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화요일 오전 9시 1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전날 직원 대표들이 제출한 의견서를 다시 펼쳤다.새로운 문서관리지원팀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특히 마지막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문서관리지원팀이 승인 절차를 위반했을 경우, 어느 부서가 이를 확인하고 시정할 수 있습니까?’서윤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회의에 감사팀 담당자도 참석해 달라고 해 주세요.”“네, 총괄님. 특별히 확인하실 사항이 있습니까?”“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건 좋은데, 그 조직이 잘못했을 때 어떻게 바로잡을지도 정해야죠.”오전 10시 30분.회의실에는 운영기획팀, 문서관리지원팀 준비 담당자, 감사팀 직원들이 모였다.서윤은 화면에 조직 개편안을 띄웠다.“문서 작성, 승인 확인, 배포를 분리하는 방향은 유지하겠습니다.”윤재석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운영기획팀에서도 동의했습니다.”“다만 승인 절차가 지켜졌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은 별도로 필요해요.”감사팀 담당자가 말했다.“감사팀에서 표본 점검을 맡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문서를 사전에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그럴 필요는 없어요. 일상적인 처리는 시스템이 막고, 예외나 위반 가능성이 있는 건 별도로 확인하면 되죠.”서윤은 화면을 넘겼다.“그리고 직원 대표들이 제출한 의견에 대한 회사 답변도 기록해 주세요.”그때 문서관리지원팀 준비 담당자가 손을 들었다.“총괄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말씀하세요.”“어제 시험한 승인 시스템에서 과거 문서를 불러왔는데, 승인번호가 없는 문서가 예상보다 많습니다.”서윤의 손이 멈췄다.“얼마나요?”“현재 확인한 120건 중 17건입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오전 11시 20분.서윤은 담당자와 함께 해당 문서 목록을 확인했다.17건 모두 승인번호가 없는 것은 맞았다.하지만 곧바로 미승인 문서라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일부는 과거 시스템에서 승인받은 뒤 새로운 시스템으로 옮겨진 문서였다.“기존 결재 기록
월요일 오전 8시 40분.한서윤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복도에서 마주친 직원들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오늘 인사 공지 봤어요?”“아직요. 무슨 일인데요?”“운영기획팀 조직 개편한다던데요.”서윤은 걸음을 멈췄다.운영기획팀이라면 지난달 문서 수정 문제로 감사를 받았던 부서였다.그녀는 자리에 앉아 사내 공지사항을 열었다.[조직 운영 효율화에 따른 일부 직무 조정 안내]공지에는 운영기획팀의 문서 관리 업무를 별도 조직으로 이관하고, 공식 지침 승인 절차를 독립적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다만 직원들의 구체적인 발령 내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서윤은 공지를 읽다가 전화를 들었다.“인사팀이죠? 오늘 조직 개편 관련해서 확인할 게 있습니다.”오전 9시 30분.인사팀 담당자가 서윤의 사무실로 들어왔다.“총괄님, 조직 개편안 때문에 연락 주셨다고 들었습니다.”“네. 문서 승인 업무를 분리하는 건 이해했어요. 그런데 기존 담당 직원들은 어떻게 되나요?”“일부는 새로운 문서관리지원팀으로 이동하고, 일부는 기존 부서에 남습니다.”“감사 대상자들도 포함되어 있나요?”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만 감사 결과에 따른 인사 조치와 조직 개편은 별도로 진행됩니다.”서윤은 자료를 넘겼다.“이수현 대리는요?”“현재는 기존 업무를 유지하면서 이동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그 직원이 문장을 수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겠죠?”“그렇게 처리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감사 결과와 소명 내용을 구분해서 검토하고 있습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조직을 바꾸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불필요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설명도 필요하겠네요.”오전 11시.서윤은 윤재석 본부장과 회의를 진행했다.윤재석은 평소보다 표정이 무거웠다.“한 총괄, 이번 조직 개편으로 운영기획팀의 일부 권한이 줄어듭니다.”“네. 확인했습니다.”“현장에서는 감사 결과 때문에 부서 전체가 책임을 지는 것
