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98화

Penulis: 류한나
고은서는 소파에 앉은 채 다리를 높게 올려놓고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일인 소파에 앉은 곽승재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폰을 들고 통화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사업보고를 듣는 듯했다.

분위기는 아주 기괴했는데 위화감이 느껴지는가 하면 또 말할 수 없는 조화로움도 느껴졌다.

인기척을 들은 곽승재는 전화를 끊고 박지연을 향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지연 씨.”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

박지연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은서가 발을 삐어서 집까지 부축해준 거예요.”

곽승재가 설명했다.

박지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고은서는 확실히 발에 압력 붕대를 감고 있었다.

“왜 나한테 안 알려줬어? 알려줬으면 더 일찍 돌아왔을 텐데.”

그녀가 고은서를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괜찮아. 별로 큰일도 아닌데.”

고은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은서야, 지연 씨도 돌아왔는데 나도 이만 가볼게.”

곽승재는 이내 고개를 돌려 박지연을 보며 말했다.

“은서 잘 부탁해요.”

말하는 속도, 표정, 말투 모든 게 다 알맞춤했는데 너무 열정적이지도 않고 너무 서먹하지도 않았다.

박지연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곽승재는 왜 여기로 들인 거야? 게다가 어떻게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평화롭게 지낼 수가 있어?”

T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고은서는 곽승재를 향한 마음을 완전히 접은 상태였다. 그에 관한 얘기를 꺼낸 적도 없었고 들었다고 해도 모른 척하면서 그를 낯선 사람 취급을 했었다.

심지어 민시후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까지 하고 있었는데 곽승재가 갑자기 태연한 모습으로 쫓겨나지도 않고 집에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곽씨 가문 본가에서 발목을 삐어서 날 병원까지 데려다주고 또 집까지 부축해줬어. 그리고 혹시나 더 다치기라도 할까봐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해서 여기에 있는 거야.”

“정말이야?”

박지연은 고은서의 말을 의심했다.

“그렇다니까.”

박지연은 고은서를 아래 우로 훑어보았다,

‘표정은 정상인데 그래도 어딘가 이상한 것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어게인, 비긴   제799화

    고은서는 협조적으로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무슨 빅뉴스인데?”“한 번 맞춰 봐.”박지연이 일부러 뜸을 들이며 말했다.“육현석이 너한테 프러포즈했어?”고은서가 물었다.“커헙!”박지연은 순간 자신의 침에 사레가 들렸다.“왜 상상력이 갑자기 그쪽으로 넘어가는 거야?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웬 프러포즈야.”“다른 빅뉴스가 떠오르지 않는 걸 어떡해.”박지연은 더는 뜸을 들이지 않고 고은서에게 아침에 육현석한테서 전해 들은 소식을 알려줬다.다름 아닌 백유미가 요 며칠 고열에 시달려 검사해 본 결과 성병에 걸렸다는 것이다.“그 소식을 전해 들은 범가온이 백유미를 찾아가 한바탕 비아냥거렸는데 끝까지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없애는 걸 반대 했다지 뭐야. 백승엽이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대.”‘약간 의외이긴 하지만 너무 놀라운 일은 아니네. T국에서 만난 그 남자들 처음부터 별로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성병을 앓고 있는 것도 너무 희귀한 일은 아니야.’“그런데 이 상황에 태아는 건강하대?”고은서가 물었다.박지연은 일부 성병은 사 개월 안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태아가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그녀에게 알려줬다.그리고 범가온이 아들을 잃었는데 손주까지 잃을 수 없다면서 아이가 배 속에서 죽지 않는 이상 어떻게서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고집부리고 있다면서 상황 설명을 보태었다.“악행에는 악과가 따른다고 다 백유미 업보야.”박지연이 통쾌하다는 듯이 말했다.고은서도 이 모든 게 백유미가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했다.‘만약 그날 내가 원지훈을 설복하는 데 실패했다면 지금쯤 성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내가 되겠지.’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발을 삐인 탓에 이틀 동안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급히 처리해야 할 일은 송민아가 직접 들고 라이트문으로 찾아오곤 했다.이미숙도 이틀 동안 라이트문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며 어떻게 달래도 예원 별장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다행히

