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아이의 이름은 '서란'이라 했다.
명주는 그 이름을 세 번이나 되물었다.
처음에는 못 알아들어서, 두 번째와 세 번째에는 정확히 기억하고 싶어 재차 물었다.
"서란아."
명주가 아주 애처롭고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자 서란은 다소 고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부인."
"손을 이리 다오."
서란이 주저하며 두 손을 내밀었다.
열 손가락 중 여섯의 손끝이 갈라져 있었고, 그 자리에 피가 말라붙어 검게 남아 있었다.
겨울에 찬물을 많이 만지며 제때 돌보아지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 흔적들.
그 흉터들을 보며 명주는 얼른 소매 안에서 작은 합을 꺼냈다.
"이거 궁에서 쓰는 연고라고, 여인은 손이 고와야 해.
이걸 바르면 금방 나을 거다."
"이런 귀한 것을."
"나는 손이 트지 않는데, 나리께서 궁에서 하사받으신 물건을 나에게 주셨다."
서란이 합을 받으며 그녀의 드러난 손을 바라보았다.
명주의 손은 갓 깎은 백옥을 물에 헹궈 낸 듯한 손이었다.
손가락 마디에는 주름 한 겹 잡히지 않았고 손등에는 힘줄 한 올 서지 않았는데, 손톱만이 안에서부터 배어 나온 것처럼 옅은 분홍으로 물들어 있었다.
쥐어 본 적도 짜 본 적도 없는, 평생 찬물 한 번 만져 본 적 없는 손.
합이 건너올 때 손끝이 잠깐 스쳤다.
눈으로 볼 때보다 서늘하고, 물속에서 갓 건진 것처럼 매끄러운 살이었다.
서란은 제 갈라진 손끝을 저도 모르게 오므렸다.
서란의 시선이 명주의 손 위에 오래 얹혀 있었다.
명주는 서란의 시선 끝에 제 손이 달린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만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져 서란에게 함께 밥을 먹자 청했다.
밥상이 들어왔다.
서란은 숟가락 한 번 제 손을 거치지 않고 시녀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서 앉아 있는 여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씻은 배꽃처럼 맑은 낯에, 물기 어린 눈은 상 위 어디에도 닿지 않는 얼굴.
소문으로만 듣던 절세가인이 눈앞에서 밥 한 술 뜨는 일조차 남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저가 물러날 때마다 아랫입술의 도톰한 가운데가 옅게 눌렸다 풀렸고, 물을 넘길 때는 흰 목이 작게 움직였다.
이내 삼월이 입에 넣기만 하면 되는 수저를 명주의 손에 쥐여 주고 나서야 식사가 시작되었다.
"너도 먹거라."
서란은 제 손으로 수저를 들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생선을 뼈째 물어 발라 먹고 탕을 뜨거운 채로 후루룩 마셨다.
그 모습을 보며 명주는 또 한 번 귀엽다고, 곱게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밥상을 물리고 나서 단이가 수건을 들고 명주의 얼굴과 목덜미, 손과 발까지 부드럽게 닦아 주고 있을 때였다.
"부인."
서란의 부름에 반박자 늦게 명주가 눈을 들어 서란을 바라보았다.
"부인은 향을 쓰십니까?"
명주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 서란을 바라보았다.
먹을 먹인 듯 검은 머리칼이 어깨 한쪽으로 미끄러져 내려, 등불도 없는 낮의 방에서 저 혼자 윤을 냈다.
흘러내린 머리 아래로 목덜미의 흰빛이 옅은 푸른 기를 띠고 비쳤고, 고개를 기울인 만큼 귀 뒤의 가는 선이 드러났다.
숨이 드나들 때마다 그 흰 살이 얕게 일렁여서, 보고 있으면 이쪽의 숨이 먼저 흐트러졌다.
서란은 저도 모르게 제 목덜미에 손을 올렸다가 내렸다.
작게 탄성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꾹 눌러 삼키며 서란이 말했다.
"아까부터 좋은 내가 나서요."
명주가 제 소매를 들어 코에 대 봤다.
아무 냄새도 안 났다.