일요일 오전 9시 20분.한서윤은 침대 옆 협탁에서 울리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화면에는 차도현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차도현]아내, 일어나시면 거실로 나와 주십시오.서윤은 옆자리를 돌아봤다.도현은 이미 일어나고 없었다.“뭐야? 집에 있으면서 메시지를 보내?”서윤은 웃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거실로 나가자 식탁 위에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따뜻한 수프와 샌드위치, 그리고 작은 봉투 하나.도현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일어나셨습니까?”“응. 근데 이 봉투는 뭐야?”“열어 보십시오.”봉투 안에는 전시회 입장권 2장이 들어 있었다.《도시의 기억, 건축가의 시선》서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제 이야기했던 건축 전시?”“네. 오늘 오후에 관람할 수 있어서 예약했습니다.”“벌써?”“아내가 함께 가자고 하셨으니까요.”서윤은 입장권을 들고 웃었다.“좋아. 오늘은 당신 취향 따라가는 날이다!”오전 11시 40분.두 사람은 전시관으로 향하기 전 서재에 들렀다.도현은 지난번 서윤에게 선물받은 절판 도서 《건축가의 스케치북: 오래된 집과 창문의 기록》을 꺼냈다.“이 책에 소개된 건축가의 초기 작품도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서윤은 책장을 넘겨 봤다.“당신 이 책 진짜 좋아하네.”“아내가 어렵게 구해 주셨으니까요.”“그것 때문만은 아니잖아.”도현은 미소 지었다.“맞습니다. 내용도 무척 흥미롭습니다.”서윤은 책 속에 그려진 오래된 주택의 단면도를 살폈다.“근데 건축가들은 왜 이렇게 창문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해?”“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공간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그럼 우리 집도 그런 거야?”“물론입니다.”서윤은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오늘 전시 보고 오면 당신한테 우리 집 구조 설명도 들어야겠다.”“기꺼이 해 드리겠습니다.”오후 1시 30분.전시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첫 번째 전시실로 들어갔다.벽에는 오래된 도시의 사진과 건축 도면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서윤은 한
토요일 오전 9시 40분.“도현 씨, 오늘은 내가 아침 만들게.”한서윤은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자신 있게 선언했다.차도현은 옆에 놓인 안경을 집어 들었다.“오늘은 제가 준비하려고 했습니다만.”“맨날 당신이 하잖아. 오늘은 내가 할 거야.”“그럼 저는 보조하겠습니다.”“아니. 오늘은 당신도 요리해야 해.”도현이 고개를 들었다.“둘 다 말입니까?”서윤은 장난스럽게 웃었다.“응. 요리 대결!”“승부를 정하는 겁니까?”“당연하지. 각자 한 가지씩 만들고 서로 평가하는 거야.”도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다만 평가 기준은 공정해야겠습니다.”“벌써 승부욕 발동했어?”“아내가 먼저 대결을 제안하셨습니다.”오전 10시 30분.두 사람은 주방 식탁에 재료를 늘어놓았다.서윤이 고른 메뉴는 새우크림리소토.도현은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치즈를 곁들인 가지구이를 만들기로 했다.“잠깐. 당신 메뉴가 더 쉬운 거 아니야?”도현은 가지를 씻으며 대답했다.“메뉴 선택은 자유라고 하셨습니다.”“그랬지.”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도 내가 이길 거야.”“기대하겠습니다.”서윤은 양파를 다지기 시작했다.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눈가가 따가워졌다.“아, 매워!”도현이 돌아봤다.“괜찮으십니까?”“응. 양파 때문에.”도현은 깨끗한 키친타월을 건넸다.“잠깐 쉬었다 하십시오.”“안 돼. 지금 쉬면 당신이 앞서가잖아.”“요리는 속도전이 아닙니다.”“오늘은 속도전도 포함이야.”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다시 가지를 썰었다.오전 11시 20분.서윤은 팬에 쌀을 볶다가 육수를 조금씩 부었다.“어? 생각보다 금방 졸아드네.”도현이 옆에서 살폈다.“불을 조금 줄이시는 게 좋겠습니다.”“도움 주면 반칙 아니야?”“타는 것을 막기 위한 안내입니다.”서윤은 불을 줄였다.“이번 한 번만 봐줄게.”잠시 후 도현은 오븐에서 가지구이를 꺼냈다.치즈가 노릇하게 녹아 있었다.서윤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와…….”도현
