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결전의 촬영 날이 밝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방송국 대기실 복도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오가는 스태프들의 발소리로 가득했다.
평소라면 은우 혼자 대기하며 조용히 목을 풀었을 아담한 1인용 대기실 안은 오늘따라 유독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쳤다.
은우의 기획 아래 특별 객원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 케플라 엔터테인먼트의 데뷔조 멤버들이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무대 화장을 마치고 스트릿한 의상까지 갖춰 입은 소년들은 좁은 대기실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첫 방송 무대라는 압박감과 설렘이 뒤섞인 공기가 실내를 맴돌았고, 당장이라도 무대를 씹어 먹을 듯 뜨겁게 타오르는 비글들의 에너지가 대기실을 폭발시킬 듯 끓어오르고 있었다.
“형, 진짜 우리 무대에 서는 거 맞죠?”
“그래.”
“진짜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안대를 걷어내고 창밖을 내다보자,비행기는 이미 이국의 잿빛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내달리고 있었다.그는 무심한 시선을 돌려 작은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무미건조하게 점검했다.헝클어진 머리칼 아래로 피로한 기색이 묻어났지만,대중에게 소비될 상품 가치가 훼손될 정도는 아니었다."휴. 내 얼굴 무사하네."자조적인 중얼거림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일말의 감상도 없는 도착이었다.이제 승무원과의 약속된 사진 촬영을 비즈니스처럼 끝내고 나면,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현실이 시작될 터였다.은우는 작은 안심을 한 뒤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물론 승무원과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는 기념품이라며 은우한테 특별 키트를 선물로 줬다.입국 심사가 끝난 후 공항 밖으로 나가니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헤이! 은우!”“잘 지냈어?”젤리곰 브라더스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손을 흔들었다.젤리곰 1호의 포옹을 은우가 재빨리 피했다."우리는 꿀 빨며 잘 지내고 있었지."젤리곰 브라더스의 실없는 농담 뒤에는 꽤나 묵직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실제로 그들의 통장에는 매달 쏠쏠한 음원 수익이 정확한 숫자로 꽂히는 중이었다.감상적인 만족감이 아니라,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달콤함이었다.방송 출연이라는 도박은 성공적이었다.대중의 관심이 쏠리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섭외가 밀려들었고,스케줄표는 빈틈없이 빽빽하게 채워졌다.일상적인 여유
은우는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창밖으로 펼쳐진 하늘은 한없이 쾌청했다.겹겹이 쌓인 짙은 구름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쏟아져 내렸고,그 찬란한 빛무리들은 비행기 날개에 부딪혀 황홀한 풍경을 자아내기 충분했다.오랜 시간 홀로 준비했던 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시작이었다.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복잡한 마음이었지만,작은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따스한 온기가 그의 굳은 어깨를 가만히 다독여 주는 듯했다.비행기가 묵직한 굉음과 함께 고도를 높일수록 지상의 풍경은 점차 아득해졌다.이제 익숙했던 모든 것들과는 잠시 이별이었다.하지만 일말의 후회는 없었다.구름 위를 평온하게 유영하며 맞이하는 이 황홀한 빛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미래를 축복하는 완벽한 서막과도 같았다.은우는 조용히 눈을 감고 미지의 세계를 향한 비행에 온전히 자신의 몸을 맡겼다.눈부신 햇살은 끝없이 이어질 길고 긴 여정의 든든하고 밝은 이정표가 되어 앞길을 비추고 있었다.‘미국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그때 통로 건너편에서 은밀한 수군거림이 일었다."설마 표은우 아냐?""역광이라서 잘 모르겠어……."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은우가 고개를 돌려 모자 챙을 살짝 밀어 올린 순간이었다.빛 아래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드러나자 기내 공기가 일순간 굳어졌다.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흠칫 놀라며 숨을 삼켰다.과장된 반응은 아니었다.실버레인의 첫 싱글 앨범은 신드롬에 가까운 초대박을 터뜨렸다.