  • 어게인, 비긴   제800화

    “은서야, 전에 동물원도 거절했잖아. 이번만은 네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민시후는 자신의 손목에 있는 염주 팔찌를 흔들어 보이면서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나한테 선물도 줬잖아. 그저 주고받는 거라고 생각해.”‘염주 팔찌랑 기업이 어떻게 같아.’고은서는 민시후가 자신이 빨리 자리 잡기를 원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백씨 집안 기업이 아무리 파산했다고 해도 여전히 아주 성숙된 기업이었는데 인수 절차를 마치기만 하면 많은 업무를 또다른 준비 없이 계속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내 고백도 거절했잖아. 그러니까 이 계약서만은 받아줘. 나도 쾌락을 한 번쯤 느껴 보자.”민시후가 말했다.“그럼 넌 주주로 들어와.”이는 고은서가 고민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었다.“아니. 온전히 다 네 거야.”민시후가 단호하게 말했다.고은서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민시후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감동 받았다.그녀는 애써 여유로운 척하면서 답했다.“민시후, 후회하기 없기야. 나중에 내가 돈을 벌어도 넌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해야 해.”민시후는 오랜만에 껄렁대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내 안광도 좋다는 걸 의미하겠지.”약간 애매하게 와닿는 말이긴 했지만 고은서는 자연스럽게 그의 말을 받아줬다.“민 도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노력할게요.”민시후는 고은서의 발을 더 가까이 다가가 보려고 하다가 꾹 참고 소파에 앉은 채 물었다.“아직도 아파? 약은 발랐어?”고은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답했다.“그냥 살짝 삐인 것뿐이야. 안 아파. 의사가 며칠 더 쉬는 게 좋다고 해서 나도 이 기회에 집에서 농땡이 좀 부려 보려고.”민시후는 고은서의 장난을 받아주는 대신 그녀의 발을 빤히 바라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일 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고되게 느껴질 줄은 생각도 못 했어.”그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마음이 아파왔다.“아버지랑 형이 아직도 계속 널 찾아?”민시후는 쓸쓸함을 애써

  • 어게인, 비긴   제801화

    민시후가 망설임의 알아차린 고은서가 입을 열었다.“너무 급한 일이 아니면 여기서 밥 먹고 가.”처리할 일이 있는 건 맞았으나 너무 오랫동안 고은서를 못 본 탓에 이렇게 떠나기는 아쉬웠다.민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려고 할 때 고은서가 말을 보태었다.“전에 병원에서 요리를 잘한다고 큰소리쳤잖아. 오늘 요리 실력 좀 보여줘야지 않겠어?”고은서의 도발에 민시후는 남아야겠다는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그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자신이 거짓말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려 했다.그러나 엄연히 따지면 손님이었기에 이미숙은 모든 일을 민시후에게 떠넘기는 대신 그가 제일 잘하는 음식만 손보게 하고 나머지 음식은 자신이 도맡아 했다.얼마 후, 민시후는 자신이 만든 물고기 요리를 들고 나왔다.송민아는 눈치 있게 이미숙을 도우러 부엌으로 들어갔다.노랗게 구워진 물고기 위에는 견과류가 뿌려있었고 옆에는 녹색 잎으로 플레이팅까지 되어 있었다.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정도의 비주얼이었다.민시후의 기대하는 눈빛 아래 고은서는 망설임 없이 한 입 먹어보았다.오렌지 껍질과 고춧가루 향이 물고기 잡냄새를 잡아준 덕분에 물고기의 특유한 고소한 맛이 미각을 자극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은서도 전에 곽승재의 관심을 받기 위해 요리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민시후의 요리 솜씨와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민시후는 고은서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며 자랑스럽다는 듯 턱을 치켜올렸다.“내가 말했지. 큰소리친 게 아니라고.”고은서가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었다.“물론이죠. 너무 맛있어요.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우리 민 도련님 실력을 의심했네요. 십 점 만점에 십 점을 드리겠습니다.”바로 그때, 이미숙이 폰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는 바람에 전화 너머에 있는 곽승재는 그 광경을 전부 목격하게 되었다.밥상 위에는 아주 맛있게 생긴 음식이 놓여 있었고 고은서는 젓가락을 내려놓는 것도 까먹은 채 민시후의 요리 솜씨를 칭찬하고 있었는데 민시후는 아주 자랑스러워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은

