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정태건 그 대머리 팀장이 하루아침에 잘려 나갔다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 전 부서원이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던 회의실에서 신임 팀장 한도희에게 대놓고 지목당했다.
“강연우 씨는 회의 끝나고 바로 나 좀 보죠. 휴게실로 따라와요.”
짧은 호출을 던지고 오만하게 먼저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뒤태를 보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칼로 재단한 듯한 검은색 정장 스커트 아래로 비치는 매끄러운 검은 스타킹 다리와, 대리석 바닥을 똑, 똑 울리는 하이힐 구두 소리가 유독 위압적이었다.
주변 동기들과 선배들의 동정 어린 시선이 내 등 뒤에 따갑게 꽂혔다. 부임하자마자 과장 목을 날려버린 본사 칼잡이자 한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라는 낙하산 상사한테 찍히다니, 내 사내 인생은 삼 개월 만에 종치는 걸까?
‘……왜 하필 나를?’
턱 밑까지 차오르는 비명을 삼키며 며칠 전 밤거리에서 만났던 땅딸보 상사의 뒤를 따라 휴게실로 들어섰다.
달콤한 믹스커피 향이 감도는 사내 휴게실. 한도희 팀장은 이미 소파에 깊숙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올려둔 두꺼운 서류뭉치를 탁, 탁 넘기는 그녀의 손끝이 유독 가차 없어 보였다.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팀장님…….”
“저희 구면이죠?”
도희가 고개를 슬쩍 들어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밤거리의 모자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서늘한 미모가 사내 형광등 아래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안경 너머로 빛나는 흑진주 같은 눈동자가 내 거대한 덩치를 위아래로 느릿하게 관통했다.
“아…… 네. 그때 골목에서 지갑을…….”
“그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곤란할 뻔한 걸 면했으니까요.”
사적인 고마움을 전하는 목소리치고는 지나치게 차분하고 비즈니스적이었다. 긴장이 아주 살짝 풀리려던 찰나, 도희가 서류 한 장을 내 앞으로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일로 부른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로…….”
“서류를 쭉 훑어봤는데요. 강연우 씨, 처리 건수는 많은데 정확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업무 성과 란이 아주 엉망이에요. ……이유가 있나요?”
정확하게 약점을 찔러오는 단호한 음성에 등줄기가 뻣뻣하게 굳었다. 억울함이 홧홧하게 치밀었다. 그 정확도 떨어진 서류들, 죄다 잘린 대머리 팀장 놈이 지 실적 채우려고 나한테 강제로 짬 처리 시켰던 쓰레기 더미들이었으니까.
“아…… 네. 그건 과거에 업무 분배가 좀 불규칙해서, 과장님이 지시하신 업무가 좀 많다 보니...”
“핑계는 안 받아요.”
짧고 단호한 차단.
그 거역할 수 없는 재벌가 상사의 서늘한 눈빛에 짓눌려 나는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185cm가 넘는 덩치 큰 대형견이 작고 아담한 상사 앞에서 깨갱하며 꼬리를 내리는 꼴이었다. 도희는 그런 나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실적만 봅니다. 인간관계, 감정, 업무 외 태도…… 그런 사소한 것들보다 내 눈에 보이는 숫자가 먼저예요.”
“……네.”
고개를 숙인 채 기운 없이 대답했다. 역시 새로 온 팀장에게 나는 그저 무능한 낙제점 신입사원일 뿐인 걸까. 속상함에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무는데, 머리 위로 의외의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다만, 하나는 인정해요.”
“예?”
“이 팀에서 유일하게, '다른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이라는 점.”
도희가 검지손가락으로 책상을 톡, 톡 두드리며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늑대가 마음에 드는 사냥감을 관찰하듯, 혹은 쓸 만한 사냥개의 목줄을 가늠하듯 묘하게 흥미가 돋은 눈빛이었다.
“앞으로, 그 신뢰에 숫자를 더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 팀에 강연우 씨가 남을 자리는 없습니다.”
