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일요일 오전 9시 30분.한서윤은 거실 옆 작은 방의 문을 열었다.전날 가구 매장에서 주문한 의자 2개는 수요일에 도착할 예정이었다.그전에 방을 정리해야 했다.“도현 씨, 오늘은 여기 끝내자.”차도현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좋습니다. 다만 무거운 가구는 제가 옮기겠습니다.”“나도 힘 좀 쓰거든?”“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함께 옮기는 편이 안전합니다.”서윤은 웃으며 소매를 걷었다.“그럼 작전 시작!”도현은 준비해 둔 상자 3개를 바닥에 놓았다.상자마다 종이가 붙어 있었다.보관 / 다른 곳으로 이동 / 처분 검토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버리는 상자가 아니라 처분 검토야?”“아내가 나중에 찾으실 수도 있으니까요.”“당신, 나 너무 잘 아는 거 아니야?”“함께 살고 있으니까요.”오전 10시 40분.서윤은 수납장 아래쪽에서 납작한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이건 뭐지?”뚜껑을 열자 오래된 편지지와 작은 봉투들이 들어 있었다.그중에는 도현이 예전에 서윤에게 써 주었던 짧은 메모도 있었다.‘오늘 저녁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마십시오.’서윤은 메모를 들고 웃었다.“도현 씨, 이것 좀 봐.”도현이 다가왔다.“무엇입니까?”“당신 옛날 메모.”그는 종이를 살펴보다 미소 지었다.“아직 가지고 계셨군요.”“당연하지. 당신이 써 준 건데.”“특별한 내용도 아닌데요.”서윤은 고개를 저었다.“이런 게 더 좋을 때도 있어.”그녀는 메모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이건 보관.”도현은 아무 말 없이 상자를 받아 들었다.오전 11시 50분.문제가 생긴 건 책장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도현이 책장 뒤쪽을 확인하다 손을 멈췄다.“아내, 잠깐만요.”“왜?”“벽면에 습기가 있었던 흔적이 있습니다.”서윤이 다가가자 벽지 아래쪽에 희미한 얼룩이 보였다.“어? 이거 원래 있었나?”“책장에 가려져 있어서 몰랐던 것 같습니다.”도현은 손전등으로 주변을 살폈다.“지금 젖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확인이
토요일 오전 10시 10분.한서윤은 현관 앞에서 운동화 끈을 묶으며 차도현을 불렀다.“도현 씨, 준비됐어?”“네. 차 키만 가져오겠습니다.”도현이 서재에서 나오자 서윤의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작은 줄자가 들려 있었다.“잠깐.”도현이 걸음을 멈췄다.“왜 그러십니까?”“그거 뭐야?”“줄자입니다.”“그건 나도 알아.”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어제 내가 줄자 가져갈 것 같다고 놀렸잖아!”도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가구 크기를 확인하려면 필요합니다.”“매장에도 줄자 있거든?”“그렇다면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아니, 가져가. 당신이 이렇게 진지한데 내가 어떻게 말려.”서윤이 웃으며 문을 열었다.도현도 미소를 지었다.오전 11시.두 사람은 대형 가구 매장에 도착했다.서윤은 입구에 전시된 소파와 테이블을 구경하다가 작은 의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걸음을 멈췄다.“여기다!”도현은 미리 적어 온 방 크기를 확인했다.“창가에 놓을 의자라면 폭이 너무 넓지 않은 게 좋겠습니다.”“알았어. 일단 앉아 보자.”서윤은 연한 크림색 의자에 앉았다.등받이가 부드럽게 몸을 받쳐 주었다.“오, 이거 편하다.”도현이 맞은편에 앉았다.“높이도 적당하군요.”“당신도 편해?”“네. 다만 오래 앉아 있을 때는 허리 지지력이 조금 부족할 수 있겠습니다.”서윤은 그의 의자로 다가갔다.“어디 봐.”직접 앉아 보니 도현의 말이 이해됐다.“아, 그러네. 처음에는 푹신한데 오래 앉으면 좀 불편할 수도 있겠다.”두 사람은 다른 의자도 차례로 살펴봤다.세 번째로 앉은 의자는 단단하면서도 등받이 각도가 적당했다.서윤은 등을 기대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거 좋다.”도현도 옆 의자에 앉았다.“저도 이쪽이 마음에 듭니다.”“그럼 이걸로 할까?”“색상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서윤은 크림색과 짙은 녹색 의자를 번갈아 봤다.“같은 색으로 두 개 사는 것보다 하나씩 다르게 사면 어때?”“어울리는 조합입니다.”“그럼 내가 크림색