  • 어게인, 비긴   제802화

    고은서에게 거절당한 곽승재는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차에 오르기 전, 곽승재는 손에 있는 버블티를 보면서 넋을 잃은 듯 서 있었다.“곽 대표님?”바로 이때, 뒤에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돌아보니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시은이었다.“진짜 곽 대표님이었네요.”여시은은 약간 의아해했다.“곽 대표님이 왜 여기에 계세요? 오늘 바쁘다면서 저랑 아빠가 같이 밥 먹자고 초대하는 걸 거절하셨잖아요.”곽승재는 아주 간결하게 답했다.“개인적인 일이에요.”그러자 여시은은 그의 손에 있는 버블티를 빤히 바라보면서 부럽다는 듯 말했다.“와, 곽 대표님도 버블티를 마시나요? 이거 해성에서 엄청 이름 있는 브랜드인데 평소에 사려면 줄이 엄청 길던데요.”그러나 곽승재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자리를 뜨려고 했다.“별다른 일 없으시면 먼저 가보겠습니다.”“곽 대표님, 마침 이렇게 만났는데 저랑 얘기 좀 나누시죠?”여시은이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정략결혼 일로 아저씨랑 다툰 걸 저도 알고 있어요. 우리 같이 해결 대책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요?”“저는 정략결혼을 하지 않을 겁니다.”곽승재가 직설적으로 말했다.“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 일로 이틀 전에 은서 씨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이 앞에 양꼬치집 꽤 괜찮다고 들어서 오늘 특별히 저녁도 먹지 않고 찾아온 건데 저 밥 한 끼 사주세요. 그리고 자세한 건 먹으면 얘기하도록 하죠.”여시은이 나긋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두 집안 어른들이 가까이 지내는 데다가 또 사업 파트너이기도 했기에 두 사람은 여러 차례 같은 식사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고은서의 이름을 들은 곽승재도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그는 양꼬치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버블티를 기사에게 건네주면서 당부했다.“몇 잔 더 사서 라이트문으로 가져가.”기사는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곽승재는 이내 양꼬치집으로 들어갔다.여시은은 웃으면서 기사 손에 있는 버블티를 힐끔 보고는 쿠아를 안고 곽승재를 따라갔다.양꼬치 집은 환경뿐만이 아

  • 어게인, 비긴   제803화

    곽승재는 고양이 이름에 관해 아무런 흥취도 없었다.그러나 흥미진진해 하는 여시은을 보며 곽승재는 예의상 궁금한 척했다.“왜죠?”“왜냐하면 당시 만났을 때 고슴도치처럼 털이 곤두서 있었거든요. 그리고 상처를 치료해주려 할 때 저를 향해 쿠아하고 소리 내며 저를 물려고 했어요.”여시은이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곽승재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띠어 보였다.“쿠아 얘기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죄송해요.”갑자기 고은서가 떠오른 곽승재는 정신이 이미 딴 곳으로 가 있었다.‘고은서도 토끼랑 판다 같은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데. 전에 쿠아를 만날 때마다 만져보면서 그랬는데.’“아무래도 우리 여자들의 천성인 것 같아요.”여시은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은서 씨도 동물 좋아하죠? 민시후 씨가 은서 씨를 위해 동물원까지 선물했다고 하던데...”그러나 여시은은 이내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죄송해요. 일부러 기분 나쁘게 하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요.”“다 사실인데 기분 나쁠 일 없어요.”곽승재가 덤덤하게 말했다.그가 민시후를 싫어하는 건 맞지만 고은서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일에서만은 민시후가 그보다 훨씬 성공한 것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바로 이때, 마침 셰프가 식재료를 들고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조용해졌는데 여시은도 눈치 있게 더는 말하지 않았다.철판 위에 올려진 고기는 육즙이 가득 차 보였고 이어 구미를 돋구는 향기가 몰려왔다. 여시은은 당장이라도 침을 흘릴 것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철판 위의 고기를 빤히 쳐다보았고 반면 곽승재는 아무런 흥취가 없는 듯 계속 손목시계만 내려다보았다.이를 본 여시은은 셰프에게 먼저 내려가 보라고 말했다.“곽 대표님, 정략결혼 일로 많은 민폐를 끼쳐 죄송해요. 전에 은서 씨를 찾아가 이 일에 관해 얘기했었는데 은서 씨는 계속 결혼하라고 저를 달래더라고요. 혹시 두 사람 사이의 오해가 아직 덜 풀렸나요?”곽승재는 그

