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 상황에서 밀로투스와 메스메리아가 눈치 없이 나타나다니.
아쳐는 잠시 등골이 쭈뼛 설 만큼 황당해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 둘은 황태자파도 아니고 반 황태자파도 아닌 중도에 선 백작 가문 사람들이었다.
나름 귀족의 신분도 갖추었고, 영향력도 있는 자들이라 황가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아 저들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니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들에게 잘 보여 훗날 황가에 힘을 실어 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사람이 다름 아닌 황제 골타르였다. 즉, 아쳐에게 거꾸로 그들에게 잘 보이라 늘 명령까지 했었기에 지금 조심스러웠다.
‘망할, 왜 하필 지금?’
아쳐는 어금니를 악물고 밀로투스와 메스메리아를 응시했다.
세도르는 아카데미의 영향력 있는 두 교수가 나타나자 스틸을 연행하려던 것을 멈추었다.
“교수님들, 무슨 일이십니까.”<
챙챙! 챙챙챙!오늘은 속도를 더 높여 상대해도 하데스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비가 오면 그의 능력은 더 대단해짐은 분명해 보였다.“나한테 여자는 지니 하나야.”“꽤 순정파로군.”“그냥 라이엔이 불쌍할 따름이야. 수명이 1년 남았다고 하니까.”“그건 맞아. 그녀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지.”인간은 모두 죽는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 죽겠지.하지만, 라이엔 대공비는 너무 불쌍했다.이리 소환되어 오스카의 광증을 가라앉히는 역할만 하느라 몸도 쇠약해져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생겼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뭐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하지만 평소에는 기억을 잃고 있다가 그렇게 몸이 아파 누웠을 때만 전생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비가 오는 오늘 같은 날 오다니. 오늘 죽고 싶은가 보지? 집중도 못 하고.”“하데스, 넌 나랑 검술 대련을 좋아하잖아? 날 죽이면 당장 아쉽지 않겠어?”“꽤 자신만만하군. 난 항상 널 죽이고 싶은데.”농담도 살벌하게 하네.검을 맞대자고 왔으니 반기는 눈치이기는 한데 스틸은 어쨌든 하데스를 보니 할 말이 많았다.챙 챙, 챙챙챙.점점 몸에 열이 돋고 발놀림도 느려져 갔다.스윽 쓱!딴생각에 빠져 무거운 몸을 움직이다 보니 칼날이 스틸의 허벅지와 팔을 스쳤고 치유를 해야 하는데 하데스의 공격 속도가 빨리 베이는 게 더 늘어갔다.“윽, 윽!”“날 상대하려면 집중 좀 해. 그런데, 방해꾼이 있나?”그렇게 점점 훈련인지 싸움인지 서로 맞댄 검은 더욱
스틸은 잠시 몸을 움찔하며 표정이 어두운 마지션을 응시했다.“션, 왜 그렇습니까.”입을 달싹거린 마지션은 민망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레이나리’라는 꽃은 제가 본 적이 없습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기 때문에 도른에서도 음지에 자랄까 말까 한 식물이라서요. 제가 본 적이 없어 소환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그렇게 고개를 숙였다.그러자 그때 마지리안이 고개를 저으며 바로 손을 들어 올렸다.“실은 황궁에 북관 뜰에 자드키엘이 키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제 황궁에는 못 가게 되어 송구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길이 있을 거예요!”마지리안의 말에 모두의 눈은 번쩍 뜨여졌고, 스틸 역시도 동요하는 듯 보였다.그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리노가 눈을 깜빡거렸다.아무래도 자드키엘이라는 인물이 언급되어 당황한 듯 보였다.“저런 황궁은 결계가 높아 몰래 침입은 쉽지 않네요. 그건 구하기 힘든 약초인데요.”리노까지 그리 말하지 분위기는 다시 이곳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누구라도 라이엔을 구한다고 황궁에 몰래 가기는 무리수가 있었다. 특히 스틸에게 그렇게까지 위험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는지 다들 말을 아꼈다.골타르나 아쳐와 스틸은 평범하게 만나서 담소를 나누는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었다.잘못 갔다가 괜히 험한 꼴만 당하거나 안 좋은 일을 겪기는 귀찮은데 생각을 하던 그때,“내가 구해다 주겠다.”스펙터가 덤덤히 다시 말을 뱉었다.“스펙터?”스틸은 자드키엘이라는 인물과 스펙터의 관계를 연관 짓고는 아하- 하고 탄식을 흘렸다.
