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식당에서의 그 소름 돋는 경고 이후, 오후 내내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지만, 등 뒤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시선 탓에 잔뜩 긴장한 어깨가 부자연스럽게 굳어 있었다. 한성그룹의 막내딸이자 신임 팀장인 한도희가 자리에 앉아 사각거리며 서류를 넘길 때마다, 마치 내 목덜미를 투명한 목줄로 가만히 조여오는 듯한 기묘한 압박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연우 씨, 아까 휴게실에서 팀장님이랑 무슨 얘기 한 거야? 얼굴이 완전 하얗게 질려서 나왔던데.”
탕비실로 향하던 길, 다른 부서의 동료 직원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와 슬쩍 캔커피를 내밀었다. 평소 같았으면 싹싹하게 웃으며 받아들였을 터였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서 도희의 차가운 음성이 경고음처럼 울려 퍼졌다.
‘사내 연애는 금지입니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걸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귀신같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얇은 스타킹 신은 발끝으로 내 턱밑을 겨누던 그 서늘한 안광이 등 뒤에서 꽂히는 것만 같았다.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전임 과장이 싸지른 똥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어서요. 커피는 마음만 받을게요.”
“어, 어어…… 그래? 힘내, 연우 씨.”
거절당한 동료가 당황한 듯 돌아섰지만, 미안해할 겨를이 없었다. 대형견의 생존 본능이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지금은 다른 년에게 꼬리를 흔들 때가 아니라, 새 주인이 내린 명령을 완벽하게 완수해야 할 때라고.
자리로 돌아온 나는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도희가 지적했던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 전임 과장이 엉망으로 꼬아놓은 매출 실적과 마케팅 수치들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기획서를 뜯어고쳤다.
째깍거리는 시계바늘이 마침내 오후 5시 40분을 가리켰을 때, 드디어 만족스러운 수정본이 프린터기에서 흘러나왔다.
탁, 탁.
서류 뭉치를 정돈한 뒤, 나는 굳은 결심을 한 채 팀장실 앞으로 걸어갔다. 불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도희의 가녀린 실루엣이 흐릿하게 비쳤다.
똑, 똑.
“……들어와요.”
안에서 흘러나온 매혹적이면서도 단호한 목소리.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문고리를 돌렸다. 문이 닫히는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됐다. 비로소 세상에 오직 한도희와 나, 단둘만 남겨진 밀폐된 공간이었다.
“팀장님, 지시하신 마케팅 기획서 수정본입니다.”
도희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손을 뻗어 서류를 받아들였다. 그녀가 서류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팀장실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종이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가슴도 쿵쾅거렸다.
서늘한 형광등 불빛 아래 드러난 도희의 옆모습은 비현실적일 만큼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오버핏 코트에 가려져 있던 체구는 온데간데없고, 칼정장을 입은 그녀의 어깨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풍겼다.
수 장의 서류를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도희가 마침내 서류철을 툭 덮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아주 훌륭하네요.”
“예? 아…… 감사합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전임 과장의 해이해진 구멍들을 전부 메워왔어. 시키는 대로 숫자를 아주 정확하게 채웠군요. 핑계를 대지 않고 증명해 내는 태도, 마음에 들어요.”
칭찬이었다. 지독하게 냉정하던 상사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며 대형견의 꼬리가 보이지 않게 살랑거리려던 찰나였다.
스륵.
의자를 뒤로 밀며 한도희 팀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각.
적막한 팀장실의 대리석 바닥을 울리는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 그 단 한 번의 파열음에 내 척추를 타고 서늘한 전율이 쫙 흘러내렸다.
또각, 또각…….
일정한 박자로 내게 다가오는 구두 소리는 마치 사냥감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포식자의 발걸음 같았다. 분명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가녀린 체구인데도, 다가오는 그녀의 실루엣이 팀장실 전체의 공기를 집어삼키는 것처럼 거대하게 느껴졌다.
숨이 턱 막히는 위압감에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기가 눌린 채 마른침만 꼴깍 삼켰다. 마침내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도희가 우뚝 멈춰 섰다.