“응? 다 같이 열심히 해서 번 건데 뭘. 난 아쉽지 않아.”“솔직히 말해봐. 조금은 아쉽지? 너 데뷔하기 전에도 꽤 벌었잖아. 그리고 회사 도움으로 부모님 보상금도 찾고···”체인쏘가 놀리듯 물었다.“그건 말 그대로 개별 활동이고, 이제부터는 팀이니까 당연히 함께 분배하는 게 맞지. 어쨌든 팀이 있기에 무대도 채우고 광고도 찍고 한 거잖아?”은우의 대인배적인 모습에 체인쏘는 자신의 질문이 부끄러웠다.“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체인쏘 형, 인성 보소.”“역시 두팔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자···”도리어 멤버들은 체인쏘를 놀리기 시작했다.은우도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하지만 팀 활동 분배에 관해서는 딱히 불만이 없었다.광고나 음원 수익은 1/N로 분배하기로 했고, 솔로나 개별 활동에 관해서는 소속사, 당사자, 팀(10%) 비율로 나누기로 했다.은우는 아직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좋은 팀원을 만난 것이 그저 행복했다.며칠 뒤, 실버레인 멤버들이 강기연의 사무실에 모였다.“모두들 왜 모였는지 알지?”“정산 때문 아닌가요?”곤이 손을 번쩍 들고 대답했다.“정답!”“우와와아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트렌드가 쉴 새 없이 뒤바뀌는 업계에서 두 달은 대중의 관심이 식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실버레인’의 열풍만큼은 예외였다.데뷔곡은 여전히 주요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굳건히 자리했고,음악 방송 트로피는 진열장이 모자랄 정도로 쌓였다.발매하는 굿즈는 단 1분 만에 동이 났으며, 각종 브랜드의 광고 러브콜이 빗발쳤다.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실버레인은 완벽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그리고 이 거대한 성공의 중심에는 강기연 실장이 있었다.사내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기획 초기만 해도 그녀의 파격적인 행보에 반신반의하던 이들조차 이제는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회의실에서 그녀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강기연의 날카로운 직감과 이를 뒷받침하는 치밀한 데이터 분석은 그야말로 '백발백중'이었기 때문이다.회사의 분기 매출은 수직 상승했고, 임원진의 입가에는 매일 웃음꽃이 피었다.사내에서 강기연의 입지는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다.결재를 마치고 복도를 지나던 중, 곽 이사가 환한 미소로 다가왔다.“축하해! 이번 굿즈 매출 보고서 봤어? 역시 강 실장이야.”곽 이사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엄지를 치켜세웠다.강기연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감사합니다, 곽 이사님.”“대체 그 정확한 타깃팅과 기획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비법 좀 알 수 있을까?”농담과 진심이 반씩 섞인 곽 이사의 물음이었다.이번에도 강기연의 감과
데뷔 후 3주라는 시간이 흘렀다.통상적인 아이돌의 화제성이라면 서서히 열기가 식어가며 코어 팬덤을 다질 시점이었다.하지만 실버 레인이 쏘아 올린 'K-부동산' 신드롬은 기세를 죽이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거대하게 몸집을 불려 나갔다.특히 숏폼 플랫폼은 그야말로 실버 레인과 표은우의 독무대였다."집, 땅, 피눈물~"이 짧고 처연한 킬링 파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끝없는 패러디를 양산해냈다.알고리즘을 아무리 새로고침해도, 교복 입은 10대들부터 넥타이를 풀어 헤친 30대 직장인들까지 은우의 표정을 흉내 내는 영상이 피드를 꽉꽉 채웠다.자연스럽게 멤버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아직 데뷔 한 달도 안 된 신인임에도 단독 광고 문의가 빗발쳤고, 지상파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은 앞다투어 이들을 섭외 1순위로 올리며 러브콜을 보냈다.하지만 실버 레인의 진정한 파급력은 연예계를 넘어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네, 오늘 아주 특별한 손님들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아이돌 최초로 경제 전문 방송에 출연한 실버 레인입니다!""금리 인하와 영끌족의 피눈물을 노래한 이 청년들을 모시고, 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과 청약 제도를 심도 있게 짚어보겠습니다."지상파 음악 방송 스케줄이 끝나면, 메이크업도 채 지우지 못한 멤버들이 경제 TV 채널과 부동산 심층 시사 프로그램에 불려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전문 패널들 사이에 뻘쭘하게 앉은 아이돌이라니, 그림 자체가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곤이 넥타이를 고쳐 매며 황당하다는 듯 외쳤다."아니, 아이돌이 경제
"이거 반응이 이렇게 좋다고요?"화면 속 폭발적인 차트 순위를 확인한 멤버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처음 스피커를 통해 곡의 전주가 흘러나왔을 때만 해도 연습실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었다.묵직하게 심장을 때리는 힙합 베이스와 트렌디한 멜로디에 멤버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와, 비트 미쳤는데요?역대급이에요!""이거 도입부부터 찢었다.우리 진짜 데뷔곡으로 대상 받는 거 아니에요?""실장님 사랑합니다!곡 퀄리티 진짜 미쳤다!"기대감에 부풀어 서로를 끌어안고 난리를 피운 것도 잠시였다.이내 비트 위로 얹어진 가이드 보컬의 노랫말이 귀에 꽂히기 시작하자, 연습실의 공기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변동금리의 늪에 빠진 내 숨통을 조여와…….'"……어?방금 가사 뭐라고 한 거예요?""금리요?변동금리?"'원금과 이자가 내 청춘을 저당 잡아…….'"잠깐, 이거 몰카죠?형, 이거 힙합 아니에요?갑자기 웬 대출 이자?""내가 너의 집이 되어줄게……?이거 아이돌 사랑 노래 아니었어요?팬들한테 명의를 달라는 거 같은데요?"불과 몇 분 전까지 비트에 몸을 맡기며 열광하던 멤버들은 어느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대부분이 아직 10대인 멤버들에게 이 노래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