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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Penulis: 차유자
남들은 몰랐지만, 강소연은 그 옥패의 출처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수련은 자기가 훔친 옥패를 찾으러 왔다.

강소연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으나, 그 말투엔 위엄이 묻어났다.

“오늘 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 곤장 스무 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유승헌의 명을 받아 이곳을 지키고 있던 하인들은 강소연의 경고까지 더해지자, 더욱 목숨을 걸고 문을 막아섰다.

수련의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쳤다.

“잃어버린 것을 그저 찾아보려 했을 뿐입니다. 없으면 그만이지요. 그런데 왕비께서 이렇게 막으시는 것을 보니, 혹 양심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날 자극할 필요 없다. 누가 도둑인지, 우리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또 있겠느냐.”

강소연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게다가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내 처소를 뒤지려 해?”

수련을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련이 그녀의 정표를 훔친 것도 모자라,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강소연은 삼 년 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살았다.

그러나 그 증오는 모두 유승헌을 사랑했기에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그 비굴한 사랑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증오만으로 남은 세월을 살기엔 그것 또한 허망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난 일은 묻어두기로 했다. 자신도, 수련도 그만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수련은 만족할 줄 몰랐다. 자꾸만 그녀에게 덤벼들었고,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제 신분이 미천한 줄은 알지만, 그 옥패는 저에게 소중한 물건입니다.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수련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네 소중한 물건에 더는 관심이 없으니, 여기서 공연한 짓 하지 마.”

강소연은 수련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수련이 조금이라도 영리하다면, 더는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수련은 생각보다 훨씬 어리석었다.

“왕비마마께서 통촉해 주시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왕야께 여쭈러 가야겠네요.”

“마음대로 해.”

더 이상 수련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강소연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유승헌이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별당에 나타났다.

“비켜라!”

하인들은 유승헌이 무서웠지만, 내심 강소연의 협박도 두려웠다. 그들은 온몸을 벌벌 떨며 어쩔 줄 몰랐다.

“왕야께서 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강소연이 천천히 밖으로 나와 유승헌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옷자락이 나붓꼈고, 가녀린 그녀의 몸이 유난히 수척해 보였다.

그녀를 마주한 유승헌은 갑자기 가슴 한편이 저릿했다. 그러나 곁에서 들려오는 수련의 흐느낌에, 다시 얼굴이 굳어졌다.

“수련의 옥패가, 네게 있느냐?”

“제가 왜 그 옥패를 가지고 있겠어요?”

강소연이 담담히 되받아 물었다.

“지난번에도 나를 구해준 수련의 공을 가로채려 하지 않았느냐!”

강소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창백한 얼굴에 약간의 생기가 돌았다.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저도 더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결코 굽히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오른 유승헌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뒤져 보면 알 일이다.”

그를 막을 수 없다고 여긴 강소연이 손을 저어 하인들을 물러나게 했다.

“외실 하나 때문에 정실의 처소를 뒤지시다니, 왕야께서는 정녕 조정의 비난이 두렵지 않으신가요?”

의자를 그늘진 곳에 옮기게 한 강소연은 자리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인들을 바라보았다. 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

“수련은 외실이 아니다.”

유승헌이 차갑게 한마디했다.

수련이 울먹이며 무릎을 꿇고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제가 오해한 것이라면, 기꺼이 모든 벌을 받겠습니다. 절대 왕야께 누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네 탓이 아니다. 너무 자책하지 마라.”

유승헌이 부드러운 얼굴로 허리를 굽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강소연은 구역질이 났다.

그때, 하인 하나가 옥패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왕야, 옥패를 찾았습니다!”

유승헌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어디서 찾았느냐?”

“이화의 화장함 속에서 찾았습니다.”

“말도 안 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소연은 머리가 핑 돌았다.

“증거가 이렇게 분명한데, 어디서 변명하려는 거냐?”