그녀가 고개를 슬쩍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시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가 나를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혔다. 사람을 발밑에 두는 듯한 그 깊고 투명한 눈동자가 내 얼굴 구석구석을 집요하게 핥아 내렸다.
“업무는 아주 만족스러운 합격점인데…….”
도희가 나지막이 읊조리며 손을 뻗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가슴팍에 걸린 사원증 목걸이를 슬쩍 쥐었다.
스윽, 탁-
그녀가 사원증 줄을 가볍게, 하지만 단호하게 제 쪽으로 낚아챘다.
“앗…….”
목덜미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감각과 함께, 내 185cm가 넘는 거대한 상체가 허리를 숙이듯 앞으로 툭 기울어졌다. 순식간에 코끝이 닿을 듯한 거리까지 시선이 좁혀졌다.
도희의 붉은 입술이 매혹적인 호선을 그리며 열렸다. 지독하리만치 달콤하고 서늘한 무화과 향이 내 호흡을 통째로 지배했다. 안경 너머 흑진주 같은 안광이 내 눈동자를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낮에 식당에서 보니까, 내 경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것 같네? 강연우 씨.”
“……팀, 팀장님. 그건…….”
“차예린 대리랑 아주 다정해 보이던데. 셔츠 깃까지 만져주는 사이인 줄은 몰랐어.”
낮고 은밀한 목소리 속에, 숨길 수 없는 서늘한 소유욕이 날카롭게 칼날을 드러냈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나를 압박하는 공포감 속에서, 목줄을 꽉 쥔 채 나를 지배하고 있는 이 여자에게 온 신경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거칠어진 내 숨소리가 밀폐된 방 안에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그건…… 선배가 그냥 장난으로 세워준 거였습니다. 사적인 감정은 절대…….”
“장난이라도 내 구역에선 금지예요. 특히 내 눈이 닿는 곳에서는 더더욱.”
도희는 사원증 줄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나를 더 깊숙이 제 영역 안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아주 완벽하게 목줄을 틀어쥔 형국이었다.
“명심해요, 연우 씨. 당신 기획서의 숫자만 관리하는 게 내 업무는 아니니까.”
스르륵.
말을 마친 그녀가 마침내 손을 놓아주었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사원증 줄이 풀리자,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떨어져 나간 목덜미가 화끈거렸고, 억눌려 있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하아, 하아.”
늑대의 눈을 한 만렙 상사이자 주인, 한도희의 은밀하고도 잔인한 단속.
팀장실을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가슴팍을 움켜쥔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덜덜 떨리는 공포심 속에서, 묘하게 심장이 달고 짜릿하게 뛰기 시작했다. 주인의 손길을 완전히 각인당한 대형견처럼. 지독한 긴장감과 알 수 없는 달콤함 속에서, 나는 그저 그녀의 손끝만 바라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팀장실에서 목줄을 단단히 잡힌 채 완전히 넋이 나가 자리로 돌아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주위 직원들이 하나둘 가방을 챙기는 퇴근 시간이었다. 나 역시 서둘러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 등 뒤에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내 발목을 붙잡았다.
“수고하셨어요, 다들. 아, 강연우 씨. 오늘 저녁에 약속 있나요?”
자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한도희 팀장이 서류첩을 든 채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남은 몇몇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쏠렸다.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아… 네, 팀장님. 선약이 있습니다.”
“안타깝네요. 오늘 고생한 의미로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하려고 했더니.”
“중요한 약속이라 팀장님과의 식사는 죄송하지만 한 템포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나름대로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팀장실에서의 그 숨 막히는 텐션을 겪고 나서 곧바로 단둘이 밥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도희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감히 거역당했다는 사실이 불쾌하다는 듯한, 오만한 재벌가 상사의 눈빛이었다.
“강연우 사원, 잠시 휴게실로 따라오시겠어요?”
“네? 아, 하지만 지금 약속 시간이 좀 당겨져서…….”
“잔말 말고.”
