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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레비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7 22:49:29

“하아.”

택시에서 내린 이재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름의 끝자락, 후텁지근한 공기가 달라붙어 금세 이마에 끈적한 땀이 배었다.

“뭔 술을 언제부터 처마셨길래.”

이재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고작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새벽 시간에 무수히 불려 다녔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은 또 처음이었다.

늦은 시간이 아니니 오늘 밤은 그래도 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었다.

차라리 잘 된 건가 싶다가도 대기조처럼 불려다니는 제 처지에 화가 치밀었다. 

“어쩌겠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지.”

그러다 이내 이렇게 체념하고 말았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제 신세를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오늘은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조금이라도 빨리 침대에 누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쿠웅쿠웅쿵-.

클럽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베이스 음이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입구를 막고 있었다.

이재가 그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며 입구로 곧장 다가갔다.

클럽에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이재를 힐끔거렸다.

청바지에 셔츠,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에 긴 머리를 헐렁하게 묶은 이재는 누가 봐도 이 클럽과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클럽에 들어갈 것처럼 발걸음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차도경이요.”

클럽 입구를 막고 있던 덩치들이 이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켜서고는 문을 열어 주었다. 이재가 클럽 안으로 들어서자 뒤에 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문이 닫히자마자 사라졌다.

쿵쿵쿵쿵-.

안으로 들어가자 온몸이 울리도록 낮은 베이스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이재는 익숙한 듯 곧장 클럽 홀과 반대쪽 복도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 복도 끝에 다다랐다.

「VIP ROOM」

문에 걸린 VIP 표지를 확인한 이재가 어이없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VIP 좋아하시네. 어린 것들이...... 쯧."

이재는 입맛을 다시고는 손잡이를 잡고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하.”

이재는 룸 안에 펼쳐진 광경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룸 안에는 대충 보아 일고여덟 명이 있었다.

그중에 여자는 셋.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술병은 셀 수도 없었다.

그들은 서로 엉겨 붙어 있거나 이미 취해서 이재가 들어온 줄도 몰랐다.

“차도경!”

이재가 룸 안으로 걸어 들어들어가며 도경의 이름을 부르자 몇몇이 고개를 돌려 이재를 보았다.

그러나 그중에 도경은 없었다.

“어? 이게 누구야?”

이재를 보며 아는 체를 하는 녀석은 도경의 친구 홍주였다.

역시 술에 잔뜩 취한 듯했는데도 이재를 알아본 게 용했다.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앉아 있던 여자가 이재를 돌아봤다.

홍주가 주물럭대는 통에 옷이 올라가 가슴이 다 드러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재를 보는 눈이 사나웠다.

오히려 이재가 민망해 눈을 돌렸다.

“차도경 어딨어?”

“됴경이?”

혀가 꼬인 홍주가 풀린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자 이재가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도경이랑 같이 왔잖아! 어딨냐고!"

"아아, 차됴겨엉? 어디 이떠라......"

두리번 거리던 홍주가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리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기 있다, 차됴겨엉!”

홍주가 가리키는 곳을 이재가 고개를 빼고 살펴보았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소파 구석에 잠이 든 도경이 보였다.

긴 다리를 구겨서 쪼그린 채 잠들어 있는 게 영락없는 도경이었다.

“도경아! 봐 봐! 누가 너 데리러 왔다아!”

도경에게 다가가는 이재의 뒤통수에 대고 홍주가 소리를 질렀다.

제각각 널브러져 있던 사람들이 그 소리에 힐끔거리며 이재를 보았다.

“차도겨엉! 니 첫사랑 왔자나아!”

홍주가 계속 지껄이는 사이 도경 앞에 다다랐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잠에 빠져 있었다.

쪼그리고 잠든 모습이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가련해서 이재는 순간 안쓰러운 마음이 들 뻔했다. 

이 녀석을 진짜 어쩌면 좋지?

이재는 도경을 깨우려 그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도경아! 도경아 일어나!”

그러나 도경은 일어나기는커녕 점점 옆으로 몸이 기울더니 아예 소파에 누워 버렸다.

이재가 일으켜 보려 했지만, 도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우, 정말…….”

이재가 짜증 섞인 소리를 내며 허리를 폈다.

힘으로는 도저히 잠에 취해 늘어진 도경을 일으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른 방법을 차아야 했다.

이재는 테이블 위를 살피다가 생수병을 집어 들었다.

병을 들어 반쯤 남은 생수를 확인하고는 주저 없이 도경의 얼굴에 쏟아부었다.

“아악!”

“아이, 씨발, 뭐야!”

놀란 건 옆에서 보고 있던 여자였고, 욕지거리를 한 건 이재가 뿌린 물이 튀어 옷이 젖은 남자였다.

정작 도경은 물을 맞고도 어푸거리기만 할 뿐 눈을 뜨지 않았다.

“미안.”

물이 튄 남자에게 무심하게 사과한 이재는 도경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차도경! 차도경, 정신 차려!”

“으음…….”

도경은 몸을 움직였지만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

이재 역시 열이 치받기 시작했다. 

“좋은 말 할 때 일어나라!”

“아음, 음…….”

“야! 차도경!”

이재가 소리를 꽥 지르자 일순간 룸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재를 바라보았다.

이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소리를 질렀다.

“차도경! 일어나!”

그제야 도경이 느릿하게 눈을 떴다.

눈을 끔뻑거리더니 이재를 알아본 그가 빙긋 웃음을 지었다.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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