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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흣….”

고월영이 일부러 신음을 흘린 것은 아니었다.

강현준의 거친 공세에 저도 모르게 신음이 나온 것이다.

어떻게 여인을 이렇게 거칠게 다룰 수 있는 거지?

그녀는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다가 그가 왜 이러는지 알아챘다.

하지만 이 방법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만약 부현 공주가 가림천을 연다면….

지척에서 들리던 공주의 발걸음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

고월영은 이를 질끈 깨물고 강현준이 다시 몸을 부딪혀 올 때 신음을 내뱉었다.

“앗….”

걸음을 멈춘 공주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이… 이게 무슨 소리지?

살이 부딪히는 마찰음과 여자의 비명이라니….

“유리야, 이쪽으로 오너라!”

양왕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여동생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니 현우 이 녀석은 아무리 신혼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절제를 못해서야….’

앞에서 마차를 몰던 지언도 신음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멀리서 양왕과 부현공주가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는 게 보이자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

더 이상 양왕과 부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쯤에야 고월영은 드디어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강현준을 힘껏 밀치며 새초롬하게 말했다.

“현왕 전하, 이제 일어나셔도 됩니다!”

강현준이 그녀의 가슴에서 천천히 얼굴을 들더니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

“이 몸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한 주제에 일이 다 끝났으니 이대로 내치는 건가? 여왕비는 정말 양심도 없군!”

“전하….”

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이내 몸을 일으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다시 냉기를 풀풀 흘리고 있었다.

고월영은 얼른 자신의 자리로 가서 황급히 옷매무시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너무 민망하고 어색해서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강현준은 다시 병법서에 시선을 돌리고 그녀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고월영은 다시 마음이 착잡해졌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이 남자에게서 멀리 떨어져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영원히 다시 안 보고 살면 더 좋겠지만….

마차가 드디어 양덕궁 앞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 부현공주와 양왕도 있었다.

두 사람 역시 황제와 황후마마한테 인사를 올리러 온 것이었다.

가림천을 거두고 마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던 고월영은 멀리서 두 사람을 알아보고 다시 가림천을 내렸다.

‘어떡하지? 저 두 사람은 분명 나와 같이 온 사람이 여왕 전하라고 알고 있을 텐데….’

만약 강현준이 이대로 마차에서 내린다면… 그 뒤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지언이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었다.

“전하, 지금은 여왕 전하의 신분으로 인사를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강현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고월영을 바라보았다.

고월영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언이 계속해서 말했다.

“왕비마마, 혹시 현왕 전하의 눈가에 눈물점을 그려주실 수 있을까요?”

고월영은 조심스럽게 강현준의 눈치를 살폈다.

현왕의 얼굴에 눈물점 하나만 추가한다면 아주 감쪽같았다.

하지만 황제폐하와 황후마마는 두 사람을 낳아주신 분들이신데 설마 이런다고 못 알아볼까?

“왕비마마, 공주 전하와 양왕 전하께서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

지언이 계속해서 재촉했다.

고월영은 허둥지둥 시녀가 챙겨준 보따리에서 눈썹붓을 찾아냈다.

그녀는 붓을 들고 강현준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왕 전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성격상 협조해 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데 현왕이 인상을 확 찌푸리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이 몸이 누구라고?”

“혀….”

그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지자 고월영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일단은 수락한 것이다!

“여왕 전하.”

그랬다. 지금부터 그는 여왕 강현우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이 열 개라도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얼마 후, 현왕 강현준의 눈가에 눈물점 한 개가 생겨났다.

장본인인 고월영조차 그 얼굴을 보고 놀라서 붓을 떨어뜨렸다.

외모가 거의 똑같았다!

자꾸만 머리 속에 자신을 안던 남자의 얼굴이 겹쳐졌다.

그녀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강현준이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리고 싸늘하게 말했다.

“어때? 지금도 어제 너를 품은 정인이 여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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