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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서재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6 11:59:54

심가에서 기별이 온 것은 이틀 뒤 새벽이었다.

대인이 위독하시다는 말이었다.

기별을 가져온 자가 성문 열리기를 기다렸다 왔다고 했고, 옷에 밤이슬이 앉아 있었다.

가마가 마당에 놓이는 동안 육정이 관복을 입었다.

조정에 알리고 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그냥 입었다.

말고삐를 쥐는 손등에 어젯밤 자국이 남아 있었다.

떠나기 전에 대부인 처소에 들렀다.

굳은 손이 며느리의 소매를 붙잡았다 놓았다.

"…서재에는."

"예."

"…혼자 들어가지 마라."

* * *

성 밖 길에 안개가 얕게 깔려 있었다.

가마 곁에 붙은 말이 오늘은 앞서지 않았다.

반나절 내내 한 뼘 옆에서 왔고, 주렴 너머로 그의 소매가 계속 보였다.

한 번, 가마가 흔들렸을 때 주렴 밖에서 손이 들어왔다.

발을 걷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발 아래 틈으로 들어온 손이었고, 그 손이 이쪽 손을 찾아 잡았다.

잡고, 놓지 않은 채로 길이 얼마쯤 갔다.

말 위에서 그는 앞만 보고 있었다.

잡은 손만 뒤로 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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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옥화(軟玉花) — 향이 없는 꽃   70화 나가겠다

    아버지의 숨이 바뀌어 있었다.들이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내쉬는 것이 짧았다.방에 사람이 여럿 들어와 있었고, 총관이 촛대를 옮기다 촛농을 손등에 떨어뜨리고도 몰랐다.한경이 자리에 앉아 손목을 짚었다.맥이 아까보다 더 자주 걸렀다.아버지의 눈이 떠졌다.이번에는 딸을 바로 알아봤다.말을 하려고 입이 움직였다.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한경이 몸을 숙여 귀를 입 가까이 댔다.머리가 흘러 아버지의 어깨를 덮었다.숨 섞인 소리가 왔다.「…네 얼굴을,」그다음이 나오지 않았다.한경이 손을 잡았다.잡은 손에 힘이 들어왔다가 빠졌다.「…네 얼굴을 본 사람이,」숨이 한 번 길게 들어갔다.들어간 것이 나오지 않았다.* * *총관이 곡을 시작하기 전에 한경이 손을 들었다.아직이라고 했다. 아직 아니라고, 흰 등도 아직이라고 했다.목소리가 낮았고 방 안의 누구도 그 말을 거스르지 않았다.아버지의 손을 가슴 위에 모아 놓고, 눈꺼풀을 내려 주었다.내려 주고 나서 그 위에 손바닥을 잠깐 얹었다.돌아서서 방을 나왔다.회랑에 육정이 서 있었다.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옷에 밤이 앉아 있었다.한경이 지나가는데 그가 팔을 잡았다.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놔요."놓지 않았다.한경이 그 자리에 섰다.서서, 이마를 그의 어깨에 댔다. 대고 있었다.우는 소리는 나지 않았고, 어깨가 움직이지도 않았다.그의 손이 등으로 올라와 한 번 눌렀다.그것이 전부였다.* * *새벽에 흰 등이 걸렸다.총관이 사람을 시켜 대문 양옆에 하나씩 달았다.심가 담이 길어서 등 두 개로는 어림도 없었는데, 더 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한경이 상복을 받아 입었다.거친 삼베가 살에 닿는 자리마다 서걱거렸고, 소매가 넓어 손을 내리면 손끝이 보이지 않았다.머리를 풀어 흰 끈으로 한 번 묶었다.은비녀도 노리개도 다 벗어 두었다.벗어 둔 것들 옆에 옥패가 놓여 있었다.그것만 소매에 넣었다.마당에 나오니 종들이 곡을 시작하고 있었다.곡소리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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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옥화(軟玉花) — 향이 없는 꽃   66화 명첩

