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배신자는 피해자도 대표도 아니었다.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않던 외주 회계 담당자였다.독립 감사팀이 찾아낸 첫 흔적은 재단 온 회계팀 공용 인증서의 복제 기록이었다. 인증서는 외주 회계 담당자 오기준의 개인 노트북에서 사용됐고, 차명 의심 회사로 넘어간 첫 입금도 그 인증서로 승인돼 있었다. 금액은 매번 작았다. 자문료, 장비 점검비, 행사 정산금처럼 보이도록 항목을 바꿔 같은 계좌로 흘려보냈다. 한 번에 큰돈을 빼면 걸리지만, 정상 거래 사이에 소액을 섞으면 누구도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계산이었다.김지원이 감사표를 넘기며 물었다.“우리 회계팀이 직접 보낸 돈은 아닙니까?”“명의는 회계팀이지만 승인 기기는 오기준 씨 개인 장비입니다. 다만 인증서가 복제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이체를 그가 실행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회계팀 직원들은 서로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누가 공용 인증서를 마지막으로 썼는지, 누가 지분 매각 검토를 먼저 알았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내부 직원을 한 방에 모아 추궁하자는 의견에 반대했다. 유출자를 찾겠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직원 모두의 장비를 임의로 열면, 우리가 고치겠다고 한 구조를 감사가 다시 무너뜨릴 수 있었다.우리는 접속 시각과 근무표, 외주 계약서, 입금 계좌를 분리해 확인했다. 오기준이 재단 사무실에 들어온 날에는 기부 대리인도 방문했고, 방문용 태블릿에서 내 옛 대표 인증서가 복제됐다. 두 기기의 비정상 호출 시각은 13분 차이였다. 회계팀 계정은 정상 업무 시간에만 열렸지만 오기준의 노트북에서는 퇴근 뒤 같은 인증 정보가 2차례 호출됐다.오기준은 처음에는 회계 편의를 위해 인증서를 저장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팀이 태강 외주 법무망과 주고받은 비용 청구서를 내놓자 말을 바꿨다.“재단을 무너뜨리라는 지시는 아니었습니다.”“그럼 무슨 지시였죠?”“피해자들끼리 의견이 갈리게 만들고,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하라는 정도였습니다.”“총회 녹음도 넘겼습니까?”“파일을 직접
태강을 무너뜨린 주식이, 이제 재단을 먹여 살릴 돈이 될 수 있었다.대리인의 태블릿에서 발견된 임시 주주총회 초안에는 재단 온이 보유한 태강 지분이 별도 매각 대상으로 표시돼 있었다. 공개된 매각 의사도 없었는데 외부 펀드는 이미 예상 수량과 가격을 계산해 두었다. 새 공동대표 체제는 초안의 출처를 확인하는 동시에, 실제로 지분 일부를 팔지 검토하기로 했다.재단의 운영자금은 빠르게 줄고 있었다. 치료비와 긴급 주거 지원 신청은 늘었고, 조건부 100억을 거절한 뒤 단기 재원을 새로 마련해야 했다. 지원을 승인하고도 지급 일정을 나누거나 다음 달로 미룬 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외부 펀드가 시장 평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매각 대금이면 밀린 지원을 집행하고 대기 중인 피해자들의 치료를 앞당길 수 있었다.김지원이 먼저 찬성 쪽에 섰다.“주식을 지키는 동안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생기면 누구를 위한 감시 지분입니까? 태강을 벌주는 것과 피해자가 이번 달 병원비를 내는 건 같은 시간이 아니에요.”“전량을 넘기면 새 주인이 과거 기록과 내부 보존 자료를 없앨 수 있습니다.”“그 가능성 때문에 지금 필요한 돈을 또 기다리라고 할 겁니까?”지원의 질문은 계산표보다 무거웠다. 태강 주식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었다. 주주로 남아 있으면 주요 안건을 확인하고 기록 보존을 요구할 수 있었다. 태강이 이름만 바꿔 사업을 정리하거나 과거 책임 자료를 폐기하려 할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상징을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피해자에게 더 참으라고 말하는 순간, 정의는 다시 누군가의 비용으로 유지됐다.외부 행정 대표는 매각 예상액과 향후 지원 수요를 나눠 보여 줬다. 전량 매각은 단기 재정 문제를 크게 줄이지만 감시 수단을 잃고, 전량 보유는 기록 접근 가능성을 남기지만 당장 승인된 지원부터 늦어질 수 있었다. 어느 쪽도 손실이 없는 선택은 아니었다.이록은 전량 보유와 전량 매각 사이의 안을 내놓았다.“직접 지원에 필요한 물량만 먼저 매각하