  • 어게인, 비긴   제804화

    곽승재는 여신은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뒤돌아 나갔다....이틀 후, 고은서의 다리는 거의 다 나았고 개업식 날짜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민시후의 견지하에 백씨 집안 기업은 다 유일 투자은행 소유가 되었다.유일이라는 이름은 고은서와 도아름이 긴 고민 끝에 결정한 이름이다.박지연도 듣자마자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유일무이하다. 뜻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고은서가 다리를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도아름은 그녀를 보러 직접 라이트문까지 찾아왔다.“아름 언니, 별로 크게 다치지도 않았는데 힘들게 직접 오지 않아도 되는데. 이미 다 나았는걸요.”고은서가 약간 어색해하며 말했다.그러자 도아름이 웃으면서 답했다.“난 그저 간단하게 차 한잔하러 온 것뿐이야.”“차 한 잔쯤이야 얼마든지 되죠. 언제든지 환영이에요.”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녀가 도아름과 앉아서 회사 일에 관해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이미숙이 문을 열고 확인해 보니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고은혜였다.“여기까진 웬일이야?”고은서가 약간 의아해하며 물었다.고은혜가 그녀의 주소를 알고 있는 건 맞았지만 직접 찾아온 건 이번에 처음이었다.“엄마 아빠가 언니 상황을 좀 알아봐달라고 해서 온 거야.”고은혜는 찾아온 목적을 숨김없이 다 말했다.“삼촌이랑 숙모가 궁금한 게 있으면 나를 직접 찾아오면 되는데 왜 굳이 널 보낸 거야?”고은서가 약간 어리둥절해 했다.“아마 물어봐도 안 알려줄 거라고 판단해서 날 보낸 게 아닐까? 예를 들어 언니 감정 문제에 관해 엄청 궁금해하는데 대체 곽승재랑 재결합할 생각이야 아니면 민시후랑 사귈 생각이야?”고은혜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회사 개업식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니.”고은혜는 고은서의 답을 듣자마자 입술을 삐죽거리며 약간 난처해하며 말했다.“언니가 회사를 세운 게 다 할아버지 도움을 받아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고은서는 이내 고국성과 단은숙이 자신이 회사를 세우면

  • 어게인, 비긴   제805화

    도아름 입에서 곽승재의 이름을 들은 고은서는 약간 놀라했다.‘난 단 한 번도 대원에서 있었던 일을 곽승재한테 말한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안 거지? 게다가 그땐 아직 백유미를 의심하지 않았을 때인데 왜 날 도와준 거지?’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도아름이 입을 열었다.“나도 처음엔 그저 추측뿐이었어. 그런데 나중에 서인수가 자살해서 병원으로 실려 간 날 곽 대표님한테 직접 물었는데 맞다고 하더라고. 아마 그전부터 백유미를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너한테는 안 알려준 것 같아.”도아름은 이 기회에 숨기고 있던 일을 고은서에게 다 알려주기로 했다.“사실 이 집도 곽 대표님 부탁을 받고 너한테 판 거야.”고은서는 또다시 놀랐다.‘왜 내 집 구조를 익숙히 알고 있나 했더니 곽승재 집이었던 거야?’“그럼 언니가 전에 말했던 친구분도 혹시 곽승재에요?”고은서가 물었다.“곽 대표님께서 직접 나서서 도우면 네가 거절할 거라면서 나한테 도움을 청했던 거야. 그때 집을 여러 개 보고도 마음에 안 들어 했잖아. 마침 곽 대표님이 연락이 와서 도운 것뿐이야. 일부러 너한테 숨기려 한 거 아니야.”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당시 고은서는 여러 곳을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했었다.그러나 지금 이 집은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된 데다가 위치도 좋고 가격도 알맞춤해서 단번에 사려고 마음먹었었다.그런데 이 집이 곽승재가 미리 자신을 위해 준비해둔 집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은서야, 당시 GS그룹 파티에서 네가 속상해하는 것 같아서 네 감정 문제에 관해서 단 한 번도 내 의견을 말하지 않았던 거야. 하지만 네가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 얘기해주는 거야. 곽승재가 한 일은 다 사실이고 용서하든 안 하든 또한 다 네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야.”도아름이 온화하게 말했다.“얼마 되지 않는 인생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 네가 누굴 선택하든 혹은 평생 혼자 살든 다 네 맘이야.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 어게인, 비긴   제806화

    이후 송민준은 몇몇 사업가들에게 이끌려 한쪽으로 가버렸다.민시후가 고은서에게 물었다.“송민준은 왜 온 거야? 네가 초대했어?”고은서는 며칠 전 송민준과 송민아와 함께 식사했던 일을 민시후에게 말했다.민시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멀지 않은 곳에서 미소를 띠고 있는 송민준을 바라보았다.“쟤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뭐가 이상한데?”“일부러 너한테 접근하는 것 같아.”고은서는 민시후의 말에 놀라 사레가 들려 기침하기 시작했다.민시후는 그녀에게 물을 건네며 말했다.“뭘 그렇게 놀라?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송민준은 절대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법이 없어. 송민아를 보러 온다는 명목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마주치는 횟수가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아?”물 한 모금 마신 고은서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비록 송민준을 자주 마주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항상 조심하려고 하고 있었다.“이제 송민아한테 살짝 물어볼게.”고은서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앞쪽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고은서가 바라보니 곽승재가 도착해 있었다.곽승재는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안에는 흰 셔츠를 매칭했다. 서 있는 자세와 긴 다리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사람들은 곽승재와 친해지기 위해 앞다퉈 인사를 건넸다.곽승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하며 사람들을 능숙하게 상대했다.도아름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곽승재는 그녀와 인사를 하고는 고은서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왔다.“은서야, 할아버지도 오셨다면서? 가서 잠시 얘기 나누고 올게.”민시후는 곽승재를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런 자리에서 불쾌한 일이 생기길 원하지 않았기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곽승재는 곧 고은서 앞에 다가왔다.“축하해.”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마워.”곽승재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 잘 없었기에 곽승재가 먼저 고은서에게 말을 건네자