"나는 모르겠다."
"매화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 향낭이 있긴 하다.
온어멈이 매일 갈아서 넣어 주는데 무슨 향인지는 모르겠다."
순박한 얼굴로 서란이 물었다.
"어멈이요?"
명주는 눈꼬리를 살며시 접으며 마당 건너 온어멈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가리켰다.
서란의 시선이 명주의 하얗고 긴 손가락 끝을 따라가 한참 머물렀다.
장독들 옆을 지나는데 말소리가 났다.
"…물도 못 마신다니까."
"에이, 설마."
"참말이래. 우리 언니가 안채에 있었는데, 잔을 들어 드려야 잡순대.
손을 안 쓰신다고."
"그럼 뭘 하고 사신대?"
한층 더 소곤거리는 듯한 목소리.
"앉아 계시지."
대답과 동시에 최대한 억누른 듯한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앞을 명주가 지나쳤을 때, 뒤따르는 시녀들이 눈짓으로 그들을 윽박지르는 듯한 표정을 짓자 그제야 웃음이 뚝 그쳤다.
그녀는 십 년을 그랬듯 자신의 얼굴이 아름다워서 멈추었다 생각했다.
지나가면서 명주는 물을 못 마시는 사람이 이 집에 있는가 싶어, 딱한 일이라고 여겼다.
아버지의 숨이 바뀌어 있었다.들이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내쉬는 것이 짧았다.방에 사람이 여럿 들어와 있었고, 총관이 촛대를 옮기다 촛농을 손등에 떨어뜨리고도 몰랐다.한경이 자리에 앉아 손목을 짚었다.맥이 아까보다 더 자주 걸렀다.아버지의 눈이 떠졌다.이번에는 딸을 바로 알아봤다.말을 하려고 입이 움직였다.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한경이 몸을 숙여 귀를 입 가까이 댔다.머리가 흘러 아버지의 어깨를 덮었다.숨 섞인 소리가 왔다.「…네 얼굴을,」그다음이 나오지 않았다.한경이 손을 잡았다.잡은 손에 힘이 들어왔다가 빠졌다.「…네 얼굴을 본 사람이,」숨이 한 번 길게 들어갔다.들어간 것이 나오지 않았다.* * *총관이 곡을 시작하기 전에 한경이 손을 들었다.아직이라고 했다. 아직 아니라고, 흰 등도 아직이라고 했다.목소리가 낮았고 방 안의 누구도 그 말을 거스르지 않았다.아버지의 손을 가슴 위에 모아 놓고, 눈꺼풀을 내려 주었다.내려 주고 나서 그 위에 손바닥을 잠깐 얹었다.돌아서서 방을 나왔다.회랑에 육정이 서 있었다.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옷에 밤이 앉아 있었다.한경이 지나가는데 그가 팔을 잡았다.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놔요."놓지 않았다.한경이 그 자리에 섰다.서서, 이마를 그의 어깨에 댔다. 대고 있었다.우는 소리는 나지 않았고, 어깨가 움직이지도 않았다.그의 손이 등으로 올라와 한 번 눌렀다.그것이 전부였다.* * *새벽에 흰 등이 걸렸다.총관이 사람을 시켜 대문 양옆에 하나씩 달았다.심가 담이 길어서 등 두 개로는 어림도 없었는데, 더 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한경이 상복을 받아 입었다.거친 삼베가 살에 닿는 자리마다 서걱거렸고, 소매가 넓어 손을 내리면 손끝이 보이지 않았다.머리를 풀어 흰 끈으로 한 번 묶었다.은비녀도 노리개도 다 벗어 두었다.벗어 둔 것들 옆에 옥패가 놓여 있었다.그것만 소매에 넣었다.마당에 나오니 종들이 곡을 시작하고 있었다.곡소리가 담