금요일 오전 9시 10분.한서윤은 인사팀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전날 확인했던 연차 사용 사례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였다.교대 근무 변경 신청일: 6월 12일희망 변경일: 6월 16일신청 반려 사유: 5일 전 신청 기준 미충족이후 처리: 개인 연차 1일 사용서윤은 마지막 문장에서 시선을 멈췄다.“당시 근무 교환은 가능했나요?”인사팀 담당자가 자료를 넘겼다.“네. 같은 조에 근무하던 직원이 교환 의사를 밝혔던 기록이 확인됐습니다.”“그런데도 반려됐다고요?”“담당자가 신청 기한을 먼저 확인하고 접수를 종료했습니다. 인력 배치 가능 여부는 검토하지 않았습니다.”서윤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럼 승인된 3일 전 기준을 적용했다면 정상적으로 검토받을 수 있었겠네요.”“그렇습니다. 다만 실제 교환이 최종 승인됐을지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그 부분은 구분해야죠.”서윤은 보고서를 덮었다.“해당 직원에게 회사가 확인한 사실을 먼저 안내해 주세요. 그리고 사용한 연차에 대한 회복 조치가 가능한지 인사 규정과 법적 기준을 검토하고요.”오전 10시 40분.인사팀 회의실.서윤은 담당자들이 준비한 개선안을 살폈다.“과거 신청 11건은 모두 확인하고 있죠?”“네. 7건은 사실관계가 정리됐고, 나머지 4건은 확인 중입니다.”“직원들에게 개별 연락은요?”“본인이 원할 경우 설명을 듣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입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런데 연차를 사용한 직원은 회사가 먼저 구체적인 조치안을 제시했으면 해요.”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총괄님, 연차를 사용한 사실만으로 자동 복구하기는 어렵습니다.”“알아요. 그래서 검토하자는 거예요. 무조건 돌려주라는 것도, 규정상 어렵다는 말로 끝내라는 것도 아니고요.”서윤은 화면에 표시된 문장을 가리켰다.“여기 ‘직원의 귀책 여부 확인’이라는 표현은 바꿔 주세요.”“어떻게 수정할까요?”“‘기존 기준 적용으로 인한 영향 확인’으로요. 직원이 잘못했는지부터
목요일 오전 9시 15분.한서윤의 책상 위에는 교대 근무 변경 신청이 반려된 직원 11명의 처리 현황이 놓여 있었다.서윤은 첫 번째 자료를 읽다가 손을 멈췄다.신청일: 6월 12일희망 변경일: 6월 16일반려 사유: 신청 기한 미준수당시 적용된 5일 전 기준으로는 반려 대상이었다.하지만 원래 승인된 3일 전 기준이었다면 접수할 수 있는 신청이었다.“이 직원은 이후 어떻게 됐나요?”인사 담당자가 답했다.“다른 직원과 근무를 교환하지 못해서 예정대로 출근했습니다.”“신청 사유는요?”“가족의 병원 진료에 동행하려고 했다고 합니다.”서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럼 진료는 어떻게 했대요?”“그 부분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개인적인 사정을 다시 캐묻지는 마세요. 필요한 건 회사가 잘못된 기준을 적용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서윤은 다음 자료를 펼쳤다.11건 가운데 4건은 다른 날짜로 조정됐고, 3건은 직원이 신청을 철회했다.나머지 4건은 근무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우선 해당 직원들에게 기준 적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세요.”“어떤 조치를 말씀하십니까?”“실제 발생한 불이익을 확인해야죠. 연차를 추가로 사용했거나 금전적 손실이 있었다면 관련 규정에 따라 검토하고요.”오전 11시.서윤은 현장 근무표 담당자들과 다시 화상회의를 열었다.“모든 부서가 5일 전 신청을 유지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했죠?”“네. 7개 부서 중 5개 부서는 3일 전 신청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나머지 2개 부서는요?”“대체 인력 확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서윤은 화면에 정리된 자료를 살폈다.“그럼 일단 5개 부서는 3일 전 기준으로 복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머지는 필요한 기간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세요.”“긴급 변경 신청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기한이 지나도 신청 자체를 막지는 마세요. 접수한 뒤 가능한 조정 방법을 검토하도록 하죠.”담당자가 고개를 끄덕