Bab terbaru

  • 어게인, 비긴   제1116화

    곽승재의 말을 들은 마재경의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살짝 감돌았다.하지만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협박하지 마세요. 가벼운 부상에 불과하니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면 기껏해야 3년 감옥에 있고 나올 거예요. 당신들이 주는 기회 따위는 필요 없어요.”마재경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확실했다. 3년 감옥살이로 거액의 돈을 바꾸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이로 미루어 보면, 마재경은 정말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다.고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3년 청춘을 돈과 바꾸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생겨 네가 어디 가든 따라다닐 텐데.”“게다가 그렇게 큰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경찰이 가만둘 것 같아? 일단 경찰이 알아내면 너의 공범도 잡히고 너는 비호죄까지 추가될 텐데.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고은서의 말에 마재경은 약간 망설였지만 여전히 자기가 혼자 한 것이라고 고집했다. 돈도 어디서 입금됐는지 모르겠고, 어쩌면 팬 중 한 명이 보낸 것일 수도 있다고 둘러댔다.다소 김빠진 고은서는 곽승재와 함께 밖에 나가 마재경의 약점을 찾아보려 했다.그때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죄를 지었다는 것이 너의 고향에 알려지면 돈을 들고 금의환향하려는 생각이 실현될 수 있을까?”이 말에 마재경은 허를 찔린 듯 눈에 공포가 감돌았고 몸도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잠시 후, 곽승재의 얼음장 같은 시선 속에서 마재경은 철저히 무너졌다.“말할게요. 전부 다 털어놓을게요...”...여씨 저택.여시은이 수액을 다 맞고 여재훈도 약을 먹은 뒤였다.가정의가 떠나자, 여시은은 여재훈의 옆에 앉았다.“아빠, 왜 그러세요? 계속 미간을 찌푸리고 계시는데, 상처 부위가 많이 아프신 거예요?”여재훈은 순하고 사리에 밝은 딸을 바라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시은아, 네가 주워 온 길고양이가 너랑 그리 친하지 않은 것 같더구나?”여시은은 순진무구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끄

  • 어게인, 비긴   제1115화

    마재경은 잠깐 멍하니 있더니 곧바로 사주한 사람이 없다고, 그냥 미워서 괴롭히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러자 고은서는 코웃음을 쳤다.“변명이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안 들어?”“너와 곽승재가 단순히 금전적 관계였던 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진심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서 잘해보고 싶은데 외면당했다고 해도 곽승재한테 화풀이해야 하는 거 아닌가?”고은서의 질문에 마재경은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졌다.“나는 곽 대표님을 존경했을 뿐 다른 마음은 없었어.”“그런데 너는 나와 곽 대표님의 스캔들 때문에 나를 질투했고, 나의 팬을 돈으로 매수해 나를 반죽음으로 만들었어. 이런 짓을 한 너에게 복수하면 안 되나?”‘흉기 난동 사건까지 내 탓으로 돌리려 하다니?’고은서는 더욱 어이없었다.“마재경, 머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나? 내가 곽승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구나 다 알아. 내가 질투심 때문에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 너를 해칠 이유가 없잖아.”“그리고 정말 나를 의심했다면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 나를 경찰서에 넘겨서 죄를 묻는 게 더 나았을 텐데.”마재경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여전히 우겼다.“너는 돈도 많고 옆에 힘 있는 남자들도 많은데, 내가 어떻게 증거를 찾을 수 있겠어?”고은서는 다시 한번 어이없어 웃었다.“증거도 없다는 거네. 그러면 무슨 근거로 나를 의심해? 나한테 피를 뿌린 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죽이려고까지 했잖아.”“‘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내가 칼에 찔려 과다 출혈로 죽을 뻔했으니 같은 방식으로 너한테 되갚아주고 싶었어.”마재경은 고은서가 정말 자기를 해치기라도 한 것처럼 원한을 쏟아냈다.고은서는 더 이상 그녀와 논쟁을 이어갈 생각이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사주한 사람이 없다고 계속 우기면 너의 남은 인생은 감옥에서 썩게 될 거야. 인플루언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유도 잃게 되겠지.”“너!”“협박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네 말대로 나에겐 돈도 많고 곁에 힘 있는 남자들도 많아.”이 말을 들은 마재경은