유승헌이 옥패를 들어 그녀 앞에 내밀더니, 고개를 돌려 하인에게 명했다.

“그년을 끌고 오라!”

이화가 두 사람의 손에 잡혀 끌려 나왔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강소연의 발밑으로 힘껏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 전 훔치지 않았어요. 억울해요!”

애처로운 이화의 모습에 강소연의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눈물범벅이 된 이화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난 널 믿어, 걱정하지 마.”

“주인과 하인이 한통속이구나. 주인의 명령을 받고 하인이 훔쳤을지도 모르지.”

옥패를 수련의 목에 걸어 준 유승헌이 몸을 돌려 강소연을 조롱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런 조사도 없이 절도죄를 덮어씌우시다니, 왕야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

강소연이 비웃으며 말했다.

“훔친 것인지 아닌지, 심문하면 알 터.”

유승헌의 명령에 따라, 호위가 긴 곤장을 들고 곁에서 대기했다.

“아가씨, 살려주세요…”

이화가 두려움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강소연도 깜짝 놀랐다. 유승헌의 발길질로 입은 상처가 채 낫지도 않은 이화가 이렇게 큰 형벌을 견딜 리 만무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화 앞에 몸을 던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무도 손대지 마라!”

수련이 유승헌의 옷소매를 붙잡으며 말리는 시늉을 했다.

“왕야, 노여워 마세요. 옥패도 찾았고, 더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겠습니다.”

유승헌이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너그럽게 넘어가려 하니, 참으로 대견하다. 하지만 이대로 마무리하면, 왕비가 가만히 있지 않을 터다.”

유승헌이 싸늘한 시선으로 강소연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작해.”

호위가 곤장을 높이 들어 올렸고, 이화의 등에 내리치려는 순간, 강소연이 빠르게 몸을 돌려 이화를 꼭 껴안았고, 곤장은 그대로 강소연의 등에 내리꽂혔다.

그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강소연의 등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고, 입안엔 쇠 맛이 감돌았으며,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왕야, 왕비마마… 죄송합니다!”

호위가 정신을 차리고 곤장을 버린 채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온몸을 떨었다.

이화가 몸을 돌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강소연을 붙잡으며 오열했다.

“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세요?”

“너…”

유승헌이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 손은 끝내 그녀에게 닿지 않았고, 허공에서 멈췄다.

입술이 새하얗게 질린 강소연은 한참 숨을 고른 뒤에야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옥패를 찾았다고 해서, 이화가 훔쳤다고 할 수 있나요?”

등줄기에서 불길이 일렁이는 듯했다.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말 한마디를 하는데도 온 몸의 힘을 쏟아부어야 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어찌 어제 물건을 가져다준 사람도, 오늘 수색한 사람도 조사하시지 않고, 제 사람부터 때리려 하시는 겁니까?”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며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었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분노에 번뜩이는 시선이 유승헌을 향했고, 그 안엔 한 점의 굴복도 없었다.

유승헌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말을 꺼내려는 듯 목젖이 움직였지만, 끝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유승헌은 강소연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끝까지 꺾이지 않았다. 그 순간, 그는 비로소 그녀의 고집이 얼마나 단단한지 깨달았다.

만약 그녀가 조금만 물러섰더라면, 그는 결코 호위에게 형벌을 내리라고 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살짝 겁만 주려던 참이었는데, 이 지경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소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이 일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냉담한 말투 앞에서 그는 이성을 잃었다.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녀가 전처럼 순순히, 언제나처럼 자기에게 고개를 숙여 주길 바랐다.

그러나 강소연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고, 조금의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왕야.”

강소연의 목소리에 그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제 사람을 건드리지 마세요.”

말을 마친 그녀가 눈을 감았다. 마치 꽃잎이 떨어지듯, 이화의 품에 힘없이 쓰러졌다.

순간, 그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러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는 한걸음에 달려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방 안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수련이 무언가 외쳤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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