낮게 내리깔린 명령조에 입이 턱 막혔다. 먼저 앞장서서 걸어가는 그녀의 단단한 구두 소리를 따라, 나는 주춤거리며 다시 휴게실의 불투명한 유리문 안으로 발을 들였다.
탁.
문이 닫히자마자 도희가 돌아서며 나를 맹수처럼 몰아붙였다. 불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바깥 사원들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비치는, 언제 들킬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공간이었다.
“여자인가요? 그 약속 상대.”
“……예? 팀장님, 그걸 팀장님께 일부러 다 보고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생활 침해입니다.”
내 나름의 반항에 도희는 대답 대신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내게 바짝 다가왔다. 또각.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와 함께 훅 끼쳐오는 진한 무화과 향에 숨이 턱 막힌 찰나, 그녀의 가느다란 손길이 내 가슴팍에 닿았다.
스윽…….
“사생활?”
도희의 손가락이 내 셔츠 단추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단단하게 굳어있는 내 가슴팍의 굴곡을 느릿하게 문지르며 올라온 그녀의 손길은, 이내 낮에 예린 선배가 만졌던 셔츠 깃을 거칠게 낚아챘다.
“앗…….”
목덜미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내 거대한 몸이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숙여졌다. 코앞에서 느껴지는 도희의 숨결은 달콤하면서도 오한이 서릴 만큼 차가웠다. 도희는 깃을 쥔 손에 힘을 준 채, 다른 한 손으로 내 단단한 어깨를 지나 가슴, 그리고 허리께를 노골적으로 더듬어 내렸다. 마치 제 소유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가학적인 손길이었다.
“차예린 대리가 여길 만지면서 속삭일 땐 가만히 있더니, 주인의 손길은 거부하겠다는 건가? 강연우 씨.”
“팀, 팀장님…… 흐윽, 여기 회사입니다…….”
밖에서 누가 문을 열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얇은 셔츠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지는 도희의 은밀한 손길에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거칠어진 내 숨소리가 휴게실 안을 채우자, 도희는 아예 내 허리춤을 단단히 움켜쥐고 제 쪽으로 거칠게 밀착시켰다.
“회사니까 더 조심했어야지. 낮에 식당에서 그 년이 당신 몸에 손대던 모습, 내 개인 메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
“공개된 장소에서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 안 그래도 본사에서 사내 기강 확립으로 예민한 시기인데…… 한성그룹 감사팀에 말 한마디 넣는 건 내게 일도 아니거든.”
도희는 내 허리를 움켜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다른 손끝으로 내 붉어진 귀 끝을 톡톡 건드렸다. 다른 년에겐 깃 하나 허락하지 말라며 질투를 불태우면서도, 정작 자신은 내 몸을 마음대로 유린하는 그 오만한 독점욕에 정신이 마비될 것 같았다. 완전히 덫에 걸렸음을 깨달은 내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원하시는 게 뭐죠?”
내 굴복을 감지한 도희의 손길이 이번엔 내 넥타이를 스르륵 타고 내려가 대담하게 가슴 중앙을 꾹 눌렀다.
“오늘 저랑 저녁 식사를 같이 하는 겁니다. 바로 오늘 저녁에.”
“그걸…… 제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요?”
내 마지막 반항에 도희의 눈빛이 스산하게 가라앉았다.
“……!”
도희는 내 가슴팍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나를 휴게실 벽면으로 거칠게 밀쳐버렸다. 묵직한 내 덩치가 벽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아찔한 통증이 발끝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찌릿하게 몰아쳤다.
콰직-
“아……윽!”
도희가 신고 있던 아찔한 검은색 하이힐 구두 굽이 내 구두 등 가죽을, 그리고 그 안의 발등 뼈를 사정없이 짓밟고 뭉개버린 것이었다. 날카로운 굽 끝이 체중을 실어 사정없이 파고들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벽에 처박힌 채 발까지 완벽하게 묶여버린 형국. 도희는 가느다란 검은 스타킹 다리에 힘을 준 채, 제 발밑에서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나를 처연하고도 아름답게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방금 말한 풍기문란 건에 더해서, 당신의 이번 달 마케팅 실적까지 전부 지우겠습니다. 당신이 영혼을 갈아 넣은 그 실적, 낙제점으로 만드는 건 팀장인 내 권한으로 아주 간단하니까요.”
