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4화

Author: 이제리
온사는 사람들의 착잡한 시선을 마주하며 담담히 말했다.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죠? 귀하신 둘째 공자께서 그러시잖아요. 죽지 않는다고요. 그러니 빨리 시작하세요.”

그녀의 느긋한 말투에 온모는 화가 나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네 까짓 게 감히 재촉을 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지만 않았다면 온모는 당장 달려가서 저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결국 채찍질이라는 무거운 임무는 장남인 온장온에게로 돌아갔다.

온권승이 명령을 내리고 온장온이 집행하는 것, 두 달 전과 똑 같은 상황이었다.

단지 이번에는 맞는 상대가 온사에서 온모로 바뀌었을 뿐이다.

온장온은 차가운 채찍을 들고 처음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착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온사를 바라보며 혹시라도 온사가 막내를 용서해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의 눈빛을 보냈다.

“온사야, 아무리 그래도 온모는 네 동생인데….”

온장온은 예전에도 여러 번 했던 말을 입에 올렸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온 온사의 싸늘한 눈빛에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온사는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나도 한때는 공자의 동생이었지요. 그런데 사당에서 내게 매를 들 때는 왜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았을까요?”

같은 동생인데 왜 온모만 편애하나요?

왜 나는 안타깝게 여겨주지 않았나요?

온장온은 귓가에 온사의 목소리가 더 들리는 것 같았다.

비록 온사는 입을 꾹 닫고 있었지만, 그 동안 온사를 냉대했던 자신에게서 온 죄책감 같았다.

그녀가 억울하다는 것을 어쩌면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때의 그들은 또 다른 사람을 더 아꼈다.

“막내야.”

오랜 침묵 후에 온장온은 드디어 채찍을 들며 말했다.

“좀… 참아.”

그 말을 끝으로 채찍이 온모의 몸에 떨어졌다.

짝!

“악!”

얼얼한 아픔이 전해지자 온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소리쳤다.

“아파요! 오라버니, 저 너무 아파요!”

예전이었다면 온모가 이렇게 말하면 바로 채찍을 내려놓고 동생을 위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온장온은 마치 귀가 먹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75화

    털썩!“막내야!”온장온은 재빨리 채찍을 내려놓고는 조심스럽게 온모를 부축했다.“막내야, 괜찮아? 더 버틸 수 있겠어?”온모는 눈을 질끈 감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다급히 그녀에게로 달려가는 온권승을 보고 북진연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이집 막내는 참으로 연약하군. 분명 밖에서 자라다가 얼마전에 이집으로 온 양녀인데 어째 귀족가에서 곱게 자란 적녀보다 더 연약해?”그는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을 이었다.“고작 스무 대 맞았다고 기절하다니. 무우 사태는 대체 어떻게 오십 대가 끝날 때까지 버텼는지 모르겠군.”그의 말투에서 진한 분노가 느껴졌다.그는 하인을 시켜 온사에 관한 일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엄청 많았지만 온사를 처음 만난 날에 그녀의 등에 난 상처가 어떻게 된 건지는 조사해내지 못했다.오늘에 와서야 그는 그 상처가 전부 가족에게서 맞아 난 상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대체 뭘 그리 잘못했기에 오십 대나 맞은 걸까?어린 딸한테 저런 채찍을 휘두른 진국공도 꼴사나웠다.북진연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고 온사가 안쓰러워 견딜 수 없었다.그는 이제야 그녀의 눈에 가끔 스쳐가던 아픈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이런 인간들을 가족이라 두었으니 얼마나 서러웠을까 싶었다. 북진연은 안쓰러운 눈으로 온사를 바라보았다.그러자 그의 시선을 느낀 온사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의 마음을 알고서 위로하는 것처럼 말이다.“물 가져와서 당장 막내아가씨 정신 차리게 해.”북진연의 말은 이대로 어물쩍 넘어가려던 온권승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온장온은 조용히 온모를 도로 바닥에 내려놓았다.하인들이 물을 가져오자 바닥에서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온모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처럼 천천히 눈을 떴다.“아버지, 큰 오라버니….”온자신은 완전히 온사에게 돌아선 것을 확인한 온모는 더 이상 그를 부르고도 싶지 않았다.‘멍청이 같으니라고!’“저… 기절해 있었나요?”온모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떨리는 목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76화

