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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2 21:38:11

도윤은 더는 해린에게 함부로 손을 뻗지 못했고, 집사는 현준의 눈치를 살피며 마당 끝으로 물러났다.

현준은 해린을 향해 몸을 돌렸다.

“윤 부인.”

“예, 전하.”

“잠시 걸을 수 있겠소?”

해린은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의 턱이 굳어 있었다.

현준이 그 시선을 따라가더니 조용히 말했다.

“서 대감의 아내에게 묻고 있네. 대답은 윤 부인이 할 것이야.”

해린은 한동안 입술을 다물었다.

이 집에 들어온 뒤 누군가 자신의 뜻을 먼저 물어 준 적이 언제였던가.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라면 괜찮사옵니다.”

현준은 호위들에게 대청 앞에서 기다리라고 명했다.

그가 앞장서자 해린은 몇 걸음 떨어져 뒤따랐다.

두 사람은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작은 뜰로 나왔다.

담장 너머로 달빛이 내려앉았고, 오래된 매화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렸다. 밤이 깊어 집안은 조용했지만, 해린은 등 뒤에서 도윤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현준은 뜰 한가운데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까지는 들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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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녀문을 불태운 밤   44화

    “네가 글을 몰라서 읽어 준 줄 아느냐?”도윤의 말에 해린은 고개를 들었다.“제 이름이 적힌 종이이니 제 눈으로 읽겠습니다.”수염이 희끗한 문중 어른이 손을 내저었다.“보여 주게. 읽는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서리는 정씨 부인의 눈치를 보다가 문서를 건넸다. 해린은 다치지 않은 손으로 종이를 펼쳤다. 읽어 준 조항 외에도, 본인이 뜻을 충분히 알고 스스로 수락하였으므로 이후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녀는 그 대목을 천천히 다시 읽었다.“스스로 수락하였다…….”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해린은 종이를 들어 보였다.“이곳에 이렇게 적혀 있사옵니다. 그런데 제가 거절하면 연화를 내보내고 친정에 불효한 딸이라는 서찰을 보내시겠다고 하셨사옵니다. 그것이 어찌 스스로 받아들인 일이 되옵니까?”정씨 부인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감히 시어미의 말을 협박이라 하는 것이냐?”“그 말씀이 협박이 아니라면, 제가 거절해도 연화를 내보내지 않으시고 아버지께 거짓 서찰을 보내지 않으실 것이옵니까?”정씨 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집사를 돌아보았다.“저 계집을 앞으로 데려오너라.”연화가 움찔했다. 해린은 곧장 고개를 돌렸다.“연화는 아무 잘못이 없사옵니다.”“네가 저 계집을 끼고 도니 분수를 잊은 것이 아니냐. 오늘 네가 끝내 맹세하지 않으면, 저 아이는 이 집에서 더는 네 곁에 있지 못할 것이다.”하인 둘이 연화 쪽으로 다가갔다. 연화는 다친 팔을 가슴에 붙인 채 뒤로 물러섰다.“마님, 소인은…… 소인은 괜찮사옵니다.”괜찮을 리 없었다. 아이의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고, 하인 하나가 팔을 잡으려 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해린은 무릎을 짚고 일어나려다 아픔에 몸을 굽혔다.“윽…… 연화에게 손대지 마시오!”평소보다 큰 목소리가 열녀문 아래에 울렸다. 해린은 숨을 고르며 정씨 부인을 보았다.“저 아이는 어제도 제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다쳤사옵니다. 오늘 또 무엇을 하시려는 것이옵니까?”“네가 맹세하면

  • 열녀문을 불태운 밤   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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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녀문을 불태운 밤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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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녀문을 불태운 밤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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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녀문을 불태운 밤   40화

    윤해린.남편이 지우려 했던 이름이었다.현준은 그 이름을 다른 누구의 아내라는 호칭도 없이 불렀다.해린은 손등에 감긴 새 천을 내려다보았다.그때 문밖에서 낯선 발소리가 멈췄다.“윤씨 부인.”집사의 목소리였다.“내일 묘시까지 몸을 단정히 하고 가문의 열녀문 앞으로 나오시라는 분부이옵니다.”해린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누구의 명이냐?”“대감마님과 문중 어른들께서 의논하신 일이옵니다. 정씨 부인께서도 직접 나오실 것이옵니다.”집사는 문밖에서 종이 한 장을 펼쳤다.“윤씨 부인께서는 열녀문 앞에서 세 가지를 맹세하셔야 하옵니다. 남편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것, 정실의 자리를 다시 요구하지 않고 첩으로 강등되는 처분을 받아들일 것, 그리고 오늘 대청에서 있었던 일을 집안 밖에 발설하지 않을 것이옵니다.”연화가 벌떡 일어났다.“그것은 맹세가 아니라 입을 막겠다는 협박이 아니냐!”집사는 연화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읽었다.“맹세를 마치시면 오늘 거부하신 정실 강등 문서에도 지장을 찍으셔야 하옵니다. 문중 어른들께서 모두 지켜보시는 자리이니 이번에는 함부로 거절하지 마시라는 말씀도 계셨사옵니다.”해린은 천천히 문을 바라보았다.“내가 거절하면?”잠시 침묵이 흘렀다.“대감마님께서는 윤씨 부인의 친정으로 보내는 서찰을 일절 허락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곁에서 부인의 고집을 부추기는 시녀는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 분부이옵니다.”연화의 손이 해린의 소매를 붙잡았다.집사는 마지막 말을 전하기 전에 목소리를 낮췄다.“그리고 내일 문중 어른들 앞에서 또다시 거역하시면, 윤씨 부인께서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고 시어른을 능멸하였다는 사실을 친정에도 알리시겠다 하셨사옵니다.”해린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아버지는 병석에 누워 있었다.그녀가 쓴 편지 한 통조차 아직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는데, 도윤은 그보다 먼저 친정에 불효한 딸이라는 오명을 보내려 하고 있었다.“열녀문은 절개를 기리는 곳이라 들었다.”해린이 입을 열었다.“그런데 어

  • 열녀문을 불태운 밤   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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