발등을 사정없이 짓밟고 있는 구두 굽의 아찔한 무게감과, 내 모든 생명줄을 인질로 잡고 뺨을 만져대는 가차 없는 권력의 횡포. 다른 년은 손끝 하나 못 대게 하면서, 정작 주인인 자신은 나를 벽에 밀치고 구두로 짓밟으며 제멋대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그 오만한 내로남불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마비되어 갔다.
초거대 재벌가의 권력과 날카로운 하이힐 굽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나는, 결국 분노와 수치심, 그리고 묘한 피학적 카타르시스로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식사.”
내 완벽한 굴복을 확인한 한도희 팀장이 그제야 발을 슬그머니 떼어주며, 내 뺨을 마지막으로 톡톡 치고 속삭였다.
“현명한 선택이에요, 연우 씨. 그럼 주차장에서 기다리죠. 얌전하게 내려와요.”
그녀가 남긴 차가운 무화과 향과 짓밟혀 화끈거리는 발등의 감각 속에서, 나는 꼼짝없이 늑대의 손아귀에 붙잡힌 대형견이 되어 터덜터덜 그녀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진짜 지옥은 일요일 아침의 조명이 거실을 완전히 밝히면서부터였다.밤새도록 나를 올라탄 채 몇 번이나 절정을 맞이하며 애액을 쏟아낸 도희와 달리, 내 아래는 가죽 목줄이 조여들 때마다 참으라는 그녀의 매서운 명령 때문에 단 한 발의 사정도 허락받지 못한 채 핏대를 세우며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사정감을 강제로 억누른 탓에 하복부가 끊어질 듯 아파왔고, 뇌수가 통째로 마비될 것 같은 성적 갈증이 온몸을 지배했다.도희는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내 목줄을 쥔 채 거실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 통창 너머로 눈부신 일요일의 햇살이 서울 시내 전경과 함께 쏟아져 들어왔다.“이리 와, 연우야. 날이 밝았으니 일요일 업무를 해야지.”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감각에 나는 알몸인 채로 대리석 바닥을 기어 그녀의 발밑으로 다가갔다. 도희는 뒤돌아서서 내 터질 듯이 성이 난 상징을 내려다보더니, 잔인하리만치 아름답게 입꼬리를 올렸다.“밤새 잘 참았네. 하지만 아직 싸라고 허락한 적 없어. 일요일 온종일 내 몸을 맛보면서, 내가 싸라고 할 때까지 비참하게 매달려 봐.”도희는 제 얇은 실크 슬립을 어깨 밑으로 완전히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뜨렸다. 한낮의 햇살 아래 드러난 그녀의 나체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매끄러웠다. 도희는 유리창을 양손으로 짚고 허리를 숙여, 젖어 든 둔부를 내 쪽으로 노골적으로 내밀었다.“박아, 연우야. 대신 내 허락 없이 안에 싸면 네 인생은 그날로 끝이야.”그 오만한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밤새도록 축적된 내 야수 같은 본능이 폭발했다. 나는 도희의 골반을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한낮의 햇살이 내리쬐는 통창 앞에서 그녀의 비좁고 뜨거운 비처 속으로 내 거대한 상징을 가차 없이 밀어 넣었다.콰직-! 찌적, 츌칵!“하아아아앗-! 연우, 야아……! 앙!”살결과 살결이 아무런 여과 없이 날것으로 부딪히는 적나라한 파열음이 넓은 거실을 가득 채웠다. 밤새 참아내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던 기둥이 그녀의 질척한 내벽을 사정없이 긁어내릴 때마
휴대폰 액정이 어두운 화면으로 죽어버린 순간, 소파 위에는 완벽한 고립과 정적만이 내려앉았다. 내 머리통을 허벅지 사이에 가둬두고 있던 도희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나를 내려다보았다.그녀의 손가락은 여전히 내 앞치마 끈 끝자락을 감아쥐고 있었다. 마치 낚싯줄을 팽팽하게 당기듯, 그녀가 손가락을 아주 미세하게 뒤로 잡아당길 때마다 내 몸은 속절없이 그녀 쪽으로 더 깊게 끌려 들어갔다.“주말 내내 나한테서 눈도 떼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약속한 포상을 줘야겠지?”도희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가마자, 그녀의 매끄러운 손가락이 내 메마른 입술을 아주 느릿하게, 마치 무언가를 음미하듯 훑어 내렸다. 맨살 앞치마 한 장만 걸친 내 알몸 위로 그녀의 시선이 아주 뜨겁게 머물렀다. 도희는 내 입술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그 사이로 제 숨결을 고스란히 밀어 넣었다.