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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Kest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4 12:26:41

악스톤의 냉정한 고백을 들은 안젤리나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 삶의 마지막 안식처라 믿었던 남편이, 순식간에 자신을 가장 낮은 바닥으로 내팽개친 것이다.

악스톤 바라예프 알메로는 고집이 세고 완고한 남자였다. 시어머니 에블린의 혹독한 가르침 아래 자란 그는 강한 확신과 철학을 가진 CEO였다. 그렇기에 자신을 배신한 자는 그 누구라 해도 가차 없이 버렸고, 심지어 원수로 만들어 철저하게 짓밟았다.

“그런 말 마요. 난 죄인이 아니라고요!”

안젤리나는 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남편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우리 대화로 풀어요. 응? 악스톤, 난 당신을 속인 적이 없어요.”

악스톤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눈물로 얼룩진 안젤리나의 눈동자와 시선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요, 악스톤. 2주 전쯤 의사에게서 그 검사 결과를 받았어요. 당신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당신이 늘 너무 바빴잖아요...”

안젤리나의 변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블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말을 끊어 버렸다.

“헛소리! 이혼당하지 않으려고 신체 불량인 년이 머리를 쓰는 거다! 내 손에 장을 지지마, 넌 처음부터 내 아들을 덫에 가둔 거야! 이 집에서 나가는 순간 길거리 거지 신세가 될까 봐 두려운 거겠지!”

“어머님, 정말이에요. 전 진실만을 말씀드렸어요.”

안젤리나는 악스톤이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며 반박했다.

이어지는 실랑이에 악스톤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잘생긴 얼굴 위로 깊은 실망감이 짙게 깔렸다.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잡혀놓고 어디서 끝까지 오리발이야? 알메로 가문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자궁도 구실 못 하는 며느리를 들였단 말이냐! 악스톤에게 액운이 더 들이닥치기 전에 당장 여기서 나가라!”

에블린은 안젤리나의 손을 거칠게 떼어내며 아들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제발요, 어머님. 절 쫓아내지 마세요. 제겐 두 분 말고는 아무 가족도 없어요.”

안젤리나는 남편의 다리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악스톤, 내가 잘못했어요! 난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 제발 당신 곁에 아내로 남아있게 해주세요!”

안젤리나가 몇 번이고 눈물로 싹싹 빌었지만, 악스톤은 오만하게 굴며 단 한마디도 받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길쭉한 왼쪽 다리를 뻗어 안젤리나의 오른쪽 어깨를 걷어차 버렸다.

안젤리나의 몸이 뒤로 넘어져 내팽개쳐졌다. 그럼에도 악스톤은 눈 하나 눈짝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이내 시동을 걸고 매정하게 대문을 빠져나가 버렸다.

남겨진 안젤리나의 처절한 신음이 가슴을 후벼팠다. 아내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편 앞에서 자존심까지 버렸건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외면뿐이었다.

“얘들아...!”

에블린이 집안 하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소리에 놀란 두 명의 하인이 상전인 에블린 앞으로 달려왔다.

“당장 안젤리나의 짐을 싸 거라! 단 하나도 남김없이 싹 다 챙겨서 내보내!”

에블린은 안젤리나 같은 며느리를 더는 눈앞에 두고 싶지 않았다.

“제 짐은 제가 싸겠어요!”

안젤리나가 말을 받아치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넌 꿈쩍도 말고 밖에 있어! 감히 집 안에 발을 들였다간, 다시는 그 다리로 걸어 다니지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

며느리에게 험악한 경고를 던진 에블린은 문을 쾅 닫고 안에서 잠궈버렸다.

참아왔던 안젤리나의 눈물이 결국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6년 전 연인이 되었던 내 남자의 마지막이 이토록 비극적일 줄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동고동락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그들의 사랑 이야기. 안젤리나에게 악스톤을 잊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안젤리나는 여전히 집 밖에 서 있었다. 자세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두 하인이 안젤리나의 커다란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나와 그녀에게 건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젤리나 님... 이 집을 나가셔서 부디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랄게요.”

하인 중 한 명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알메로 가문의 며느리가 이토록 비참하게 쫓겨나는 모습을 보며 그들도 불쌍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안젤리나는 하인들에게서 캐리어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해탈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때, 악스톤의 차가 다시 마당으로 들어왔다. 안젤리나의 시선이 그가 차를 세운 곳으로 쏠렸다.

‘악스톤... 내 삶을 이대로 비참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줄 알았어.’

남편이 돌아온 모습을 본 안젤리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 옅은 미소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악스톤이 조수석 문을 열어 한 젊은 여성을 내리게 도와주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금발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차림새는 한눈에 봐도 우아하고 귀한 집 딸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저 여자는 누구지?’

안젤리나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악스톤은 그 낯선 여자의 손을 잡고 안젤리나가 서 있는 곳을 향해 함께 걸어왔다.

더 이상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하인들은 서둘러 주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떠날 준비는 끝났나, 안젤리나?”

그들이 안젤리나 앞에 멈춰 섰을 때, 악스톤이 차갑게 물었다.

“이 여자는 누구예요?”

안젤리나의 시선은 남편의 팔에 친밀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여자의 백옥같이 하얗고 매끄러운 손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가슴이 턱 막혀왔다. 악스톤이 다른 여자와 함께 나타나다니.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금발의 여자가 오른쪽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어요. 전 모린 알루나라고 해요. 악스톤 님의 비서이자, 조만간 새로운 '악스톤 바라예프 알메로 부인'이 될 사람이죠.”

모린의 신랄한 고백에 안젤리나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경악에 물들었다.

“말해봐요, 악스톤! 저 여자가 하는 말이 거짓이라고 말해요! 그 어떤 여자도 내 자리인 '알메로 부인'의 자리를 빼앗게 두지 않을 거예요!”

안젤리나가 강하게 현실을 부정했다.

“아니, 모린 말이 맞아. 우린 조만간 결혼할 거다.”

악스톤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다는 표정으로 뻔뻔하게 털어놓았다.

“인정 못 해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어요!”

안젤리나가 외쳤다.

“누가 너한테 허락이라도 해달라고 했나? 알메로 가문의 일원으로 최소한의 자취라도 남기고 싶다면, 이 서류에 서명이나 해.”

악스톤은 아내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좋아!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어! 내가 이 명문 귀족 가문의 며느리가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

교활한 모린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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