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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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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의 귀환 294 화
무신의는 담담히 말했다.“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주명은 순간 굳어버렸다.입 안에서 몇 번이고 맴돌던 그 이름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당신을 보면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기분이 듭니다.”주명은 눈가가 촉촉해졌다.“너무 익숙해서… 마음이 아픕니다.”무신의가 그녀의 눈물이 닦아주었다.다정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냉정함이 깃든 그의 손길이지만 눈빛에는 연민이 깃들어 있었다.그 눈빛마저, 택원과 너무도 닮아 있었고 세상을 굽어보는 신처럼, 일말의 감정도 엿보이지 않았다.주명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저…!”하지
왕녀의 귀환 293 화
소은은 조희진이 그를 알아봤다는 걸 곧 눈치챘다.택원을 사모하고 있었으니 못 알아볼 리 없었다.“삼황께서는 다리를 치료하러 오셨습니다.”송백이 설명했다.택원은 뒤돌아 두 사람을 한 번 흘깃 봤지만, 조희진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대신 소은을 향해 다소 냉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여기서 뵙네요.”“그간 평안하셨는지요.”소은이 주명의 손을 끌어 함께 인사를 올렸다.택원은 다른 이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소은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도 않았다.하지만 소은은 주명이 경성에 온 것을 택원이 모르고 있지
왕녀의 귀환 292 화
강미의 핀잔에도 조희진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나도 언젠간 소은 언니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 될 거야.”언젠가는 성숙해지기 마련이다.그 말에 소은은 가슴이 털컥했다.지금이야 소녀의 마음이 순수하다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 감정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하지만 소은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생은 이미 지나갔다.설령 조희진이 북지의 그 여인이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그녀가 아니었다.강준이 여색을 멀리했더라면 그런 일은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소은은 요즘 들어 강준을 볼 때마다 마음이 더
왕녀의 귀환 291 화
소은은 무예에 밝은 편이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조희진의 화살이 과녁에서 조금 빗나갔지만, 그 손목에 실린 힘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사실 여인의 활쏘기가 어려운 건 대부분 손힘이 부족해서였고, 소은 자신도 기술로 보완해야 겨우 균형을 맞출 수 있었지만, 조희진은 순전히 힘만으로 쏘고도 저 정도였다.소은은 무심코 강준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도 약간의 놀라움과, 더불어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잠시 후, 그도 소은을 바라보았고 소은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소은과 강미 외에 루나만이 조희진의 연회에 초대되
왕녀의 귀환 290 화
소은의 기억 속 진명우의 옛집도 북지에서 멀지 않았다.둘이 검술을 연습하기 시작한 건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이었다.처음 이틀은 몹시 힘들었지만, 사흘째부터는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다.배울 수 있다면, 당연히 배우는 편이 좋았다. 재주는 많을수록 손해 볼일은 없으니까.강준이 그녀를 위해 골라준 검은 손에 딱 맞아, 마치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듯 힘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 견딜 만했지만, 손목만 약간 아팠을 뿐이다.하지만 화안부에 가는 날까지도 손목은 여전히 조금 욱신거렸다.화안부는 경성에서도 제법 외진 곳에 있었지
왕녀의 귀환 289 화
“네가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다.”장명희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진짜로 스승을 모시는 거라면 소은도 아까워하지 않았겠지만, 가르쳐 주는 이가 강준이었으니 이 은전들은 허공에 버리는 셈이었다.그렇다고 진실을 말할 수도 없어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강준은 조금도 봐주지 않았고 첫날부터 한향산 길을 따라 한 바퀴 뛰게 했다.한향산 절로 향하는 길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뒤산에서 산꼭대기까지 이르는 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강준은 한결같이 가뿐한 걸음이었지만 소은은 일찍부터 지쳐서 여러 번 멈춰 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