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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별채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3 17:06:17

별채는 마당 서쪽 끝에 있었다.

원래 곳간으로 쓰던 자리에 방을 들인 것이라 창이 하나였고 그 창이 북쪽을 봤다.

해가 들지 않아 낮에도 벽이 찼다.

벽 아래쪽에 가마니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무언가를 오래 쌓아 두었던 자리만 색이 옅었다.

방을 들이면서 종이를 새로 발랐는데 그 자리만 풀이 덜 먹어 귀가 들떠 있었다.

바닥은 아침에 데워지지 않았다.

화덕이 멀어서 불기가 오다가 마는 방이었다.

밤이면 벽지의 들뜬 귀가 제 숨에도 바스락거렸고, 이불 밖으로 나온 코끝이 시렸다.

쪽창으로 담이 걸쳐 보였고 담 위로 하늘이 한 뼘 있었다.

아침에는 그 한 뼘이 희고 저녁에는 붉었다.

붉은색이 사라지고 나면 방 안의 하루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방으로 명주의 세간살이가 모두 옮겨졌다.

옮기는 데 꼬박 반나절이 걸려서 장이 셋, 궤가 넷, 옷이 스무 벌 남짓 넘어왔으나 별채로 장은 들이지 못해 되돌아갔다.

되돌아가는 장이 마당을 건널 때마다 안에서 무엇인가 데구루루 구르는 소리가 났다.

명주는 단지 자리가 옮겨진 것 외에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녀가 연둣빛 치마를 가져다 궤짝 위에 올려 두었고 명주는 그 옷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란을 떠올렸다.

별채에는 시녀가 한 명 붙었다.

이름을 세 번이나 물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아 명주는 조금 슬펐다.

아이는 물그릇이며 밥을 문지방 안에 내려놓고는 그대로 나가 버렸다.

처음 며칠은 그것이 곤욕이었으나 익숙해지자 아침에 몸을 일으키면 먼저 문지방으로 물을 마시러 갔다.

밤새 식은 물은 이가 시리게 찼고, 명주는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천천히 마셨다.

생선을 발라 주는 이도 없었고 머리를 빗겨 주는 이도 없었다.

십 년 동안 복기하듯 기억해 두었던 그녀의 일상이 뒤바뀐 것이 명주는 그저 어려웠다.

명주는 사흘째에 젓가락으로 생선을 헤집어 보았다.

하얀 살 속에서 잔가시가 은침처럼 일어섰다.

가시를 삼켰고, 목에 걸린 것은 밤에야 내려갔다.

그 뒤로는 등뼈를 먼저 걷어 내는 법을 혼자 익혔다.

탕이 뜨거우면 식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기뻤다.

고개를 돌리다 바라본 동경(銅鏡) 속에 웬 머리가 헝클어진 여인이 앉아 있었다.

누런 놋빛 속에서 여인의 낯이 흐릿하게 이쪽을 마주 보았다.

그게 저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도, 헝클어진 머리를 어찌해야 할지 생각해 내는 것도 명주는 한참이 걸렸다.

빗이 중간에서 걸렸다가 힘을 주어 내리자 열몇 올이 그대로 뽑혀 나왔다.

아픔이 물러간 뒤 또다시 빗을 내렸다.

스물여덟 번을 내려 빗자 제법 고와진 것 같았다.

옷도 스스로 입어야 했는데 옷끈이 문제였다.

비단 끈은 쥐면 손끝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가고 힘을 주면 구겨졌다.

명주가 두 자락을 쥐고 이리저리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며 씨름을 하는 사이 창으로 드는 빛이 무릎에서 발치로 옮겨 갔다.

한 시진이 넘도록 매듭을 지어 겨우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고 한쪽 자락이 짧은 채로 옷끈을 매었다.

명주가 삐뚤어진 매듭을 내려다보다가, 처음으로 울었다.

별채로 옮겨 온 뒤로 육정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아침마다 문가에 서 있던 사람.

눈 밑이 검은 채로도 제 처소에 들르던 사람.

명주는 아침에 눈을 뜨면 버릇처럼 문 쪽을 먼저 보았고, 문지방에는 물그릇만 놓여 있었다.

첩이 무엇인지도 별채가 무엇인지도 끝내 다 알지 못했지만, 그가 더는 오지 않는다는 것만은 몸이 먼저 알았다.

그것이 퍽이나 슬퍼서, 명주는 삐뚤어진 옷끈을 쥔 채 소리 없이 오래 울었다.

눈물이 매듭 위로 떨어져, 비단 빛이 한 점 짙어졌다.

저녁에 물그릇이 문지방 안쪽에 놓였다.

명주는 그 소리를 들으며 매듭을 풀지 않았다.

제 손으로 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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