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소파 아래로 떨어진 쿠션은 그대로였다.서윤은 신경 쓰지 않았다.도현의 셔츠에서 손을 떼지도 않았다.두 번째 단추까지 풀린 틈 사이로 손끝이 닿았다.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오늘 여기 있겠다고 했죠.”“응.”“침실 안 가고.”“지금은.”서윤이 웃었다.“나중에는 모르고.”“아무것도 안 정하기.”“잘 기억하네.”도현의 손이 서윤의 허리를 감쌌다.입술이 다시 맞닿았다.창밖에서는 여전히 빗소리가 이어졌다.서윤은 도현의 목을 감싸며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조금 전까지 나누던 장난스러운 말도 어느 순간 끊겼다.셔츠의 남은 단추가 천천히 풀렸다.서윤의 손바닥이 그의 맨가슴에 닿았다.따뜻했다.비를 맞고 돌아왔을 때 차가웠던 피부는 이제 흔적도 없었다.“도현 씨.”“네.”“나 오늘 이 소리 좋아.”“무슨 소리.”“비.”서윤은 잠시 입술을 떼었다.“밖에서는 계속 비 오는데 여기 따뜻한 거.”도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그래서 편의점까지 나갔습니까.”“그건 그냥 나가고 싶었고.”“지금은?”서윤의 시선이 그의 입술로 내려갔다.“지금은 안 나가고 싶어.”다시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오래 이어졌다.서윤이 소파에 등을 기댔고 도현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그 과정에서 남아 있던 쿠션 하나마저 바닥으로 밀려났다.서윤이 잠깐 아래를 내려다봤다.“두 개 다 떨어졌네.”“아까 하나는 새 거라고 걱정하지 않았습니까.”“지금은 안 보여.”도현이 웃었다.“편리하군요.”“내일 주우면 되지.”서윤은 그의 셔츠를 완전히 벗겨 소파 옆으로 밀었다.“이것도 내일?”“그건 구겨집니다.”“도현 씨 진짜 분위기 없다.”결국 도현이 셔츠를 집어 소파 등받이에 걸었다.서윤은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됐습니까.”“응.”“그럼.”도현이 다시 그녀에게 가까워졌다.“이제 방해하지 마십시오.”“내가 언제.”이번에는 서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닿았다.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랐다.시간
현관 앞에서 한참을 안고 있던 두 사람은 결국 서윤의 젖은 머리카락 때문에 떨어졌다.도현이 수건을 다시 집었다.“이리 오십시오.”“내가 말려준다니까 왜 반대가 됐어요?”“제 머리는 거의 말랐습니다.”“내 것도 조금 젖은 건데.”“조금 아닌데요.”서윤은 자신의 머리끝을 만졌다.생각보다 축축했다.“우산 나한테 다 줬으면서.”“그래도 젖었네요.”“바람 불었잖아요.”도현은 욕실에서 드라이어를 가져왔다.서윤이 소파에 앉자 그가 뒤에 섰다.따뜻한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왔다.서윤은 눈을 감았다.“좋다.”“졸립니까.”“조금.”“아까는 안 피곤하다면서요.”“비 오는 날은 원래 졸려.”도현의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가볍게 나눴다.서윤은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나 이거 좋아해요.”“머리 말려주는 거?”“응.”“알고 있습니다.”서윤이 눈을 떴다.“어떻게 알아요.”“가만히 있잖습니까.”“내가 평소에 그렇게 안 가만히 있어?”드라이어 소리가 멈췄다.도현이 짧게 대답했다.“네.”서윤이 뒤를 돌아봤다.“너무 단호한데.”“사실입니다.”“다시 켜요.”“왜요.”“대답 마음에 안 들어.”도현이 웃으며 다시 드라이어를 켰다.머리를 다 말린 뒤에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서윤은 편의점에서 사 온 초콜릿을 들고 《사이》로 들어갔다.도현도 뒤따라왔다.“여기서 먹게요?”“응.”서윤은 러그에 앉아 포장을 뜯었다.초콜릿을 반으로 나눠 하나를 건넸다.“생각해보니까 웃겨.”“뭐가.”“집에 먹을 거 엄청 많은데 비 맞으면서 나가서 이거 하나 사 왔잖아요.”“제가 아까 말했습니다.”“그래도 좋았어.”서윤은 초콜릿을 한입 먹었다.도현은 창가 쪽으로 갔다.유리창 너머로 빗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서윤도 옆으로 다가갔다.“창문 조금 열어볼까?”“비 들어옵니다.”“진짜 조금.”도현이 창문을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열었다.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서윤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비 냄새.”“춥습니다.”“조금만.”서윤