    온권승은 음침한 눈으로 온사와 북진연을 노려보며 물었다.“오늘 일은 기억해 두겠습니다. 이제 처벌도 끝났으니 성녀 전하께서도 해독제를 내놓으시지요?”온사는 눈썹을 꿈틀하며 말했다.“진국공 어르신, 해독제는 막내 따님에게 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범인은 따님이지 제가 아닙니다.”온권승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넌 내가 무슨 말하는지 다 알고 있지 않니.”온자월이 피를 토하게 쓰러지게 만든 독은 온모의 것이지만 그 전에 당한 독은 온사의 소행이었다.그 독으로 인해 온자월은 연회에서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온사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진국공 어르신은 또 저를 모함하시네요. 의원은 어르신이 부른 사람이니 직접 물어보세요. 셋째 공자의 몸에 또다른 독소가 있는지 말입니다.”온권승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원에게 눈빛을 보냈으나 의원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온권승은 그제야 표정을 수습하고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볼일도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장온아, 손님 나가신다.”옆에서 멍하니 서 있던 온장온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나서려던 순간, 줄곧 침묵을 고수하던 온자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갈게요, 아버지.”온권승은 더 이상 그들과 입씨름을 벌일 여유가 없었다. 그는 의원을 시켜 온모의 치료를 지시한 뒤, 마음대로 하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더 이상 온사와 북진연을 상대하기 싫다는 태도가 명백했다.오늘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면 아침부터 수월관으로 찾아간 일이었다.만약 아침에 가지 않았더라면 북진연도 온사를 따라 진국공 저택까지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다.둘이 오지 않았다면 집안에 이런 소란이 일었을 리 없었고 사랑하는 막내딸이 혹독한 매를 맞을 이유도 없었다.온모가 셋째에게 독을 먹인 사실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아이에게 매정하게 굴 수는 없었다.온모는 그 여인이 목숨을 걸고 그를 위해 낳아준 자식이었다.그러니 어찌 안쓰럽지 않을 수 있을까?온권승 일행이 자리를 뜬 후, 온자신이 어색한 얼굴로 입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77화

    온자신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온사에게 물었다.“그래줄 수 있겠니, 온사야?”“안 됩니다.”온사는 단박에 거절했다.그녀는 싸늘한 얼굴을 하고 말을 이었다.“내가 왜 기회를 줘야 하죠?”전생의 그녀가 그렇게 애원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앞으로 귀찮게 하지 마세요.”그 말을 끝으로 온사는 온자신을 지나쳐 저택을 나갔다.홀로 남은 온자신은 한참이 지나도록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어떡하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동생과 다시 화해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어머니,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참 좋았을 텐데요.”어머니가 온사를 달래주었다면 어쩌면 온사가 마음을 돌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그 시각.진국공부를 나온 온사는 북진연이 준비한 마차에 올랐다.차안에 오른 그녀는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감았다.잠깐 눈을 붙이려던 찰나, 거대한 체구를 가진 사내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눈을 뜬 온사가 놀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섭정왕 전하, 무슨 일이신가요?”혹시라도 마차에 북진연과 단둘이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그의 명성에 금이 갈까 온사는 걱정 되었다.“이… 일단 나가서….”온사는 차마 그에게 당장 내리라는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북진연이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아팠소?”온사는 그 질문의 의미를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북진연이 자조적인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지. 채찍으로 매를 맞았는데 안 아팠을 리가.”‘진국공부의 채찍을 말하는 건가?’온사는 그제야 말뜻을 알아듣고 입을 다물었다.“미안하오.”오늘 누군가가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것이 두번째였다. 온사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전하, 어찌 저에게 미안하다 하십니까?”북진연은 죄책감 가득한 어투로 그녀에게 말했다.“그날 밤에 떠나는 사태를 잡아서 치료라도 받게 했어야 했는데. 참으로 후회스럽군.”그는 그때 당시 아무것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78화

    온사는 이 일로 북진연이 자신에게 사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서 시선을 회피했다.“괘… 괜찮습니다. 그때 전하와 저는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 않습니까.”그냥 지나가다가 만난 사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그녀는 거의 영혼이 나간 상태였어서 황제의 서재를 나오다가 그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그때 그녀를 부축해 준 사람이 북진연이었다.“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인사를 드렸어야 하지요. 그때 전하께서 저를 부축해 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대로 쓰러졌을 겁니다.”그녀는 만약 그 상태로 쓰러졌더라면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때의 부상은 그만큼 심각한 상태였다.온사의 말을 들은 북진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피식 웃더니 손을 뻗어 온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소. 사태를 쓰러지게 할 일은 없으니.”그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온사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쑥스럽게 그의 손길을 피했다.북진연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여자의 얼굴을 보고 그제야 손을 내렸다.그렇게 일행은 안전하게 수월관에 도착했다.그 시각, 진국공 저택.또 한번 거절당한 온자신은 실성한 사람처럼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일단 먼저 온자월의 방으로 가서 상태를 살폈는데, 온자월은 해독제를 먹고 잠들어 있었다.곧이어 그는 넷째 온옥지의 방으로 갔다.반면, 온옥지의 상태는 별로 좋지 못했다. 온옥지의 상태를 살피고 막내를 보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넷째의 처소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말소리가 들렸다.그것은 아버지의 목소리였다.다가가서 문을 두드리려던 그는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아버지, 정말 어머니를 배신한 건가요? 막내는 대체 누구 딸입니까?”큰 형의 말을 들은 온자신은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저게 무슨 소리지? 형님께서 왜 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79화

