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화면에 비친 배 안에는 액체가 고여 있었다.
혜린의 혈압과 호흡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한 팀은 작은 절개로 카메라를 넣는 복강경으로 먼저 안쪽을 살폈다. 은채는 문정원과 함께 장의 상태를 확인했다. 영상에서 의심했던 부근으로 접근하자 주변과 다른 빛깔의 구간이 보였다.
장이 배 안에 매달리는 장간막에 손상이 있었다. 그곳에서 혈액을 공급받는 소장 일부가 제 색을 잃고 있었다.
은채는 바로 잘라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장의 어느 부분까지 영향을 받았는지, 주변에 다른 손상은 없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문정원이 화면을 보며 물었다.
“어디부터 볼래?”
“전체 확인하면서 손상 범위부터 잡겠습니다.”
은채가 카메라 방향을 조정했다. 민재는 보조 위치에서 그녀의 지시를 기다렸다. 첫날 수술에서는 스스로 따라가느라 바빴던 은채가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야 했다.
“류 선생, 그쪽 조금만.”
민재의 손이 멈췄다. 어느 방향을 말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은채는 곧바로 고쳤다.
“지금보다 왼쪽으로 조금 옮겨주세요. 제가 보는 곳이 가려져요.”
“네.”
시야가 정리됐다.
문정원은 그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대신 은채가 놓칠 수 있는 부위를 짚었다. 두 사람은 장간막 손상 주변을 평가하고 필요한 처치를 위해 절개를 넓혀 접근하기로 했다.
개복으로 전환하는 이유를 팀에 공유한 뒤 준비가 바뀌었다. 계획이 달라졌다고 수술실이 당황하지는 않았다. 마취팀은 환자의 상태를 알려줬고, 기구팀은 다음에 필요한 것을 준비했다.
손상 부위를 직접 확인하자 상태가 더 분명해졌다.
은채가 의심했던 부분은 살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손상은 생각보다 깊었고, 일부에서는 장벽이 버티지 못한 작은 구멍도 확인됐다. 주변의 오염을 통제하고 생명력이 없는 부위를 치료해야 했다.
은채는 오전 영상에서 확정할 수 없었던 부분과 지금 손상을 머릿속에서 맞췄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멍뿐이었다. 혜린은 자기 발로 차에서 나왔고 몇 시간 전까지 가게에 보낼 파일을 찾고 있었다. 지금 눈앞의 손상을 그런 첫인상과 겹치면 판단이 느려질 수 있었다.
“문 교수님, 이 구간은 절제가 필요하겠습니다.”
“양 끝은?”
그 질문에 은채가 다시 살폈다. 병든 부분만 없애는 것으로 끝나는 수술이 아니었다. 남길 장이 버틸 수 있는지, 이어준 뒤에도 제대로 기능할 조건인지 함께 확인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을 말했고 문정원은 같은 부위를 직접 검토했다.
마취팀에서 새로운 상태가 전달됐다. 환자는 순환이 유지되고 있었고, 어제의 임기석처럼 수술을 중단하고 회복을 먼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문정원이 마취팀의 보고를 듣고 답했다.
“좋아. 필요한 부분만 치료하고, 남기는 쪽 계속 확인하자.”
은채는 그 말을 들으며 기구를 받았다.
은채의 손은 다음 동작을 알고 있었다. 빨리할 수 있다는 칭찬도 여러 번 들었다. 그래도 기구를 받은 채 화면을 다시 봤다. 어디까지 남길지 정하지 않고 손부터 움직일 수는 없었다.
장간막 손상 옆의 경계를 따라 시선을 옮기는 동안 마취팀의 보고가 들렸다. 그녀는 그 말을 끝까지 듣고 문정원과 눈을 맞췄다. 민재도 은채가 가리킬 위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채는 다음 순서를 팀에 말했다. 민재가 필요한 시야를 유지했다.
한 번은 그녀가 기구를 뻗었다가 멈췄다. 문정원이 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확인하자.”
