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천추궁. 조문혁의 집무실.
조문혁은 계속해서 천무국의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각 도에서 올라온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묵진이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다음은 충도입니다.” 조문혁이 고개를 들었다. “말해라.” “충도는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지역입니다.” 조문혁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황실에?” “예.” 묵진은 잠시 침묵했다. “충도는 천무국 태조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황실의 명령에는 따르지만, 특정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는 성향이 강합니다.” 조문혁은 아무 말 없이 지도를 바라봤다. “성주는?” “정우현입니다.” “그자는 어떤 인물이지?” “황실의 정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묵진이 잠시 보고서를 확인했다. “천무국의 태조 때부터 정우현의 집안과는 깊은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주군께서 경계할 필요가 있는 인물입니다.” “무엇 때문에?” “정우현은 황실에 대한 충성심만으로도 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문혁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렸다. “그렇군.”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지고 있었다. “군사력은?” “충도 역시 상당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 중이지만, 정우현이 군사를 일으킨다면 쉽게 승패를 정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닙니다.” 조문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충도는 원래 자신에게 적대적인 지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을 것이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우현을 조사해라.” “예.” “그리고 꼼꼼히 움직임을 확인해라.” 묵진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조문혁은 다음 보고서를 바라봤다. “다음은?” 묵진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한 장의 보고서를 꺼냈다. “북도입니다.” 조문혁의 시선이 북쪽으로 향했다. “북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외부와의 교류가 적습니다.” “지형 때문이군?” “예, 맞습니다.” “험한 산악 지형이 많고 큰 상업 도시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왕래 또한 적어 다른 지역에서 북도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성주는?” “특정 인물이 북도 전체를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주씨, 문씨, 남씨. 이렇게 세 가문이 영향력이 큽니다.” 조문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누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그중에서 남씨 일가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정도만 확인됐습니다. 그 외의 자세한 정보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남씨?” “예. 오래전부터 북도에 자리 잡은 가문입니다.” 조문혁은 북도를 바라봤다. “군사력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북쪽 국경에서 이민족과의 충돌이 잦아 전투 경험만큼은 천무국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확인되지 않았다고?” 묵진은 고개를 숙였다. “북도는 자체적으로 식량과 물자를 조달할 수 있고, 외부와의 교류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군사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의 가문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문혁은 잠시 생각했다. “수상하군.” “맞습니다, 주군.” “쉽지는 않겠지만, 조사를 더 진행할까요?” 조문혁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북도는 지금 당장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지역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안쪽을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계속 살펴보고 외부와의 접촉을 집중적으로 추적하라.” “예.” “다만 쓸데없이 마찰은 피하도록.” 묵진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조문혁은 다시 지도를 바라봤다. 성도는 이익을 따지고 있었다. 서도는 식량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충도는 황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북도는 침묵하고 있었다. 아직 천무국의 지방 세력들은 어느 누구도 완전히 조문혁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문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방의 상황을 계속 파악해라.” “예.” “그리고 황자들의 행방도 빨리 확인하라.” “명심하겠습니다.” 조문혁은 창밖을 바라봤다. 태경은 여전히 자신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태경 밖의 천무국은 아직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 사실이 조문혁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5화 끝.천추궁.즉위식이 끝난 뒤 며칠이 지났다.이겸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하지만 황제가 되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조정의 신하들은 이겸을 황제로 모셨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망설임이 있었다.황제의 명을 받들면서도 가장 먼저 조문혁의 눈치를 살폈다.이겸 역시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현재 천추궁의 군사도, 태경의 군사도 조문혁의 영향 아래 있었다.그리고 조정 대신들의 자리 역시 조문혁의 뜻에서 자유롭지 못했다.“폐하.”신하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말씀하시오.”“이번 일은 조문혁 대감과 먼저 의논하시는 것이…….”이겸은 잠시 그 신하를 바라봤다.황제에게 올라온 일이지만, 조문혁의 동의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었다.이겸은 아무 말 없이 손을 꽉 쥐었다.그때였다.조문혁이 황제 앞에 한 발짝 나와 말했다.