서란이 고개를 돌렸다.등잔을 켜지 않고 창으로 드는 달빛만으로 종이를 넘기던 참이라, 얼굴 반이 어두웠다.무릎 위에 명부가 펼쳐져 있었고, 상자에서 꺼낸 장들이 옆에 차곡히 쌓여 있었다.순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꺼낸 손이었다."등을 켤까요."한경이 문을 닫았다.닫고 등잔에 불을 붙였다.심지가 살아나면서 방 안의 것들이 순서대로 나타났다.책장, 상자, 무릎 위의 종이, 그리고 서란의 손.손등에 흉이 있었다.열에 덴 자국이 오래된 것이었다."이 집을 잘 아네.""열두 해 전에 여기서 두 달을 살았습니다."한경이 아버지 자리에 앉지 않고 문 쪽 자리에 앉았다."말해 봐."서란이 무릎 위의 장을 들어 이쪽으로 돌려 놓았다.이름과 나이. 먹인 날. 먹인 것.그 아래 「무탈」 두 자, 더러는 빈칸.빈칸 옆에 붉은 먹으로 그어진 줄.붉은 줄이 그어진 이름 하나에 서란의 손가락이 얹혔다.열두 살, 여아, 이름 한 자."…소인입니다."* * *등잔 심지가 한 번 타면서 소리를 냈다.그해 여름에 팔려 왔다는 말이 나왔다.시약장 평상에 열이레를 앉았고, 열이레 째에 사람이 셋 죽어 나갔으며, 그중 하나로 적혔다는 말이었다."죽은 걸로 적혀야 값이 정리되거든요.산 사람은 도로 데려가야 하는데, 데려갈 데가 없는 아이는 죽은 걸로 적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말투에 원망이 없었다.원망이 없어서 듣기가 더 나빴다.한경이 물었다. 그다음엔 어디로 갔느냐고."이 집으로요. 대인께서 데려다 두 달을 먹이셨습니다.""…우리 아버지가?""예.""그리고?""두 달 뒤에 다른 데로 보내셨고, 그 다른 데가 궁이었습니다."한경이 등잔을 조금 당겼다.불이 서란의 얼굴 쪽으로 갔다.얼굴이 밝아지자 눈 밑에 오래된 그늘이 보였다."그래서 우리 집에 온 거야? 십 년 만에?""…소인은 시키는 대로 왔습니다. 처음에는요.""지금은."서란이 대답하지 않았다.대답 대신 옆에 쌓아 둔 장 가운데 하나를 집어 들었다.집는 손이 아까보다
심가에서 기별이 온 것은 이틀 뒤 새벽이었다.대인이 위독하시다는 말이었다.기별을 가져온 자가 성문 열리기를 기다렸다 왔다고 했고, 옷에 밤이슬이 앉아 있었다.가마가 마당에 놓이는 동안 육정이 관복을 입었다.조정에 알리고 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그냥 입었다.말고삐를 쥐는 손등에 어젯밤 자국이 남아 있었다.떠나기 전에 대부인 처소에 들렀다.굳은 손이 며느리의 소매를 붙잡았다 놓았다."…서재에는.""예.""…혼자 들어가지 마라."* * *성 밖 길에 안개가 얕게 깔려 있었다.가마 곁에 붙은 말이 오늘은 앞서지 않았다.반나절 내내 한 뼘 옆에서 왔고, 주렴 너머로 그의 소매가 계속 보였다.한 번, 가마가 흔들렸을 때 주렴 밖에서 손이 들어왔다.발을 걷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발 아래 틈으로 들어온 손이었고, 그 손이 이쪽 손을 찾아 잡았다.잡고, 놓지 않은 채로 길이 얼마쯤 갔다.말 위에서 그는 앞만 보고 있었다.잡은 손만 뒤로 와 있었다.* * *심가 대문에 흰 등이 걸려 있지 않았다.아직 걸 때가 아니라는 뜻이었다.종들이 마당에 늘어서 절을 했고, 그 가운데 지난번 그 늙은 종이 있었다.이번에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안방에 들었다. 아버지는 자리에 누워 있었고, 숨이 얕고 빨랐다.살이 더 빠져 광대뼈 위의 살가죽이 종잇장 같았다.한경이 손목을 짚었다.맥이 가늘고 자주 걸렀다.눈꺼풀을 열어 보고, 손톱을 눌러 보고, 입 안을 봤다.잇몸에 검푸른 선은 없었다. 다른 것이었다."…물을 얼마나 못 드셨어요."닷새라는 대답이 총관에게서 왔다.아버지의 눈이 떠졌다.딸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고, 알아보고 나서 손을 들려다 못 들었다."…왔느냐.""예."말이 나오려는 것을 한경이 막았다.말은 나중에 하시라고, 지금 하면 더 안 나온다고 했다.물을 적신 천을 입술에 대 주고, 미음을 데워 오게 했다.아버지가 눈으로 문 쪽을 가리켰다.서재 쪽이었다.* * *낮이 기울도록 방을 지켰다.미음을 두 술
