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검사실로 이동하는 동안 혜린은 휴대전화를 들고 있지 않았다.
간호사가 상태를 확인하며 침대 옆을 따라갔다. 은채는 출발 직전 환자를 다시 보고, 변화가 생기면 바로 알려달라고 했다. 지금은 혈압과 의식이 유지되고 있어 재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송현섭은 검사실 쪽과 직접 연락을 맞췄다.
“서 선생은 결과 보고 바로 상의해요. 문 교수님한테도 지금까지 전달했습니다.”
“네.”
그는 다른 환자의 진료를 마무리하러 갔다. 은채는 혜린의 초기 진찰 옆에 방금 아팠던 범위를 적었다. 맥박이 변한 시각과 진통제를 투여한 시각도 나란히 놓고, 새 영상이 올라올 화면을 열어뒀다.
민재가 화면 옆에 종이를 놓았다.
“투여한 약하고 반응 정리했습니다. 통증은 잠깐 줄었다가 다시 커졌고요.”
“고마워요.”
“처음부터 수술할 정도였던 건 아니죠?”
민재는 적어 온 기록으로 시선을 내렸다. 자신이 놓친 변화가 있었는지 첫 진찰 내용부터 훑었다.
“첫 영상에 장이 뚫렸다는 확실한 소견이나 큰 출혈은 없었어요. 진찰도 지금하고 달랐고요.”
“그럼 이런 경우는 언제까지 보면 되나요?”
“시간 하나로 정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환자를 계속 보는 거고.”
민재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이 남았다.
은채는 말을 조금 바꿨다.
“지금처럼 새로 생긴 걸 찾으면 알려줘요. 그것만 제때 해도 다음 판단이 달라집니다.”
그는 메모한 종이를 다시 읽었다. 은채는 종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자기 기록 옆에 나란히 놓았다.
오후 4시 40분, 검사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새 영상이 화면에 뜨는 동안 은채는 영상의학과에 다시 연결했다. 전화를 받은 박준영 교수도 두 검사를 나란히 열고 있었다.
“오전보다 복강 내 액체가 늘었습니다.”
그가 먼저 말했다.
은채는 같은 위치로 화면을 옮겼다. 장 사이에 보이는 액체가 이전보다 분명했다.
“이쪽 장간막도 변화가 커졌네요.”
“네. 그리고 이 구간 장벽을 보세요.”
준영이 위치를 짚어줬다. 주변 장과 달리 조영되는 양상이 좋지 않았다. 은채가 앞선 영상과 번갈아 봤다.
“장간막 손상에 따른 혈류 문제를 의심합니다. 영상만으로 살아 있는 범위를 단정할 수는 없고요.”
“활동성 출혈 쪽은요?”
“지금 두드러진 건 그쪽보다 장 상태입니다. 수술팀에서 직접 평가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은채는 그의 의견을 받아 적었다. 무슨 장기가 깨졌는지 찾는 시선으로만 봤다면 놓치기 쉬운 문제였다. 장을 지탱하고 혈액을 보내는 조직이 손상되면, 장 자체가 버티지 못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문정원에게 연락했다. 첫 검사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것과 영상의학과 의견을 짧게 정리했다.
―나 진료구역 들어왔어. 환자 같이 보자.
혜린의 침대가 돌아왔다. 얼굴에 땀이 맺혀 있었다. 아프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폭도 작아졌다.
“움직일 때가 더 아파요.”
은채는 문정원과 함께 다시 진찰했다. 아까는 누르는 순간 불편해하던 배가 이제는 힘을 빼기 어려울 만큼 예민해져 있었다.
문정원은 진찰을 끝내고 담요를 덮어줬다. 영상과 현재 상태를 함께 확인한 뒤 은채를 봤다.
“수술 준비하자.”
더 지켜보는 쪽으로 시간을 쓸 이유가 줄어들었다.
