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 새끼가 왜 살아 있어?”
백시헌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옆에 서 있던 강도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희도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사진 속 남자는 장문규. 오래전 시헌의 아버지인 백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남자였다. 정확히는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석 달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인간. “죽은 줄 알았는데.” “사망이 확인된 건 아니었습니다. 실종 상태였죠.” “그걸 누가 몰라?” 시헌이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근데 이 새끼가 왜 하필 지금 나타나냐고.”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더 이상한 것은 장문규가 시헌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고 옆집 여자부터 건드렸다는 사실이었다. “형님. 그 여자 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어떻게 해.” “계속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시헌이 도윤을 노려봤다. “그럼 경찰이 잡게 증거부터 넘겨. 우리 쪽에서도 출입 기록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범준한테는 아직 장문규 얘기 꺼내지 마.” “예.” 시헌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 평생 다시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얼굴이었다. 그런 놈이 하필 자신의 집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씨발. 재수 없게.” ⸻ 다음 날 오후. 세린은 거실 바닥에 앉아 방음 패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방송을 쉰 지 이틀째. 평소 같으면 화장을 고치거나 방송 아이템을 고민했을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 알림만 울려도 움찔했다. “아, 진짜 짜증 나.” 그때 희주에게 전화가 왔다. —야, 오늘 우리 집으로 올래? “생각 중.” —뭘 생각해. 무섭다며. “무섭지. 근데 짐 싸기도 귀찮고…….” —유세린. “알았어, 알았어. 저녁에 갈게.” 통화를 끊은 세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득 옆집 남자가 떠올랐다. 백시헌. 이제 이름도 알겠다, 원래라면 마음껏 들이댔을 텐데. 문제는 그 남자 때문에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잘생긴 건 잘생긴 거고.” 세린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이건 좀 아니지.” ⸻ 오후 다섯 시. 세린은 작은 캐리어를 끌고 현관문을 나섰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옆집 문이 열렸다. “어?” 백시헌이었다.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 오늘도 어김없이 잘생긴 얼굴이었다. 세린은 반사적으로 웃었다. “오빠, 어디 가요?” “…….” 시헌의 시선이 캐리어로 향했다. “너 이사 가냐?” “아니요. 친구 집 가요.” “그걸 왜 나한테 말해.” “오빠가 물어봤잖아요.” “…….” 세린은 피식 웃었다. “근데 오빠.” “뭐.” “저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싫어.” “일단 물어볼게요.” 시헌이 미간을 찌푸렸다. 세린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저한테 이상한 사람 붙은 거, 오빠랑 관련 있는 거죠?” 잠깐의 정적. 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만으로도 세린은 어느 정도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렇구나.”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아닌데요.” “뭐?” “제 집 앞에서 누가 사진 찍고, 방송까지 찾아 왔잖아요. 그럼 제 일이죠.” 시헌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적어도 무슨 일인지는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알면 뭐가 달라지는데.” 세린은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여기서도 농담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오빠.” “…….” “제가 오빠 잘생겼다고 좋아하는 건 맞는데요.” “아, 또 시작이네.” “잘생긴 게 면죄부는 아니거든요.” 시헌의 눈썹이 꿈틀했다. 세린은 똑바로 그를 바라봤다. “오빠 때문에 위험해진 거면 저도 알아야죠. 그래야 조심하든 피하든 할 거 아니에요.” 처음 듣는 말투였다. 시헌은 잠시 세린을 내려다봤다. 늘 실실 웃으며 헛소리만 하던 여자가 아니었다. “……경찰에는 신고했다며.” “네.” “그럼 당분간 친구 집에 있어. 모르는 번호 받지 말고.” “그건 저도 알아요.” “알면 됐어.” 시헌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세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싸가지 없으시다.” “이제 알았냐?” “아뇨. 첫날부터 알았어요.” “그럼 왜 자꾸 들이대.” 