그 밤 육정은 술을 마시지 않고 왔다.문을 닫고 잠깐 서 있다가, 서 있으라는 사람도 없는데 서 있는 것이 우스웠던지 스스로 앉았다.앉은 자리가 여느 밤보다 반 자 가까웠다.한경은 자리에 앉아 머리를 풀고 있었다.은비녀를 뽑아 경대에 놓고, 쪽을 지탱하던 것들을 하나씩 빼내는 참이었다.뒤통수 안쪽의 것이 잘 잡히지 않아 손이 두 번 헛돌았다."…내가 하겠소."한경이 손을 내렸다.그가 뒤로 돌아 앉았다.무릎이 등에 닿을 만큼 가까웠고, 손이 올라와 머리를 더듬었다.비녀를 찾는 손이 서툴러서 목덜미를 두 번 스쳤다.스칠 때마다 잔머리가 살에 눌렸다.마지막 하나가 빠지자 머리가 한꺼번에 흘러내렸다.등을 덮고, 허리께에서 멎었다.그 무게가 어깨에서 빠져나가는 동안 한경이 목을 한 번 뒤로 젖혔다.젖힌 목 아래로 등불이 들었다.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그의 손이 머리에 얹혀 있었다.빼낼 것이 더 없는데도 내려가지 않았다.손가락이 머리 사이로 들어가 두피에 닿았고, 거기서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빗질도 아니고 쓰다듬는 것도 아닌, 무엇을 확인하는 손이었다.한경이 고개를 돌렸다.돌리자 얼굴이 가까웠다.코끝이 반 치였고, 그의 숨이 뺨에 닿았다.술 냄새가 없어서 숨이 그냥 숨이었다.그가 움직이지 않았다.손도 머리에서 내려가지 않았고, 눈도 감기지 않았다.눈이 이쪽 입에 가 있었다.빗소리도 없고 바람도 없었다.등불 심지가 타는 소리만 났고, 그 소리 사이로 두 사람의 숨이 어긋났다가 맞았다가 했다.그가 고개를 반 치 기울였다.기울면서 손이 머리에서 내려와 목 뒤에 닿았다.손바닥 전체가 목덜미를 감쌌고, 엄지가 귀 아래 움푹한 자리에 놓였다.거기서 맥이 뛰고 있었으므로 그의 엄지 아래에서 그 맥이 그대로 셌다.숨이 입술 위에 닿았다.닿는 자리가 뜨거웠다가, 그가 조금 물러나면 서늘해졌다가, 다시 뜨거워졌다.목 뒤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갔다.끌어당기는 힘이었다.한경의 무릎이 방바닥에서 반 치 밀
황제가 그 일을 안 것은 열흘이 지나서였다.물을 올리러 든 내관이 물러가다 문지방에서 한 박자 늦었고, 그 한 박자를 황제가 봤다.요즘 저 아이가 늘 늦는다는 말에 어의가 무어라 변명하려는 것을 손짓으로 막았다.이리 오라는 말에 내관이 무릎걸음으로 왔다.이마가 바닥에 닿아 있었다."짐이 열흘 전에 무엇을 이르라 하였느냐."대답이 오지 않았다."전하지 않았구나."전하려 하였다는 말이 바닥에 대고 나왔다.회랑에서 명첩을 빼앗겼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고, 나오지 않는 것으로 다 나왔다.황제가 잔을 들었다가 마시지 않고 내려놓았다.내려놓는 소리가 작았다."누가."내관이 대답하지 못했다."짐이 이름을 대라 하였느냐, 아니면 대지 말라 하였느냐."이름이 나왔다. 상궁의 이름이었고, 그 상궁이 누구 처소 사람인지는 궁에서 모르는 자가 없었다.황제가 웃었다. 눈매만 움직였다."물러가라. 