  • 어게인, 비긴   제1114화

    “집에서 모시러 오셨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찰서에 상황을 알아보러 가야 해서요.”그녀가 식사 자리에서 여시은을 용서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여재훈은 크게 놀라지 않았고 더 이상 설득도 하지 않았다.“고은서 씨, 이번 일은 저와도 상관이 있으니 같이 가도록 해요.”하지만 고은서는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닙니다. 상대가 저를 노린 것이니 제가 가면 됩니다. 다치셨으니 일찍 들어가 쉬십시오.”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여재훈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다만 소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고은서가 인사하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여씨 가문의 가정의가 진료실에서 나오더니 호들갑을 떨었다.“여 대표님, 앞으로 이런 무모한 행동은 삼가세요. 이번에는 동맥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혈액형도 특이한데 대량 출혈이라도 발생하면 이 작은 병원에서 혈액을 공급받지 못했을 거예요.”‘혈액형이 특이하다고?’고은서도 희귀한 혈액형이었다. 그녀가 여재훈의 혈액형을 물어보려 할 때 여시은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게요. 아빠, 몸을 좀 아끼세요.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요...”이 광경을 본 고은서는 말없이 떠나갔다....마재경이 뿌린 피가 그녀의 몸을 명중하지 못했는데도 여기저기 피가 튀어 불쾌한 냄새가 났다.곽승재가 경찰서에 같이 가자고 했기 때문에 고은서는 먼저 라이트문 아파트로 돌아가 꼼꼼히 씻은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곽승재는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고은서가 대충 차려입고 경찰서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허둥지둥 달려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곽승재는 얇은 미디엄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매끈한 핏 덕분에 더 훤칠해 보였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살짝 감돌았다.그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상처부터 확인했다.곽승재의 따뜻한 손이 피부에 닿자, 고은서는 약간 불편한 듯 그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정말 괜찮아. 살짝 긁혔을 뿐이고, 이미 약도 발랐어.”곽승재는 손을 거두어들였지만 눈은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말쑥

  • 어게인, 비긴   제1113화

    지난번 여씨 저택에서 여시은이 쿠아에게 할퀴어 상처를 입었을 때 이 의사를 본 적이 있었다.여시은은 아버지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몸 상태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병원으로 달려온 모양이다. 가정의도 걱정돼서 따라나섰을 것이다.“시은아, 왜 여기까지 왔어? 괜찮다고, 금방 돌아갈 거라고 말했잖아.”여재훈이 나무라듯 말했다.“아가씨께서는 대표님이 병원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액을 뽑아버리고 운전기사에게 빨리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셨어요.”가정의가 설명을 보탰다.역시 그랬다. 여시은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예쁜 얼굴에 긴장과 걱정이 가득했다.“아빠,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쩌다 다치셨어요?”여재훈은 고은서의 말을 듣고 딸에 대한 의심이 생겼지만, 그녀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고 사람들 앞에서 추궁하지는 않았다.여재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작은 사고가 있었어. 이제 괜찮아.”여시은은 조금 안심된 듯했다. 그제야 진료실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그녀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인사한 뒤 고은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리셉션이 끝난 지 며칠 지났지만 두 사람의 대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리셉션 때보다 여시은은 확연히 풀이 죽은 상태였다. 창백한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었고, 입술에도 각질이 일어나 있었다.게다가 여재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살짝 건드리면 깨지는 도자기 인형처럼 취약해 보였다.도대체 어떻게 이런 완벽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건지?민시후의 부하들이 여시은에게 조현병이 없다는 걸 알아내지 못했더라면, 여시은이 이중인격을 가진 게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였다. 순진무구한 인격과 잔인하고 변태적인 인격 말이다.하지만 여시은은 조현병 환자가 아닌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가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비록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것이었지만 고은서는 정확히 포착했다.“고은서, 너 때문에 아빠가 다치신 거야?”여시은은 예전처럼 친한 척하지 않고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고은서가