은채는 혜린에게 의자를 가까이 당겼다. 옆에 서 있는 채로 내려다보며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장으로 피가 제대로 가지 않는 부분이 의심됩니다. 처음보다 배 안의 변화도 커졌고요. 안쪽을 직접 확인하는 수술이 필요하겠습니다.”
혜린이 눈을 크게 떴다.
“지금요?”
“네. 지금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녀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마감할 주문 때문에 퇴원을 묻던 사람 앞에 전혀 다른 선택이 놓였다.
“장에 피가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은채는 혈류가 부족한 장이 손상될 수 있고, 상태에 따라 일부를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를 치료해야 하는지는 안쪽에서 확인해야 했다.
“그걸 사진만 보고는 몰라요?”
“위험한 부분을 의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치료해야 하는지는 수술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혜린의 입술이 말라 있었다. 은채는 간호사에게 불편한 점을 도와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설명을 이어갔다. 필요한 치료와 위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을 지나치게 짧게 줄이지 않았다.
문정원도 옆에서 질문을 받았다.
“수술 안 하고 약으로 하면 안 될까요?”
혜린이 물었다.
“현재처럼 장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고 배 상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약만 쓰면서 기다리기 어렵습니다.”
문정원의 답을 듣고 혜린은 고개를 숙였다.
은채는 잠깐 기다렸다. 환자가 알아듣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같은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방 안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혜린이 화면을 확인했다.
“언니예요. 선생님이 얘기해주시면 안 돼요?”
“네. 말씀하신 내용 같이 설명드릴게요.”
은채는 동의를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소개하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상대는 놀라서 같은 질문을 몇 번 반복했다.
―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나요? 지금 출발하면…….
은채는 혜린을 봤다. 그녀가 전화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환자분께 지금 수술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보호자분이 오실 때까지 치료를 미루기는 어렵습니다. 오시는 동안에도 연락받으실 수 있게 해두겠습니다.”
혜린이 손을 내밀었다.
전화기를 돌려받은 그녀가 언니에게 말했다.
“나 듣고 있어. 설명 들었어.”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천천히 와. 사고 내지 말고.”
은채는 시선을 내렸다. 환자가 자기 상황보다 다른 사람의 운전을 먼저 걱정하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렇다고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혜린이 전화를 끊고 문정원을 봤다.
“하겠습니다.”
수술 동의와 준비가 이어졌다. 혜린은 손가락으로 문서의 설명을 따라가다가 궁금한 것을 두 가지 더 물었다. 은채는 가능성을 확정된 결과처럼 말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통증을 조절하는 처치 뒤 혜린의 표정이 잠깐 풀렸다.
“조금 덜 아픈데, 그래도 해야 하는 거죠?”
은채가 환자를 보며 답했다.
“아픔이 줄어든 건 다행입니다. 하지만 장의 상태가 괜찮아졌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요. 지금 확인한 변화 때문에 수술은 필요합니다.”
혜린은 더 묻지 않고 배 위에서 손을 내렸다. 은채는 환자가 편해 보인다는 이유로 앞선 결정을 흐리지 않도록, 통증 조절 뒤의 상태까지 기록에 남겼다.
복도 쪽에서 수술실 준비 상황을 확인한 민재가 돌아왔다. 마취팀에도 환자의 상태가 전달돼 있었다.
문정원은 은채에게 말했다.
“수술 전 준비 같이 확인하고, 오늘은 네가 앞에서 해봐.”
은채가 고개를 들었다.
“제가요?”
“외과 전문의 맞잖아. 환자 변화를 네가 이어서 봤고, 맡을 수 있는 부분인지 경험도 확인했어. 내가 옆에 들어가고.”
은채는 수술실 상황표를 받아 자기 앞에 놓았다. 들어갈 방과 준비할 기구를 읽는 동안 문정원이 기다렸다. 기회를 받았다는 말보다 먼저, 혜린에게 설명한 수술을 끝내고 싶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문정원이 말했다.
“애매하면 바로 말해. 혼자 결정한 다음에 설명하지 말고.”
“네.”
