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검사 결과는 다음 날 나왔다.접착제 제조 과정에서 경화제가 잘못 배합됐다.온도가 낮아지면 부품이 분리될 가능성이 있었다.전량 회수 판단은 옳았다.하지만 안도할 시간은 없었다.불량 제품을 받은 소비자 한 명이 이미 영상을 올렸다.[결혼과 해외 진출에만 정신 팔린 대표의 제품.]영상은 빠르게 퍼졌다.댓글은 제품 문제가 아니라 내 사생활과 결혼까지 끌어들였다.한예린은 공식 사과문을 준비했다.“원인과 보상만 설명하세요. 개인 비난에는 대응하지 말고요.”도현은 다른 의견이었다.“허위 사실을 쓴 계정은 법적으로 조치해야 합니다.”“도현 씨.”“제품 비판과 사생활 모욕은 다릅니다.”“지금 고소부터 하면 입막음처럼 보여요.”“당신이 계속 공격받고 있습니다.”또 감정이 먼저 나가고 있었다.“지금은 소비자부터 봐요.”“저도 회사 입장으로 말하고 있습니다.”“아니요. 남편 얼굴이에요.”도현의 턱이 굳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반박하지 않았다.“맞습니다.”그는 회의실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그럼 법적 대응은 당신이 결정하십시오.”나는 직접 사과 영상을 촬영했다.불량 원인.회수 범위.환불과 추가 보상.생산 재개 기준.변명하지 않고 전부 공개했다.“최종 책임은 대표인 제게 있습니다.”촬영이 끝난 뒤 도현이 말했다.“그 문장은 삭제했으면 합니다.”“왜요?”“잘못은 공급업체가 했습니다.”“관리 책임은 제게 있어요.”“당신은 왜 책임질 수 있는 모든 것을 혼자 가져갑니까?”“대표니까요.”“대표도 혼자 운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도현은 영상에서 문장을 지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대신 공급업체와 품질관리팀의 책임 범위를 정리한 후속 자료를 붙였다.영상 공개 이틀 뒤 여론은 바뀌었다.빠른 회수와 투명한 공개를 긍정적으로 보는 반응이 늘었다.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자 도현이 테이블 위에 회수된 제품 하나를 올려놓았다.“왜 가져왔어요?”“기억하려고.”“뭘요?”“당신이 옳은 판단을 했어도 혼자 책임지려 했다는 것.”그는
파리 센터가 정상 운영을 시작한 지 열흘째, 프라하에서 긴급 보고가 도착했다.신규 제품 일부에서 접착 불량이 발견됐다.불량률 3.7%.출고 허용 기준의 세 배가 넘었다.더 큰 문제는 제품 일부가 이미 파리 유통망을 통해 배송됐다는 점이었다.“즉시 판매 중단하세요.”나는 전 지점에 지시했다.한예린은 손실을 계산했다.“전량 회수하면 최소 이십억입니다.”“소비자에게 넘어가기 전에 회수해야 해요.”르노아 측은 반대했다.“안전 문제가 아니라 외관 문제입니다. 해당 생산분만 선별하면 됩니다.”“접착이 떨어지면 부품이 분리될 수 있어요.”“가능성일 뿐입니다.”나는 회수 명령에 서명했다.그날 저녁 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었다.최우진 상무가 물었다.“대표 개인 판단으로 이십억 손실을 확정한 겁니까?”“소비자 안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공인기관 시험 전이었잖습니까?”“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제품이 판매됩니다.”도현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석했지만 내 편을 들지 않았다.대신 질문했다.“생산 중단 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같은 접착제를 사용한 전 라인입니다.”“대체 공급처는 확보했습니까?”“아직입니다.”“그 상태에서 중단하면 정상 제품까지 납품하지 못합니다.”그의 질문은 차가웠다.나는 순간 서운했지만 감정적으로 답하지 않았다.“그래서 사흘간만 전면 중단하고 원인을 확인하겠습니다.”회의는 조건부로 회수 결정을 승인했다.끝난 뒤 내가 물었다.“일부러 더 세게 물었어요?”“네.”“왜요?”“제가 쉽게 동의하면 배우자를 감싸는 결정으로 보일 테니까.”“그래도 기분 나빴어요.”도현의 표정이 흔들렸다.“미안합니다.”“틀린 질문은 아니었어요.”“하지만 당신이 혼자 공격받는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나는 한숨을 내쉬었다.“집에 가서는 회사 이야기 하지 말아요.”“알겠습니다.”그날 밤 그는 보관함을 열지 않았다.대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내 휴대전화를 꺼 두었다.“이것도 명령이에요?”“부탁입니다.”“전화 오면요?