  • 어게인, 비긴   제1112화

    의사가 여재훈의 상처를 처치하는 사이, 고은서의 휴대폰이 울렸다.번호를 보니 곽승재였다.고은서는 여재훈에게 말하고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은서야, 너 사고를 당했다며? 너와 여 대표님이 모두 다쳤다고?”곽승재가 다급히 물었다.임신 오해 사건 이후, 두 사람이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한 뒤로 그녀를 몰래 보호하던 인원을 철수한 상태였다.하지만 운전기사는 여전히 주민기가 배치한 인원이어서 고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 수 있었다.고은서는 어디서 들었는지 캐묻지 않았다.“괜찮아. 마재경이 갑자기 유일 투자은행 주차장에서 나를 습격했어. 여재훈 씨가 막아주다가 팔을 다치셨고.”“나는 지금 출장 중이라 경찰서 쪽에 다른 사람을 보냈어.”곽승재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해성으로 돌아갈게.”고은서는 급히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여긴 별일 없으니까 일에 집중해. 여재훈 씨의 상처 처치가 끝나면 경찰서로 가서 마재경을 만날 거야.”“이쪽 일은 거의 마무리됐어. 내가 돌아가면 같이 경찰서에 가자.”곽승재는 설명을 이어갔다.“지난번 마재경이 다쳤을 때 병원을 방문해 더 이상 협조가 필요 없다고 통보하고 충분한 보상금도 지급했어.”“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 존재감을 과시하지 말라고 몇 번 경고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걸 보면 배후에 조종자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곽승재는 차분한 목소리로 분석을 이어갔고, 고은서도 어느 정도 수긍했다.따져보면, 마재경은 돈 때문에 곽승재와 손잡은 것이고 그녀와 깊은 원한이 없었다.협력 관계가 끝났으면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야 정상이지, 이렇게 위험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복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하지만 마재경이 진심으로 곽승재를 좋아하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천히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었는데 곽승재가 갑자기 관계를 끊자고 하니 그 분노를 고은서에게 쏟아냈을 수도 있다.고은서가 이 가능성을 말하려는 순간, 간호사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안에 있는 환자분의 부탁이라며 그녀의 상처

  • 어게인, 비긴   제1111화

    ‘분명 넘어뜨렸는데.’고은서는 마재경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고, 가위를 들고 달려들 줄은 더욱 생각지 못했다.피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고은서는 다급한 마음에 전기충격기를 꺼내 마재경의 몸에 들이댔다.“조심해요.”고은서와 마재경이 전기충격기와 가위를 손에 들고 서로 공격하려는 순간, 우람한 체구의 남성이 황급히 달려왔다. 여재훈이었다.그는 고은서를 확 끌어당기고 마재경을 밀쳐냈다.쨍그랑! 전기충격기가 땅에 떨어지며 마재경의 몸에 닿았고, 감전된 마재경은 비명을 질렀다.잠시 비틀거리던 마재경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다시 가위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고은서가 마재경을 걷어차려고 다리를 뻗는 순간, 여재훈이 자기 팔로 가위를 막아 그녀를 보호했다.그의 넓은 어깨는 웅대한 산처럼 든든해 보였고,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품에 안겼을 때처럼 피난처 같은 안정감을 주었다.짝! 가위가 여재훈의 팔을 찌르며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재훈은 잽싸게 마재경을 발로 걷어찼다.“여재훈 씨, 괜찮으세요?”정신을 차린 고은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여재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괜찮아요.”이때 경비원 몇 명이 달려와 마재경을 제압했다.고은서는 여재훈의 팔을 살펴보았다. 재킷과 셔츠가 찢기고 기다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고은서는 가슴이 아려와 다급히 말했다.“다치셨네요. 빨리 병원 가서 싸매야 해요.”“고은서 씨도 다쳤으니 같이 가요.”여재훈이 고은서의 쇄골 부위를 가리키며 말했다.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여재훈의 말을 듣고 나니 쇄골 근처 어깨죽지 부위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손으로 만져보니 피는 나지 않는 듯했다. 오늘 카라 없는 캐주얼 셔츠를 입은 까닭에 마재경이 가위를 휘두를 때 살짝 긁힌 듯하다.“저는 연고만 바르면 될 것 같아요. 어서 병원 가요.”고은서는 경비원에게 마재경을 경찰서에 넘기라고 말했다.그러고는 기사를 불러오고 여재훈과 함께 뒷좌석에 탔다.여재훈의 팔뚝에 번진 핏자국을 보며 고은서는

  • 어게인, 비긴   제1110화

    여재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은서 씨를 회사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이 식사는 여재훈이 초대한 자리였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고은서를 안전하게 회사까지 돌려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아 분위기가 조금 무거웠다.고은서는 여재훈이 자기 딸이 고양이를 학대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걸 알기에 여재훈한테 혼자 생각할 시간을 줬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유일 투자은행의 주차장에 도착했다.“은서 씨, 곽승재 씨랑 현재 무슨 사이이신가요?”여재훈이 물었다.고은서는 사실대로 답했다.“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예요.”여재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승재 씨는 은서 씨를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더군요.”연회 때 곽승재가 고은서를 적극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모두가 똑똑히 봤다.이에 대해 고은서도 부정하지 않았다.“그건 곽승재 씨의 일방적인 감정이에요. 저는 그 사람한테 이성적인 감정은 없어요.”“시은이가 승재 씨를 꽤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요. 저한테도 말한 적 있어요.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여재훈은 말을 이었다.“아마 시은이의 질투심도 여기서 시작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은서 씨를 해하려 했던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쿠아는 시은이가 가장 아끼던 반려동물이에요. 시은이가 이유 없이 해칠 리는 없을 겁니다.”고은서는 그 말의 속뜻을 곧바로 이해했다.여재훈의 말은 여시은이 고은서를 향한 질투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왔을 수는 있어도, 쿠아는 여시은이 키우는 반려동물이기에 쿠아를 해칠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다는 것 같았다.고은서는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가족이라는 필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여재훈도 여시은의 본모습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고은서는 더 말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에 여재훈한테 간단히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고은서는 어디선가 여자 하나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그림자를 본 것 같았고, 공기 중에서 약간의 피비린내도 느꼈다.그녀는 주