“폐하.”“말씀하시오.”조문혁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황명을 내려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이겸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황명이오?”“각 도에 명을 내려 두 황자를 잡아들여 합니다.”이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윤과 현을?”“그렇습니다.”“황명을 거역하고 궁을 떠난 자들입니다.”“거역하고 떠난 적 없소.”이겸은 단호하게 말했다.“허니 두 사람을 잡아들이라는 명은 내릴 수 없소.”조문혁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폐하.”“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이겸이 조문혁을 바라봤다.“내 동생들을 잡아들이라는 황명은 내리지 않겠소.”잠시 침묵이 흘렀다.조문혁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황제는 신하와 의논하고 황명을 내려야 하는 자리입니다.”“그 황명을 내리는 것은 나, 황제요.”이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내가 내리지 않겠다고 했소.”조문혁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물러나는 그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이제는 황제를 대놓고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이겸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시간이 흘러 그날 밤.천추궁 황제의 침실.총내관 고연수가 황제의 부름을
천추궁.조문혁은 가신들과 함께 황태자 이겸의 즉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충도에서 표문까지 올라왔습니다.”한 가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주군, 더 이상 황태자 전하의 즉위를 미룰 명분이 없습니다.”조문혁은 잠시 생각했다.“그렇다면 하는 수 없군. 황제를 알현하겠다.”가신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조문혁은 이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잠시 후.조문혁은 이겸 앞에 무릎을 꿇었다.“황태자 전하.”이겸이 조문혁을 바라봤다.“무슨 일이오?”“이제 전하께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셔야 합니다.”조문혁은 고개를 숙였다.“부디 천무국을 위해 황제의 자리에 올라주시옵소서.”이겸은 조문혁을 바라봤다.그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지금 내가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오?”“그렇습니다.”조문혁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황제 폐하께서 승하하셨고, 전하께서는 황태자이십니다. 천무국의 법도에 따라 전하께서 황위를 이어받으셔야 합니다.”이겸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겠소.”“그렇다면 즉위식을 준비하도록 하시오.”조문혁은 고개를 숙였다.“명을 받들겠습니다.”그때 조문혁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무엇이오?”“즉위식에 두 아우께서 참석하지 않는다면 모양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이겸의 표정이 굳어졌다.“윤과 현을 말하는 것이오?”“그렇습니다.”조문혁이 말했다.“세 분 형제의 사이가 각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시는 자리에 두 황자께서 함께한다면 더욱 뜻깊은 즉위식이 될 것입니다.”이겸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하지만 나는 두 아우의 행방을 모르오.”“정말 모르십니까?”조문혁이 물었다.이겸은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렇소.”“그렇다면 찾아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동생들을 어떻게 불러오겠소.”조문혁은 이겸을 바라봤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알겠습니다.”조문혁이 고
만도.민가의 지원이 시작된 뒤 군영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부족했던 무기와 갑옷이 하나둘 채워졌고, 식량과 군수물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이윤은 매일같이 군영을 돌며 병사들의 훈련 상태를 확인했다.진백호 역시 새롭게 들어온 병력과 기존 병력을 나누어 훈련시키고 있었다.“이쪽 병사들은 창술 훈련을 강화하라.”“예, 장군.”“궁병들은 따로 모아서 훈련시켜라. 아직 숙련도가 부족하다.”진백호의 지시에 병사들이 움직였다.이윤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민우를 바라봤다.“자네의 도움이 큰 힘이 되고 있네.”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전하.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하시지요.”“그래, 들어가세나.”이윤과 민우, 그리고 진백호는 군막 안으로 들어갔다.민우는 만도의 지도를 펼쳤다.“지금 군영의 정규군은 3천, 훈련 중인 군사가 대략 2천 정도라 들었습니다.”진백호는 민우의 말에 수긍하며 대답했다.“맞네. 거기다 지금 자네의 사병 4백을 더하니 5천4백 정도 되는 거네.”“수도의 황실군과 중도 군사는 대략 몇 정도 되는지 아시는지요?”이윤은 중도와 태경의 지도를 살펴보며 말했다.“이쪽 황실근위대가 5천, 태경수비대가 7천으로 중앙군이 1만2천, 그리고 중도 지방군이 1만5천 정도이니 합쳐 2만 7천의 정규군이 주둔해 있네.”진백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윤과 민우를 보며 말했다.“지금 상황에서는 외부 도움 없이 수도로 진격할 수가 없습니다.”“진 장군, 자네의 말이 맞다.”민우는 다시 만도의 지도를 살펴보며 이윤에게 말했다.“만도에는 우리 민가와 가까운 가문들이 몇 곳 있습니다.”“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입니다.”이윤이 지도를 바라봤다.“쉽게 우리와 합류하겠는가?”민우가 잠시 생각했다.“저와는 가깝다고는 하나 저 혼자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이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내가 설득해 보겠다.”“민우, 자네는 자리를 만들어 다오.”“예, 그리하겠습니다.”“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들도