금요일 오전 9시 15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직원 대표 검토 절차에 관한 시범 운영 결과를 확인했다.전날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그러나 오늘 아침, 공식 지침 개정안에 반대 의견 4건이 등록됐다.그중 3건은 같은 내용을 지적하고 있었다.‘직원 대표가 검토한 뒤 회사가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검토 절차는 형식적인 것 아닌가요?’서윤은 문장을 두 번 읽었다.“틀린 말은 아니네.”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반대 의견을 모두 수용하도록 바꿀까요?”“그건 어렵죠. 의견이 서로 충돌할 수도 있으니까요.”“그럼 어떻게 할까요?”서윤은 수첩을 펼쳤다.“회사가 반영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직원 대표가 그 설명에 다시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요.”“재검토 절차를 추가하는 건가요?”“네. 대신 끝없이 반복되지는 않도록 범위와 기한을 정해야겠죠.”오전 10시 40분.서윤은 오재민 주임을 비롯한 직원 대표 4명과 회의를 열었다.“어제 제출한 의견을 확인했어요.”오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총괄님, 저희가 걱정하는 건 의견을 내도 결국 회사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는 상황입니다.”“충분히 이해해요.”서윤은 수정된 절차를 화면에 띄웠다.1차 검토: 직원 대표 의견 제출회사 답변: 반영 여부 및 사유 공개재검토: 이견이 있을 경우 1회 추가 논의최종 결정: 결정권자와 판단 근거 기록오재민은 화면을 살폈다.“최종 결정은 회사가 하는 거네요?”“네. 회사가 책임져야 할 결정도 있으니까요.”서윤은 말을 이었다.“하지만 반대 의견을 무시했다는 사실까지 감출 수는 없도록 하려는 거예요.”다른 직원이 물었다.“그럼 저희가 낸 의견도 직원들에게 공개되나요?”“개인을 특정하지 않는 범위에서요. 민감한 내용은 별도로 보호해야 하고요.”오재민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적어도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있겠네요.”오후 12시 20분.구내식당.도현은 서윤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오늘은 직원 대표 회의가 있었습
목요일 오전 9시 10분.한서윤은 운영기획팀에서 제출한 일정표를 확인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지난달 23일, 직원에게 업무 변경 사유를 공개하는 조항이 삭제된 뒤 별도 검토를 진행하기로 했었다.그런데 일정표에는 해당 회의가 없었다.“회의가 취소된 건가요?”감사팀 담당자가 대답했다.“처음부터 일정이 등록되지 않았습니다.”“담당자는 정해져 있었고요?”“네. 운영기획팀 문서 검토 담당인 남기준 과장입니다.”서윤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럼 남 과장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야겠네요.”“조사 면담은 감사팀에서 진행하겠습니다.”“좋아요. 저는 업무 개선에 필요한 사항만 전달받을게요.”서윤은 일정표를 다시 살폈다.회의가 열리지 않은 이유도 중요했다.하지만 더 궁금한 건 그 사실을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오전 10시 40분.서윤은 전자결재 시스템 담당자와 회의를 진행했다.“지난번에 승인 상태를 표시하는 기능을 만들었잖아요.”“네, 총괄님.”“이번에는 검토가 끝나지 않은 항목도 관리할 수 있을까요?”담당자가 화면을 열었다.“미결 과제 목록을 별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그럼 담당자와 예정일을 지정하고, 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알림이 가도록 해 주세요.”“알림을 받아도 처리하지 않으면요?”서윤은 잠시 생각했다.“그때는 상위 책임자에게 미처리 사실이 전달되도록 하죠. 다만 무조건 결론을 내리라고 재촉하는 건 아니에요. 왜 늦어지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유를 입력하고 기한을 조정하는 기능도 넣겠습니다.”“좋아요. 그리고 기한을 변경한 이력도 남겨 주세요.”오후 12시 20분.구내식당에서 도현은 서윤의 맞은편에 앉았다.“오늘은 무슨 회의를 하셨습니까?”“미결 과제 관리 기능을 만들기로 했어.”“미결 과제요?”“응. 검토하겠다고 해 놓고 아무도 다시 확인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지는 문제를 막으려고.”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문서 수정 건과 관련이 있군요.”“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