    온권승과 온장온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당장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온자신이 있었다.“아버지,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오늘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묻겠습니다. 아버지에겐 온사가 소중합니까, 아니면 막내가 더 소중합니까?”“둘째야, 그게 무슨 소리니? 온사와 온모 모두 소중한 우리 동생이야. 어떻게 그걸 비교해?”온장온은 아버지가 편애가 심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온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형님!”온자신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모르겠어요? 온사와 우리 사이가 이 지경이 된 건 우리 잘못도 있지만 아버지 잘못도 있습니다. 막내는 하나도 잘못한 게 없는 것 같나요?”예전의 그들은 막내가 순수하고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출신이 안 좋다고 늘 기죽어 있던 아이라서 조금 더 관심이 간 것은 사실이었다.그리고 언젠가부터 저택에 무슨 일이 생기고 막내가 울기만 하면 그들은 온사의 잘못을 추궁하기 시작했다.처음이 있는 그 뒤로는 늘 그래왔다.오늘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야 그들이 그렇게 착하다고 생각했던 여동생이 오라버니한테 독을 먹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착한 줄만 알았던 그 아이는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온갖 거짓말로 무마하려 했고 기절한 척하고 불쌍한 척해서 어떻게든 처벌을 피하려고 했다.이렇게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아이가 정말 그들이 아껴주었던 순수하고 착한 여동생이 맞는지 의문스러웠다.“예전에 우린 늘 온사가 속이 좁고 동생한테 양보할 줄 모른다고 나무랐었죠. 지금 생각하면 웃기네요. 온사가 뭘 양보할 줄 몰라요? 걔 우리 모두를 양보하고 떠났잖아요?”말을 마친 온자신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실성한 웃음을 터뜨렸다.두 눈으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너무 후회스러웠다.그렇게 잘 웃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그들만 보면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만큼 그녀가 받은 상처가 컸기 때문이리라!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다름아닌 그들 스스로 만들었다.그런데도 자신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80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린 온권승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온자신, 너 그게 무슨 말이니?”“아무 뜻 없습니다. 그냥 온사도 여기 없고 진국공 저택에서 계속 살 의미가 없어졌네요.”온권승과 온장온은 물론이고 잠들었다가 방금 잠에서 깬 온옥지도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쾅!분노한 온권승이 책상을 쾅 치며 몸을 일으켰다.“아주 잘하는 짓이다! 이 집이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아?”“왜 가면 안 되는데요?”이미 결심이 선 온자신의 입장은 몹시 단호했다.“온사도 나갔는데 나라고 못 나간다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온사에게 했던 것처럼 족보에서 제명한다는 얘기로 저를 협박하실 건가요?”온자신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괜찮습니다. 제명할 거면 하세요.”온씨 가문 일원이라는 신분을 버린다면 온사와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있었다.그녀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았다.온자신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하고, 온권승의 앞에 털썩 하고 무릎을 꿇고는 세번 큰절을 올렸다.“아버지, 아들의 불효를 용서하세요. 오늘 이후로 저는 더 이상 진국공 가문 사람이 아닙니다. 족보에서 제명하시든 마음대로 하세요.”강경한 태도로 말을 마친 온자신은 몸을 일으키고 뒤돌아섰다.“둘째야, 이게 대체 뭐 하는 거니!”당황한 온장온이 다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다.“온자신, 어딜 감히!”온권승은 분노한 눈빛으로 온자신을 노려보며 호통쳤다.“오늘 이 문을 나가면 이 아비가 매정하다 원망하지 말거라!”얼마나 익숙한 협박의 말인가!과거 온사가 집을 나가 출가인이 되겠다고 했을 때도 이런 식으로 그녀를 협박했던 아버지였다.그런 생각이 들자 약간 흔들렸던 마음도 차게 식어 버렸다.“아버지, 부디 건강하세요.”그 말을 끝으로 온자신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온장온의 손을 뿌리치고는 집을 나갔다.“둘째야!”온장온은 온자신이 이해가 안 가 다급히 뒤쫓아가려고 했다.“거기 서! 아무도 쟤 막지 마!”온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81화