제138화. 피해자들이 고른 새 대표 피해자들은 나를 다시 뽑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안도했다.재선거 결과가 화면에 뜨자 박수보다 먼저 정적이 흘렀다. 김지원과 외부 행정 전문가가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피해자 지원과 안전에 관한 결정은 지원이 맡고, 재정·인사·계약은 외부 대표가 담당하되 어느 한쪽도 단독으로 전체 자료를 열거나 장기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내 이름은 대표 후보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마지막 안건에 ‘의결권 없는 전략자문’이 적혀 있었다.“창립자 자리를 따로 만든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내가 먼저 지적하자 지원이 답했다.“그래서 임기도 자동 갱신도 없습니다. 총회가 요청한 사건에만 의견을 받고, 피해자 원본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요.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끝나는 역할입니다.”“그 조건이면 받아들이겠습니다.”나를 다시 중심에 세우는 자리가 아니라, 필요할 때만 불러 쓰고 필요하지 않으면 비워 둘 자리였다. 예전의 나는 그 차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 이름이 표에서 빠졌다는 사실이 재단이 나 없이도 움직일 수 있다는 증거로 보였다.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건 버려졌다는 뜻이 아니었다. 내가 만든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남겨야 할 결과였다.첫 번째 인계 안건은 자료 관리권이었다. 나는 대표 시절 확보한 지원 심사 기록과 피해자 연락 자료, 외부기관에서 받은 사본의 보관 목록을 새 공동대표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공동대표실로 옮기지는 않았다. 총회는 원본과 보존용 사본의 관리권을 재단 밖 독립 보관기관으로 넘기고, 재단은 필요한 범위만 승인받아 열람하기로 했다.“대표가 바뀔 때마다 자료가 따라 움직이지 않게 하겠습니다.”김지원이 인계서에 서명했다.“대표를 믿는 구조 대신, 대표도 기록 앞에서 허락받는 구조로요.”이록도 새 공동대표들 앞에서 후원 약정서를 다시 내놓았다. 그가 제공하던 운영자금은 사율 개인과의 협의로 집행하지 않고,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 자리부터 없앴습니다.”생방송 화면 옆에는 이미 다른 결론이 떠 있었다.[피해자들에게 축출된 온사율.]김지원이 내 권력 집중을 비판한 발언과 내가 최나경 접촉을 독단으로 처리했다고 인정한 문장만 잘려 반복됐다. 내가 먼저 사임한 이유도, 100억 기부를 거절한 표결도, 정보 접근권을 세 갈래로 나눈 결정도 기사에서 사라졌다. 한 방송은 ‘피해자 내분으로 붕괴한 재단’이라는 자막을 달았고, 다른 방송은 김지원의 발언 직후 내 사임 선언을 붙여 내가 현장에서 쫓겨난 것처럼 내보냈다. 사람들은 재단이 무엇을 바꿨는지보다 누가 나를 끌어내렸는지를 먼저 묻고 있었다.홍보 담당자가 재단 명의 반박문 초안을 보내왔지만 나는 새 운영위원회가 판단하도록 돌려보냈다. 전 대표의 평판을 지키는 일이 새 체제의 첫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됐다. 대신 재단 계정도 공식 로고도 쓰지 않고 개인 방송을 켰다. 개인정보를 가린 사임 수리 기록과 기부 거절 의결문, 임시 운영위원회 구성표만 화면 아래에 첨부했다. 최나경과 김지원의 진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내 결정을 설명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피해를 다시 재료로 쓸 수는 없었다.이록이 카메라 옆에 섰다.“옆에 있을게.”“이번 설명은 대표였던 내 책임이에요. 화면 밖에서 기다려 줘요.”그는 물만 내려놓고 나갔다. 방송이 끝날 때까지 문을 열지 않겠다고 했다.“오늘 네 가지를 순서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사임했는지, 재단이 100억을 왜 거절했는지, 앞으로 누가 재단을 운영하는지입니다.”첫째, 나는 최나경과 접촉하면서 익명 보호를 이유로 위험 평가가 시작됐다는 사실까지 혼자 쥐었다. 그 결과 김지원은 자신에게 영향을 줄 사람이 재단 안에 들어온 뒤에야 상황을 알았다.“익명을 지킨 판단과 기존 피해자에게 판단할 시간을 주지 않은 잘못은 별개입니다. 그 잘못은 제 것입니다.”댓글에는 최나경을 감싸려다 기존 피해자를 버린 것이냐는 질문이 올라왔다.“최나경