할 말을 끝낸 그녀가 자리에서 미련 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얼어붙어 있는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툭.
도희의 단단한 손끝이 내 가슴팍을 가볍게, 하지만 묵직하게 한번 치고 지나갔다. 얇은 와이셔츠 옷감 너머로 닿은 선명한 자극과 함께, 그녀의 살결에서 풍기는 지독하리만치 진한 무화과 향이 콧속을 훅 헤집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렇다면, 이만.”
은은한 향을 남긴 채 휴게실을 빠져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제 가슴을 움켜쥐고 서 있었다. 혼난 건데, 분명히 엄청 깨진 건데…… 왜 이렇게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건지, 왜 닿았던 가슴팍이 아직도 화끈거리는 것 같아서 미칠 것 같았다.
“……대체 뭐 하는 여자야?”
“……왁!”
“아, 깜짝아!!! 아, 진짜 선배!!!”
갑자기 등 뒤에서 튀어나온 예린 선배 때문에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예린 선배는 내 과장된 반응이 재밌어 죽겠다는 듯 킥킥대며 웃었다.
“킥킥킥! 야, 뭔 얘기했냐? 새로 부임한 본사 칼잡이 팀장님이랑.”
“별 얘기 안 했어요……. 지난주 실적이 왜 이 모양 이 꼴이냐고 꼽만 진창 먹었지.”
“에휴, 고생했다. 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누나가 사줄……”
“오늘은 제가 살게요. 그 헤드라이트도 꺼졌고, 기분도 꿀꿀하니까.”
“그래? 그럼 나야 땡큐지! 가자!”
선배의 손에 이끌려 휴게실을 나섰다. 멀어지는 내 뒷모습을, 휴게실 모퉁이 너머에서 지켜보는 서늘한 시선이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강연우 사원이라.’
서류첩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는 한도희의 입가에 잔인하고 기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사내 식당, 식판을 마주하고 앉은 자리.
“잘 먹겠습니다~!”
“하아아…….”
“한숨 쉬다가 땅 꺼지겠다, 연우야? 많이 혼났어? 그래도 뭐, 여자한테 혼나는 게 그 대머리 독수리한테 혼나는 것보단 낫지 않아?”
“그건 맞죠. 대머리 과장 낯짝 안 보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긴 해요.”
“변태.”
“아, 이걸 이렇게 노렸네! 억울합니다, 진짜!”
“크큭, 너 놀려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니까?”
선배의 얄미운 장난에 투덜거리며 숟가락을 들었다. 예린 선배는 오물오물 밥을 씹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폭탄 발언을 던졌다.
“하여튼…… 나 헤어졌다, 걔랑.”
“네?? 주말 전만 해도 절대 안 헤어질 것처럼 얘기해 놓고선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더라고. 아주 깔끔하게 찼어.”
“흠…….”
“왜, 눈빛이 왜 그래? 설마 일부러 헤어진 것 같냐?”
“그런 건 아니고요. 그래도 마음고생 좀 하셨겠네요.”
“됐어, 지나간 남자 얘기해 봐야 뭐 해. 그나저나 너 주말에는 뭐 했어? 밀린 잠만 잤다더니 얼굴은 완전 좋아 보이는데?”
“완전 좋았죠.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밀린 OTT 보는데, 아주 은근히 몰입되더라니까요? 때가 되면 밤새 정주행할 거예요.”
“흐응~ 주말에 진짜 집에서 혼자 정주행만 했다 이거지?”
예린 선배가 슬그머니 의자를 끌고 내 옆자리로 밀착해 왔다. 훅 끼쳐오는 선배의 달콤한 향수 냄새에 밥을 삼키던 목구멍이 턱 막혔다. 선배가 내 귓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럼…… 나랑 사귈 생각은 없고?”
“네?! 갑자기 무슨…….”
“저번 주 술자리에서도 물어봤으니 갑자기는 아니지. 나 이제 솔로인데, 연하 대형견 한 마리 키워볼까 싶어서.”