세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얼굴이 취향이라니까요.” “미친.” “근데 오늘은 안 꼬실래요.” 시헌이 힐끗 그녀를 봤다. “누가 꼬셔달랬냐?” “아니요. 그냥 휴업이라고요.”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세린은 캐리어를 끌고 올라탔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가 싱긋 웃었다. “다음에 봐요, 시헌 오빠.” 시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그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누가 보면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겠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 그날 저녁. 도윤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님. 장문규가 남긴 흔적 하나 찾았습니다.” “뭔데.”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번호입니다.” “그래서.” “그 번호 명의자가 좀 이상합니다.” 시헌이 걸음을 멈췄다. “누군데.” 도윤이 잠시 망설였다. “……이범준 이사입니다.” 시헌의 표정이 굳었다. 분명 범준은 문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행동했다. 그런데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사람이 범준이라니. 시헌이 낮게 웃었다. “하.” 그는 천천히 담배갑을 꺼냈다. “이제야 좀 재밌어지네.” 오랫동안 묻혀 있던 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봉투?”희주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너 그 남자한테 뭐 받았어?”“받긴 뭘 받아. 커피도 안 받아 주는 인간인데.”세린은 입술을 삐죽였다.“맨날 욕이나 먹었지.”“그럼 이 사람은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건데?”“그러니까.”세린은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702호 남자한테 뭐 받은 거 없어요?][특히 봉투 같은 거요.]이상했다.처음에는 자신을 감시하며 겁을 주더니, 이번에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게다가 시헌의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언니. 이거 그 스토커랑 같은 사람일까?”“모르지. 계정도 다르잖아.”“그치?”“그러니까 답장하지 마.”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모든 메시지를 저장해 두었다. 경찰에도 추가로 전달할 생각이었다.그런데 한 가지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백시헌.그 남자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기에 자신까지 이런 일을 겪게 만드는 걸까.“아, 진짜.”세린이 쿠션을 끌어안았다.“얼굴만 잘생기면 다야?”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정신 차렸네.”“아니, 얼굴은 여전히 좋아.”“…….”“근데 좀 짜증 난다고.”희주는 말없이 쿠션을 집어 들었다.⸻다음 날 오후.세린은 희주와 함께 오피스텔로 돌아왔다.다음 주 협찬 방송에 필요한 장비를 챙기기 위해서였다.관리사무소에 방문 사실을 알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필요한 것만 챙겨서 바로 가자.”“알았어.”“옆집 남자 만나도 괜히 말 걸지 말고.”“그건 장담 못 하는데.”“유세린.”“농담이야, 농담.”엘리베이터가 멈췄다.문이 열리자마자 세린의 발걸음도 멈췄다.“어머.”702호 앞.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백시헌이었다.옆에는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정장 차림의 남자도 있었다.“시헌 오빠!”시헌의 고개가 돌아갔다.“아, 씨발.”세린이 활짝 웃었다.“와, 오랜만이에요.”“며칠 안 봤다고 오랜만은 무슨.”“보고 싶었어요?”“지랄.”옆에서 희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쟤
“유세린. 너 지금 뭐 해?”희주의 목소리에 세린이 휴대폰을 뒤집었다.“아무것도.”“거짓말하지 마. 또 그 남자 사진 찾아?”“사진이 있어야 찾지.”“그럼 뭐 보는데?”“내 방송.”세린은 다시 화면을 켰다.방송을 쉰 지 사흘째.평소라면 이 시간쯤 화장을 마치고 시청자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을 것이다.[로지 언제 돌아와요?][누나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방송 보고 싶다ㅠㅠ]댓글을 읽던 세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나 진짜 일하고 싶다.”“며칠 쉰다고 망하지 않아.”“언니. 나 이거 취미로 하는 거 아니거든?”세린은 쿠션을 끌어안았다.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었다.처음에는 시청자가 열 명도 되지 않았다. 온갖 악플을 견디고 새벽까지 방송하며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그런데 정체도 모르는 남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무너지고 있었다.“진짜 짜증 나.”“그러니까 경찰에서 연락 올 때까지 조심하자.”“알아.”세린은 입술을 삐죽였다.“근데 나 계속 언니 집에 얹혀살 수도 없잖아.”“그건 나중에 생각하고.”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방송 협찬 담당자였다.[세린 님, 다음 주 예정된 브랜드 라이브 관련해서 일정 확인 부탁드립니다.]