    그는 온사가 겪었던 고생을 자신도 경험해 봐야겠다는 집념이 생겼다.동생이 올라가는 길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도 궁금했다.그리고 곧이어 그는 그 감정을 알게 되었다.돌밭을 지나니 진흙길이 나왔고 진흙길을 지나니 가파른 절벽이 나왔다. 얼마 못가 그의 무릎은 다 까지고 땅에 머리를 박고 절을 하느라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러나왔다.그렇게 절을 하며 절반이나 갔더니 무릎과 머리가 너무 아파져 거의 마비가 올 지경이었다.온자신은 고개를 들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바라보며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산이 왜 이렇게 높지?’분명 예전에 기억하기로는 딱히 별다를 거 없는 산이었는데 지금은 영원히 오르지 못할 절벽처럼 느껴졌다.‘아니야….’“그런 거 아니야!”온자신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중상을 입은 온사 또한 여인의 몸으로 끝까지 올라갔는데 그가 해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그 순간 온자신은 마음속에 굳건한 신념이 생겼다.‘올라가야 해! 어떻게든 올라가야 해!’온사가 걸었던 길을 그는 같이 걷고 싶었다.온자신은 한걸음 옮기고 절을 하며 계속해서 걸었다.무릎과 이마가 다 까져서 피가 났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멀리서 보면 미친 사람 같기도 했다.“저 사람 미친 것 같아.”그때 산 위에서 내려다보던 무고 사저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산을 오르던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을 봤어. 어떡할 거야? 설마 저 사람 너처럼 계속 큰절을 올리며 수월관까지 오는 건 아니겠지?”온사는 평온한 표정으로 목탁을 두드리며 담담히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요, 사저.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어차피 그 집 사람들은 이제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응대하기 싫은 네 마음은 알겠어. 그 사람 얘기는 그만하고 오늘 누가 찾아왔었어.”“또 온씨 가문인가요?”온사가 습관처럼 물었다.무고 사저는 고개를 흔들고는 답했다.“아니. 태후마마의 연회에서 너에게 선물을 주며 제대로 사과하고 싶다던 젊은 시주 기억나?”온사는 그제야 제성을 떠올렸다.“제 상서댁 제성 공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82화

    며칠 전 연회에서 갑자기 사과를 해서 놀랐던 온사였다.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한번 나가봐야겠네요.”무고 사저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비록 사과하러 온 건 맞지만 저런 한량이 하는 말을 믿으면 안 돼. 속지 않게 조심해.”무고는 사실 온사가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갈까 봐 걱정했다.그녀가 느끼기에 사매는 성인식을 치른지 얼마되지도 않은 어린아이라 사내의 유혹에 넘어갈까 걱정이었다.‘내가 옆에서 잘 귀띔해 줘야겠어!’“사매야, 기억해. 우린 출가인이야. 그 사내가 어떤 달콤한 말로 꼬드겨도 믿으면 안 된다고. 초심을 기억하고 계율을 어기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온사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렸다.“사저, 괜한 걱정이세요.”제성과 예전에 잠깐 봤을 때도 그녀가 최소택의 약혼녀였기 때문에 제성과는 딱히 마주칠 일이 없었다. 친우의 여인을 건드리는 건 부도덕한 일이다. 아무리 파혼했다고 해도 제 상서 가문의 공자인 그가 그런 흑심을 품었을 리는 없었다.그리고 그녀 역시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갈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았다.온사는 목탁을 무고에게 건네며 말했다.“괜한 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경이나 읊고 계시지요.”마를 마친 그녀는 이미 공부를 마친 경문을 챙겨 대전을 나갔다.그렇게 잠시 후, 온사는 대문 앞에서 제성을 만났다.제성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그녀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성녀 전하!”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온사를 부르다가 아니다 싶었는지 이내 예를 행했다.“소인 제성, 성녀 전하를 뵈옵니다!”“그렇게 예의 차릴 거 없어요, 제 공자.”온사는 계단에 서서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성은 그제야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선물을 가져오게 했다.“성녀 전하, 어서 보세요. 이게 다 제가 전하께 사죄드리기 위해 준비한 선물이에요. 마음에 드신다면 꼭 받아주세요. 만약 마음에 안 들면 돌아가서 새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저에게 좋아하는 걸 말씀해