절정을 함께 나눈 스틸과 지니는 그렇게 가빴던 숨을 고르며 서로 차분한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가르나르 꽃밭의 결계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제법 빗줄기가 굵군.”“휴, 날씨가 바뀌는 것도 몰랐네.”기분도 우울한데 다시 비가 오다니. 지니는 램프로 갈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며 현신은 이어갔다.하긴 그녀도 초월자이고 뭔가 이세계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진이룸이라는 전생의 미대생이었기 때문이었다.“오늘은 그냥 좀 쉴까.”스틸은 영지민들이 살 집도 짓고 길도 닦고 뭔가 일 좀 하려 했건만. 이리 비가 오래 오니 주말에 바르트가 오면 해야겠다고 그도 쉬게 되었다.그리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저녁 시간이 되었다.스틸은 마지션을 비롯한 마지리안, 리노까지 불러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그리고 스펙터 역시도 스틸의 참모라고 소개하면서 다 같이 의견을 나누었다.“지금 루카스크 대공가의 라이엔 대공비가 좀 아픕니다. 실은 제가 지난밤 잠시 세시르 영지에 갔다 왔습니다.”스틸은 대공비를 치유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말만 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그리고 스펙터 역시 현재는 대공비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안타깝다는 것만 전했다.“서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도움을 두면 좋긴 할 텐 데요.”리노가 유감을 표하며 입을 열었고, 마지리안 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마지리안과 마지션은 둘이 시선을 교환하더니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스틸이 초월자인 것도, 라이엔도 마찬가지인 것도 설명은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한참 무거운 대화를
스틸은 생각했다.아마 스펙터 역시 초월자로 이곳에 왔으니 많은 마력이 있었을 것이고 이유가 있으니 소환된 것이 아닐까?[지금 생각해 보면 제논이 마력을 키우기 위해 내가 필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 물론 라이엔 대공비처럼 누군가 목숨을 대가로 날 소환했다고도 여겨진다. 제논은 그러고도 남으니까.]이런, 불길하지만 스틸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이건 지니도 마찬가지였다.“그러고 보니 제논은 내가 시원찮으니 초월자를 또 소환하지 않았을까? 다른 마법사의 목숨을 대가로. 그러니 제논은 내가 사라지고 나서도 또 어둠의 요정을 소환한 것이고. 마법사든 누구든 목숨을 매개로는 삼고도 남을 인물이야. 끔찍하지.”망할 제논은 그렇게 여럿 목숨을 가지고 유린하는 천하의 쓰레기가 맞으니 납득이 되었다.그럼,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그럼 나는 누가 부른 것일까?”이게 지금 스틸에게 가장 궁금했다.자신을 불러다가 뭘 어쩌려고. 물론 자신이 복수에 휩싸여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의지가 아니라 누군가 소환한 것이면?이건 어떻게 되는 것일까.[너 자신이 몇 번을 전생의 기억을 갖고 초월했다고 하니 그건 나도 의문이 든다.]이 복수도 다른 누군가의 염원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문득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주인님, 머리 아프다.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건 너무 괴롭네. 어쨌든 나는 아니야.”농담처럼 그리 지니가 말하자, 스틸도 헛웃음이 나왔다.옆에 앉은 지니 역시 마구간에서 당일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만난 게 다였다.그녀는 자신처럼 마력도 바닥이었기에 같은 초월자인데 무슨 다른 초월자를 불렀겠는가.[너의 엘프 말이 맞다. 우리가 고민한다고 답을 알 수
“······뭐?”그때 오스카는 스틸에게서 댄 손을 거두고 놀라 지니만 빤히 바라보았다.“대공비 전하께서는··· 선대 대공께서 목숨을 대가로 소환한··· 초월자입니다.”“초······ 초월자? 그럼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유가······.”오스카는 그 사실을 그동안 몰랐는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지니의 설명에 스틸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크게 숨을 몰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스펙터는 오스카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선대 대공이 당신의 광증을 막기 위해 목숨을 대가로 소환한 자가 네 아내다. 그리고 그 쓰임이 끝나자 죽어가는 중이지.”쐐기를 박아 버리듯 그리 말하자 주변은 흉흉한 분위기만 흘러갔다.