예린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상체를 더 기울였다. 선배의 긴 손가락이 내 셔츠 깃을 만지작거리며 깃을 똑바로 세워주는데, 그 손길이 묘하게 간지러웠다. 회사 식당 한복판에서 이러는 건 반칙이었다.
밖에서 보면 완벽한 쿨뷰티인 여자가 내 옆에서만 이렇게 대놓고 여우처럼 꼬리를 치니, 덩치만 산만 한 대형견인 나는 귀 끝까지 빨개진 채 뚝딱거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없다고 해둘게요.”
“일단은? 뭐야, 나보고 세컨드라도 하라는 거야? 참나, 강연우 비싸게 구네.”
선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샐쭉하게 웃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척추를 타고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한기가 쫙 흘러내렸다.
“……선배, 어디서 시선 안 느껴져요?”
“무슨 시선?”
“알 수 없는 서늘한 시선이요…….”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언제부터 서 있었던 건지, 한도희 팀장이 식판을 들고 우리 테이블 옆에 그림자처럼 우뚝 서 있었다. 칼정장 사이로 드러난 검은 스타킹 실루엣에서 숨 막히는 압박감이 뿜어져 나왔다.
“어머, 여기서 다 마주치네요. 강연우 사원.”
“팀, 팀장님……!”
“옆은 마케팅 2과 차예린 대리님이셨죠?”
“아, 네! 안녕하세요, 팀장님.”
도희는 예린 선배의 인사를 가볍게 목례로 받더니, 자연스럽게 내 바로 옆자리에 식판을 내려놓고 앉았다. 도희가 숟가락을 들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그녀의 서늘한 눈동자가 옆자리에 앉은 나와 예린 선배를 번갈아 관통했다. 재벌가 막내딸 특유의,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오만한 안광이었다.
“……사내에서 사랑 고백이라도 하는 중이셨나요?”
“아, 들으셨나요? 제가 워낙 아끼는 후배라서 장난 좀 쳐봤습니다.”
예린 선배도 만만치 않은 커리어 우먼이었기에 생글생글 웃으며 받아쳤다. 하지만 한도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예린 선배를 향해 차갑게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차예린 대리님, 우리 사내 규정상 사내 연애는 엄격히 금지입니다. 그건 알고 계시겠죠?”
“……네.”
순식간에 식당 테이블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예린 선배의 입가에서 미소가 싹 가라앉았다. 도희는 선배를 완벽하게 찍어 누른 시선을 이번엔 내게로 돌렸다.
“그리고 강연우 씨.”
“네, 팀장님.”
“연애에 정신 팔리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걸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안 그래도 오전 실적 수치 확인하고 경고하려던 참이었으니까요.”
“……유념하겠습니다.”
내가 마른침을 삼키며 고분고분 고개를 숙이자, 도희의 입꼬리가 만족스럽다는 듯 미세하게 호선을 그렸다. 제 말 한마디에 완전히 복종하여 깨갱하는 대형견을 보는 주인의 미소였다.
“내 말이 곧장 통하는 게 마음에 드네요. 그럼 참견은 이만하겠습니다. 맛있게들 먹어요.”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한도희가 멀어져 갔다. 예린 선배가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낮게 읊조렸다.
“뭐야? 신임 팀장이면 다야? 진짜 사람 열받게 하네!”
“선배, 선배가 참아요…… 저 팀장님, 보아하니 지금 저 얘기…… 어쩌면 처음부터 다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설마, 우리가 여기 앉을 때부터 보고 있었다고? 소름 돋게 진짜 왜 그런대?”
예린 선배는 기분이 상한 듯 툴툴거리며 얼음물을 들이켰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방금 전 내 옆에 앉았던 한도희 팀장의 잔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정하게 가라앉은 검은 머리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벼려진 칼 같은 옷선,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던 그 서늘한 눈동자까지.
