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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 남겨진 그리움
얼어붙은 마음, 남겨진 그리움
Author: 리틀 피시

제1화

Author: 리틀 피시
10년 전, 송건호의 첫사랑인 정하윤은 송건호와 헤어진 뒤 해외로 떠났고 그 이후로 송건호는 실의에 빠져 매일 술을 진탕 마시며 폐인처럼 지냈다.

그 모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송건호의 엄마 박정순은 신유진에게 20억을 주겠으니 10년 동안 송건호의 곁에 있어 달라고 했다.

학창 시절 송건호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신유진은 박정순이 부탁을 해오자 별다른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그 이후로 신유진은 송건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송건호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든 웃게 만들려고 애를 썼고, 몸이 아프면 밤새 곁을 지키며 간호하거나 병원을 오가며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송건호의 위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는 특별히 요리까지 배워 직접 식사를 챙겼다.

신유진은 송건호를 실연의 늪에서 끌어냈고 또 오랫동안 송건호의 곁을 지켰다. 그러나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사랑을 쏟아부었다.

신유진은 한때 송건호의 친구가 송건호에게 신유진과는 대체 무슨 사이냐고 묻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송건호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송건호는 신유진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그렇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송건호는 신유진에게 별장 한 채를 주었고 아이를 낳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송건호는 대외적으로 계속 미혼인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너랑 결혼할 일은 없어. 그러니까 헛된 희망은 버려. 양육비는 줄게. 하지만 내 아이로 인정할 생각은 없어. 걔는 내 아이가 아니야.”

매정한 송건호는 정말로 단 한 번도 딸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걸 허락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세 살 때 무심코 한 번 아빠라고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딸 은서를 24시간 동안 방 안에 가둬두었고 그 일로 은서는 목이 쉴 때까지 엉엉 울었다.

네 살 때는 송건호의 손을 한 번 잡았다가 송건호가 거칠게 밀치는 바람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하마터면 골절될 뻔했다.

그런데 어제 송건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들뜬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은서를 위한 선물까지 챙겨왔고 함께 생일을 보내자고 약속까지 했다.

은서는 뛸 듯이 기뻐하며 아빠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아니냐며 끊임없이 물었다.

그러나 신유진은 송건호가 그토록 들떠 있는 이유가 첫사랑이 귀국했기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신유진은 송건호가 그 여자를 얼마나 살뜰히 챙겨주는지를, 그 여자의 아이를 품에 안고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보라며 다정하게 달래는 모습을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신유진은 그제야 비로소 마음을 접었다.

박정순은 신유진의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미 마음먹은 것 같으니 나도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

집으로 돌아간 뒤 신유진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다섯 살 된 딸 은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물었다.

“엄마, 우리 진짜 아빠를 떠나는 거예요?”

딸을 보는 순간 신유진은 마음이 아렸다.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거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서 눌러앉아 있을 수 없어.”

송건호는 신유진도, 은서도 사랑하지 않았다.

송건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왔으니 이제 그 집에 신유진과 은서가 머물 자리는 없었다.

신유진은 쪼그리고 앉아 은서에게 말했다.

“엄마랑 같이 이곳을 떠나 해외 가서 살자. 응?”

은서는 일찍 철이 든 아이라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아빠가 저랑 같이 생일을 보내고 놀이공원에도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했는걸요. 저는 아직 아빠랑 놀이공원에 가본 적이 없어요.”

신유진은 은서가 아빠의 사랑을 얼마나 갈망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한 번도 아빠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가 갑자기 아빠의 약속을 얻어냈으니, 결말이 좋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을 터였다.

은서는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저 정말 아빠랑 같이 생일을 보내고 싶어요. 아빠한테 기회를 세 번만 더 주면 안 돼요? 그래도 아빠가 여전히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떠나는 거예요.”

빨개진 은서의 두 눈을 바라보던 신유진은 참지 못하고 은서를 꼭 끌어안았다.

결국 신유진은 딸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알겠어. 그렇게 하자. 우리 아빠한테 세 번만 더 기회를 주자.”

3일 뒤면 은서의 생일이었다.

신유진은 송건호에게 세 번의 기회를 줄 것이다.

만약 세 번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송건호가 여전히 자신과 딸을 실망하게 한다면 신유진은 은서를 데리고 송건호의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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