    황제가 그 일을 안 것은 열흘이 지나서였다.물을 올리러 든 내관이 물러가다 문지방에서 한 박자 늦었고, 그 한 박자를 황제가 봤다.요즘 저 아이가 늘 늦는다는 말에 어의가 무어라 변명하려는 것을 손짓으로 막았다.이리 오라는 말에 내관이 무릎걸음으로 왔다.이마가 바닥에 닿아 있었다."짐이 열흘 전에 무엇을 이르라 하였느냐."대답이 오지 않았다."전하지 않았구나."전하려 하였다는 말이 바닥에 대고 나왔다.회랑에서 명첩을 빼앗겼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고, 나오지 않는 것으로 다 나왔다.황제가 잔을 들었다가 마시지 않고 내려놓았다.내려놓는 소리가 작았다."누가."내관이 대답하지 못했다."짐이 이름을 대라 하였느냐, 아니면 대지 말라 하였느냐."이름이 나왔다. 상궁의 이름이었고, 그 상궁이 누구 처소 사람인지는 궁에서 모르는 자가 없었다.황제가 웃었다. 눈매만 움직였다."물러가라. 오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네가 살려면."* * *그 밤에 황제는 침수에 들지 않았다.촛불을 물리라 하지도 않고, 창을 열라 하지도 않았다.자리에 앉아 손을 폈다 접었다 했다.손가락 끝의 떨림이 열흘 전보다 조금 넓어져 있었다.붓을 들었다. 종이에 한 자를 쓰다 획이 어긋나 종이를 밀어 놓았다.새 종이를 펴고 다시 썼다. 그것도 어긋났다.세 번째 종이는 펴지 않았다.내관 하나가 벽 쪽에서 아뢰었다.태의원에서 새 선단이 올라왔다는 말이었다."두어라.""…폐하.""두라 하였다."은쟁반이 소반 위에 놓인 채로 밤이 갔다.붉은 알이 촛불 아래서 윤을 내고 있었고, 아무도 그것을 치우지 못했다.* * *황제는 그 밤에 처음으로 제 병을 세어 보았다.손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 잠이 짧아진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사람의 말이 두 번씩 들리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세어 보다가 그만두었다.세어도 순서가 맞지 않았다.대신 다른 것을 셌다.선단을 진어하기 시작한 해.그해에 어의가 바뀐 것.그 어의를 천거한 사람.거기까

  • 연옥화(軟玉花) — 향이 없는 꽃   65화 덮개

    대부인은 그 물음을 사흘 뒤에 다시 했다.미음을 반 그릇 비우고 입가를 닦인 뒤였다.오어멈을 물리고 초하까지 내보낸 방에서, 굳지 않은 쪽 손으로 며느리의 손목을 잡았다."너, 명주 맞느냐."한경이 그 손을 마주 잡았다.잡고 나서 손가락 하나하나를 폈다가 다시 접었다.굳은 손을 푸는 일을 며칠째 하고 있었으므로 손이 그것부터 했다.맞다고 하지 않았다."어머니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한참 뒤에 말이 나왔다.반쯤 뭉개진 말이라 알아듣는 데 시간이 걸렸다.명주는 밥을 먹을 때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말이었다.열여섯에 시집와서 열 해를 그랬는데, 올여름부터 숟가락이 그릇에 닿는다고 했다.명주는 문지방을 넘을 때 늘 오른발부터였고, 명주는 사람이 무어라 하면 먼저 눈을 내렸다고."명주는 내 눈을 십 년 동안 안 봤다."한경이 그 손을 계속 폈다 접었다."…지금 나는 보고 있죠.""본다."방이 조용했다. 창호지에 마당 쪽 그림자가 하나 지나갔다."…아니어도 됐다."한경의 손이 멎었다.* * *창으로 든 볕이 이불 위까지 와 있었다.대부인의 손등은 살가죽이 얇아 뼈와 힘줄이 다 비쳤고, 그 위로 검버섯이 몇 개 있었다.며칠째 그 손을 폈다 접었다 하는 동안 손끝의 색이 조금 돌아와 있었다.한경이 대야의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 짰다.짜는 손이 희고 손톱이 짧았다.소매를 끈으로 묶어 팔이 팔꿈치 위까지 나와 있었다.수건으로 대부인의 손을 감쌌다.감싸서 손가락 마디를 하나씩 문질렀다."어머니.""…""뜨거우면 말씀하세요."대부인이 눈으로 아니라고 했다.* * *대부인이 말을 이었다.이번에는 더 느렸다.명주는 이 집에서 십 년을 살고도 이 집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말이었다.그것을 알고도 두었다는 말, 알고 두었으니 제 몫이라는 말이 뒤에 붙었다."네가 누구든.""…""내 아들 국그릇을 네가 마시게 두지 않았다."굳은 손이 며느리의 손등을 두 번 두드렸다.두드리는 힘이 약했다.한경이 대야의 물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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