오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네가 살려면."* * *그 밤에 황제는 침수에 들지 않았다.촛불을 물리라 하지도 않고, 창을 열라 하지도 않았다.자리에 앉아 손을 폈다 접었다 했다.손가락 끝의 떨림이 열흘 전보다 조금 넓어져 있었다.붓을 들었다. 종이에 한 자를 쓰다 획이 어긋나 종이를 밀어 놓았다.새 종이를 펴고 다시 썼다. 그것도 어긋났다.세 번째 종이는 펴지 않았다.내관 하나가 벽 쪽에서 아뢰었다.태의원에서 새 선단이 올라왔다는 말이었다."두어라.""…폐하.""두라 하였다."은쟁반이 소반 위에 놓인 채로 밤이 갔다.붉은 알이 촛불 아래서 윤을 내고 있었고, 아무도 그것을 치우지 못했다.* * *황제는 그 밤에 처음으로 제 병을 세어 보았다.손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 잠이 짧아진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사람의 말이 두 번씩 들리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세어 보다가 그만두었다.세어도 순서가 맞지 않았다.대신 다른 것을 셌다.선단을 진어하기 시작한 해.그해에 어의가 바뀐 것.그 어의를 천거한 사람.거기까
대부인은 그 물음을 사흘 뒤에 다시 했다.미음을 반 그릇 비우고 입가를 닦인 뒤였다.오어멈을 물리고 초하까지 내보낸 방에서, 굳지 않은 쪽 손으로 며느리의 손목을 잡았다."너, 명주 맞느냐."한경이 그 손을 마주 잡았다.잡고 나서 손가락 하나하나를 폈다가 다시 접었다.굳은 손을 푸는 일을 며칠째 하고 있었으므로 손이 그것부터 했다.맞다고 하지 않았다."어머니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한참 뒤에 말이 나왔다.반쯤 뭉개진 말이라 알아듣는 데 시간이 걸렸다.명주는 밥을 먹을 때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말이었다.열여섯에 시집와서 열 해를 그랬는데, 올여름부터 숟가락이 그릇에 닿는다고 했다.명주는 문지방을 넘을 때 늘 오른발부터였고, 명주는 사람이 무어라 하면 먼저 눈을 내렸다고."명주는 내 눈을 십 년 동안 안 봤다."한경이 그 손을 계속 폈다 접었다."…지금 나는 보고 있죠.""본다."방이 조용했다. 창호지에 마당 쪽 그림자가 하나 지나갔다."…아니어도 됐다."한경의 손이 멎었다.* * *창으로 든 볕이 이불 위까지 와 있었다.대부인의 손등은 살가죽이 얇아 뼈와 힘줄이 다 비쳤고, 그 위로 검버섯이 몇 개 있었다.며칠째 그 손을 폈다 접었다 하는 동안 손끝의 색이 조금 돌아와 있었다.한경이 대야의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 짰다.짜는 손이 희고 손톱이 짧았다.소매를 끈으로 묶어 팔이 팔꿈치 위까지 나와 있었다.수건으로 대부인의 손을 감쌌다.감싸서 손가락 마디를 하나씩 문질렀다."어머니.""…""뜨거우면 말씀하세요."대부인이 눈으로 아니라고 했다.* * *대부인이 말을 이었다.이번에는 더 느렸다.명주는 이 집에서 십 년을 살고도 이 집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말이었다.그것을 알고도 두었다는 말, 알고 두었으니 제 몫이라는 말이 뒤에 붙었다."네가 누구든.""…""내 아들 국그릇을 네가 마시게 두지 않았다."굳은 손이 며느리의 손등을 두 번 두드렸다.두드리는 힘이 약했다.한경이 대야의 물을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