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급식래퍼의 첫 번째 촬영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차례차례 긴장한 얼굴로 입장해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짧게 랩을 뱉었다.
서류와 면접을 통과한 인원은 총 40명. 체인쏘의 순서는 20번째쯤이었다.
체인쏘가 아이돌 연습생이라고 밝히자 참가자들은 시선을 외면했다.
래퍼들은 아이돌 래퍼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고 봐. 마지막에 웃는 건 나일 테니까.’
체인쏘는 이를 악물었다.
이미 아이돌 래퍼 출신 중에서도 우승한 선배들이 있으니 자신이라고 못 하리란 법은 없었다.
“어? 드디어 등장했다!”
참가자들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몰렸다.
[참가자 영상 뮤튜브 조회 수 1위!]
급식래퍼는 기본적으로 공개 모집으로 진행됐다.
그중 참가 영상으로 100만 조회 수를 찍은 이민태가 등장한 것이다.
“어이구, 반갑구먼요~! 왜 이리 웅성대는 겨?”
밀짚모자를 쓰고 등장한 이민태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내뱉었다.
흔히 미국 힙합을 서부와 동부로 나누듯, 이민태는 랩을 하며 농사를 짓는 일명 ‘농부 힙합’을 선보였다.
달달달달. 경운기를 몰고 오다 뛰어내린 후 소를 끌며 시골길을 걷는 그의 영상은 콘셉트가 확실했고 무엇보다 랩 실력이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특유의 친화력까지 갖추니 무거운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나 영상으로 너 봤어!”
“그래? 고맙구먼. 허허. 나는 어디에 앉아야 하나?”
이민태는 두리번거리더니 체인쏘 옆에 앉았다.
모두가 기피하던 자리였다.
“여기가 명당인데 왜 다들 안 앉은 겨? 반갑구먼.”
“어? 어….”
체인쏘는 저세상 인싸력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해주는 이민태가 싫지는 않았다.
체인쏘가 민태와 잡담을 나누는 사이, 39번째 참가자가 등장했다.
그러자 모두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소년원 출신의 리얼 갱스터 -]
그때 조명이 어둡게 바뀌고 등장 음악도 달라졌다.
윤영진은 손에 수갑을 찬 채 입장했다.
무대 중앙에 선 윤영진의 수갑을 제작진이 달려와 풀어주었다.
윤영진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주변을 둘러봤다.
곧바로 진행자인 MC 넋업샨의 소개가 이어졌다.
“윤영진 학생,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봉정보산업학교에 다니는 윤영진입니다. 여기 있는 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윤영진은 저음으로 짧고 굵게 자기소개를 마쳤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고봉정보산업학교가 소년원의 다른 명칭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몇 마디 뱉어줄 수 있나요?”
넋업샨의 제안에 윤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Ey, 불 꺼진 방, 틈새로 꽂히는 두 눈
침대 위엔 우리 엄만데, 올라탄 놈은 누구?
된장찌개 냄새 배인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
그 새끼가 던져준 지폐로 식탁에 오른 한우
씹자마자 터지는 Raw, 덜 익은 비린 맛
그게 고기 맛인지, 팔려 나간 살점의 피인지
목구멍에서 끓어오르는 짐승 새끼 숨소리, Grrrr—
토악질 치밀어 고개 처박고 뱉어, Khh-pht!”
윤영진이 가사를 내뱉는 순간,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온실 속 화초로 자랐는지 깨달았다. 윤영진은 게토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진짜 드릴(Drill)을 뱉으며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었다.
진짜 가난한 삶, 자신들이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졌다.
윤영진의 참가 지원 영상을 본 피디와 김 작가가 1순위로 섭외를 확정할 정도였다.
랩을 끝낸 윤영진은 뚜벅뚜벅 걸어갔다.
참가자들은 윤영진이 다가오자 길을 터주었다.
그는 체인쏘 옆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꿀꺽. 체인쏘는 등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잔뜩 긴장했다.
“반갑구먼. 난 이민태라고 혀.”
이민태가 친근하게 손을 흔들었지만, 윤영진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준비해 온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마지막 참가자입니다.”
마지막이란 말에 모두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베일에 가려진 천재 뮤지션 -]
문구를 본 참가자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여태껏 등장한 참가자 중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천재라는 단어를?”
“지원 영상에서는 못 봤는데?”
이민태와 윤영진 역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참가자가 등장하는 곳을 주목했다.