다음 날 나는 예정된 기자 간담회를 취소하지 않았다.오히려 한예린과 나란히 단상에 올랐다.르노아 측 홍보 책임자는 당황했다.“보도자료 수정이 아직—”“그래서 직접 설명하려고요.”첫 질문이 나왔다.“파리 운영센터의 대표는 한예린 전무입니까?”예린이 마이크를 내게 넘겼다.“공동 대표입니다.”화면에 원래 체결한 계약서를 띄웠다.전략·운영 책임자 한서윤.재무·지배구조 책임자 한예린.주요 계약은 공동 승인.“오늘 오전 배포된 자료는 합의되지 않은 문서입니다.”르노아 임원의 표정이 굳었다.기자가 물었다.“내부 갈등이 있다는 뜻입니까?”“갈등은 숨길 일이 아닙니다. 합의대로 수정하면 끝날 문제입니다.”예린도 말했다.“제 이름만 올린 보도자료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두 사람이 한 자리를 두고 다툴 거라 예상했던 분위기가 뒤집혔다.간담회가 끝나기도 전에 르노아 측은 수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파리 합작법인 공동 대표 한서윤·한예린.]이름은 되찾았지만 새로운 질문이 붙었다.“차도현 의장과의 혼인 관계가 선임에 영향을 줬습니까?”나는 준비한 외부 심사 점수를 공개했다.“제 남편은 선임 투표에서 제외됐습니다.”“차 의장께서 프로젝트를 지원한 사실은요?”“기술 보증 책임자로 참여했습니다. 배우자가 아니라 전문가로 평가하십시오.”기자회견 뒤 도현에게 전화했다.“해결했어요.”“봤습니다.”“어때요?”“제가 개입하지 않아도 충분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목소리가 지나치게 차분했다.“서운해요?”“조금.”“왜요?”“당신이 제 도움 없이 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힘든 순간에 제가 옆에 없었기 때문입니다.”“전화했잖아요.”“화면과 옆자리는 다릅니다.”그날 밤 호텔 문을 열자 도현이 서 있었다.“어떻게 왔어요?”“마지막 회의를 화상으로 바꿨습니다.”“또 일정 바꿨어요?”“당신에게 오기 위한 제 일정입니다.”그는 바로 안지 않았다.“오늘 제 도움이 필요합니까?”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대표로서는 아니고요
파리 운영센터의 첫 출근 날, 나는 한예린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공동 대표라는 호칭, 아직 어색하죠?”“조금요.”“저도 그래요.”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두 줄로 서 있었다. 전략·운영은 나, 재무·지배구조는 예린이 책임지는 체제였다.문제는 첫 회의부터 발생했다.르노아 측 임원이 조직도를 띄웠다.“대외적인 대표자는 한 명이어야 합니다.”화면에는 한예린의 이름만 올라가 있었다.“합의된 구조와 다릅니다.”내가 말하자 그는 차분하게 답했다.“한서윤 대표는 네 도시를 오가야 합니다. 상주하는 한 전무가 외부 대표를 맡는 편이 효율적입니다.”“상주 시간이 직급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예린도 내 편에 섰다.“공동 서명 없이는 주요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하지만 르노아 측은 이미 보도자료까지 준비해 두었다.[파리 운영센터 초대 대표 한예린.]내 이름은 운영 총괄로 내려가 있었다.회의를 중단시키고 법무팀을 불렀다.그날 오후 도현에게 상황을 알리자 첫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당장 서울 본사 명의로 항의하겠습니다.”“잠깐만요.”“합의된 직함을 일방적으로 바꿨습니다.”“제 자리예요. 제가 되찾을게요.”도현의 표정이 굳었다.“돕지 말라는 겁니까?”“필요하면 요청할게요.”“그동안 잘못된 기사가 먼저 퍼질 수 있습니다.”“그래도 도현 씨 회사 힘으로 눌렀다는 말은 듣기 싫어요.”그는 한동안 침묵했다.“알겠습니다.”말은 받아들였지만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불안해요?”“화가 납니다.”“저한테요?”“당신 이름을 지운 사람들에게.”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오늘은 참아요.”“회사에서도, 집에서도?”“회사에서는요.”도현의 시선이 천천히 짙어졌다.“집에서는 감추지 않아도 됩니까?”“저를 벌하지만 않으면요.”그날 밤 도현은 커프 대신 검은 장갑만 꺼냈다.“오늘은 손대기 전에 전부 묻겠습니다.”“왜요?”“당신의 자리를 빼앗긴 분노를 당신에게 쏟고 싶지 않으니까.”장갑 낀 손이 내
