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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두 명의 대표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8 03:51:22

다음 날 나는 예정된 기자 간담회를 취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예린과 나란히 단상에 올랐다.

르노아 측 홍보 책임자는 당황했다.

“보도자료 수정이 아직—”

“그래서 직접 설명하려고요.”

첫 질문이 나왔다.

“파리 운영센터의 대표는 한예린 전무입니까?”

예린이 마이크를 내게 넘겼다.

“공동 대표입니다.”

화면에 원래 체결한 계약서를 띄웠다.

전략·운영 책임자 한서윤.

재무·지배구조 책임자 한예린.

주요 계약은 공동 승인.

“오늘 오전 배포된 자료는 합의되지 않은 문서입니다.”

르노아 임원의 표정이 굳었다.

기자가 물었다.

“내부 갈등이 있다는 뜻입니까?”

“갈등은 숨길 일이 아닙니다. 합의대로 수정하면 끝날 문제입니다.”

예린도 말했다.

“제 이름만 올린 보도자료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한 자리를 두고 다툴 거라 예상했던 분위기가 뒤집혔다.

간담회가 끝나기도 전에 르노아 측은 수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파리 합작법인 공동 대표 한서윤·한예린.]

이름은 되찾았지만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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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182화. 대표의 휴가

    이사회는 내게 강제 휴가를 권고했다.최근 석 달간 정식 휴가가 하루뿐이었다는 이유였다.“일주일 쉬십시오.”윤세라 대표가 말했다.“불가능해요.”“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대표의 업무예요.”파리와 프라하, 바르샤바의 책임을 각각 한예린과 현지 부대표에게 위임하는 계획이 이미 준비돼 있었다.도현은 놀랍게도 찬성했다.“쉬어야 합니다.”“도현 씨도 똑같이 일하잖아요.”“저는 지난달 이틀 쉬었습니다.”“그게 자랑이에요?”결국 우리는 함께 일주일 휴가를 내기로 했다.문제는 어디로 갈지였다.도현은 아무도 없는 산장을 원했고, 나는 도시 안에서 평범하게 쉬고 싶었다.“사람이 많으면 연락받을 가능성이 큽니다.”“산장 가면 도현 씨가 하루 종일 저만 볼 거잖아요.”“그것이 문제입니까?”“조금 부담스러워요.”그의 표정이 굳었다.“알겠습니다.”“또 상처받았어요?”“조금.”나는 한숨을 쉬었다.“저만 보고 있는 게 싫다는 뜻 아니에요.”“그럼?”“쉬는 동안에도 각자 시간이 필요해요.”도현은 잠시 생각했다.우리는 파리 외곽의 작은 집을 빌렸다.오전은 각자 보내고, 오후부터 함께하기로 했다.첫날 아침 도현은 서재에 들어갔고 나는 정원을 걸었다.두 시간이 지나자 그가 밖으로 나왔다.“벌써 끝났어요?”“당신이 보이지 않아서.”“집 안에 있잖아요.”“알고 있습니다.”그는 더 가까이 오지 않았다.“함께 걸어도 됩니까?”“오전은 각자 시간인데요.”표정이 어두워졌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가 돌아서는 모습이 신경 쓰였다.나는 몇 걸음 뒤에서 불렀다.“십 분만 같이 걸어요.”“규칙을 바꾸는 겁니까?”“제가 원해서요.”도현이 돌아왔다.우리는 나란히 걸었지만 손을 잡지는 않았다.“왜 안 잡아요?”“각자 시간이라고 했습니다.”“걷는 동안은 잡아도 돼요.”그제야 손가락이 맞물렸다.휴가는 함께 붙어 있는 연습이 아니라, 떨어져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는 연습이 됐다.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181화. 다시 울린 전화