표은우가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특이하게도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팬텀 가면을 쓴 채였다.
“뭐야? 왜 쟤만 얼굴을 가려?”
참가자들이 웅성거렸다.
“마지막 참가자는 표은우 학생입니다.”
은우가 참가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표은우 학생, 가면을 쓰고 등장한 이유가 있을까요? 혹시 얼굴에 상처가?”
“아닙니다. 다친 데는 없고요.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서요.”
“아하!”
넋업샨이 웃으며 은우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요, 은우 학생. 외모에 자신이 없더라도 너무 기죽지 말아요. 우리는 실력으로 평가할 거니까요.”
“맞아! 네 실력을 보여줘!”
“보여줘! 보여줘!”
은우가 가슴에 손을 얹고 뭉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은우의 얼굴을 알고 있는 체인쏘에게는 그 표정이 가식처럼 느껴졌다.
‘표은우… 괜히 따라 나와서는… 내가 주목받는 게 그렇게 못마땅했냐?’
체인쏘의 화난 표정을 보던 이민태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친구, 너무 그러지 말어. 얼마나 외모에 자신이 없으면 가면을 쓰고 나왔겠어. 하여간 우리나라는 외모로 사람 평가절하하는 약자 혐오를 버려야 혀.”
이민태는 너그러운 웃음으로 넋두리하듯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쟤….”
“응? 뭐가 그런 게 아니여?”
“저 새끼 졸라 잘생겼어. 나랑 같은 소속사에 같은 팀이야.”
“오호- 그럼 라이벌인겨?”
“라이벌은 무슨!”
잘생겼으면 얼마나 잘생겼다고.
이민태는 체인쏘의 툴툴거리는 반응에 오히려 호기심이 동했다.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들어보자고.”
그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은우를 쳐다봤다.
“험험. 그러면 시작해보겠습니다.”
은우가 내뱉은 첫 소절은 다른 참가자와 달랐다.
“어? 뭐야? 웬 노래? 하하하.”
참가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현직 래퍼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참나, 싱잉은 아무나 하나. 랩하면서 음정까지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프로듀서 출신인 라쿤은 다른 참가자들보다 좀 더 집중해서 들었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그가 들고 있던 큐시트를 탁자에 던졌다.
“미쳤네. 음색이 일단 사기인데?”
탁! 심사위원들은 고개를 돌렸다.
아이돌 출신 프로듀서인 헤이팍이 신발을 벗어 던진 것이다.
“홀리 쉿!”
헤이팍은 감동하면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앞서 윤영진이 랩을 할 땐 신발 한 짝을 벗어 공손히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처럼 몇 번 신발을 벗은 적은 있었지만, 한 켤레를 전부 벗어 던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음정, 박자, 완벽한데요? 그런데 이 비트는 처음 들어보는 비트인데? 누군지 아는 사람?”
헤이팍의 물음에 라쿤을 비롯한 심사위원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설마 자작곡?”
이게 정말 열아홉 살짜리가 작곡했다고? 익숙한 멜로디지만, 분명 무언가 달랐다.
라쿤은 무조건 자신의 팀으로 데려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은우의 랩이 끝났다.
앞서 랩을 한 윤영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참가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렸다.
“싱잉랩을 이렇게까지?”
“그래도 지금 유행하는 건 트랩이니까….”
“아까 가사 살벌한 애만큼 충격적이다…”
주류 시장에 비주류가 던진 돌은 참가자들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순간, 은우가 가면을 벗자 곳곳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쓰글, 천재 뮤지션 맞네…”
여유만만하던 이민태의 표정에서는 얼굴 천재를 보자 여유가 싹 가셨다.
은우는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창밖으로 펼쳐진 하늘은 한없이 쾌청했다.겹겹이 쌓인 짙은 구름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쏟아져 내렸고,그 찬란한 빛무리들은 비행기 날개에 부딪혀 황홀한 풍경을 자아내기 충분했다.오랜 시간 홀로 준비했던 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시작이었다.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복잡한 마음이었지만,작은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따스한 온기가 그의 굳은 어깨를 가만히 다독여 주는 듯했다.비행기가 묵직한 굉음과 함께 고도를 높일수록 지상의 풍경은 점차 아득해졌다.이제 익숙했던 모든 것들과는 잠시 이별이었다.하지만 일말의 후회는 없었다.구름 위를 평온하게 유영하며 맞이하는 이 황홀한 빛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미래를 축복하는 완벽한 서막과도 같았다.은우는 조용히 눈을 감고 미지의 세계를 향한 비행에 온전히 자신의 몸을 맡겼다.눈부신 햇살은 끝없이 이어질 길고 긴 여정의 든든하고 밝은 이정표가 되어 앞길을 비추고 있었다.‘미국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그때 통로 건너편에서 은밀한 수군거림이 일었다."설마 표은우 아냐?""역광이라서 잘 모르겠어……."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은우가 고개를 돌려 모자 챙을 살짝 밀어 올린 순간이었다.빛 아래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드러나자 기내 공기가 일순간 굳어졌다.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흠칫 놀라며 숨을 삼켰다.과장된 반응은 아니었다.실버레인의 첫 싱글 앨범은 신드롬에 가까운 초대박을 터뜨렸다.