환자 침대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혜린은 아침에 입고 왔던 겉옷을 작은 봉투에 넣어 간호사에게 맡겼다. 차 열쇠와 휴대전화도 함께 들어갔다. 은채는 필요한 물건과 귀중품이 구분돼 인계되는 것을 확인했다.
문 앞에서 혜린이 물었다.
“선생님도 들어오세요?”
“네. 문 교수님과 함께 수술합니다.”
혜린은 그 말을 듣고 봉투에서 손을 뗐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짧은 이동 시간 동안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은채는 혜린의 눈이 천장 숫자판을 따라가는 것을 봤다. 차에서 걸어 나왔다는 사실이 이제 이 사람에게 무슨 의미일지 생각했다.
은채는 침대 옆에서 혜린의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통화할 때보다 말수가 줄었지만,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눈은 여전히 그녀를 따라왔다.
수술실이 가까워지자 은채는 인계할 내용을 다시 짚었다.
수술실 앞에서 낮부터 근무하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설명을 이어갔다. 어제와는 다른 마취팀이었다.
은채는 인계 내용을 공유하고 손을 씻으러 갔다.
어제 처음 섰던 세면대의 위치가 이제는 익숙했다. 물이 흘러내리는 동안, 혜린이 마지막으로 한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선생님도 들어오세요?
은채는 수술실 문이 열리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환자 곁에서 기다리던 문정원이 눈으로 준비 상태를 확인했다. 은채는 자신의 앞에 놓인 기구를 봤다. 사진에서 의심한 장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이제 그 손으로 확인해야 했다.
“시작하자.”
금요일 오전 8시, 은채는 남정호의 침대 앞에서 야간 외과의의 인계를 받았다.밤사이 순환 지원을 다시 늘려야 할 변화는 없었다. 소변과 산염기 상태도 회복되는 방향이었다. 음압 장치는 밀폐를 유지했고, 배액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었다.정호는 기관내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은채가 이름을 부르자 눈꺼풀이 움직였다. 담당팀이 현재의 반응과 진정 상태를 설명했고, 은채는 복부와 관의 상태를 살폈다.이제는 안쪽을 확인할 시간이었다.수진은 이동 전에 잠깐 아버지를 만났다. 전날 가져간 그림이 가방 바깥으로 조금 나와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고 침대 곁에 섰다.“아버지, 나 밖에서 기다릴게.”정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수진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손을 잡았다가 이동 준비가 시작되자 놓았다.은채는 수진에게 예정된 재탐색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확인한 상태에 따라 연결과 복부 폐쇄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수진은 어제처럼 왜 또 여느냐고 묻지 않았다.“설명 끝나면 저를 불러주세요. 멀리 안 갈게요.”준석이 수술실 앞에서 합류했다. 그는 전날 표시해둔 구간을 다시 펼쳤고, 은채는 문정원에게 밤과 아침의 경과를 전달했다. 마취는 소민이 다시 맡았다.이성훈과 맞춘 혈류 평가와 항응고 조절 계획도 함께 확인했다.오전 10시, 임시 폐쇄 장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첫 수술을 마친 뒤 41시간 남짓이 지나 있었다.보호층 아래에서 장이 드러났다.
