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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첫 번째 남자

Penulis: 핸드드립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02 23:00:24

제3화 첫 번째 남자

엘리베이터 안, 그 남자가 말했다.

“원래 아는 사이였나요?”

“아니요.”

“아…….”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를 바라봤다.

“혹시 몇 호 사세요?”

나는 즉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그건 왜요?”

“아, 아니. 그냥…….” 남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혼자 사시면 가끔 술친구나 할까 해서요.”

…….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능력이 발동됐다. 분명하다. 어젯밤 꿈에서 들었던 조건 — 대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마음속으로 '유혹한다'라고 선언한다. 나는 방금 정확히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옆집 남자가 나와 술을 마시고 싶어 한다.

“아.” 내 입에서 짧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네?”

“아닙니다.”

때마침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다.

“죄송합니다!”

“네?”

나는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대로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기요!”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복도를 달리고, 계단을 내려가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아파트 밖까지 나온 뒤에야 멈췄다.

“허억…….”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능력이 발동된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말도 안 된다. 현실에 그런 능력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남자를 유혹한다고 생각했더니 진짜로 남자가 나와 술을 마시자고 한다? 이건 너무 명확했다.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가능성은 있었다. “아직 꿈일 수도 있어.”

그래, 꿈이었다. 분명히. 꿈속에서 이상한 계약을 했고, 꿈속에서 휴대폰 문자가 왔고, 꿈속에서 옆집 남자가 나를 유혹했다. 논리적으로 완벽했다.

“좋아.” 일단 출근하면 된다. 꿈이라면 회사에 도착하는 순간 깰 수도 있다. 꿈은 이상하게 중요한 장소에 도착하면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저기요!”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설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 남자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휴대폰까지 들고 있었다. 남자가 나를 향해 뛰어왔다.

“잠깐만요!”

“으아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네?!”

“따라오지 마세요!”

“아니, 저기요!”

“왜 따라와요!”

“연락처를……!”

“안 됩니다!”

“뭐가요?!”

나는 전력질주했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쳤고,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는 것도 봤지만 탈 수 없었다. 저 남자가 저기 있으니까.

'능력에 걸린 남자한테 연락처를 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아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남자를 꼬실 일이 없었으니까.

나는 다음 정거장을 향해 달렸다.

“저기요! 잠깐만요!” 뒤에서 계속 목소리가 들렸다. '미쳤어.' 나는 뛰면서 생각했다. '진짜 미쳤다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한 결과였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뒤를 돌아봤다. 남자가 아직도 따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랐다.

“왜 이렇게 빨라!”

“저 그냥 뛰는 건데요!”

“그러니까 왜 뛰냐고요!”

“그쪽이 뛰잖아요!”

“그걸 왜 따라 뛰어요!”

“저도 모르겠어요!”

…….

나는 잠시 멈칫했다. 저 말,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다시 달렸다. 이번에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왼쪽, 오른쪽, 그리고 편의점 뒤쪽.

'좋아.' 나는 숨을 죽였다. '이 정도면 못 찾겠지.'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참았다. 1초, 2초, 3초.

“저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으아아아악!” 바로 옆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왜 비명을 질러요?!”

“왜 여기 있어요!”

“그쪽이 여기로 들어왔잖아요!”

“그걸 왜 따라와요!”

“저도 그걸 모르겠다고요!” 남자가 울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부터 이상하게 그쪽이 안 보이면 불안하단 말이에요!”

…….

나는 입을 다물고 아주 천천히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대상 001】

【유혹 상태 : 정상】

【남은 유효기간 : 6일 23시간 41분】

“…….” 나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넣고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가 나를 바라봤다. 서로 잠시 침묵했다.

“저기요.”

“네.”

“혹시…….”

“네?”

“집착 같은 거 하시는 스타일이에요?”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네?”

“아닙니다.” 나는 다시 뛰었다.

“아니 잠깐만요!”

그날 아침, 나는 회사까지 가는 동안 버스를 세 번 놓쳤다. 그리고 지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도착해 조용히 사무실로 들어갔다.

“강시우 씨.”

“네, 팀장님.”

“왜 지각했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남자한테 쫓겼습니다.'

“……버스를 놓쳤습니다.”

“세 번이나요?”

“네.”

그렇게 팀장님한테 혼나고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집에 어떻게 들어가지?' 문득 아침에 만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나를 향해 휴대폰을 들고 뛰어오던 모습.

“…….”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생각하지 말자. 일에 집중하자.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업무 메일을 열었다. 하지만 메일 제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금일 업무 보고. '금일.' 오늘. '오늘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설마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아무리 나를 좋아하게 됐다고 해도 고작 몇 시간 만에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리는 없었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은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본 사람의 집 앞까지 찾아가 기다리는 건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그 남자도 분명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아마.