은채는 바로 물러났다. 자신이 결정한 범위의 끝이 충분히 괜찮은지 다시 보는 과정이었다. 문정원의 확인이 길어질수록 옆에 있는 민재의 어깨가 조금 굳었다.
은채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동안 마취팀에 현재 상태를 물었다. 지금 시간을 써도 되는지 확인한 뒤 다시 수술 부위에 집중했다.
문정원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 진행해도 되겠어.”
은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부분을 없애고 장을 연결하는 단계가 이어졌다. 그녀가 하고 있는 동작을 민재가 보고 있었다. 은채는 필요한 지시를 짧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애매하게 말해놓고 상대가 알아듣지 못했다고 재촉하지 않으려고 했다.
수술이 진행되면서 처음의 긴장은 조금 가라앉았다. 손에 익은 감각이 돌아왔고, 다음 동작을 기다리느라 기구를 허공에 든 시간이 줄었다.
문정원은 어려운 대목에서 함께했고, 은채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하게 두었다.
마지막 확인 단계에서 은채는 손상 부위만 다시 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확인한 내용과 아직 빠질 수 있는 부분을 차례로 정리했다. 기구와 거즈 확인도 함께 끝났다.
어제의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이 있었다면, 오늘은 이 단계에서 치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후 7시 35분, 수술 부위를 덮었다.
은채가 한발 물러서자 무릎 뒤가 뻐근했다. 긴장한 채 서 있었던 시간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문정원이 장갑을 벗으며 물었다.
“중간에 왜 손 멈췄는지 알겠어?”
“남길 쪽 상태를 더 확인하신 거죠.”
“처음 정한 걸 빨리 끝내는 데 끌려가면 안 돼. 오늘 잘 기다렸어.”
“확인된 뒤에는 제가 마무리할 수 있게 기다려주셨잖아요.”
은채가 답하자 문정원은 벗은 장갑을 정리했다.
“맡겼으니까. 다음에도 필요한 건 말해.”
은채는 그제야 수술대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오늘 맡은 수술을 자기 손으로 마쳤다.
민재가 수술 기록을 확인하려고 가까이 왔다. 은채는 자기 기억만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실제 수술에서 확인한 것들을 함께 정리했다. 절제한 소장은 약 18cm였다. 범위와 연결한 부위, 오염 상태, 남은 장의 확인 결과가 기록에 들어갔다.
은채는 병동에서 이어볼 사람이 수술 범위와 이후 계획을 구분할 수 있도록 기록을 정리했다.
***
혜린의 언니는 수술실 밖에서 휴대전화를 쥔 채 기다리고 있었다.
“조혜진입니다. 동생 수술은…….”
문정원이 수술에서 확인한 내용을 설명했다. 장간막 손상으로 혈액 공급이 나빠진 소장 일부를 절제했고, 조건을 확인해 연결했다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회복하면서 확인할 부분도 남아 있었다.
혜진은 손가락으로 눈 밑을 한 번 눌렀다.
“많이 잘랐어요?”
은채가 필요한 범위를 치료했다는 점과 현재 남은 장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 정도면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연결 부위와 감염, 장 기능 회복을 지켜봐야 했다.
혜진은 한동안 듣다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얘가 아침에 이렇게 보냈거든요.”
차 뒷부분이 찌그러진 사진이었다. 그 아래에 짧은 메시지가 있었다.
차는 좀 찌그러졌는데 나는 걸어 다님.
혜진은 화면을 껐다.
“하루 종일 별일 아닌 줄 알았어요.”
은채는 그 말을 듣고도 달리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 사고 당시의 사진을 보고 지금의 손상을 예상할 수 있었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계속 관찰하고 계셨고, 상태가 변해서 평가를 다시 했습니다. 지금은 필요한 치료를 마쳤고요. 회복실에서 상태 확인한 뒤 병동으로 옮길 계획입니다.”
문정원이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혜진은 이제 질문을 적기 시작했다. 언제 볼 수 있는지, 오늘 밤 함께 있을 수 있는지, 가게에는 며칠 정도 상황을 알려야 하는지.