Latest chapter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01화

    “전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온사는 놀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물었다.매년 동지 때 조정은 대신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푼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허나 지금은 진국공부의 적녀가 아니니 참석할 이유가 없었다.황제는 사람을 보내 그녀의 의중을 물었으나 그녀는 출가인이 참석하기에 좋은 자리가 아니라고 거절했다.비록 폐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황제의 명성에 해를 끼치기 싫었다.“연회 다 끝났어. 남은 치들은 공연이나 보고 술이나 즐기겠지. 그런 것들보다는 너와 한잔하는 게 더 즐거우니까 왔지.”온사는 눈을 치켜뜨며 새침하게 말했다.“저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몸입니다.”“알아, 그래서 좋은 차를 가져왔어.”북진연은 찻잔을 내보이며 그녀에게 제안했다.“성녀 전하, 나와 한잔하시겠소?”온사는 진지한 얼굴을 한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영광이죠, 섭정왕 전하.”그렇게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앉았다.북진연은 미리 우려낸 차를 식힌 후에 적당한 온도의 찻물을 그녀의 잔에 부어주었다.온사는 상체를 살짝 비틀고 차 맛을 보았다.그러던 그녀의 눈이 반짝 떠졌다.청량하면서도 맛이 깔끔한 차였다.“군산은침이라고 차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불리는 차 아닙니까? 어찌 폐하가 마시는 차를 가져오셨어요?”북진연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연회에서 차 맛을 봤는데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폐하께 몇 통 달라고 청을 드렸지.”온사는 북진연이 자신의 취향을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서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두고 마시지 그걸 다 가져오셨어요?”“난 진한 차를 좋아해서 이건 나랑 안 어울려.”온사는 갑자기 그의 질병이 떠올랐다.“진한 차는 몸에 안 좋습니다. 혹시라도 어디 불편하시거나 하면 언제든 찾아오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북진연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전에 약속했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는 저를 도와주시고 저도 제 능력이 닿는 한 전하를 돕겠다고요. 경을 읊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요즘엔 북진연이 통 오지를 않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00화

    “모든 걸 바치겠다라… 네 목숨도 말이냐?”북진연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물론이죠. 성녀 전하는 살육을 할 수 없는 분이지만 소녀는 달라요. 소녀는 전하의 가장 예리한 검이 되어 전하를 위해…”촤르륵!안란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란 장검이 마차의 측면을 찔렀다. 검은 안란심의 목덜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안란심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검을 내린 북진연이 말했다.“난 검이 많아. 굳이 너까지 필요하진 않단 얘기야. 그리고 무우를 너 같은 것에 비교하지 마.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때는 경고로 끝나지 않을 거다.”말을 마친 그는 말에 올라 고요에게 지시했다.“저건 다 태워버리거라.”“예, 왕야!”유혹에 실패한 안란심은 결국 고요에게 쫓겨 마차에서 내렸다.고요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마차를 불태웠다.명백한 혐오에 안란심도 분노가 치밀었다.마음의 준비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섭정왕의 혐오를 살 줄은 몰랐다.물론 너무 쉽게 넘어온다면 오히려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만 천하에 여인을 혐오한다고 이름을 알린 섭정왕 전하인데 온사에게만은 달랐다.누군가는 그가 그저 폐하의 명을 받들고 제 할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엉망진창이 된 기분을 추스른 안란심은 심복을 불러 물었다.“오늘 연회에서 무슨 일 있었어?”북진연을 유혹하려고 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비웠기에 연회의 상황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심복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아가씨께서도 자리에 계셨어야 했는데, 정말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었죠.”“그래? 무슨 일인데?”“음… 그러니까….”심복은 연회에서 황제가 온모를 비로 간택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설명했다.“폐하께서 온모한테 오늘부터 태후궁에서 예의법도를 배우라고 했다는 거니?”너무 뜻밖의 일이라 안란심도 적잖이 놀랐다.첫눈에 반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온모의 외모는 평범한 축에 속했고 여린 척하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역시나 예의법도를 가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9화