경고를 가장한 그 말들은, 어쩌면 예린 선배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향해 쏘아 보낸 화살 같았다. '너는 내 물건이니 다른 년이랑 붙어먹지 마라'고 경고하는 주인의 손길.
한도희 팀장은 완벽했다. 적어도, 겉보기엔 그랬다. 사무실을 걸을 때마다 구내 전체를 압도하며 똑똑 울리는 구두 소리. 서류를 넘기며 수정 사항을 짚어내던 그 가차 없고 날카로운 손끝의 각도. 회의 중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던 그 매혹적이고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상사이자 거대 재벌가의 막내딸인 그녀가, 왜 굳이 사내 식당까지 쫓아와 나와 예린 선배의 대화에 끼어들어 '사내 연애 금지'를 못 박은 걸까.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목줄을 쥔 주인의 강력한 손길을 느낀 대형견처럼 몸을 작게 떨 수밖에 없었다.
진짜 지옥은 일요일 아침의 조명이 거실을 완전히 밝히면서부터였다.밤새도록 나를 올라탄 채 몇 번이나 절정을 맞이하며 애액을 쏟아낸 도희와 달리, 내 아래는 가죽 목줄이 조여들 때마다 참으라는 그녀의 매서운 명령 때문에 단 한 발의 사정도 허락받지 못한 채 핏대를 세우며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사정감을 강제로 억누른 탓에 하복부가 끊어질 듯 아파왔고, 뇌수가 통째로 마비될 것 같은 성적 갈증이 온몸을 지배했다.도희는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내 목줄을 쥔 채 거실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 통창 너머로 눈부신 일요일의 햇살이 서울 시내 전경과 함께 쏟아져 들어왔다.“이리 와, 연우야. 날이 밝았으니 일요일 업무를 해야지.”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감각에 나는 알몸인 채로 대리석 바닥을 기어 그녀의 발밑으로 다가갔다. 도희는 뒤돌아서서 내 터질 듯이 성이 난 상징을 내려다보더니, 잔인하리만치 아름답게 입꼬리를 올렸다.“밤새 잘 참았네. 하지만 아직 싸라고 허락한 적 없어. 일요일 온종일 내 몸을 맛보면서, 내가 싸라고 할 때까지 비참하게 매달려 봐.”도희는 제 얇은 실크 슬립을 어깨 밑으로 완전히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뜨렸다. 한낮의 햇살 아래 드러난 그녀의 나체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매끄러웠다. 도희는 유리창을 양손으로 짚고 허리를 숙여, 젖어 든 둔부를 내 쪽으로 노골적으로 내밀었다.“박아, 연우야. 대신 내 허락 없이 안에 싸면 네 인생은 그날로 끝이야.”그 오만한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밤새도록 축적된 내 야수 같은 본능이 폭발했다. 나는 도희의 골반을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한낮의 햇살이 내리쬐는 통창 앞에서 그녀의 비좁고 뜨거운 비처 속으로 내 거대한 상징을 가차 없이 밀어 넣었다.콰직-! 찌적, 츌칵!“하아아아앗-! 연우, 야아……! 앙!”살결과 살결이 아무런 여과 없이 날것으로 부딪히는 적나라한 파열음이 넓은 거실을 가득 채웠다. 밤새 참아내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던 기둥이 그녀의 질척한 내벽을 사정없이 긁어내릴 때마
휴대폰 액정이 어두운 화면으로 죽어버린 순간, 소파 위에는 완벽한 고립과 정적만이 내려앉았다. 내 머리통을 허벅지 사이에 가둬두고 있던 도희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나를 내려다보았다.그녀의 손가락은 여전히 내 앞치마 끈 끝자락을 감아쥐고 있었다. 마치 낚싯줄을 팽팽하게 당기듯, 그녀가 손가락을 아주 미세하게 뒤로 잡아당길 때마다 내 몸은 속절없이 그녀 쪽으로 더 깊게 끌려 들어갔다.“주말 내내 나한테서 눈도 떼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약속한 포상을 줘야겠지?”도희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가마자, 그녀의 매끄러운 손가락이 내 메마른 입술을 아주 느릿하게, 마치 무언가를 음미하듯 훑어 내렸다. 맨살 앞치마 한 장만 걸친 내 알몸 위로 그녀의 시선이 아주 뜨겁게 머물렀다. 도희는 내 입술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그 사이로 제 숨결을 고스란히 밀어 넣었다.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지독하리만치 달콤한 무화과 향이 폐부 깊숙이 박혀들었다. 