만도 외곽.이윤과 진백호는 말을 달려 민가로 향하고 있었다.군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높은 담장이 보이기 시작했다.민가의 저택이었다.저택 주변에는 일반적인 가문의 저택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의 무장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이윤은 말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봤다.“저들이 민가의 사병인가?”진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예.”“상당하군.”“만도는 국경 지역이다 보니 몇몇 가문들은 스스로를 지킬 힘이 필요합니다.”“그중에서도 민가의 사병은 정규군과 겨뤄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훈련이 잘되어 있습니다.”이윤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병사들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단순히 숫자만 많은 사병이 아니었다.훈련도 제대로 되어 있는 듯했다.두 사람이 대문 앞에 도착하자 무장한 병사 하나가 다가왔다.“어디서 오셨습니까?”진백호가 말에서 내렸다.“나다.”병사가 진백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곧바로 표정이 바뀌었다.“진 장군!”병사는 급히 허리를 숙였다.“어서 오십시오.”“민 가주는 안에 있느냐?”“예. 가주께서 안에 계십니다.”병사는 이윤을 바라봤다.“그리고 이분은…….”진백호가 이윤을 바라봤다.이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직접 말했다.“제2황자 이윤이다.”병사의 얼굴이 굳었다.곧바로 무릎을 꿇었다.“황자 전하를 뵙습니다.”주변에 있던 병사들도 그 모습을 보고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이윤이 손을 들어 올렸다.“일어나라.”“예, 전하.”진백호가 말했다.“가주에게 어서 전하라.”“예.”병사는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잠시 후 저택 안쪽에서 한 사내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건장한 체격이었다.무장한 병사들과 달리 특별히 화려한 옷차림은 아니었다.하지만 그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진백호가 웃으며 말했다.“민 가주.”민우가 진백호를 바라봤다.“진 장군.”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었다.“진 장군께서 여기는 웬일이오?”“내가 오면 안 되는 곳이었나?”“그럴 리가 있나.”민우가 이윤에게 시선을 옮
만도.황궁을 빠져나온 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몸은 지쳐 있었지만, 이윤은 군영에 도착하자마자 쉬지 않았다.진백호의 안내를 받아 군영 곳곳을 둘러봤다.병사들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군영의 모습이 좋지는 않았다.정규군은 3천여 명.그리고 훈련 중인 병사들이 2천 정도였다.숫자만 보면 적지 않았다.하지만 실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무기와 갑옷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오래 사용한 무기들이 많았고, 보급받지 못한 병사들도 눈에 띄었다.이윤은 말없이 군영을 둘러봤다.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이 정도로는 부족했다.형님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훈련된 병사도 필요했고, 무기도 필요했다.무엇보다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이윤은 군영 한쪽에서 훈련하는 병사들을 바라봤다.병사들이 창을 들고 움직였지만 대열이 조금씩 흐트러졌다.진백호가 그 모습을 바라봤다.이윤이 물었다.“훈련 상태가 이 정도인가?”진백호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정규군과 달리 훈련병들은 아직 미흡합니다.”“훈련의 강도를 높이면?”“현재 수준이라면 부상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이윤이 진백호를 바라봤다.“진 장군이 신경 써야겠어. 지금 마음이 급하다.”진백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황태자 전하를 지금 당장은 구하러 가기 어렵습니다.”이윤의 눈빛이 굳어졌다.“아직은 어렵겠지. 하지만 구하러 가야 한다.”진백호가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전군을 동원해 중앙군과 전쟁을 하게 되면 국경을 지킬 병력이 부족해집니다.”진백호가 군영 밖을 바라봤다.“만도는 국경과 가까운 지역입니다. 이곳의 병력을 모두 수도로 보내는 순간 국경이 비게 됩니다.”“외부의 침입이 발생한다면 막을 병력이 없습니다.”이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백호가 말을 이었다.“준비가 필요합니다.”이윤은 한동안 훈련 중인 병사들을 바라봤다.조문혁이 태경과 천추궁을 장악했다.황
관사 안.서철우는 이현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먼저 입을 연 것은 서철우였다.“전하께서는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힘을 기를 생각입니다.”“어떤 힘을 말입니까?”이현은 잠시 생각했다.“형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을 기르겠습니다.”서철우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이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돈도 필요하고 정보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군사도 필요하겠지요.”“그 모든 것을 경도에서 시작하시겠다는 겁니까?”“그렇습니다.”서철우는 잠시 침묵했다.“전하.”“말씀하십시오.”“저는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쪽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것입니다.”서철우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특히 지금처럼 황실이 흔들리고 조문혁이 수도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서가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아버지…….”서철우는 딸을 바라보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조문혁은 이미 태경과 천추궁을 장악했습니다.”“반면 전하께서는 지금 가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서철우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상단도 있고, 그 상단에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제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그 모든 것을 걸고 전하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저는 아직 판단하지 못했습니다.”서가연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버지…….”하지만 서철우는 멈추지 않았다.“그래서 전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저는 지금 전하와 조문혁,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서가연의 표정이 굳었다.“그런 말씀을 꼭…….”“가연아.”서철우가 딸을 바라봤다.“이건 우리 가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서가연은 입을 다물었다.서철우는 다시 이현을 바라봤다.“제가 전하를 선택하면 조문혁과 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렇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