  • 어게인, 비긴   제1109화

    여재훈은 고은서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물었다.“시은이가 또 무슨 일을 했다는 거죠?”마침 노 사장님이 식전 반찬을 가져다주며 주문한 대표 요리도 곧 준비된다고 알렸다.고은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재훈 씨, 저희 먼저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할까요?”고은서는 몹시 배가 고팠다. 만약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면 두 사람 모두 식사할 마음이 사라질 것 같았다.여재훈은 고은서의 제안에 동의했다.이 개인 요리 식당의 음식은 색다른 풍미가 있었고, 고은서는 배부르게 먹었다.반면, 여재훈은 거의 먹지 않았다. 마치 그는 고은서를 동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것처럼 보였다.식사 중에는 가끔 일상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약 삼십 분 후, 고은서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배가 너무 부르다고 말했다.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있지만, 여재훈은 배부른 고은서를 보며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여재훈은 그녀가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뻤다.여재훈은 고은서의 찻잔에 물을 따라주며 물었다.“우리 시은이가 또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 거죠?”고은서는 찻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여시은이 고양이를 학대한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저번에 제가 쿠아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했었잖아요?”고은서가 말했다.“전 정말 시은이에게 누명을 씌운 게 아니에요. 여시은이 제 눈앞에서 쿠아의 입술을 다치게 했어요. 그리고 평소에도 쿠아를 자주 괴롭혔어요.”고은서의 말을 들은 여재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시은이는 쿠아를 그렇게 아꼈어요. 집에서도 항상 품에 안고 다녔고, 쿠아가 뭐라도 먹고 싶어 하면 직접 손으로 먹여줬다니까요. 시은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했겠어요?”여재훈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은서 씨, 혹시 오해가 있는 건 아니에요?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닐까요?”평소 여시은은 얌전한 딸의 이미지를 잘 연기해 왔기에 여재훈은 그녀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재훈 씨가 믿기 힘든 거 알아요. 아버지 입장에서야 딸이 그

  • 어게인, 비긴   제1108화

    지난번 숙모에게 가방을 선물했을 때, 숙모가 엄청나게 기뻐했던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그래서 이번엔 삼촌에게도 뭔가를 사서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서는 노 사장님에게 코담배병을 어디서 샀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가족에게 드릴 선물로 하나 사고 싶다고 말을 덧붙였다.“이건 친구가 선물한 거라 어디서 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노 사장님은 미안한 듯 말했다.고은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그냥 예뻐서 한번 여쭤본 거예요. 나중에 백화점 가서 한번 골라볼게요.”“아가씨는 참 효심이 깊구먼.”노 사장님은 칭찬을 몇 마디 건넨 뒤, 주문한 메뉴를 주방으로 가져갔다.“은서 씨 아버님께서 코담배병을 좋아하시나요? 선물하시려고요?”여재훈이 부드럽게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전 아버지가 없어요. 삼촌께 드리려는 거예요.”여재훈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그는 고은서를 몇 번밖에 만나지 못했기에 그녀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들었다.“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여재훈은 곧바로 사과했다.고은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괜찮아요. 저희 가족끼리도 잘 지내고 있어요.”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여재훈은 고은서의 그 미소는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때 여재훈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번호를 확인한 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시은아, 왜 그래... 주사 맞는 게 당연히 좀 아프지. 하지만 주사를 안 맞으면 어떻게 낫겠어... 알겠으니깐 떼쓰지 말고, 의사 말 잘 들어.”전화를 끊고 나서 여재훈은 고은서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시은이가 아픈데 주사 맞기 싫다고 하네요.”고은서는 여시은의 이름에 반응이 컸다. 예전에 여시은에게 학대받다 죽은 쿠아가 떠올랐다. 그 기억 때문에 속이 불쾌해지고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그녀는 말없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여재훈은 고은서의 반감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그는 조심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