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지독하리만치 달콤한 무화과 향이 폐부 깊숙이 박혀들었다. 나는 공포와 수치심, 그리고 도희가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비참한 쾌감 때문에 아래턱을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내 반응을 즐기듯, 내 얼굴을 제 쪽으로 더 꽉 밀착시키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자, 이제 얌전히 받아. 이게 네 주인이 내리는, 아주 달콤한 포상이야.”도희의 선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가 내 어깨를 거칠게 낚아채 소파 위로 눕혔다.텅-폭신한 가죽 소파 위로 내 몸이 박히듯 쓰러졌다. 도희는 망설임 없이 내 위를 완전히 덮치며 올라탔다. 얇은 실크 슬립 가디건 아래로 그녀의 적나라한 체온이 내 앞치마 틈새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 가슴팍을 짓누르는 그녀의 풍만한 볼륨감과, 내 허벅지 사이를 사정없이 파고드는 도희의 매끄러운 무릎.나는 그녀의 강압적인 체중에 눌려 숨을 헐떡이며 몸을 뒤틀었지만, 도희는 마치 나를 바닥에 박제해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내 양 손목을 낚아채 소파 헤드 위로 거칠게 꺾어 결박했다.“어딜 가려고, 연우야. 포상은 이제 막 시작인데.”도희는
위잉- 위잉-토요일 아침,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지독한 숙취와 함께 눈을 뜨자마자 침대 머리맡에서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잔뜩 흐려진 눈으로 겨우 액정을 확인한 순간, 어젯밤 사케의 알코올 기운과 도희 누나의 축축한 스타킹 맛이 한순간에 싹 가실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발신인은 한도희 팀장. 아니, 내 사생활과 육체를 통째로 사들인 나의 진짜 주인님이었다.[오전 11시까지 내 집으로 와. 주소는 아래. 1분이라도 늦으면 벌칙 있어, 연우야.]간결하다 못해 서늘한 문자 한 통에 숨이 턱 막혔다. 시간은 이미 10시 10분. 내 의지나 주말 스케줄 따윈 안중에도 없는, 지극히 가차 없고 일방적인 소환 명령이었다.문자를 빤히 바라보는 시야 위로 어젯밤의 기억들이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CCTV조차 없는 어두운 밀실, 반항할 틈도 없이 나를 소파 위로 거칠게 밀쳐 덮쳐 누르던 도희 누나의 묵직한 힘. 내 단단한 손목을 한 손으로 결박하고, 풀어헤쳐진 넥타이를 목줄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에 감아쥐며 내 숨통을 조여오던 그 무자비한 강압감. 지이익 찢겨 나간 검은 스타킹 잔해 사이로 내 혓바닥을 강제로 집어삼키며 분수를 토해내던 그녀의 수치스러운 절정까지.‘나니까 이래도 되는 거야. 넌 얌전히 짓밟혀서 내 처분만 기다려.’귓가에 웅웅거리는 도희 누나의 오만한 음성과 뺨 위에 떨어지던 [사적 예속 계약서]의 감각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내 손을 겹쳐 쥐고 강제로 이름을 쓰게 만들던 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아직도 오른손 끝에 남아있는 것만 같아, 나는 침대 위에서 머리를 감싸 쥔 채 괴롭게 신음했다. 일개 신입사원인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대기업의 아가씨. 그녀의 덫에 걸린 이상 내게 주말의 평화 따윈 허락되지 않는 사치였다.1분이라도 늦으면 벌칙이 있다는 경고가 뇌리를 스치자 등 뒤로 식은땀이 확 흘렀다. 거절하거나 늦었다간 월요일 아침 회사에 내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그녀의 손에 어떻게 망가질지 몰라 끔찍한 두려
똑, 똑.“손님, 프런트입니다. 주문하신 추가 주류와 물수건 가져왔습니다.”잠겨 있는 줄 알았던 미닫이문 바로 너머에서 지배인의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내 머릿속에 공포와 패닉이 동시에 휘몰아쳤다.지금 내 꼬라지는 소파 아래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바지 지퍼가 완전히 열려 있고, 입술은 도희 누나의 붉은 립스틱으로 엉망으로 번진 상태였다. 들키면 사내 매장은 물론 인생이 끝장나는 최악의 상황.“엇……!”겁에 질린 내가 당장 옷추스르고 소파 뒤로 도망치려 몸을 비튼 순간, 내 목에 감겨 있던 넥타이 목줄이 자비 없이 콰악 낚아채 졌다.“아윽……!”“누가 맘대로 움직이래, 연우야.”