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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Author: hikariky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15:10:44

“그럼 이번에는 ‘붉은 노을’을 불러 볼게요. 그런데 제 방식대로 조금 바꿔서 불러봐도 괜찮을까요?”

“상관없어요, 오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어? 저보다 이모뻘은 되어 보이시는데요?”

“뭔 상관이야! 잘생기고 노래 잘하면 오빠지!”

“맞아! 맞아!”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30대 여성들의 너스레에 웃음을 지었다.

“그럼 해보겠습니다.”

병원은 아픔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저 노을은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어딘가 기분이 가라앉는다.

하루가, 그리고 삶이 마감되는 기분이니까.

‘붉은 노을’의 원곡은 꽤 신나는 노래다.

그 후 빅뱅이라는 그룹이 리메이크했을 때는 떼창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원곡의 감성을 살린 밴드 느낌으로 부를 것인가?

아니면 댄스곡 느낌으로 부를 것인가?

“난 너를 사랑해~!”

그 순간 조명이 꺼졌다.

배경은 거대한 재즈 바로 바뀌었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은우의 첫 소절을 듣고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이었다.

‘이 노래가 이렇게 애절한 노래였나?’

그들의 앞에는 붉은 칵테일이 놓여 있었다.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매력적인 색깔.

한 모금을 들이켠 젊은이들은 순간 자신이 노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같은 술을 마신 노인들은 찬란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

그들은 일제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은 빛나고 있었다.

너무나 눈부셔서 그들은 순간 팔로 눈을 가렸다.

노래가 끝날 때쯤, 그들은 무대 중앙을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을 부르던 은우는 거대한 붉은 보석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4분쯤 지났을까?

모두들 마법에서 깨어났다.

“어… 어?”

그들은 여운에 취해, 은우가 노래를 끝낸 뒤에도 한참 동안 감상에 젖어 있었다.

어느새 자신의 병실로 돌아온 은우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이게… 무대구나…”

은우 역시 처음 느껴보는 전율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를 사랑의 눈빛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부담이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즐거웠다. 좀 더 느끼고 싶었다.

다음 날, 은우는 퇴원 준비를 했다.

“어… 그런데 은우 학생, 지금 당장 퇴원은 좀 곤란할 것 같아요. 병원비 납부가 안 돼서….”

병원비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대충 300만 원 정도?

문제는 지금 자신의 통장은 물론, 부모님 통장에도 그만한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였기 때문에 과실은 0:100이었다.

하지만 상대 측에서 자꾸 합의금을 깎으려고 했다.

“그럼 그냥 고소할게요.”

“그러시죠.”

문제는 상대도 그렇게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을과 을의 싸움, 약자와 약자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중간에서 가장 난감한 건 중재를 해야만 하는 보험사였다.

‘얼른 퇴원해야 하는데…’

은우의 목표는 분명했다.

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 계약을 한다.

어차피 학교는 자퇴했고 검정고시도 통과한 상태라 연습에 집중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런데 이러다간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방법이 없나 싶을 때 누군가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혹시 병원에서 노래 부른 학생 맞나요?”

“누나!”

강기연이었다!

“반가워요. 저는 케플라엔터테인먼트 매니저 강기연이라고 해요.”

“제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아, 이거 보고 궁금해서 한번 와봤어요.”

강기연이 핸드폰을 꺼내 보여준 동영상은 어제 은우가 노래를 부른 영상이었다.

“헙?!”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저희랑 계약할래요? 은우 군이 가수가 되는 데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은우는 감격스러웠다.

전생의 못생긴 자신에게도 기회를 주려 했던 강기연이라는 걸 알기에, 그만큼 믿음이 갔다.

“할게요, 계약.”

“정말요? 그래도 좀 더 신중하게 서류를 살펴보는 게 어때요? 부모님하고도 상의를 좀 하고….”

“누나라면 믿을 수 있거든요.”

강기연은 흐뭇하게 웃었다.

“알았어요. 일단 돌아가서 저도 윗분들께 보고를 해야 하니까요. 혹시 언제쯤 퇴원할 수 있어요?”

“계약하고 나서요. 제가 퇴원비가 없어서 퇴원을 못 하고 있거든요.”

“네?”

강기연은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 은우가 보여준 잠재력을 생각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을 텐데, 병원비 때문에 최저 조건으로 계약하게 됐으니까.

하지만 매니저로서 그녀에게는 촉이 왔다.

어떻게 해서든 은우를 붙잡아야 한다고.

그 예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남자가 병실에 들어섰다.

“혹시 여기서 ‘붉은 노을’ 부른 학생 있나요?”

“전데요?”

그는 3대 기획사인 ‘대히트’ 소속 매니저였다.

“저희는 은우 학생 같은 인재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제2의 BTS가 되어보지 않겠습니까?”

강기연은 순간 고개를 푹 숙였다.

중소 엔터테인먼트인 그녀의 회사가 대기업과 붙어서 이길 수는 없었다.

“싫어요.”

그 순간 표은우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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