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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1 22:59:11

대전에서 곧장 온 듯 그의 어깨에는 밤공기의 서늘함이 남아 있었다. 서령이 예를 올리려 몸을 낮추자 도겸은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 이곳에 와서까지 네 절을 받고 싶지는 않구나.”

“전하, 미리 기별이라도 주셨으면……”

“그러면 네가 또 수라상을 가득 차렸겠지. 오늘은 조용히 쉬고 싶어 왔다.”

도겸은 말을 마치고도 그녀의 팔을 놓지 않았다.

대전에서 나온 뒤 내관은 침전으로 가마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도겸은 희원궁으로 향하라고 명했다.

종일 대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누군가는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누군가는 흉년이 든 고을에 구휼미를 내리는 일을 반대했다.

그 모든 말을 듣고 나니 서령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그녀가 특별한 말을 해 주어서가 아니었다. 희원궁에서는 누구도 그에게 결정을 재촉하지 않았고, 서령은 왕의 눈치를 살피며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지도 않았다.

도겸은 그 점이 좋았다.

“오늘도 약방을 차려 놓았구나.”

그의 시선이 약장 앞에 놓인 작은 절구와 향목, 아직 치우지 못한 비단 조각들로 향했다.

서령은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

“약방이라니요. 그저 향낭 하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내 것이냐?”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도겸은 탁자 위의 푸른 향낭을 집어 들었다.

가볍게 코끝에 가져간 그의 눈매가 느슨해졌다.

“지난번보다 향이 좋구나.”

“지난번 것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랬던가?”

“전하께서는 제가 드리는 것은 무엇이든 좋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정말 마음에 드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도겸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불만이냐?”

“불만이라기보다 궁금한 것이지요.”

서령은 향낭을 받아 그의 허리띠에 달아 주었다. 매듭이 비뚤어지지 않도록 손끝으로 매만지는 동안 도겸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을 내가 몸에 지니고 다닐 사람으로 보이느냐?”

“그렇지는 않으십니다.”

“그런데도 묻는구나.”

“전하께서는 가끔 저를 기쁘게 해 주시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씀을 하시니까요.”

도겸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너는 참 이상한 여자야. 다른 이들은 내 말 한마디에 기뻐하면서도 더 듣고 싶어 하는데, 너는 내가 좋다고 하면 오히려 의심부터 하니.”

“전하께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야 다음에는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도겸은 향낭을 다시 살폈다.

“백단향을 줄였구나.”

“예. 지난번에는 향이 조금 무거웠습니다. 전하께서 요즘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신다 하셔서 귤피를 조금 더했습니다.”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느냐?”

서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매듭을 정리했다.

“전하께서 제게 말씀하신 것이니까요.”

도겸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었다.

“그러니 내가 이곳을 찾지 않을 수가 없지.”

서령의 손끝이 멈췄다. 그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여전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도겸은 그런 그녀를 보며 낮게 웃었다.

“손이 차구나.”

“창을 오래 열어 두었습니다.”

그는 직접 창가로 걸어가 문을 닫았다. 뒤따라온 내관이 황급히 다가왔지만 도겸은 손짓으로 물렸다.

“희원궁의 창 하나쯤은 내가 닫아도 되지 않겠느냐.”

서령이 웃음을 참지 못하자 도겸도 따라 웃었다.

난희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사람들을 물리고 새 숯을 화로에 넣었다.


방 안이 따뜻해지자 도겸은 서령과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대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는 아직 피로가 남아 있었다.

북쪽 고을의 흉년이 예상보다 심각했다.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지역도 있었고, 세금을 내지 못한 백성들이 농토를 버리고 떠나고 있다는 보고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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