도현이 고기를 받아 들고 냉장고 안을 확인했다.“양파도 있고 버섯도 있고.”“응.”“밥은?”“있어요.”“그럼 덮밥으로 하죠.”서윤은 식탁에 턱을 괴었다.“좋아요.”“아무거나 해달라고 해놓고 바로 좋다고 합니까.”“도현 씨가 만든다니까.”도현이 잠깐 그녀를 바라봤다.“그렇게 말하면 부담스럽습니다.”“왜요?”“실패하면 핑계가 없잖습니까.”서윤이 웃었다.“실패하면 라면 끓이면 되지.”“어제도 라면 먹었잖습니까.”“라면은 언제나 가능해요.”도현은 결국 고개를 저으며 앞치마를 꺼냈다.회색 천 위에 익숙한 문구가 보였다.오늘은 안 태우기.서윤이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그 앞치마 오래 입는다.”“멀쩡하니까요.”“나중에 새로 사줄까?”“필요 없습니다.”“왜.”도현이 고기를 팬에 올렸다.치익.소리가 퍼졌다.“이거 마음에 듭니다.”서윤은 잠시 앞치마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도현 뒤로 가 허리에 둘러진 끈을 한번 당겼다.“이게 그렇게 좋아요?”“네.”“문구 때문에?”“그것도 있고.”“또?”도현이 뒤를 돌아봤다.“당신이 골랐으니까.”서윤의 손이 멈췄다.“그런 말 갑자기 하지 마요.”“왜.”“괜히 안고 싶어지잖아.”도현이 팬을 가리켰다.“지금은 안 됩니다.”“왜요.”“진짜 태웁니다.”서윤은 웃으며 한 걸음 물러났다.“그럼 끝나고.”“예약입니까.”“응.”저녁을 먹은 뒤 창밖에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약했다.조금 지나자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확실해졌다.서윤은 컵을 들고 창가로 갔다.“비 온다.”도현이 식탁을 정리하며 말했다.“예보에 있었습니다.”“오늘 휴대폰 안 봐서 몰랐네.”“아까 확인할 때 날씨는 안 봤습니까.”“급한 연락만 봤잖아요.”서윤은 창문 가까이 서서 밖을 내려다봤다.가로등 아래로 빗줄기가 보였다.“도현 씨.”“네.”“나가자.”도현의 손이 멈췄다.“지금?”“응.”“비 오는데요.”“그러니까.”“어디를.”“편의점.”도현이 냉
서윤이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이미 밝았다.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침대 끝까지 길게 번져 있었다.몇 시인지 궁금했다.손이 습관처럼 협탁을 향했다가 허공에서 멈췄다.휴대폰이 없었다.어젯밤 거실에 두고 들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다.“……몇 시지.”옆에서 도현의 목소리가 들렸다.“모릅니다.”서윤이 고개를 돌렸다.도현도 막 깬 얼굴이었다.“도현 씨도 안 봤어요?”“휴대폰이 밖에 있잖습니까.”“시계.”“어제 풀어뒀습니다.”서윤은 천장을 바라봤다.평소 같으면 바로 시간을 확인했을 것이다.그런데 오늘은 일요일이었다.냉장고에 붙여놓은 일정도 하나뿐이었다.아무것도 안 정하기.서윤은 다시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그럼 안 볼래.”“시간을?”“응.”“배 안 고픕니까.”“아직.”서윤이 도현 쪽으로 굴러갔다.“그리고 오늘 휴대폰 안 보기 하기로 했잖아요.”도현이 눈을 떴다.“오늘 할 겁니까?”“원래 이번 달에 하기로 했는데.”“굳이 오늘일 필요는 없습니다.”“오늘이 딱인데.”서윤은 그의 팔을 끌어와 베었다.“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으니까.”“급한 연락 확인은 한 번.”“저녁에.”“좋습니다.”결정은 그것뿐이었다.몇 시에 일어날지도.뭘 먹을지도.어디에 있을지도 정하지 않았다.서윤은 다시 눈을 감았다.“조금만 더 누워 있어요.”“좋습니다.”“잠들어도 깨우지 말고.”“알겠습니다.”“도현 씨도 자요.”“노력해보죠.”서윤이 한쪽 눈을 떴다.“또 나 자는 거 보려고?”도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들켰군요.”“오늘은 안 돼.”“왜요.”“같이 자.”서윤이 그의 눈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눈 감아요.”“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응.”결국 도현이 눈을 감았다.서윤도 만족한 듯 다시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두 번째로 눈을 떴을 때는 배가 고팠다.이번에는 둘 다 일어났다.거실로 나오자 테이블 위에 휴대폰 두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서윤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손끝이 닿기