은채는 마지막 질문에는 기간을 단정하지 않았다.
“회복 경과를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장 업무 복귀를 계획하기보다는 며칠은 다른 분이 맡을 수 있도록 준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제가 할게요.”
그 한마디에 은채는 비로소 숨을 조금 편하게 쉬었다.
회복실에서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이 이어졌다. 은채는 인계를 확인하고 혜린의 상태를 살폈다. 환자는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통증이나 불편함은 회복실 담당 의료진이 함께 확인하고 있었다.
“조혜린 씨. 수술 마쳤습니다.”
그녀가 눈을 조금 더 떴다. 시선이 은채의 얼굴을 찾았다.
“선생님…….”
“네. 여기 있습니다.”
혜린의 입술이 움직였다. 은채가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얼마나…….”
은채는 문장을 재촉하지 않았다. 혜린은 숨을 고른 뒤 다시 물었다.
“많이 잘랐어요?”
밖에서 언니가 했던 질문과 같았다.
은채는 환자가 지금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짧고 분명하게 말했다.
“손상된 소장 일부를 치료했습니다. 지금 남은 부분은 확인했고요. 조금 더 깨시면 다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혜린이 아주 작게 고개를 움직였다.
환자가 팔을 불편하게 움직이자 은채와 간호사가 담요 위에서 편한 위치를 잡아줬다. 그런 다음 일어나기 전 한마디를 덧붙였다.
“언니분 오셨어요. 가게 일도 맡아주신대요.”
혜린의 이마에 들어가 있던 힘이 조금 풀렸다.
그제야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금요일 오전 8시, 은채는 남정호의 침대 앞에서 야간 외과의의 인계를 받았다.밤사이 순환 지원을 다시 늘려야 할 변화는 없었다. 소변과 산염기 상태도 회복되는 방향이었다. 음압 장치는 밀폐를 유지했고, 배액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었다.정호는 기관내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은채가 이름을 부르자 눈꺼풀이 움직였다. 담당팀이 현재의 반응과 진정 상태를 설명했고, 은채는 복부와 관의 상태를 살폈다.이제는 안쪽을 확인할 시간이었다.수진은 이동 전에 잠깐 아버지를 만났다. 전날 가져간 그림이 가방 바깥으로 조금 나와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고 침대 곁에 섰다.“아버지, 나 밖에서 기다릴게.”정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수진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손을 잡았다가 이동 준비가 시작되자 놓았다.은채는 수진에게 예정된 재탐색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확인한 상태에 따라 연결과 복부 폐쇄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수진은 어제처럼 왜 또 여느냐고 묻지 않았다.“설명 끝나면 저를 불러주세요. 멀리 안 갈게요.”준석이 수술실 앞에서 합류했다. 그는 전날 표시해둔 구간을 다시 펼쳤고, 은채는 문정원에게 밤과 아침의 경과를 전달했다. 마취는 소민이 다시 맡았다.이성훈과 맞춘 혈류 평가와 항응고 조절 계획도 함께 확인했다.오전 10시, 임시 폐쇄 장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첫 수술을 마친 뒤 41시간 남짓이 지나 있었다.보호층 아래에서 장이 드러났다.