세린의 표정이 굳었다.다음 주.잊고 있었다.외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기로 한 협찬 방송이 있었다.출연료도 적지 않은 일이었다.“아, 미치겠네.”“왜?”“나 다음 주에 촬영 있어.”희주가 고개를 들었다.“그것도 미루면 안 돼?”“계약한 거라 마음대로 취소하기 어려워.”세린은 잠시 고민하다 담당자에게 답장을 보냈다.개인 안전 문제로 일정 조정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내용이었다.“일단 물어봤어.”“잘했네.”“근데 언니.”“응?”“나 진짜 그 옆집 남자 때문에 이렇게 된 거면 가만 안 있을 거야.”희주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너 그 남자 엄청 좋아한다며.”“좋아하지.”“그런데?”세린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얼굴 좋아하는 거랑 피해 보는 건 별개지.”그
“……이 새끼가 왜 살아 있어?”백시헌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옆에 서 있던 강도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희도 확인하고 놀랐습니다.”사진 속 남자는 장문규.오래전 시헌의 아버지인 백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남자였다.정확히는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석 달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인간.“죽은 줄 알았는데.”“사망이 확인된 건 아니었습니다. 실종 상태였죠.”“그걸 누가 몰라?”시헌이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근데 이 새끼가 왜 하필 지금 나타나냐고.”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더 이상한 것은 장문규가 시헌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고 옆집 여자부터 건드렸다는 사실이었다.“형님. 그 여자 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뭘 어떻게 해.”“계속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시헌이 도윤을 노려봤다.“그럼 경찰이 잡게 증거부터 넘겨. 우리 쪽에서도 출입 기록 확인하고.”“알겠습니다.”“그리고 이범준한테는 아직 장문규 얘기 꺼내지 마.”“예.”시헌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평생 다시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얼굴이었다.그런 놈이 하필 자신의 집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씨발. 재수 없게.”⸻다음 날 오후.세린은 거실 바닥에 앉아 방음 패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방송을 쉰 지 이틀째.평소 같으면 화장을 고치거나 방송 아이템을 고민했을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 알림만 울려도 움찔했다.“아, 진짜 짜증 나.”그때 희주에게 전화가 왔다.—야, 오늘 우리 집으로 올래?“생각 중.”—뭘 생각해. 무섭다며.“무섭지. 근데 짐 싸기도 귀찮고…….”—유세린.“알았어, 알았어. 저녁에 갈게.”통화를 끊은 세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문득 옆집 남자가 떠올랐다.백시헌.이제 이름도 알겠다, 원래라면 마음껏 들이댔을 텐데.문제는 그 남자 때문에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잘생긴 건 잘생긴 거고.”세린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이건 좀 아니지.”⸻오후 다섯 시.세린은 작은 캐리어를 끌고
“유세린. 너 오늘 방송 켜기만 해 봐.”희주가 팔짱을 꼈다.세린은 소파에 웅크린 채 입술을 삐죽였다.“안 켠다니까.”“그럼 휴대폰은 왜 들고 있어?”“공지 올리려고.”세린은 방송 채널에 짧은 글을 남겼다.[개인 사정으로 며칠 쉬어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돌아올게요! ♡]평소 같았으면 하트도 세 개쯤 붙였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희주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경찰에서 연락 오면 바로 알려 줘.”“응.”“그리고 당분간 우리 집에 있을래?”세린은 잠시 고민했다.솔직히 무서웠다.밤새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이 굳었다.하지만 자기 집에서 도망치듯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일단 오늘까지만 생각해 볼게.”“고집은.”“알잖아. 나 고집 센 거.”세린은 웃어 보였다.그때 희주가 무심하게 물었다.“근데 너 그 조폭한테는 이제 관심 없어졌지?”“왜?”“왜긴 왜야. 지금 이 상황에 그 남자 꼬실 생각이 나냐?”세린이 눈을 깜빡였다.“언니.”“뭐.”“무서운 거랑 잘생긴 거랑은 별개거든?”“아, 진짜 미친년.”“그리고 내가 언제 조폭이 좋아서 꼬시려고 했냐? 얼굴 때문에 꼬시고 있지.”희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팔자 네가 꼬아라.”⸻같은 시각.백시헌은 강남의 한 고급 일식당 별실에 앉아 있었다.맞은편에는 오십 대 남자가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이범준.오랫동안 조직의 자금과 사업체를 관리해 온 인물이었다.“요즘 집에 손님이 많으신 모양입니다.”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범준이 웃었다.“옆집에 젊은 아가씨가 산다면서요.”“그래서.”“인터넷 방송을 한다던데. 꽤 유명한가 봅니다.”시헌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할 말이 그거야?”“그냥 걱정돼서 그러죠.”“누가.”“대표님이요.”시헌이 피식 웃었다.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아저씨.”“예.”“내 집 주소까지 알아낸 건 그렇다 쳐.”시헌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근데 왜 옆집 여자 얘기가 나