    어린 황제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다.”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말을 이었다.“허나 네 아비는 네가 시골 출신이라고 궁중 법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우려하고 있으니, 짐의 비가 되기엔 좀 힘들 것 같구나.”그는 턱을 괴고 미간을 찌푸린 채, 큰 고민에 빠진 시늉을 했다.그 말을 들은 온모는 다급히 말했다.“아닙니다! 전혀 힘들지 않아요! 태후마마께 궁중법도를 배우면 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배워서 빨리 폐하의 비가 되고 싶습니다!”그러면서도 온모는 속으로 아버지를 원망했다.‘폐하께서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는데 좋은 말은 못할 망정! 폐하께서 마음을 접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온모는 황제가 명을 철회할까 봐 조마조마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그래. 참으로 사려 깊은 여인이로구나. 그렇다면 오늘부터 태후궁에서 법도를 배우도록 하거라.”온권승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온장온은 다급히 아버지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아버지, 이를 어쩝니까? 폐하께서 막내를 보는 눈빛이 애정하는 비를 보는 눈빛은 아니었어요!”온권승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장남도 눈치챈 일을 온모가 눈치채지 못한 게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지금이 아니라 온가의 여식은 앞으로도 황제의 후궁이 될 가능성이 없었다.안 그래도 황제는 진국공 가문의 세력을 견제하는데 그들에게 권력을 쥐여줄 빌미를 줄리가 없었다.예전이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땐 북진연도 전장에 나가 있었고 진국공 가문은 후궁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허나 하필 그때엔 황제가 너무 어렸고 수렴청정 중인 태후는 진국공부를 경계했기에 황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줄곧 후궁 간택을 미뤄왔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폐하가 성년이 되자 북진연이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왔다.황제파인 북진연이 복귀하자 태후는 실권을 내려놓고 조정의 결정권을 전부 황제에게 맡겼다.다만 후궁에 황후의 자리가 비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8화

    이어지는 연회에서 온모는 어딜 가든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그녀는 분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아둔하고 사지만 발달한 무관 가문 여식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롱과 비난은 서슴지 않으면서도 절대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다.그들은 온모에게 온갖 굴욕감을 주고는 홀연히 자리를 떴다.그리고 또 다른 무리가 온모에게 다가왔다.같은 상황이 수차례 반복된 이후, 온모는 그들이 작정하고 왔다는 것을 드디어 눈치챘다.더 돌아다니다가는 또 비웃음이나 당할 게 뻔했기에 온모는 치미는 화를 억지로 참으며 자리를 지켰다.이곳에는 폐하와 태후, 그리고 아버지와 오라버니들도 계시니 아무도 쉽게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그냥 시작에 불과했다.온모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황제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본 후에 웃으며 온권승에게 말했다.“진국공, 최근에 짐이 고민이 좀 있는데 해결해 줄 사람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소. 마침 오늘 진국공도 자리했으니 자네가 의견 좀 내주지 않겠나?”온권승은 흠칫하며 다급히 예를 행하고 말했다.“폐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는 건 대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무슨 일로 고민이십니까? 제 능력이 닿는 한 도와드리겠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이라면 괜히 폐하의 시간만 뺏지 않을까 싶습니다만.”“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오. 다만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진국공뿐이라 얘기를 꺼낸 거요.”말을 마친 어린 황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니나다를까, 황제는 고개를 돌려 온모를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짐이 즉위한 이래로 나이가 어리고 정무가 다망하여 후궁이 줄곧 비어 있었는데 지난번 어마마마의 생신연에서 진국공의 막내딸을 본 이후로 계속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구려. 첫눈에 반한 게 아닌가 싶소.”현장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온모는 떨떠름한 얼굴로 황제의 말을 곱씹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7화

    한심하다는 투의 말 속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문관 수장인 진국공가의 딸이 무관 가문 아가씨들을 찾아갔으니 당해도 싸다는 어투였다.사실 예전의 진국공 가문은 완전한 문관파가 아니었고 오히려 가문에 무관 출신이 많았다. 다만 온권승이 집권하면서 완전히 문관 쪽으로 돌아섰고 나중에 란씨 가문과 정략혼인까지 하며 문관파에서 꽤 입지가 튼튼한 란씨 가문 덕에 온권승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무관들은 예로부터 문관을 무시하고 혐오했는데 특히나 무관을 배신한 온권승은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그래서 진국공 가문이 아무리 잘나가도 무관들은 전혀 그들에게 굽히거나 양보하지 않았다.온권승과 척을 지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무관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다.하물며 무관파 출신 중에는 대단하신 섭정왕 전하도 있지 않은가.그는 섭정왕의 칭호를 받기 전에도 전장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이었다.대권을 잡은 후에도 그는 황실에 충성하며 어린 황제의 가장 충실한 신하가 되었다.그는 무관파의 명예이자 자랑이었다.전에는 섭정왕이 전쟁터에 나가 있어서 무관들이 문관들 앞에서 눈치를 많이 봤지만 섭정왕이 돌아온 지금 비실비실한 문관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무관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특히나 섭정왕께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성녀 전하를 호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도 덩달아 성녀를 옹호하기 시작했다.성녀 전하가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진국공의 딸이긴 하지만 섭정왕의 명이 곧 천명이었다.하물며 온사는 이미 가문과 연을 끊었으니 문제될 것도 없었다.어쩌면 성녀 전하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비의 가식적인 본모습을 눈치채고 가문을 떠난 걸 수도 있었다.무관들은 그녀의 그런 행동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게다가 며칠 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진국공은 젊은 시절 부인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사생아가 적녀에게 보복한다고 란자군의 시신을 도굴해 훼손까지 시도했다고 한다.그 소식이 전해지자 경성의 모든 무관들은 경악해마지 않았다.소문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6화