나는 공포와 수치심, 그리고 도희가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비참한 쾌감 때문에 아래턱을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내 반응을 즐기듯, 내 얼굴을 제 쪽으로 더 꽉 밀착시키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자, 이제 얌전히 받아. 이게 네 주인이 내리는, 아주 달콤한 포상이야.”도희의 선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가 내 어깨를 거칠게 낚아채 소파 위로 눕혔다.텅-폭신한 가죽 소파 위로 내 몸이 박히듯 쓰러졌다. 도희는 망설임 없이 내 위를 완전히 덮치며 올라탔다. 얇은 실크 슬립 가디건 아래로 그녀의 적나라한 체온이 내 앞치마 틈새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 가슴팍을 짓누르는 그녀의 풍만한 볼륨감과, 내 허벅지 사이를 사정없이 파고드는 도희의 매끄러운 무릎.나는 그녀의 강압적인 체중에 눌려 숨을 헐떡이며 몸을 뒤틀었지만, 도희는 마치 나를 바닥에 박제해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내 양 손목을 낚아채 소파 헤드 위로 거칠게 꺾어 결박했다.“어딜 가려고, 연우야. 포상은 이제 막 시작인데.”도희는
위잉- 위잉-토요일 아침,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지독한 숙취와 함께 눈을 뜨자마자 침대 머리맡에서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잔뜩 흐려진 눈으로 겨우 액정을 확인한 순간, 어젯밤 사케의 알코올 기운과 도희 누나의 축축한 스타킹 맛이 한순간에 싹 가실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발신인은 한도희 팀장. 아니, 내 사생활과 육체를 통째로 사들인 나의 진짜 주인님이었다.[오전 11시까지 내 집으로 와. 주소는 아래. 1분이라도 늦으면 벌칙 있어, 연우야.]간결하다 못해 서늘한 문자 한 통에 숨이 턱 막혔다. 시간은 이미 10시 10분. 내 의지나 주말 스케줄 따윈 안중에도 없는, 지극히 가차 없고 일방적인 소환 명령이었다.문자를 빤히 바라보는 시야 위로 어젯밤의 기억들이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CCTV조차 없는 어두운 밀실, 반항할 틈도 없이 나를 소파 위로 거칠게 밀쳐 덮쳐 누르던 도희 누나의 묵직한 힘. 내 단단한 손목을 한 손으로 결박하고, 풀어헤쳐진 넥타이를 목줄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에 감아쥐며 내 숨통을 조여오던 그 무자비한 강압감. 지이익 찢겨 나간 검은 스타킹 잔해 사이로 내 혓바닥을 강제로 집어삼키며 분수를 토해내던 그녀의 수치스러운 절정까지.‘나니까 이래도 되는 거야. 넌 얌전히 짓밟혀서 내 처분만 기다려.’귓가에 웅웅거리는 도희 누나의 오만한 음성과 뺨 위에 떨어지던 [사적 예속 계약서]의 감각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내 손을 겹쳐 쥐고 강제로 이름을 쓰게 만들던 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아직도 오른손 끝에 남아있는 것만 같아, 나는 침대 위에서 머리를 감싸 쥔 채 괴롭게 신음했다. 일개 신입사원인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대기업의 아가씨. 그녀의 덫에 걸린 이상 내게 주말의 평화 따윈 허락되지 않는 사치였다.1분이라도 늦으면 벌칙이 있다는 경고가 뇌리를 스치자 등 뒤로 식은땀이 확 흘렀다. 거절하거나 늦었다간 월요일 아침 회사에 내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그녀의 손에 어떻게 망가질지 몰라 끔찍한 두려
똑, 똑.“손님, 프런트입니다. 주문하신 추가 주류와 물수건 가져왔습니다.”잠겨 있는 줄 알았던 미닫이문 바로 너머에서 지배인의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내 머릿속에 공포와 패닉이 동시에 휘몰아쳤다.지금 내 꼬라지는 소파 아래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바지 지퍼가 완전히 열려 있고, 입술은 도희 누나의 붉은 립스틱으로 엉망으로 번진 상태였다. 들키면 사내 매장은 물론 인생이 끝장나는 최악의 상황.“엇……!”겁에 질린 내가 당장 옷추스르고 소파 뒤로 도망치려 몸을 비튼 순간, 내 목에 감겨 있던 넥타이 목줄이 자비 없이 콰악 낚아채 졌다.“아윽……!”“누가 맘대로 움직이래, 연우야.”