사진 속 여자는 분명 자신이었다.702호 앞에 서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불과 몇 분 전이었다.세린은 사진을 확대했다. 복도 끝, 희미하게 보이는 회색 방화문.‘비상계단 쪽에서 찍은 건가?’등골이 서늘해졌다.[다음에는 문 앞에서 직접 인사할게요.]화면에 남은 마지막 메시지가 유난히 섬뜩했다.“아, 씨발. 진짜 뭐야…….”세린은 대화 내용을 모조리 캡처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평소 방송에서 이상한 사람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집 앞까지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었다.세린은 곧장 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언니.”—왜? 이 시간에 웬일이야?“나 좀 무서운데.”—뭐?“어떤 미친놈이 내 집 앞에서 사진 찍어서 보냈어.”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야, 문 열지 마. 지금 혼자야?“응.”—경찰에 신고해. 나도 갈게.세린은 곧바로 신고하고 관리사무소에도 연락했다.잠금장치를 확인한 뒤 현관에서 떨어졌다.그때였다.쿵.복도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세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야. 거기서 뭐 해?”옆집 남자였다.세린은 조심스럽게 도어폰 화면을 켰다.화면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모자를 깊이 눌러쓴 낯선 사람이 있었다.“너 누구냐고.”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모자를 쓴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더니 갑자기 비상계단 쪽으로 달아났다.“야!”남자는 곧장 휴대폰을 꺼냈다.“지금 계단으로 내려간 새끼 있어. 어디로 나가는지만 확인해.”세린은 화면을 보다가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오빠.”남자가 고개를 돌렸다.“아, 씨발. 너 또 뭐.”“저 사람…….”세린이 침을 삼켰다.“저 찍은 사람 같아요.”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문 열지 마.”“안 열어요.”“경찰은?”“신고했어요.”“그럼 가만히 있어.”그는 짧게 말하고 옆집으로 들어갔다.세린은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와, 진짜 매정하다.”평소 같았으면
[아까 복도에서 봤는데, 저한텐 왜 모른다고 했어요?]세린은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봤다.방금 올라온 문장은 순식간에 다른 채팅들 사이로 밀려났다.[로지 왜 멈춤?][뭔 일 있음?][언니 표정 무서워]세린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아, 얘들아. 이상한 채팅이 하나 올라와서.”평소 같았으면 장난스럽게 받아쳤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상대는 자신이 사는 건물의 호수를 알고 있었다.그것도 옆집 남자가 사는 702호를.세린은 문제의 채팅을 캡처하고 해당 계정을 차단했다.“미안해요, 오빠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할게요.”[벌써?][무슨 일인데?]“별일 아니야. 내일 보자. 다들 잘 자!”방송이 종료됐다.화면이 어두워지자 세린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뭐야, 진짜.”분명 낮에 복도에서 마주쳤던 남자였다.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방송까지 찾아온 걸까.세린은 한참 고민하다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낮에 신고했던 남자가 방송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복도 CCTV 영상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필요하면 경찰에도 신고할 생각이었다.통화를 마친 세린은 현관의 도어록을 확인했다.그리고 옆집을 떠올렸다.‘그 남자한테도 알려야 하나?’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똑똑.702호 현관문을 두드렸다.한 번.두 번.세 번째로 손을 들었을 때 문이 열렸다.“아, 씨발. 이번엔 또 뭐야.”검은 반팔 티셔츠에 회색 트레이닝 바지.남자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세린을 내려다봤다.평소 같았으면 또 잘생겼다고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오빠. 아까 그 남자 있잖아요.”“뭐.”“낮에 복도에서 저한테 오빠 집 물어봤던 사람요.”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그 새끼가 왜.”“제 방송에 들어왔어요.”“……뭐?”세린은 휴대폰에 저장한 채팅 화면을 보여줬다.남자는 화면을 내려다봤다.잠시 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이거 언제 올라왔어.”“한 십 분 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