차는 한동안 큰길을 벗어나지 않았다.창밖으로 지나가는 건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진 편의점과 드문드문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 신호등뿐이었다.서윤은 처음에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창밖보다 도현을 더 자주 봤다.“왜 자꾸 봅니까.”결국 들켰다.서윤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운전 잘하나 보려고.”“지금까지 몇 번이나 같이 탔는데.”“오늘은 야간 평가.”“점수는요.”“아직 채점 중.”도현이 작게 웃었다.서윤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잠시 뒤 차가 강변 쪽 도로로 접어들었다.멀리 이어진 불빛이 물 위에서 길게 흔들렸다.서윤이 몸을 조금 세웠다.“여기 좋다.”“세울까요?”“세울 데 있어요?”“조금 더 가면.”몇 분 뒤 차는 작은 주차 공간으로 들어갔다.늦은 시간이라 차도 많지 않았다.시동이 꺼졌다.갑자기 조용해졌다.서윤은 안전벨트를 풀지 않은 채 창밖을 봤다.“우리 결국 어디 오긴 왔네.”“목적지로 정하고 온 건 아니니까 괜찮지 않습니까.”“그건 그래.”도현도 안전벨트를 풀었다.서윤은 아직 그대로였다.도현이 물었다.“안 내립니까?”“추울 것 같은데.”“그럼 차에 있어도 되고.”“그럴까.”서윤이 그제야 안전벨트를 풀었다.몸을 도현 쪽으로 돌렸다.“근데 아까.”“네.”“집에 가면 알게 될 정도로 아쉽다고 했잖아요.”도현이 잠시 말이 없었다.“그걸 아직 기억하고 있었습니까.”“그럼 잊어요?”“아니요.”“얼마나 아쉬웠는데.”“서윤.”“응.”“일부러 이러는 거죠.”서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조금.”도현이 운전석 등받이에 기대었다.“그래서 더 돌아가자고 한 겁니까.”“응.”“저 기다리게 하려고?”“나도 같이 기다리는 건데.”서윤은 손을 뻗었다.도현의 재킷 깃을 한번 정리하는 척 만졌다.“공평하잖아요.”도현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별로 안 공평한 것 같은데.”“왜요.”“당신은 즐기고 있잖습니까.”“도현 씨는 아니고?”잠깐의 정적.도현
토요일 오후 여섯 시.서윤은 현관 거울 앞에서 귀걸이를 고르고 있었다.한쪽에는 작은 링.다른 쪽에는 조금 길게 떨어지는 은색 귀걸이.두 개를 번갈아 대보던 서윤이 물었다.“도현 씨.”거실에서 대답이 들렸다.“네.”“잠깐 와봐요.”도현이 재킷을 들고 현관으로 나왔다.서윤은 양손을 들어 보였다.“어느 쪽.”도현이 잠깐 살폈다.“오른쪽.”“긴 거?”“네.”“이유는?”“오늘 옷이랑 더 잘 어울립니다.”서윤은 바로 링 귀걸이를 내려놓았다.“나도 이거 하려고 했어요.”“그럼 왜 물었습니까.”“같은 거 고르는지 보려고.”“틀렸으면요.”“내가 고른 거 했겠지.”도현이 웃었다.“결국 제 의견은 참고사항이군요.”“당연하죠.”귀걸이를 착용한 서윤이 몸을 돌렸다.검은 원피스 위에 얇은 재킷.평소 출근할 때보다 조금 더 힘을 준 차림이었다.“어때요?”도현이 대답하기 전에 서윤이 덧붙였다.“오늘은 오래 봐도 돼요.”“그럼 시간이 좀 필요하겠는데.”서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합격.”“뭐가.”“대답.”도현은 자신의 가방을 들었다.가방 바깥쪽에는 며칠 전 산 작은 집 모양 열쇠고리가 달려 있었다.서윤도 자신의 가방을 들어 같은 장식을 흔들었다.“아직 안 뺐네.”“빼지 말라면서요.”“확인한 거예요.”“매일 확인할 겁니까.”“아마도.”서윤이 현관문을 열었다.“갑시다. 야시장.”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거의 져 있었다.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길 양쪽으로 음식 냄새가 섞여 흘러왔다.서윤의 걸음이 빨라졌다.“저기부터.”“입구부터 먹습니까.”“야시장에 왜 왔는데요.”첫 번째는 닭꼬치였다.두 사람은 하나씩 받아 들었다.서윤이 한입 먹더니 바로 도현을 봤다.“맛있어.”“맵지 않습니까.”“이 정도는 괜찮아.”도현의 것을 한번 쳐다봤다.“도현 씨 거는 무슨 맛?”“간장.”“한입.”도현이 꼬치를 내밀었다.서윤이 그대로 한입 먹었다.“내 게 더 맛있다.”“그럼 왜 먹었습니까.”“비교.”“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