수요일 오전 8시 5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전날 발견된 교대 근무 변경 기준표를 확인했다.승인된 원본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교대 근무 변경은 희망일 3일 전까지 신청한다.’그러나 현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기준표에는 다른 문장이 있었다.‘교대 근무 변경은 희망일 5일 전까지 신청한다.’단 2일의 차이.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병원 예약을 변경하거나 가족과의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차이일 수도 있었다.서윤은 담당자에게 물었다.“수정자는 확인됐다고 했죠?”“네. 당시 인사운영팀 소속이었던 배지훈 대리입니다. 현재는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변경 요청 기록은요?”“아직 찾고 있습니다.”서윤은 서류를 내려놓았다.“배 대리에게 먼저 당시 상황을 확인해 주세요.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고 관련 자료도 함께 찾아보고요.”오전 10시 20분.감사팀은 배지훈 대리의 진술과 당시 이메일 기록을 확보했다.배 대리는 2년 전 현장 관리자로부터 교대 근무 신청이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했다.“근무표를 미리 확정해야 한다고 해서 기준표를 수정했습니다.”서윤이 물었다.“그때 정식 승인 절차를 거쳤나요?”“팀장님께 구두로 말씀드렸던 기억은 있습니다. 하지만 결재를 올렸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당시 팀장님은 누구였죠?”“오상민 팀장님입니다.”감사팀 담당자가 덧붙였다.“오 팀장은 현재 퇴직한 상태입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승인 여부는 기록으로 확인해야겠네요. 그리고 당시 변경 사유가 타당했는지도 별도로 검토해 주세요.”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다만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직원들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받았느냐예요.”오전 11시 40분.현장 인사 담당자와의 화상회의가 시작됐다.서윤은 화면에 두 기준표를 나란히 띄웠다.“현재 5일 전 신청 기준을 적용하고 있죠?”“네, 총괄님.”“그 기준 때문에 신청이 반려된 사례가 있나요?”담당자는 준비한 자료를 확인했다.“최근 6개월 동안 신
화요일 오전 9시 1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전날 직원 대표들이 제출한 의견서를 다시 펼쳤다.새로운 문서관리지원팀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특히 마지막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문서관리지원팀이 승인 절차를 위반했을 경우, 어느 부서가 이를 확인하고 시정할 수 있습니까?’서윤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회의에 감사팀 담당자도 참석해 달라고 해 주세요.”“네, 총괄님. 특별히 확인하실 사항이 있습니까?”“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건 좋은데, 그 조직이 잘못했을 때 어떻게 바로잡을지도 정해야죠.”오전 10시 30분.회의실에는 운영기획팀, 문서관리지원팀 준비 담당자, 감사팀 직원들이 모였다.서윤은 화면에 조직 개편안을 띄웠다.“문서 작성, 승인 확인, 배포를 분리하는 방향은 유지하겠습니다.”윤재석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운영기획팀에서도 동의했습니다.”“다만 승인 절차가 지켜졌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은 별도로 필요해요.”감사팀 담당자가 말했다.“감사팀에서 표본 점검을 맡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문서를 사전에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그럴 필요는 없어요. 일상적인 처리는 시스템이 막고, 예외나 위반 가능성이 있는 건 별도로 확인하면 되죠.”서윤은 화면을 넘겼다.“그리고 직원 대표들이 제출한 의견에 대한 회사 답변도 기록해 주세요.”그때 문서관리지원팀 준비 담당자가 손을 들었다.“총괄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말씀하세요.”“어제 시험한 승인 시스템에서 과거 문서를 불러왔는데, 승인번호가 없는 문서가 예상보다 많습니다.”서윤의 손이 멈췄다.“얼마나요?”“현재 확인한 120건 중 17건입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오전 11시 20분.서윤은 담당자와 함께 해당 문서 목록을 확인했다.17건 모두 승인번호가 없는 것은 맞았다.하지만 곧바로 미승인 문서라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일부는 과거 시스템에서 승인받은 뒤 새로운 시스템으로 옮겨진 문서였다.“기존 결재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