도희 누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치도록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꿇린 내 머리통을 제 치마 속 검은 스타킹을 신은 양 허벅지로 콰악 조여 제 발밑에 그대로 찍어 눌렀다. 그리고 문밖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고고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 문 열려 있으니까 그냥 들어와서 테이블 위에 두고 가세요.”스르륵-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지배인의 발걸음 소리가 방 안으로 울 퍼졌다. 그와 동시에 내 지옥 같은 쾌락과 수치심도 극에 달했다.나는 도희 누나의 치마 밑, 어두컴컴한 검은 스타킹 다리 사이에 얼굴이 갇힌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엎드려 있어야 했다. 콧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지독한 무화과 살취와 스타킹 원단의 까슬한 촉감이 얼굴 전체를 덮쳤다.게다가 더 미칠 것 같은 건, 열린 내 바지 사이로 도희 누나의 맨발가락 끝이 밀려들어 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내 은밀한 부위를 노골적으로 꽉 움켜쥐고 비벼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흐으윽……!”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걸 입술을 짓깨물며 필사적으로 삼켰다. 지배인이 테이블 위에 술병을 내려놓는 달칵 소리가 들릴 때마다 척추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들키면 끝장이라는 극도의 스릴 속에서, 발가락 끝으로 내 가장 민감한 곳을 유린하는 주인의 가학적인 애무에 내 아래는 이미 통
똑, 똑.“손님, 주문하신 요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정적을 깨는 지배인의 목소리와 함께, 내 셔츠 밑단을 헤집던 도희 누나의 서늘한 손가락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은밀한 자극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열감과 잔상이 남아, 나는 도희 누나가 옆자리로 물러난 후에도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미닫이문이 열리고 화려한 일식 코스 요리와 함께 맑은 사케가 테이블 위를 채웠다. 지배인이 물러가고 다시 문이 완전히 잠기자마자, 나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수치심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앞의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화끈한 알코올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가뜩이나 도희의 무화과 향에 마비되어 가던 뇌를 더 어지럽게 뒤흔들었다.도희 누나는 그런 나를 한심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듯 빤히 바라보더니, 사케 병을 들어 내 빈 잔을 채워주었다. 사케 병을 쥔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절로 시선이 머물 때, 도희 누나가 내 잔을 쥔 손위로 제 손을 겹쳐 쥐며 힘을 주어 꾹 눌렀다.“급하게 마시지 마, 연우야. 밤은 기니까.”그녀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온도와 겹쳐진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묵직한 지배력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도희는 내 손끝이 잘게 떨리는 것을 눈으로 가만히 감상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이 공간의 주도권은 물론, 내 신체 일부까지 그녀의 철저한 통제 하에 들어간 것 같았다.도희 누나가 부드러운 몸짓으로 젓가락을 들어 잘 익은 참치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내 입가로 그것을 슥 가져다 대었다. 코끝에 닿는 은은한 살취와 너무 노골적인 주인의 행동에 당황한 내가 고개를 슬쩍 뒤로 뺐다.“어…… 팀장님, 아니 누나. 이건 제가 먹을게요.”“습관이 참 나쁘네, 연우는.”내가 거절의 기색을 보이자마자, 도희 누나의 얼굴에서 부드러운 미소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녀는 거두지 않은 단단한 나무 젓가락 끝으로 내 아랫입술을 지긋이, 거칠게 짓눌렀다.“읍…….”입술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강압적인 통증에
