전엔 그녀가 울기만 하면 여재훈은 안쓰러워하며 뭐든지 다 용서해 줬었다.‘지금은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아빠는 고은서 때문에 자신의 딸을 벌하려 한다니, 정말 나를 딸로 생각하긴 하는 걸까?’

  • 어게인, 비긴   제1102화

    여시은은 그 말을 듣자 눈이 시뻘게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아빠, 제가 한 게 아니라니까요! 고은서가 일부러 저를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왜 저를 믿지 않으세요!”“시은아!”여재훈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난생처음으로 이토록 차가운 눈빛으로 딸에게 화를 냈다.“너는 어쩌다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 됐니!”“내가 사람을 시켜서 확인해 봤어. 연회장 CCTV 꺼놓은 거, 그거 네가 시킨 거더라.”여재훈은 딸을 억울하게 만들까 걱정돼 CCTV 관련 내용을 직접 조사했다.그런데 정말로 여시은이 꺼놓았던 것이었다.“네가 정말 은서 씨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왜 CCTV를 미리 꺼놓은 거냐?”여재훈은 냉정한 태도로 물었다.여시은은 자신이 고은서의 계략에 걸려든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고은서는 일부러 도발적인 눈빛으로 여시은을 자극했고 곧바로 테라스로 이끌어냈던 것이다. 모두 여시은한테 엿 먹이려는 행동이었다!여시은은 고은서가 쿠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격동적으로 행동해 자신을 밀칠 거라 확신했었다.왜냐하면 고은서는 지난번엔 쿠아를 다치게 한 일로도 크게 충격을 받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엔 반전이 생겼다.고은서는 오히려 침착하게 반격했고 지난번 농장에서의 ‘물에 빠진 사건’ 증거까지 들고나왔다.일이 이렇게 커져 버린 이상 여시은은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여재훈을 향해 소리쳤다.“맞아요! 저 고은서가 너무 꼴 보기 싫었어요! 왜 아빠는 맨날 걔만 칭찬하세요? 이러니깐 제가 질투 나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고은서한테 꼽 주고 싶었어요!”“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에요. 전 잘못한 거 없어요! 후회도 안 해요!”“너!”여재훈은 손을 번쩍 들어 여시은의 뺨을 때리려 했지만, 그녀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는 차마 때릴 수가 없었다.“시은아, 아빠가 평소에 너를 어떻게 가르쳤니? 사람은 자기 양심에 떳떳해야 하고 올곧게 살아야 한다고 했잖아! 근데 너는 어떻게 질투심에 눈이

  • 어게인, 비긴   제1101화

    이미숙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바로 여시은이 고은서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겨 연못 가까이로 끌어당기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그 영상은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올린 것 같았고 화질이 너무 좋은 건 아니지만 전반 상황을 알아보는 데에는 충분했다.영상의 끝에는 고은서와 여시은의 얼굴을 비춘 장면도 담겨 있었다.다소 초라해진 고은서는 곽승재의 부축을 받으며 옆에 서 있었다. 여시은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빛엔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했다.그 와중에 영상의 제목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재벌가 아가씨, 두 얼굴의 진실!]“사모님, 저 여자는 어쩜 저리 독하대요. 이렇게 심하게 괴롭히다니. 누가 폭로해 줘서 다행이지! 이제 세상 사람들 다 그 여자 피해서 다니겠어요!”이미숙은 화가 난 듯 말했다.고은서는 이번 일이 오래 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시은 뒤에는 여재훈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 일로 여시은이 보기 좋게 망신을 당했고, 여재훈 역시 자신의 딸이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테니, 이번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은서는 이미숙의 휴대전화 영상에 대뜸 ‘좋아요'를 눌렀다.한편, 여씨 가문에서.여시은 역시 유튜브 영상을 확인했다. 분노에 찬 그녀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던졌다.밖에 서 있는 박미화가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시은 아가씨, 회장님께서 지금 바로 서재로 오시래요. 할 말씀이 있으시답니다.”이번이 박미화가 세 번째로 말을 전하러 온 것이었다.여시은은 곧바로 얼굴에 드리워진 분노와 짜증을 숨기고는 일부러 슬프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열었다.박미화는 방안에서 반응이 없자 방문을 열려고 하였다. 때마침 여시은이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손을 거두며 사과했다.여시은은 박미화의 손을 움켜쥐었다. 조금 전에 분노로 인해 물어뜯은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살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여시은은 울먹이는 말투로 물었다.“미화 언니, 아빠가 나한테 화 많이 나신 거야? 나 어떻게 해야

  • 어게인, 비긴   제1100화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기사가 차를 라이트문 아파트 앞에 세웠다.고은서와 곽승재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고은서는 샤워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직행했고 곽승재는 거실에 남았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고은서는 의외의 광경을 목격했다. 곽승재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왜 또 왔어? 할 말 있어?”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논의할 게 있어서. 그전에 이 콜라 생강차부터 마셔.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거야.”“사모님, 콜라 생강차는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거든요. 어서 드세요!”이미숙이 차를 가져오며 말했다.고은서는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는 잔을 들어 올리더니 이상한 듯 물었다.“아줌마, 제가 방금 들어온 걸 보지도 못하셨을 텐데 어떻게 제가 감기 걸릴 줄 아시고 미리 차를 준비하셨어요?”이미숙의 눈가에는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곽승재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내가 알려줬어. 일단 마셔.”고은서는 고개를 숙여 생강차를 내려다 볼뿐 이미숙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물론 곽승재의 눈에 비친 기대감도 보지 못했다.생강차의 냄새를 맡아보니 생강 향이 꽤 진했다.고은서는 생강차를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콜라의 단맛과 생강의 톡 쏘는 맛이 어우러져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맛이 어때요?”이미숙이 물었다.“좋네요. 그런데 오늘은 생강을 좀 많이 넣으신 것 같네요. 예전에 만드신 것보다 더 매운데요.”이미숙은 잠시 망설이다가 급히 대답했다.“생강 양을 조절하지 못했네요. 주의할게요.”고은서는 더는 따지지 않고 다시 마시려던 참이었는데 곽승재가 말을 건넸다.“맛이 별로면 안 마셔도 돼.”고은서는 그를 흘겨보았다.“누가 맛없다고 했어? 아줌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건데 끝까지 마셔야지.”“사모님, 도련님과 얘기 나누세요. 저는 할 일이 남아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이미숙은 두 사람의 언쟁을 피하려는 듯 급히 자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