목요일 오후 2시, 은채는 남정호의 밤 기록을 펼쳤다. 몸은 회복되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알고 싶은 것, 남겨둔 장이 살아났는지는 그 어디에도 적혀 있을 수 없었다.수요일 저녁 7시에 넘겼던 경과 뒤로 새로운 줄들이 붙어 있었다. 소변량이 줄었던 시각, 담당팀이 환자를 재평가한 내용, 치료를 조절한 뒤의 변화가 이어졌다. 같은 혈압이라도 받쳐주던 약의 양은 달랐다.정호의 침대에 도착하자 미경이 전용 음압 장치의 배액을 보여줬다.“오전부터 색이나 양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설정과 밀폐 상태도 유지되고요.”“새로 혈성으로 늘어난 적은요?”“야간 기록에도 없습니다. 대신 새벽에 소변이 줄어서 외과랑 중환자 담당이 같이 봤어요.”은채는 이미 읽은 시각을 짚었다. 미경은 야간 담당에게 인계받은 내용에, 아침부터 직접 본 배액 변화를 덧붙였다.배를 덮은 장치 아래에서는 전날 남겨둔 구간을 볼 수 없었다.은채가 복부를 살피는 동안 담당 간호사는 최근 순환과 호흡의 변화를 정리했다. 은채는 위 감압관의 배액과 고정 상태도 보고, 손대지 말아야 할 관을 환자 쪽에서 멀리 정리했다.“이거 보면 장이 살아났는지 알 수 있나요?”수진이 면회 시간에 들어와 물었다. 눈길은 배가 아니라 배액 용기에 머물러 있었다.“새 출혈이나 다른 문제가 생기는지 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남겨둔 장의 상태를 이것만으로 알 수는 없어요.”“피가 덜 나오면 좋아지는 건 줄 알았어요.”
오후 2시 25분, 남정호의 수술이 시작됐다. 배를 연 뒤 은채는 영상보다 넓은 변화를 보았다.소장은 한 가지 색이 아니었다. 선홍빛이 남은 구간 옆으로 회색빛 장이 이어졌고, 그 가운데 짧은 부위는 훨씬 어두웠다. 혈류가 줄어든 범위 안에서도 손상의 깊이는 고르지 않았다.문정원이 물었다.“먼저 해야 할 건?”“혈류 회복할 공간 확보하고, 그동안 전체 범위를 보겠습니다.”혈관외과 이성훈이 맞은편으로 붙었다. 은채와 준석은 부은 장을 보호하면서 혈관에 접근할 시야를 열었다. 마취를 맡은 소민이 환자의 순환 상태와 수술 전 투여한 약을 알렸다.은채는 조금 전 응급실에서 마지막으로 만져본 배를 떠올렸다. 처음보다 단단해진 부위가 있었다. CTA에서도 그쪽 장벽으로 조영제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혈관 안으로만 접근하는 치료를 검토했지만, 이제는 장을 직접 볼 필요가 있었다.“이쪽 고정은 제가 하겠습니다.”준석이 보조 기구를 받았다. 같은 곳에 두 사람의 손이 겹치지 않게 자리부터 나눴다. 은채는 빈 공간으로 흡인기를 넣었다. 부어오른 장 아래에 고였던 액체가 걷히자 혈관으로 이어지는 조직이 드러났다.성훈이 말했다.“이 시야 유지해주세요.”그가 재개통을 준비하는 동안 문정원과 은채는 나머지 장을 따라갔다. 준석은 어느 구간을 이미 봤는지 짧게 되읽었다. 앞에서 본 장이 뒤섞여 들어오지 않도록 수술포 위에 놓는 방향도 맞췄다.경계가 애매한 곳이 예상보다 길었다.
