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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고월영은 당황했다.

간담이 서늘하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강현준은 더 이상의 얘기 없이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고월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여왕일 리가 없다.

눈물점은 그녀가 손수 그려준 것이고 문지르면 지워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제의 눈물점은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한 거지?

고월영은 호흡을 가다듬고 가림천을 열었다.

그녀는 강현준의 손을 피해 마차의 변두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렸다.

강현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부현공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

“현우 오라버니, 정말 오랜만입니다!”

양왕 강남정도 웃으며 다가왔다.

“폐하께 인사 드리러 온 거야? 신혼 축하해!”

고월영은 긴장한 표정으로 강현준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여전히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강현우의 기품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부현공주와 양왕 전하는 정말 아무런 낌새도 눈치 못 챈 건가?

두 사람은 강현준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함께 대전으로 먼저 들어가 버렸다.

지언이 고월영에게 다가와서 공손히 말했다.

“왕비마마,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대전으로 드시어 황제폐하와 황후마마께 인사를 올리지요.”

“그… 그러자꾸나.”

고월영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강현준을 따라갔다.

궁중예절은 까다롭고 번잡했다.

그런데 아무도 현왕의 위장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고월영이 예를 올리는 과정을 다 지켜보고는 입을 열었다.

“태후께서 요즘 건강이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궁에 왔던 김에 태후마마도 뵙고 가고 싶군요.”

황제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황후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월영에게 말했다.

“오황은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지요. 앞으로 왕비가 옆에서 많이 보필해 주세요.”

고월영은 그 말이 당혹스러웠다.

여왕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니? 그와 일년을 교제했지만 한 번도 어디 아픈 티를 낸 적은 없었다.

게다가 어젯밤에 거칠게 자신을 다루던 모습을 상상하면 전혀 병약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궐에서는 자나 깨나 입조심을 해야 한다고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았기에 굳이 황후의 말에 의문을 제기할 마음은 없었다.

고월영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어마마마.”

황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현준에게 말했다.

“오황도 이제 건강을 잘 챙겨야 합니다. 혼례도 올렸으니 좋은 소식 기대하고 있지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어마마마.”

강현준은 고월영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황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고월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강현준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잡아먹을 것 같은 시선이었다.

황후는 그 모습을 보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황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오황, 현왕은 언제까지 황성에 머무를 생각이지?”

“폐하, 제 조카인 연이가 최근에 황성에 와 있사옵니다. 마침 사황도 돌아왔으니 둘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강현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황후의 말을 잘랐다.

“형님은 공무가 다망하여 손님을 맞을 여유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황후 앞에서도 전혀 자제하지 않고 싸늘한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황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작별인사를 고했다.

“아바바마, 어마마마, 소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강현준은 곧장 걸음을 돌렸다.

고월영이 떨떠름하게 서 있는 사이, 그가 다가와서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태후마마께 인사 드리러 가야지!”

고월영은 다급히 황제와 황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소첩도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현왕과 같이하는 시간은 고역이 따로 없었지만 따라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고월영은 어쩔 수 없이 강현준을 따라 대전을 나섰다.

영안궁 앞에 도착하자 앞에서 걷던 강현준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고월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그는 음침한 표정으로 손을 뻗더니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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