    온모는 뒷담화 하다가 본인에게 들켰는데도 그들이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홧김에 앙칼진 목소리로 따졌다.“너희 어느 가문 애들이야? 왜 한 번도 본 적 없지? 어디 일반 관료네 딸인가 본데 어딜 감히 내 뒷담화를 하고 있어?”온모는 그제야 여기 있는 아가씨들 모두 못 보던 얼굴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진국공가로 들어온 뒤, 온모가 만난 사람들은 다 온권승의 부하 관원들 집안의 자식들이었다. 다들 대단한 권세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어쨌거나 온권승에게 아부하는 입장이기에 그들의 자식들도 그녀에게 친절히 대해주었다.하지만 눈앞의 소녀들은 그들 중에 속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래서 온모는 그들이 관직이 낮은 집안 자식들이라 평소에 진국공 가문에 방문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들에게 말했다.“내 아버지 체면을 봐서 너희들에게 사과할 기회를 줄 것이다. 거부할 시, 너희들이 방금 한 말을 모두 아버지한테 알릴 거야. 그럼 너희도 곤란해질 건 물론이고 너희들의 아버지한테까지 피해가 가겠지!”온모는 턱을 뻣뻣하게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그러나 그런 협박의 말은 소녀들의 비웃음만 자아낼 뿐이었다.“세상에나, 쟤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역시 비천한 사생아야. 여자들끼리 한 말을 아버지한테 일러바친대.”이소은은 경멸의 눈빛으로 온모를 바라보며 말했다.“일러바쳐서 뭐 하게? 설마 우리가 널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온사였으면 어느 정도 눈치를 봤겠지만 너는… 그럴 가치가 없어.”이소은은 팔짱을 끼고 온모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혀를 찼다.“너!”이소은의 도발에 넘어간 온모가 도끼눈을 뜨고 상대에게 소리쳤다.“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다른 소녀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소은아, 말귀를 못 알아먹는 애한테 그런 말을 해도 소 귀에 경 읽기야.”온모는 그 말을 듣고 더 부아가 치밀었다.“너희 죽고 싶어? 내 아버지가 진국공이야!”“알아! 우리 다 알아!”“경성에 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5화