목요일 오후 2시, 은채는 남정호의 밤 기록을 펼쳤다. 몸은 회복되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알고 싶은 것, 남겨둔 장이 살아났는지는 그 어디에도 적혀 있을 수 없었다.수요일 저녁 7시에 넘겼던 경과 뒤로 새로운 줄들이 붙어 있었다. 소변량이 줄었던 시각, 담당팀이 환자를 재평가한 내용, 치료를 조절한 뒤의 변화가 이어졌다. 같은 혈압이라도 받쳐주던 약의 양은 달랐다.정호의 침대에 도착하자 미경이 전용 음압 장치의 배액을 보여줬다.“오전부터 색이나 양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설정과 밀폐 상태도 유지되고요.”“새로 혈성으로 늘어난 적은요?”“야간 기록에도 없습니다. 대신 새벽에 소변이 줄어서 외과랑 중환자 담당이 같이 봤어요.”은채는 이미 읽은 시각을 짚었다. 미경은 야간 담당에게 인계받은 내용에, 아침부터 직접 본 배액 변화를 덧붙였다.배를 덮은 장치 아래에서는 전날 남겨둔 구간을 볼 수 없었다.은채가 복부를 살피는 동안 담당 간호사는 최근 순환과 호흡의 변화를 정리했다. 은채는 위 감압관의 배액과 고정 상태도 보고, 손대지 말아야 할 관을 환자 쪽에서 멀리 정리했다.“이거 보면 장이 살아났는지 알 수 있나요?”수진이 면회 시간에 들어와 물었다. 눈길은 배가 아니라 배액 용기에 머물러 있었다.“새 출혈이나 다른 문제가 생기는지 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남겨둔 장의 상태를 이것만으로 알 수는 없어요.”“피가 덜 나오면 좋아지는 건 줄 알았어요.”
오후 2시 25분, 남정호의 수술이 시작됐다. 배를 연 뒤 은채는 영상보다 넓은 변화를 보았다.소장은 한 가지 색이 아니었다. 선홍빛이 남은 구간 옆으로 회색빛 장이 이어졌고, 그 가운데 짧은 부위는 훨씬 어두웠다. 혈류가 줄어든 범위 안에서도 손상의 깊이는 고르지 않았다.문정원이 물었다.“먼저 해야 할 건?”“혈류 회복할 공간 확보하고, 그동안 전체 범위를 보겠습니다.”혈관외과 이성훈이 맞은편으로 붙었다. 은채와 준석은 부은 장을 보호하면서 혈관에 접근할 시야를 열었다. 마취를 맡은 소민이 환자의 순환 상태와 수술 전 투여한 약을 알렸다.은채는 조금 전 응급실에서 마지막으로 만져본 배를 떠올렸다. 처음보다 단단해진 부위가 있었다. CTA에서도 그쪽 장벽으로 조영제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혈관 안으로만 접근하는 치료를 검토했지만, 이제는 장을 직접 볼 필요가 있었다.“이쪽 고정은 제가 하겠습니다.”준석이 보조 기구를 받았다. 같은 곳에 두 사람의 손이 겹치지 않게 자리부터 나눴다. 은채는 빈 공간으로 흡인기를 넣었다. 부어오른 장 아래에 고였던 액체가 걷히자 혈관으로 이어지는 조직이 드러났다.성훈이 말했다.“이 시야 유지해주세요.”그가 재개통을 준비하는 동안 문정원과 은채는 나머지 장을 따라갔다. 준석은 어느 구간을 이미 봤는지 짧게 되읽었다. 앞에서 본 장이 뒤섞여 들어오지 않도록 수술포 위에 놓는 방향도 맞췄다.경계가 애매한 곳이 예상보다 길었다.