석 달의 유예 기간 동안 우리는 모든 구조를 다시 만들었다.대표 출입카드는 생체 인증으로 전환했다.중요 계약서는 두 명 이상이 동시에 승인해야 열리는 전자금고에 보관했다.외부 업체 직원의 접근 권한은 시간 단위로 제한했다.프라하와 바르샤바, 파리의 보안 시스템도 하나로 통합했다.유예 종료를 일주일 앞두고 최종 점검이 열렸다.외부 감사 결과는 전 항목 적합.파리 프로젝트 재개 조건도 모두 충족했다.그러나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소피 르노아가 새로운 운영센터 대표 후보를 제안했다.한예린 전무였다.“왜 한 전무님이죠?”내 질문에 소피가 답했다.“재무와 지배구조를 모두 이해하고 있고, 르노아 그룹과 개인적 이해관계가 없습니다.”한예린은 화면 너머에서 차분히 말했다.“한 대표님이 원하지 않으면 거절하겠습니다.”사업적으로는 완벽한 후보였다.하지만 나는 파리 센터를 직접 설계했고, 다시 돌아갈 준비까지 해 왔다.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안전하지만, 내 역할은 줄어든다.도현은 아무 의견도 말하지 않았다.회의가 끝난 뒤 내가 물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당신이 결정해야 하니까.”“도현 씨 의견은요?”“둘 다 합리적입니다.”“제가 가면 싫죠?”“네.”너무 빠른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한 전무님이 가는 건요?”“그것도 완전히 좋지는 않습니다.”“왜요?”“당신이 만든 자리를 빼앗긴 것처럼 느낄 수 있으니까.”도현은 내 마음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제가 정해 주기를 원합니까?”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결국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럼 기다리겠습니다.”나는 이틀 동안 자료를 다시 검토했다.결론은 공동 대표 체제였다.한예린은 파리 센터의 재무·지배구조 책임자.나는 전략·운영 책임자.대신 상주 기간은 월 열흘로 줄이고, 여섯 달 후 현지 후임자에게 운영권을 넘긴다.소피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명확한 권한 분리와 후임자 육성안을 보고 동의했다.파리 프로젝트는 다시 움직
파리 프로젝트가 유예되자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바르샤바 공장 설비 운송 일정도 밀렸고, 프라하 창고에는 출고를 기다리는 제품이 쌓였다.르노아 그룹은 계약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이사회에서는 내가 무리하게 세 도시 확장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한서윤 대표의 판단이 지나치게 개인적이었습니다.”최우진 상무가 말했다.“보안 사고 하나로 전체 사업을 멈춘 것은 과도한 대응입니다.”“대표 출입카드가 복제되고 원본 계약서가 탈취됐습니다.”내가 반박했다.“그렇다면 보안업체를 교체하면 됩니다.”“사고 경로가 완전히 차단됐다는 확신이 없습니다.”“그 확신을 기다리다 시장을 놓칠 수 있습니다.”회의는 팽팽했다.결국 이사회는 파리 프로젝트 재개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결과는 찬성 세 표, 반대 세 표.마지막 결정권은 도현에게 넘어갔다.기술·전략 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야 했다.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도현은 내 얼굴을 보지 않았다.“파리 프로젝트 재개에 반대합니다.”가슴이 내려앉았다.최우진 상무가 물었다.“차 의장님도 보안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하신 겁니까?”“아닙니다.”도현은 자료를 펼쳤다.“현재 물류 구조로도 석 달간 손실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보안체계 미정비 상태에서 합작법인을 시작하면 지분·계약 데이터가 추가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그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설명했다.“따라서 석 달 유예가 합리적입니다.”표결은 최종 부결됐다.회의가 끝난 뒤 나는 먼저 회의실을 나왔다.도현이 따라왔지만 부르지 않았다.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가 물었다.“저 때문에 반대한 거예요?”“아닙니다.”“한 치도요?”그는 잠시 침묵했다.“당신이 무너질까 걱정한 마음은 있습니다.”“그럼 역시 개인적인 판단도 섞였네요.”“하지만 자료가 반대 결론을 지지했습니다.”“만약 자료가 재개가 맞다고 했으면요?”도현은 대답하기 전 오래 생각했다.“재개에 표를 던졌을 겁니다.”“제가 반대해도요?”“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