    이번 제사에는 성녀가 필요 없었기에 온사와 수월관 사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제사가 끝난 후, 궁중 연회가 시작되었다.관원들은 처자식을 대동하고 입장했다.명절을 경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 오늘의 연회는 분위기가 비교적 자유로웠다.어린 황제는 태후와 함께 공연을 감상했고 각 집안의 부인, 아가씨들은 떼를 지어 수다를 떨었다.줄곧 방에만 갇혀 있던 온모도 사람들을 만나고 수다를 떨고 싶었다. 그래서 부하와 얘기 중인 온권승의 눈치를 힐끗 보고는 아가씨들이 모인 쪽으로 걸어갔다.“다들 여기서….”온모가 인사를 건네려는데 그녀를 등진 한 아가씨가 말했다.“온사는 왜 오늘 연회에 안 왔지?”“못 온 거겠지. 걔 지금 출가해서 승려가 되었잖아. 우리 어머니 말로는 절 생활이 그렇게 자유롭지 않대. 아무 때나 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그래? 너무 아쉽네. 올해는 어떤 가야금 곡을 연주하려나 듣고 싶었는데.”“우리들 중에 걔가 가야금 연주를 가장 잘하지 않아?”“당연한 소릴. 가야금뿐이겠어? 바둑 좀 못하는 거 말고 서예나 그림 실력 모두 최고라고 할 수 있지.”“아쉽네. 앞으로는 걸작을 감상할 기회가 없겠어.”“진국공부에서 온모라는 애가 왔잖ㅇ라. 뭐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귀에 피딱지가 앉을 지경이었어. 요즘은 뭐 다른 소문 없어?”“있지! 최근에 그런 소문이 들리잖아. 걔 진국공 나리의 양녀가 아니라 사생아라고.”“세상에나, 그게 사실이야?”“사실이래!”“설마… 그런데 뻔뻔하게 연회에 왔어?”“난 저렇게 밖에서 태어난 애가 제일 싫어. 첩이나 이랑이 낳은 서자, 서녀들보다 더 얄미워!”“걔네 어미와 진국공 어르신은 일찍부터 연인이었대. 그런데 진국공부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인을 버리고 란씨 가문의 아가씨와 혼인한 거지.”“그럼 왜 첩이나 이랑으로 들어오지 않고 굳이 밖에서 애를 낳았을까?”“주제도 모르고 자존심만 센 거지.”“맞아, 밖에서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첩이 되길 거부하는 여자들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4화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니? 내가 언제 널 버린다고 했어?”온권승은 홧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최근에 친 사고들을 생각해 봐. 그거 수습해 준 사람이 누구야? 다만 이번에는 선을 넘었어! 계속 이런 식이면 이제 나도 너 못 지켜준다. 네 어미한테 간다는 말로 날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뒤돌아서 방을 나가버렸다.온모는 다급히 그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아니… 아니에요, 아버지. 협박이 아니에요. 아버지께서 저를 버릴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순간 말이 잘못 나온 거예요. 화 푸세요, 아버지.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그녀는 울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어릴 적 그녀는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그녀는 죽은 어미와 너무 닮았으며 우는 모습까지 닮았다고 사람들이 말해주었다.어린 시절 풋풋한 설렘을 온권승은 잊을 수 없었다. 그녀와 똑 같은 얼굴을 하고 우는 온모를 보니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어. 어차피 너도 교훈을 얻었고 잘못을 알면 된 거야….”온권승의 어투가 드디어 누그러지자 온모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때, 온권승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말했다.“다만 이번 일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만일을 대비해서 당분간은 방에서 나가지 말고 네 어미의 측근들도 만나지 마. 안 그럼 나도 다신 널 돕지 않겠다.”그 말을 들은 온모는 억울한 얼굴로 반박했다.“괜한 걱정이세요, 아버지. 온사의 어머니 시신도 이미 돌려줬잖아요. 걔가 뭘 더 어쩌겠어요?”온권승은 고개를 돌리고 한심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일이 온사랑만 연관된 줄 아니? 란씨 가문이 이미 멸문했지만 조정에는 아직도 그들의 영향력이 남아 있어.”만약 걱정해야 할 상대가 온사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도 없었다.그가 걱정하는 건 황제였다.안타깝게도 온모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그녀는 온권승이 괜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어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3화

    온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세 오라버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라버니들, 어차피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건 정말 제가 한 게 아니에요.”온장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하지만 너와 관련 있는 자들이 우리 어머니의 시신을 관 채로 도굴해서 가져간 걸 봤어. 정말 이 일이 너랑 관련이 없다고?”온모는 이 일에서 완전히 발뺌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말을 바꾸었다.“사실 저와 관련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한 게 아니라고 한 이유는 큰 오라버니께서 본 그 세 사람은 제 친어머니께서 저를 지켜주라고 남겨주고 가신 사람들이에요. 다만 아버지께서 저를 진국공부 양녀로 들이면서 그들은 경성에 같이 따라오지 않은 거고요.”그녀는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거짓말을 이어갔다.“얼마 전에 제가 곤장을 맞은 이후로 너무 서러워서 그들에게 서신을 보내 하소연한 적 있어요. 경성으로 와서 날 좀 지켜달라고요. 그런데 그 일을 듣고 그 사람들이 너무 화가 나서… 저 대신 복수해 주겠다고… 양어머니의 무덤을 도굴한 거예요….”“정말 죄송해요, 큰 오라버니… 믿기 힘든 걸 알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들에게 서신을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온모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흐느꼈다.겉으로 보기에는 절절하고 진심으로 느껴졌다.처음에는 온모를 탓하던 온장온마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싸늘한 얼굴로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그런데 온사는 왜 네가 사람을 시켜서 그 짓을 했다고 하지? 게다가 보복한다고 시신을 훼손한다고까지 했다며?”온모는 잔뜩 억울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그건… 저는 그 일을 알고 당장 양어머니의 시신을 돌려놓으라고 했죠. 그런데 그날 밤에 온사 언니가 저를 납치해 간 거예요. 언니는 저를 때리고 독까지 먹이니까 너무 무서워서… 내가 시킨 거라고, 날 안 내보내 주면 다신 어머니를 만날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거래가 성사된 거예요.”“내가 막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