“응? 다 같이 열심히 해서 번 건데 뭘. 난 아쉽지 않아.”“솔직히 말해봐. 조금은 아쉽지? 너 데뷔하기 전에도 꽤 벌었잖아. 그리고 회사 도움으로 부모님 보상금도 찾고···”체인쏘가 놀리듯 물었다.“그건 말 그대로 개별 활동이고, 이제부터는 팀이니까 당연히 함께 분배하는 게 맞지. 어쨌든 팀이 있기에 무대도 채우고 광고도 찍고 한 거잖아?”은우의 대인배적인 모습에 체인쏘는 자신의 질문이 부끄러웠다.“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체인쏘 형, 인성 보소.”“역시 두팔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자···”도리어 멤버들은 체인쏘를 놀리기 시작했다.은우도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하지만 팀 활동 분배에 관해서는 딱히 불만이 없었다.광고나 음원 수익은 1/N로 분배하기로 했고, 솔로나 개별 활동에 관해서는 소속사, 당사자, 팀(10%) 비율로 나누기로 했다.은우는 아직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좋은 팀원을 만난 것이 그저 행복했다.며칠 뒤, 실버레인 멤버들이 강기연의 사무실에 모였다.“모두들 왜 모였는지 알지?”“정산 때문 아닌가요?”곤이 손을 번쩍 들고 대답했다.“정답!”“우와와아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트렌드가 쉴 새 없이 뒤바뀌는 업계에서 두 달은 대중의 관심이 식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실버레인’의 열풍만큼은 예외였다.데뷔곡은 여전히 주요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굳건히 자리했고,음악 방송 트로피는 진열장이 모자랄 정도로 쌓였다.발매하는 굿즈는 단 1분 만에 동이 났으며, 각종 브랜드의 광고 러브콜이 빗발쳤다.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실버레인은 완벽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그리고 이 거대한 성공의 중심에는 강기연 실장이 있었다.사내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기획 초기만 해도 그녀의 파격적인 행보에 반신반의하던 이들조차 이제는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회의실에서 그녀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강기연의 날카로운 직감과 이를 뒷받침하는 치밀한 데이터 분석은 그야말로 '백발백중'이었기 때문이다.회사의 분기 매출은 수직 상승했고, 임원진의 입가에는 매일 웃음꽃이 피었다.사내에서 강기연의 입지는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다.결재를 마치고 복도를 지나던 중, 곽 이사가 환한 미소로 다가왔다.“축하해! 이번 굿즈 매출 보고서 봤어? 역시 강 실장이야.”곽 이사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엄지를 치켜세웠다.강기연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감사합니다, 곽 이사님.”“대체 그 정확한 타깃팅과 기획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비법 좀 알 수 있을까?”농담과 진심이 반씩 섞인 곽 이사의 물음이었다.이번에도 강기연의 감과
데뷔 후 3주라는 시간이 흘렀다.통상적인 아이돌의 화제성이라면 서서히 열기가 식어가며 코어 팬덤을 다질 시점이었다.하지만 실버 레인이 쏘아 올린 'K-부동산' 신드롬은 기세를 죽이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거대하게 몸집을 불려 나갔다.특히 숏폼 플랫폼은 그야말로 실버 레인과 표은우의 독무대였다."집, 땅, 피눈물~"이 짧고 처연한 킬링 파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끝없는 패러디를 양산해냈다.알고리즘을 아무리 새로고침해도, 교복 입은 10대들부터 넥타이를 풀어 헤친 30대 직장인들까지 은우의 표정을 흉내 내는 영상이 피드를 꽉꽉 채웠다.자연스럽게 멤버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아직 데뷔 한 달도 안 된 신인임에도 단독 광고 문의가 빗발쳤고, 지상파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은 앞다투어 이들을 섭외 1순위로 올리며 러브콜을 보냈다.