도희 누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치도록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꿇린 내 머리통을 제 치마 속 검은 스타킹을 신은 양 허벅지로 콰악 조여 제 발밑에 그대로 찍어 눌렀다. 그리고 문밖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고고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 문 열려 있으니까 그냥 들어와서 테이블 위에 두고 가세요.”스르륵-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지배인의 발걸음 소리가 방 안으로 울 퍼졌다. 그와 동시에 내 지옥 같은 쾌락과 수치심도 극에 달했다.나는 도희 누나의 치마 밑, 어두컴컴한 검은 스타킹 다리 사이에 얼굴이 갇힌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엎드려 있어야 했다. 콧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지독한 무화과 살취와 스타킹 원단의 까슬한 촉감이 얼굴 전체를 덮쳤다.게다가 더 미칠 것 같은 건, 열린 내 바지 사이로 도희 누나의 맨발가락 끝이 밀려들어 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내 은밀한 부위를 노골적으로 꽉 움켜쥐고 비벼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흐으윽……!”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걸 입술을 짓깨물며 필사적으로 삼켰다. 지배인이 테이블 위에 술병을 내려놓는 달칵 소리가 들릴 때마다 척추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들키면 끝장이라는 극도의 스릴 속에서, 발가락 끝으로 내 가장 민감한 곳을 유린하는 주인의 가학적인 애무에 내 아래는 이미 통
똑, 똑.“손님, 주문하신 요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정적을 깨는 지배인의 목소리와 함께, 내 셔츠 밑단을 헤집던 도희 누나의 서늘한 손가락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은밀한 자극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열감과 잔상이 남아, 나는 도희 누나가 옆자리로 물러난 후에도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미닫이문이 열리고 화려한 일식 코스 요리와 함께 맑은 사케가 테이블 위를 채웠다. 지배인이 물러가고 다시 문이 완전히 잠기자마자, 나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수치심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앞의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화끈한 알코올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가뜩이나 도희의 무화과 향에 마비되어 가던 뇌를 더 어지럽게 뒤흔들었다.도희 누나는 그런 나를 한심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듯 빤히 바라보더니, 사케 병을 들어 내 빈 잔을 채워주었다. 사케 병을 쥔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절로 시선이 머물 때, 도희 누나가 내 잔을 쥔 손위로 제 손을 겹쳐 쥐며 힘을 주어 꾹 눌렀다.“급하게 마시지 마, 연우야. 밤은 기니까.”그녀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온도와 겹쳐진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묵직한 지배력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도희는 내 손끝이 잘게 떨리는 것을 눈으로 가만히 감상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이 공간의 주도권은 물론, 내 신체 일부까지 그녀의 철저한 통제 하에 들어간 것 같았다.도희 누나가 부드러운 몸짓으로 젓가락을 들어 잘 익은 참치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내 입가로 그것을 슥 가져다 대었다. 코끝에 닿는 은은한 살취와 너무 노골적인 주인의 행동에 당황한 내가 고개를 슬쩍 뒤로 뺐다.“어…… 팀장님, 아니 누나. 이건 제가 먹을게요.”“습관이 참 나쁘네, 연우는.”내가 거절의 기색을 보이자마자, 도희 누나의 얼굴에서 부드러운 미소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녀는 거두지 않은 단단한 나무 젓가락 끝으로 내 아랫입술을 지긋이, 거칠게 짓눌렀다.“읍…….”입술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강압적인 통증에