수요일 오전 10시, 최준석은 안내받은 외과 업무 공간으로 들어왔다.영상 속에서 봤을 때보다 키가 컸다. 가방은 작은 것 하나였고, 청해에서 사용할 출입증을 손에 들고 있었다.“서 선생님?”“서은채입니다.”“최준석입니다. 어제 자료 잘 봤습니다.”악수는 짧았다. 은채는 인사 뒤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문정원이 부르는 쪽으로 갔다. 환자 목록이 이미 펼쳐져 있었다.진료지원 일정에 맞춰 진료 참여 절차와 인계가 준비돼 있었다. 문정원이 오늘 함께 볼 환자와 협진 연락 체계를 설명했다. 준석은 청해에서 담당팀으로 연결되는 번호부터 휴대전화에 넣었다.민재가 첫 환자를 설명하다가 검사 결과를 두 번 읽었다. 준석이 기다렸다가 물었다.“오늘 그 환자를 봤습니까?”“네. 아침에요.”“검사표 말고 그때 얘기부터 해주죠.”민재는 환자가 밤에 잠을 못 잤다는 말부터 다시 시작했다. 준석은 그 원인이 통증인지, 다른 불편인지 물었고, 은채는 담당 간호사에게 받은 밤의 기록을 보탰다.그들이 함께 병실을 돌고 돌아오자 준석이 말했다.“여기는 병동 올라가는 길이 짧네요.”“길은 짧은데 중간에 많이 불립니다.”은채가 대답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문정원의 전화가 울렸다. 준석은 소리 내 웃지 않고 자기 목록의 다음 칸을 넘겼다.점심 직전 문정원이 예정
순자는 퇴원 설명을 듣다가 라켓 가방을 무릎 아래로 밀었다.“이건 그냥 들고 가는 거예요.”누가 먼저 묻기도 전이었다. 나경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엄마, 선생님이 가방 검사하러 오신 거 아니야.”“지난번에 봤잖아. 오늘 또 운동 얘기부터 할까 봐.”은채도 웃었다. 수술 후 4일째였다. 순자는 식사를 늘린 뒤에도 토하지 않았고, 새로 심해지는 복통 없이 병실과 복도를 걸었다. 진찰과 상처, 장 기능을 문정원과 함께 검토한 뒤 오늘 퇴원을 결정했다.나경은 퇴원 안내문을 펼쳐놓았다. 종이 모서리에 어머니가 가져온 펜이 끼워져 있었다.은채는 집에서 걸으며 움직이는 것과 힘을 크게 쓰는 운동을 나눠 설명했다. 탁구를 다시 시작할 시점은 추적 진찰에서 수술 부위와 회복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그럼 동호회 구경은요?”“집에서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는지 먼저 보세요. 가시더라도 오래 앉거나 힘들게 이동하지 않도록 조절하시고요.”“내가 구경 가면 한 번만 치라고 할 사람들이라서.”순자가 가방을 더 깊이 밀었다. 이번에는 나경이 지퍼를 열어 라켓을 자기 가방으로 옮겼다.“제가 보관할게요.”“그건 또 싫은데.”모녀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수술 전에는 나경이 묻는 동안 순자가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오늘은 어머니가 말하다가 딸의 말을 빼앗았다.은채가 새로운 심한 복통이나 구토, 상처의 변화가 생
화요일 오전 9시, 화면 속 최준석이 초기 영상을 열었다.전날 받은 질문과 똑같은 순서였다. 최종 영상이나 퇴원 결과부터 보여달라는 말은 없었다.청해 쪽 회의실에는 문정원과 박준영이 앉아 있었다. 중환자실에서는 평소처럼 담당팀이 환자를 보고 있었다. 은채는 공유할 자료를 열고 마이크를 켰다. 이름과 등록번호를 가린 첫 CT 옆에 내원 당시 진찰 기록을 놓았다.“최초에는 3등급 손상으로 판단했습니다. 혈압과 맥박, 복부 진찰을 같이 봤고, 영상에서 명확한 혈관 병변이나 조영제 유출은 없었습니다. 우선 집중 관찰을 선택했습니다.”“출혈이 없었다는 말씀입니까?”준석이 물었다.“아니요. 비장 주위 혈액은 있었습니다. 당시 바로 중재할 혈관 병변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은채는 자기 슬라이드의 문장을 읽지 않고 대답했다. 말을 잘못 줄이면 첫 판단부터 달라졌다.준석은 영상을 한 장 넘겼다.“그럼 관찰을 유지할 수 있었던 조건을 더 설명해주시죠.”은채가 준비한 표를 펼쳤다. 혈액검사 결과만 모아둔 표 옆에 통증과 진찰, 활력징후, 보고와 재평가 시각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정아가 처음 배를 누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들은 말이 검사 수치보다 먼저 기억나는 구간도 있었다. 은채는 기억 대신 그날 남긴 기록을 짚었다.“감시할 병상과 반복 진찰이 가능했고, 중재나 수술이 필요해지면 전환할 팀도 확보돼 있었습니다. 관찰한다고 정한 뒤에도 그 조건이 유지되는지 다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