스틸은 숙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스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도움이 못 되어 미안합니다. 의식이 없어 그렇지, 대공비가 깨어나도 본인은 초월자인 것을 모릅니다. 수명이 1년 남았다고 합니다. 현재 치유약은 없습니다.”스틸은 자신이 초월자니, 전생에 그녀와 아는 사이니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대충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뭘 눈치는 챈 것 같았고 그들 역시 자세한 건 묻지 않았다.오스카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실례가 많았다며 그래도 와 주어서 고맙고 사업은 계속 이어 나가자는 말을 건넸다.지니는 절
모두의 시선은 다시 누워서 중얼거리는 라이엔에게로 향했다.그녀는 지금 전생의 조종사였던 이신 대위라는 것을 기억했고, 지금 스틸 대공이 강철신 소령이라는 것도 인지한 듯 보였다.즉,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른 세상에서 온 초월자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둘이 친분이 있었다는 것에도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둘의 모습을 보던 오스카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입을 벌린 채로 굳었다.지니와 스펙터는 물론 바르트까지도 정지 화면처럼 모두 멈춤 상태였다.이 공간에는 스틸과 라이엔만 있는 것처럼 그렇게 공기가 둘 주변엔 변화가 일었다.모두의 살기 돋친 공격을 위한 마력은 스멀스멀 옅어져 갔고, 스틸과 라이엔의 대화가 천천히 오갔다.“4월 1일! 나도 추락했어! 이 대위! 그럼 넌······.”“전 그 뒤로······ 서해안 북방 한계선까지 갔는데······ 그만······.”비몽사몽 희미하게 말하는 라이엔은 확실히 예전에 만났을 때는 스틸을 알아보지 못했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달랐다. 가물가물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도 의식을 차리기 위해 온 얼굴에 힘을 주고 숨을 헐떡거렸다.“기다려! 잠시만! 아, 어쩌면 좋지······.”지금 스틸은 누가 보고 있는지 아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마구간 아래, 공기가 무겁게 감도는 비밀스러운 지하 공간.황태자의 은밀한 아지트인 침대 위에서, 아쳐는 억눌린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리나를 제 육체 아래로 뜨겁게 가두었다. 그는 옷가지가 채 다 벗겨지지도 않아 날것의 살결과 옷감이 뒤엉킨 그녀의 몸을 거칠게 뒤돌려 세웠다. 매끄러운 척추 라인이 쾌락의 예감으로 잘게 떨렸다.질척, 찌걱.밀폐된 정적을 깨는 노골적인 파찰음과 함께 리나의 하얀 둔덕이 아쳐의 손자국대로 붉게 달아올랐다. 아쳐의 뜨거운 손길에, 그녀의 가녀린 신음은 축축한 지하의 공기 중으로 애처롭게 흩어졌
극단의 조치!“지니, 너는 요정이잖아? 소원 같은 거 당장 못 이뤄주나?”이건 사심을 품고 물어 보게 되었다.“당연히 마력이 높으면 주인님 원하는 것을 많이 들어줄 수 있지.”어쨌든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든 천일야화 판타지든 간에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지니, 이왕이면 돈이나 외모를 어찌해 봐야겠어.”인간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니겠는가.“어머, 드디어 주인님! 욕망이 생긴 거야?”지니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스틸에게 더욱 바짝 의자를 붙였다. 보통 다들 그렇지 않나? “그래. 너와 힘을
스틸은 죽음과 동시에 이세계로 떨어졌다. 환생을 겪으면서 이렇게 기사들에게 끌려가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대단한 경험을 지금 하게 되었다. 스틸을 체포하러 왔을 때만 해도 살기등등하던 기사들은 그가 순순히 항복하자 머쓱한 듯 거리를 좁히며 따라붙었다.나름 고위 귀족이라 그런지 포박은 안 하고 수 미터 거리만 둔 채 걷는 수준이었다.전생에는 죄짓고 산적이 없어 이런 자들도 만난 기억이 없었다.스틸은 현재 자신이 마구간 방화범으로 몰려 있긴 하지만, 사실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딱 봐도 건초만 탄 정도지 어디가 무너져 내린
스틸은 군중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 광장을 둘러싼 대리석 건물들은 마정석의 푸른 빛으로 반짝였고,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하는 반면 귀족들은 마차에 올라탄 채 지나갔다.이곳 건물은 현대 건축 양식처럼 꽤 잘 정비된 데다가 전기라는 개념은 없는 대신 마정석이라는 마력을 이용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레투카 제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눈앞의 풍경에서 낯선 위화감을 느꼈다.현생의 이 몸이 지닌 기억 따윈 전혀 없었기에 스스로 이 상황을 살펴야 하니 그건 머리가 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