“……정말 미안. 갑자기 회사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내가 나중에 진짜 맛있는 거 살게. 응, 미안해.”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나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며 문자를 보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약을 취소하는 내 손끝이 억울함과 수치심으로 잘게 떨렸다. 내 피 같은 프로젝트 실적과 직장 생활 전체를 인질로 잡고 사정없이 흔드는 무자비한 새 팀장, 한도희.딩동-.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주차장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저 멀리, 대형 SUV들 사이에서 유독 매끈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한성그룹 막내딸이라는 그녀의 신분에 걸맞은, 숨이 막힐 정도로 거대하고 차가운 철갑 같았다.침을 꼴깍 삼키며 다가가자, 스르륵 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도희 팀장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손끝으로 슬쩍 내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회사에서의 칼정장 재킷은 뒷좌석에 걸어둔 채, 얇은 실크 셔츠 차림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차 안의 어두운 조명과 어우러져 숨이 막힐 정도로 매혹적이었다.“늦었네요, 연우 씨. 타요.”나는 거역할 수 없는 주인의 명령에 이끌리듯 주춤거리며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툭.문이 닫히자마자, 외부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좁은 밀실 속에서 훅 끼쳐오는 향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희미하게 맡았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깊은 향. 마냥 가벼운 꽃향기가 아니었다. 잘 익은 무화과 과육의 농밀하고 달콤 쌉싸름한 체향 뒤로, 묵직하고 서늘한 삼나무 잔향이 차 안의 공기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다.‘무섭고 차가운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달콤하고 중독성 있는 냄새가 나는 거지?’묘하게 이성을 흐트러뜨리는 살취에 취해 내가 안전벨트도 매지 못한 채 굳어있던 그때였다.스윽-“……!”갑자기 도희 팀장이 내 쪽으로 상체를 슥 기울여왔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비현실적인 냉미녀 낯짝에 숨이 턱 막힌 순간,
정태건 그 대머리 팀장이 하루아침에 잘려 나갔다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 전 부서원이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던 회의실에서 신임 팀장 한도희에게 대놓고 지목당했다.“강연우 씨는 회의 끝나고 바로 나 좀 보죠. 휴게실로 따라와요.”짧은 호출을 던지고 오만하게 먼저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뒤태를 보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칼로 재단한 듯한 검은색 정장 스커트 아래로 비치는 매끄러운 검은 스타킹 다리와, 대리석 바닥을 똑, 똑 울리는 하이힐 구두 소리가 유독 위압적이었다.주변 동기들과 선배들의 동정 어린 시선이 내 등 뒤에 따갑게 꽂
“강연우 씨, 자네 요즘 너무 실수가 잦아. 주의할 필요가 있네.”원형탈모 개꼰대 새끼.아니, 우리 부서 팀장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섰다. 결코 불만스러운 기색을 들키지 않기 위해 허리가 부러져라 고개를 숙였지만, 속은 이미 시커멓게 뒤집어진 후였다.‘지가 트롤짓 해서 터진 사고를 왜 엄한 신입한테 뒤집어씌우고 지랄이야, 대머리 독수리 새끼가.’마음 같아서는 저 빛나는 대갈통을 붙잡고 저금통 구멍이라도 뚫어버리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나는 삼 개월 차 핏덩이 신입사원이었다. 결국 무력한 어깨를 질질 끌며 사무실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