    휴대전화를 켠 순간 부재중 전화가 마흔두 통 쌓여 있었다.프라하 공장의 냉각 설비가 멈췄다는 보고였다.생산품 일부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었다.도현과 나는 동시에 업무 모드로 돌아갔다.“기술팀 연결하겠습니다.”그가 말했고, 나는 현지 책임자에게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한 시간 만에 긴급 대응 체계가 가동됐다.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설비 고장은 단순했는데 경보가 여섯 시간 동안 전달되지 않았다.당직자가 경보를 확인하고도 상부 보고를 미뤘다.이유는 이전 회수 사태 뒤 책임을 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징계해야 합니다.”한예린이 말했다.“고의로 숨긴 보고입니다.”“해고까지는 과해요.”나는 당직자를 직접 면담했다.그는 손을 떨며 말했다.“또 생산을 멈추면 제가 책임질까 봐…”회사의 투명성 정책이 오히려 직원에게 공포로 전달된 것이다.“보고했다고 처벌받은 적 있습니까?”“없습니다.”“그런데 왜 두려웠어요?”“문제가 생기면 대표님이 직접 책임진다고 하니까, 현장에서는 더 큰 잘못처럼 느껴집니다.”뜻밖의 말이었다.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태도가 직원들에게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로 보였던 것이다.도현은 면담 뒤 말했다.“당신이 책임을 독점하면 아래 사람들은 더 숨습니다.”“제가 무서운 대표였나 봐요.”“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을 겁니다.”“그게 왜 문제예요?”“다른 사람도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니까.”징계는 감봉 대신 재교육과 보고체계 개선으로 결정했다.전 직원 회의에서 나는 말했다.“문제를 만든 것보다 숨기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보고한 사람에게 실패 책임을 전부 묻지 않겠습니다.”회의가 끝난 뒤 도현이 물었다.“본인에게도 같은 규칙을 적용합니까?”“무슨 뜻이에요?”“당신도 문제가 생기면 숨기지 않고 보고할 겁니까?”“누구한테요?”그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저에게.”나는 웃었다.“의장님께 보고하라는 거예요?”“남편에게 부탁하는 겁니다.”“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180화. 전화가 꺼진 날

    우리는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작은 교외 마을로 갔다.비서도, 경호도 따라오지 않았다.도현의 휴대전화는 출발 전에 완전히 꺼졌다.“불안하지 않아요?”“매우.”“그런데 왜 껐어요?”“당신과 있기로 했으니까.”마을에는 관광객도 많지 않았다.우리는 작은 시장을 걷고, 이름 없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도현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낯설어했다.“왜 자꾸 주변 봐요?”“누가 접근하는지 확인하는 습관입니다.”“오늘은 아무도 몰라요.”“그래도 봅니다.”시장 상인이 내게 꽃 한 송이를 건넸다.“신혼부부 같네요.”도현은 바로 말했다.“맞습니다.”상인이 웃었다.“아내를 아주 좋아하나 봐요.”“네.”대답이 너무 단호해서 내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강가에 도착했을 때 도현이 물었다.“오늘 행복합니까?”“갑자기요?”“확인하고 싶습니다.”“네.”“회사 없이도?”“당연하죠.”그는 물가를 바라봤다.“저는 회사가 없으면 제가 무엇인지 오래 몰랐습니다.”“지금은요?”도현이 내 손을 잡았다.“당신 남편.”“주인님은요?”그의 시선이 천천히 짙어졌다.“오늘도 원합니까?”“조금.”우리가 묵은 작은 숙소에는 준비된 도구가 없었다.도현은 자신의 넥타이를 풀었다.“이것만 사용해도 됩니까?”“어디에요?”“손목은 아닙니다.”그는 넥타이를 내 손바닥 위에 길게 놓았다.“이걸 잡고 놓지 마십시오.”“왜요?”“제가 질문할 때마다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 진짜 대답을 하십시오. 불편하면 놓으면 됩니다.”나는 넥타이 끝을 잡았다.“시작해요.”“회사 없이도 저를 선택합니까?”“네.”“명령하지 않아도?”“네.”“제가 질투하고 욱해도?”나는 잠시 멈췄다.도현의 눈빛이 긴장했다.“잘못한 뒤 돌아오면요.”“조건부군요.”“당연하죠.”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좋습니다.”“왜 좋아요?”“거짓말하지 않았으니까.”나는 넥타이를 놓지 않은 채 그를 끌어당겼다.전화가 꺼진 하루 동안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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