그 생각을 하다가 멈칫했다. '……근데 나도 처음 보는 여자한테 세 시간 만에 고백했는데?'

“…….” 나는 조용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렇다, 사람은 좋아하면 상식을 잃을 수도 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려 100번이나.

'아니야.' 나는 급하게 생각을 바꿨다. '그래도 집 앞에서 기다리지는 않겠지.'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였고, 그 남자는 같은 아파트 주민이었다. 심지어 옆집이었다.

“…….” 나는 천천히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건 최악인데.'

회사에서 퇴근한다. 아파트로 간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리고,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어?” 그 남자가 서 있다. “시우 씨!”

“으아아아악!”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자리 직원이 나를 쳐다봤다.

“……강시우 씨?”

“아닙니다.” 나는 다시 앉아 심호흡했다.

후우. 진정하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다.

'다른 방법이 있어.'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호텔에서 잔다. 나는 바로 포기했다. '돈이 아깝다.'

두 번째, 친구 집에서 잔다. 친구가 있었다. 딱 한 명, 김현우. 하지만 현우 집은 회사에서 너무 멀었다. 출근 시간이 거의 두 배였다. 그리고 현우의 어머니가 계셨다. 지난번에 갔을 때도 들었다.

“시우야, 너는 여자친구 없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왜?”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나는 현우 집에 잘 가지 않았다. '안 돼.' 탈락.

세 번째, 찜질방에서 잔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괜찮은 방법이었다, 하루 정도는. 하지만 일주일이었다. 7일.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일주일 동안 찜질방에서 살라고?'

나는 머릿속으로 내 모습을 상상했다.

첫째 날, 괜찮다. 둘째 날, 조금 피곤하다. 셋째 날, 옷에서 계란 냄새가 난다. 넷째 날, 직장 동료가 묻는다.

“강시우 씨, 요즘 어디 사세요?”

“찜질방이요.”

다섯째 날, 팀장님이 나를 부른다.

“강시우 씨.”

“네.”

“무슨 일 있습니까?”

“남자 때문에요.”

“……뭐요?”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된다.

네 번째, 부모님 집으로 도망간다. 이것도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부모님 집은 두 시간 거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은 내가 갑자기 일주일 동안 찾아가면 분명 물어볼 것이다.

“무슨 일 있어?”

나는 대답해야 한다.

“아니요.”

“근데 왜 갑자기 왔어?”

“남자가 저를 좋아해서요.”

“……뭐?”

안 된다. 부모님을 놀라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섯 번째, 이사를 간다. 나는 부동산 앱을 켰다. 보증금, 월세, 중개 수수료, 이사 비용. 나는 조용히 앱을 껐다.

“……일주일짜리 능력 때문에 이사를 왜 가.”

그때였다. 나는 멈칫했다. '잠깐.' 일주일. 그래, 일주일이었다. 고작 일주일. 그렇다면 일주일 동안만 집에 혼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친구 집. 호텔. 찜질방. 부모님 집. 그리고 문득, 아주 간단한 방법이 떠올랐다. '현우를 부르면 되잖아?'

나는 그대로 굳었다. 그렇다. 왜 이제야 생각했지? 김현우, 내 절친. 어젯밤에도 나와 술을 마셨다. 오늘 저녁에도 부르면 된다. 그다음 날도, 또 부른다. 또. 또.

……

나는 잠시 계산해 봤다. '7일 동안 매일 술을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다. 하지만 남자한테 쫓기는 것보다는 낫다.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했어.”

오늘 저녁, 나는 김현우를 집으로 부른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일주일 동안 나는 혼자가 되지 않는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나는 즉시 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시우] 오늘 저녁 시간 돼?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현우] 왜?

나는 잠시 고민했다. 솔직하게 말할까? 남자한테 쫓기고 있어서. 아니다,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시우] 그냥.

[시우] 우리 집에서 술이나 마시자.

잠시 후.

[현우] 너 돈 없어?

“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시우] 왜 내가 부르는데 돈이 없어.

[현우] 어제도 내가 계산했잖아.

[시우] 오늘은 내가 살게.

[현우] 진짜?

답장이 빨랐다.

[시우] 진짜.

그리고 잠시 후.

[현우] 몇 시에 갈까?

나는 활짝 웃었다.

“살았다.”

…….

잠시 후 나는 다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

생각해 보니, 왜 내가 남자 하나를 피하려고 또 다른 남자를 집으로 부르는 거지?

한참 동안 휴대폰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현우] 7시에 간다. 안주는 네가 준비해.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명은 괜찮겠지.

아직은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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