태강을 무너뜨린 날보다, 내 이름표를 떼는 날이 더 무서웠다.태강의 권력은 빼앗으면 됐지만, 재단에서 내가 쥔 권력은 스스로 내려놓아야 했다.총회 화면에는 내가 올린 안건이 떠 있었다.[대표 온사율의 사임.]방금 전까지 하겸의 이름을 어디에 남길지 논쟁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내 이름을 두고 발언권을 눌렀다. 해임안의 최종 의결은 하루 연기된 상태였지만, 나는 마지막 표를 기다려 자리를 보존할 생각이 없었다.“최나경 씨와의 접촉을 독단으로 시작했고, 그 사실이 기존 피해자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제때 알리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판단을 대표 한 사람에게 허용한 구조입니다. 그 책임으로 사임하겠습니다.”피해자 이사 한 명이 바로 반대했다.“지금 대표님이 물러나면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온사율을 쫓아냈다고 할 겁니다. 태강은 재단이 무너졌다고 선전할 거고요. 그걸 알면서도 나가겠다는 겁니까?”“나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들이 결정권을 포기해야 한다면, 대표직을 유지하는 순간부터 재단이 무너지는 겁니다. 물러날 수 없는 대표는 이름만 다른 회장입니다.”“대표님이 떠나면 누가 태강을 상대합니까?”“나만 상대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것부터 잘못입니다.”나는 사임을 면책으로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나경 접촉 과정과 김지원의 안전 고지가 늦어진 경위는 독립 윤리 검토에 그대로 넘기고, 직함을 내려놓은 뒤에도 설명과 자료 제출에 응하겠다고 했다. 사임이 수리된다고 내 판단이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었다.이록은 내 결정을 취소하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총회에 하나의 선택지만 제시했다.“온사율이 대표가 아니어도 법률·전략 자문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의결권과 피해자 정보 접근권 없이 총회가 요청한 사안에만 의견을 내는 방식입니다.”“그 자리를 보장하자는 겁니까?”“아닙니다. 역할이 필요한지, 필요한 사람이 사율인지 모두 총회가 결정해야 합니다. 대표에서 내려온 사람을 자동으로 내칠 이유도, 창립자라는 이유로 다른 의자에 앉힐 이유도 없습니다.”그
“내 동생 이름을 지우는 데 찬성합니다.”김지원이 가장 먼저 발언권을 눌렀다.“100억을 거절해 놓고, 결국 그 사람들이 시킨 대로 하겠다는 겁니까?”첫 번째 안건인 조건부 기부 거절안은 방금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피해자 원자료와 대표 선임권을 돈으로 사려다 실패하자, 상대는 하겸의 이름을 새로운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도 나는 두 번째 안건이 시작되자마자 이름 사용을 바꾸는 쪽에 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돈을 거절했기 때문에 이제 우리 기준으로 다시 판단하자는 겁니다.”“저들이 지우라고 한 바로 다음 날에요?”“저들이 지우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남긴다면 그것도 저들의 요구에 끌려가는 겁니다. 하겸의 이름을 어떻게 남길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해요.”나는 의장석에서 내려와 일반 참석자 자리로 옮겼다. 하겸은 내 동생이었고, 이 안건에서 대표 권한까지 가진 채 발언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았다. 진행은 피해자 이사가 맡았고, 나는 다른 참석자와 같은 시간만 사용하기로 했다.재단 온은 하겸이 죽은 뒤 시작됐다. 나는 빼앗긴 이름을 기록에 남기고, 태강이 지운 사람을 다시 세상 앞에 놓겠다는 뜻으로 하겸의 이름을 모든 홍보물에 새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 있는 피해자들은 늘 하겸의 뒤에 놓였다. 후원 안내문도, 피해 사례집도, 행사 무대도 죽은 한 사람을 먼저 설명한 다음 다른 사람을 불렀다.한 피해자는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보다 하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부터 질문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하겸의 이름이 있었기에 재단을 믿고 찾아왔다며, 그 상징을 걷어내면 태강이 가장 원한 망각을 도와주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두 주장 모두 하겸을 이용하려는 말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방식이 달랐고, 그 이름에서 얻은 안전도 달랐다.“재단이 한 사람의 순교 이야기로만 기억되면 살아 있는 피해자는 하겸을 증명하는 배경이 됩니다. 나는 그 구조를 유지하는 데 찬성하지 않습니다.”김지원은 곧바로 반박했다.“이름을 빼는 순간 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