수요일 오전 10시, 최준석은 안내받은 외과 업무 공간으로 들어왔다.영상 속에서 봤을 때보다 키가 컸다. 가방은 작은 것 하나였고, 청해에서 사용할 출입증을 손에 들고 있었다.“서 선생님?”“서은채입니다.”“최준석입니다. 어제 자료 잘 봤습니다.”악수는 짧았다. 은채는 인사 뒤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문정원이 부르는 쪽으로 갔다. 환자 목록이 이미 펼쳐져 있었다.진료지원 일정에 맞춰 진료 참여 절차와 인계가 준비돼 있었다. 문정원이 오늘 함께 볼 환자와 협진 연락 체계를 설명했다. 준석은 청해에서 담당팀으로 연결되는 번호부터 휴대전화에 넣었다.민재가 첫 환자를 설명하다가 검사 결과를 두 번 읽었다. 준석이 기다렸다가 물었다.“오늘 그 환자를 봤습니까?”“네. 아침에요.”“검사표 말고 그때 얘기부터 해주죠.”민재는 환자가 밤에 잠을 못 잤다는 말부터 다시 시작했다. 준석은 그 원인이 통증인지, 다른 불편인지 물었고, 은채는 담당 간호사에게 받은 밤의 기록을 보탰다.그들이 함께 병실을 돌고 돌아오자 준석이 말했다.“여기는 병동 올라가는 길이 짧네요.”“길은 짧은데 중간에 많이 불립니다.”은채가 대답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문정원의 전화가 울렸다. 준석은 소리 내 웃지 않고 자기 목록의 다음 칸을 넘겼다.점심 직전 문정원이 예정
순자는 퇴원 설명을 듣다가 라켓 가방을 무릎 아래로 밀었다.“이건 그냥 들고 가는 거예요.”누가 먼저 묻기도 전이었다. 나경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엄마, 선생님이 가방 검사하러 오신 거 아니야.”“지난번에 봤잖아. 오늘 또 운동 얘기부터 할까 봐.”은채도 웃었다. 수술 후 4일째였다. 순자는 식사를 늘린 뒤에도 토하지 않았고, 새로 심해지는 복통 없이 병실과 복도를 걸었다. 진찰과 상처, 장 기능을 문정원과 함께 검토한 뒤 오늘 퇴원을 결정했다.나경은 퇴원 안내문을 펼쳐놓았다. 종이 모서리에 어머니가 가져온 펜이 끼워져 있었다.은채는 집에서 걸으며 움직이는 것과 힘을 크게 쓰는 운동을 나눠 설명했다. 탁구를 다시 시작할 시점은 추적 진찰에서 수술 부위와 회복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그럼 동호회 구경은요?”“집에서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는지 먼저 보세요. 가시더라도 오래 앉거나 힘들게 이동하지 않도록 조절하시고요.”“내가 구경 가면 한 번만 치라고 할 사람들이라서.”순자가 가방을 더 깊이 밀었다. 이번에는 나경이 지퍼를 열어 라켓을 자기 가방으로 옮겼다.“제가 보관할게요.”“그건 또 싫은데.”모녀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수술 전에는 나경이 묻는 동안 순자가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오늘은 어머니가 말하다가 딸의 말을 빼앗았다.은채가 새로운 심한 복통이나 구토, 상처의 변화가 생
화요일 오전 9시, 화면 속 최준석이 초기 영상을 열었다.전날 받은 질문과 똑같은 순서였다. 최종 영상이나 퇴원 결과부터 보여달라는 말은 없었다.청해 쪽 회의실에는 문정원과 박준영이 앉아 있었다. 중환자실에서는 평소처럼 담당팀이 환자를 보고 있었다. 은채는 공유할 자료를 열고 마이크를 켰다. 이름과 등록번호를 가린 첫 CT 옆에 내원 당시 진찰 기록을 놓았다.“최초에는 3등급 손상으로 판단했습니다. 혈압과 맥박, 복부 진찰을 같이 봤고, 영상에서 명확한 혈관 병변이나 조영제 유출은 없었습니다. 우선 집중 관찰을 선택했습니다.”“출혈이 없었다는 말씀입니까?”준석이 물었다.“아니요. 비장 주위 혈액은 있었습니다. 당시 바로 중재할 혈관 병변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은채는 자기 슬라이드의 문장을 읽지 않고 대답했다. 말을 잘못 줄이면 첫 판단부터 달라졌다.준석은 영상을 한 장 넘겼다.“그럼 관찰을 유지할 수 있었던 조건을 더 설명해주시죠.”은채가 준비한 표를 펼쳤다. 혈액검사 결과만 모아둔 표 옆에 통증과 진찰, 활력징후, 보고와 재평가 시각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정아가 처음 배를 누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들은 말이 검사 수치보다 먼저 기억나는 구간도 있었다. 은채는 기억 대신 그날 남긴 기록을 짚었다.“감시할 병상과 반복 진찰이 가능했고, 중재나 수술이 필요해지면 전환할 팀도 확보돼 있었습니다. 관찰한다고 정한 뒤에도 그 조건이 유지되는지 다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