“……정말 미안. 갑자기 회사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내가 나중에 진짜 맛있는 거 살게. 응, 미안해.”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나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며 문자를 보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약을 취소하는 내 손끝이 억울함과 수치심으로 잘게 떨렸다. 내 피 같은 프로젝트 실적과 직장 생활 전체를 인질로 잡고 사정없이 흔드는 무자비한 새 팀장, 한도희.딩동-.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주차장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저 멀리, 대형 SUV들 사이에서 유독 매끈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한성그룹 막내딸이라는 그녀의 신분에 걸맞은, 숨이 막힐 정도로 거대하고 차가운 철갑 같았다.침을 꼴깍 삼키며 다가가자, 스르륵 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도희 팀장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손끝으로 슬쩍 내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회사에서의 칼정장 재킷은 뒷좌석에 걸어둔 채, 얇은 실크 셔츠 차림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차 안의 어두운 조명과 어우러져 숨이 막힐 정도로 매혹적이었다.“늦었네요, 연우 씨. 타요.”나는 거역할 수 없는 주인의 명령에 이끌리듯 주춤거리며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툭.문이 닫히자마자, 외부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좁은 밀실 속에서 훅 끼쳐오는 향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희미하게 맡았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깊은 향. 마냥 가벼운 꽃향기가 아니었다. 잘 익은 무화과 과육의 농밀하고 달콤 쌉싸름한 체향 뒤로, 묵직하고 서늘한 삼나무 잔향이 차 안의 공기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다.‘무섭고 차가운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달콤하고 중독성 있는 냄새가 나는 거지?’묘하게 이성을 흐트러뜨리는 살취에 취해 내가 안전벨트도 매지 못한 채 굳어있던 그때였다.스윽-“……!”갑자기 도희 팀장이 내 쪽으로 상체를 슥 기울여왔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비현실적인 냉미녀 낯짝에 숨이 턱 막힌 순간,
식당에서의 그 소름 돋는 경고 이후, 오후 내내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지만, 등 뒤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시선 탓에 잔뜩 긴장한 어깨가 부자연스럽게 굳어 있었다. 한성그룹의 막내딸이자 신임 팀장인 한도희가 자리에 앉아 사각거리며 서류를 넘길 때마다, 마치 내 목덜미를 투명한 목줄로 가만히 조여오는 듯한 기묘한 압박감이 전신을 지배했다.“연우 씨, 아까 휴게실에서 팀장님이랑 무슨 얘기 한 거야? 얼굴이 완전 하얗게 질려서 나왔던데.”탕비실로 향하던 길, 다른 부서의 동
“강연우 씨, 자네 요즘 너무 실수가 잦아. 주의할 필요가 있네.”원형탈모 개꼰대 새끼.아니, 우리 부서 팀장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섰다. 결코 불만스러운 기색을 들키지 않기 위해 허리가 부러져라 고개를 숙였지만, 속은 이미 시커멓게 뒤집어진 후였다.‘지가 트롤짓 해서 터진 사고를 왜 엄한 신입한테 뒤집어씌우고 지랄이야, 대머리 독수리 새끼가.’마음 같아서는 저 빛나는 대갈통을 붙잡고 저금통 구멍이라도 뚫어버리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나는 삼 개월 차 핏덩이 신입사원이었다. 결국 무력한 어깨를 질질 끌며 사무실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