하지만 실버 레인의 진정한 파급력은 연예계를 넘어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네, 오늘 아주 특별한 손님들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아이돌 최초로 경제 전문 방송에 출연한 실버 레인입니다!""금리 인하와 영끌족의 피눈물을 노래한 이 청년들을 모시고, 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과 청약 제도를 심도 있게 짚어보겠습니다."지상파 음악 방송 스케줄이 끝나면, 메이크업도 채 지우지 못한 멤버들이 경제 TV 채널과 부동산 심층 시사 프로그램에 불려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전문 패널들 사이에 뻘쭘하게 앉은 아이돌이라니, 그림 자체가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곤이 넥타이를 고쳐 매며 황당하다는 듯 외쳤다."아니, 아이돌이 경제
"이거 반응이 이렇게 좋다고요?"화면 속 폭발적인 차트 순위를 확인한 멤버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처음 스피커를 통해 곡의 전주가 흘러나왔을 때만 해도 연습실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었다.묵직하게 심장을 때리는 힙합 베이스와 트렌디한 멜로디에 멤버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와, 비트 미쳤는데요?역대급이에요!""이거 도입부부터 찢었다.우리 진짜 데뷔곡으로 대상 받는 거 아니에요?""실장님 사랑합니다!곡 퀄리티 진짜 미쳤다!"기대감에 부풀어 서로를 끌어안고 난리를 피운 것도 잠시였다.이내 비트 위로 얹어진 가이드 보컬의 노랫말이 귀에 꽂히기 시작하자, 연습실의 공기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변동금리의 늪에 빠진 내 숨통을 조여와…….'"……어?방금 가사 뭐라고 한 거예요?""금리요?변동금리?"'원금과 이자가 내 청춘을 저당 잡아…….'"잠깐, 이거 몰카죠?형, 이거 힙합 아니에요?갑자기 웬 대출 이자?""내가 너의 집이 되어줄게……?이거 아이돌 사랑 노래 아니었어요?팬들한테 명의를 달라는 거 같은데요?"불과 몇 분 전까지 비트에 몸을 맡기며 열광하던 멤버들은 어느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대부분이 아직 10대인 멤버들에게 이 노래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정식 데뷔 전부터 실버 레인을 향한 열기는 이미 과열 양상을 띠고 있었다.사전 공개된 티저 속 불 꺼진 비좁은 원룸과 "내가 너의 집이 되어줄게"라는 서늘하고 담담한 내레이션은 화려함만을 좇던 가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대출과 영끌의 늪을 운운하는 전무후무한 콘셉트는 즉각 대중의 호기심을 폭발시켰고, 폭풍전야의 기대감이 형성되었다."아이돌이 영끌을 안다고? 소속사 대표가 강남 부동산에 물리기라도 했냐 ㅋㅋㅋ""허구한 날 우주를 구하러 다니던 아이돌들이, 이제 내 집 마련을 구하러 오네.""맨날 '너에게 우주를 줄게' 하다가 '너의 집이 되어줄게' 하니까 확 와닿는다.역시 우주보단 역세권 자가지.""비주얼은 외제차 모는 재벌 3세인데, 가사는 변동금리에 쫓기는 대출자임.이 미친 갭차이 뭐냐?""데뷔곡 제목이 '집, 땅, 피눈물'? 얘네 팬덤명은 채권자냐? 아니면 세입자?""이건 K팝이 아니라 K-부동산이네.엠카운트다운이 아니라 PD수첩에 나가야 하는 거 아님?""흔해 빠진 사랑 타령 아니라서 일단 합격.근데 내 마이너스 통장 보고 가사 쓴 줄 알고 뼈 맞았다.""ㄴㄴㄴ 마이너스 통장 있으면 주담대 안 나옴.""요즘 아이돌 세계관 너무 복잡해서 안 봤는데, 대출금 갚는 세계관은 솔직히 못 참지.""살다 살다 아이돌 데뷔를 한국은행 금리 인하 기다리듯 간절하게 기다려보긴 처음이네."마침내 자정.“집, 땅, 피눈물~”음원이 공개되자 억눌렸던 시대의 감정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단 몇 시간 만에 차트 최상단을 점령한 데뷔곡 '집, 땅, 피눈물'의 파급력은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