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리노는 마티어스와 리나를 일단 돌려보내 놓고 마지션과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창문 밖만 바라보았다.사실 조금 전까지 마티어스와 리나와 함께 있을 때 마지션은 자신은 여성이고 제 오라버니를 대신해 이곳에 모두를 속이며 교수로 있다는 것도 고백했다.그리고 자신의 오라버니의 추적을 위해 아쳐가 힘을 써주기로 약속받아 그와 가까이 지낸 것도 전부 말을 하고 속인 것에 대한 사과까지 건넸다.모두는 혼란스러워했고, 그건 리노 역시도 마찬가지였다.식사하는 동안에도 리노는 많은 생각을 품고 손님방 통유리창 밖에 있는 거대하게 우뚝 솟은 미궁만 바라보았다.얼마나 낮에 봐도 시커멓고 흉흉한지. 확실히 공포감을 심어주기 충분했고 앞날도 캄캄하기만 했다.스틸과 지니, 그리고 그들을 따라간 듀라한과 마법사 군대는 올 기미가 없었다.찬란한 빛이 빨려 들어가는 무지갯빛 향연은 멈춘 상태였고, 지난밤 이곳을 지켜주던 기사들도 자취를 감춘 상태라 불안감만 커졌다.이러다 레투카와 도른에 전쟁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 겨우 레투카까지 와서 리노 자신이 일궈놓은 이 모든 것을 도른의 황제에게 뺏기는 건 아닐지 두려웠다.일단 확실한 건 하나 있었다. 아쳐는 도른의 황제에게 잡혀갔고, 살아서 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을 말이다.이를 어쩌나. 골타르가 알게 되면 전쟁의 구실이 되고 두 제국은 온 전역이 불바다가 될 텐데.대신 도른의 황제 제논은 스틸이 구축한 이 가르나르 영지의 거대한 결계는 못 뚫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딱 여기만 안전할 것 같았다.“우리 전하는 그럼 어찌 되는 걸까요.”아쳐 황태자를 지킬 의리 따윈 리노에겐 없었다.즉, 그를 위해 도른까지 가서 구할 정의 따위도 세우고 싶지 않았다.&ldquo
***********************************★인간의 치유 능력으로는 케르베로스를 치유하는 데 한계가 있음.★초월자는 기타 능력 100,000를 사용하여 치유 능력 극대화를 하면 치유가 가능함.★기타 능력 100,000을 사용하면 술자의 수명이 10년 줄어들게 됨.***********************************“뭐야! 수명을 깎아 먹는 거잖아!”스틸은 망연자실 상태창만 보고 또 바라보았다.저 녀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제 목숨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니.그 사실에 스틸은 놀랐고, 마찬가지로 지니 역시 다리에 힘이 풀려 이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을 듯이 휘청거렸다.“기타 능력이··· 주인님의 수명을 갉아먹는 거였어?”스틸은 하지만 지니보다는 놀라지 않았다.그렇겠지. 빌어먹을, 이렇게 일이 술술 풀린다 싶더라니.명줄대로 천수를 누린다는 것, 그리 평범할 리가 없었다.앞으로 복수도 해야 하고, 영지도 재건하고, 나쁜 놈들을 다 쓸어버리기 위해서는 기타 능력을 계속 써대야 할 것 같았다.그럼 또 단명하겠지.“지니, 방법을 알아낸 이상 기타 능력을 써야겠어!”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런 치트키를 말이다. 케르베로스를 살리지 않으면 데스 나이트가 영지로 쏟아져 지금 귀족들은 물론이고 다시 그곳은 폐허가 될 터.게다가 지니까지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주인님! 그래도 너무 가혹하잖아!”“저 자식을 치유해야, 우리 모두 안전하지. 10년 그까짓 것 뭐 어때. 남은 세월이 있는데.&rdqu
잠시 뒤, 얼떨결에 내놓은 술이 통했던 것일까.“아! 제법이군!”“향긋하네! 처음 맡아보는 술 내음이야!”“초월자이니 본인 세계에 존재했던 술을 연금술로 펼쳐낸 모양이지. 달콤한 술이로군!”뭘 저렇게 잘 아는 건지.초월자니 뭐니 부르면서 대체 왜 이리 시련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일까.바닥에 커다란 와인 통 세 개가 케르베로스의 세 머리 앞에 놓이자, 녀석들은 길쭉한 혀를 할짝거리며 맛을 보기 시작했다.세 개의 개 머리가 달린 괴물은 술맛을 나름대로 품평하더니 잠시 잠잠해졌다.잠시 찾아온 소강상태였다.마력이 자유롭게 발현된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틸은 순식간에 온 힘을 다해 연금술로 와인을 더 잔뜩 만들어 인벤토리 가득 채워 넣었다.하지만 스틸은 묘하게 이상하고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나 싶어 유심히 살펴봐도 케르베로스는 너무 멀쩡해 보였다.그렇다 한들 여기까지 온 본래 목적만큼은 달성해야 하지 않겠는가.“이제 시작해 볼까?”스틸은 잠시나마 마법을 자유로이 피워 올릴 수 있는 이 순간을 활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치유 스킬을 시전하고자 검붉은 연기를 피워 올렸다.아픈 자는 고통을 없애 주면 아무리 까칠하게 굴다가도 유순해지는 법이다.지니 역시 스틸이 성장한 만큼 마력이 크게 발전한 상태였기에, 망설임 없이 치유 마법을 펼쳐 들었다.“주인님! 나도 도울게!”지니는 기분 좋게 술을 마시던 케르베로스를 향해 황금빛 마력을 피워 올렸다. 옆에 서 있던 스펙터 역시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주변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기 시작했다.마력이 폭풍처럼 미궁 내부를 휘몰아치며, 케르베로스
“그래서 우리 모두 이렇게 무사히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 봐.”지니의 말은 명확한 정답이었고, 스틸과 스펙터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우리가 죽을 각오로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알고서 저렇게 격렬하게 반기는 건가?”“스틸, 저들은 당연히 네가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거라 확신하기에 마중까지 나온 모양이다.”스틸과 스펙터의 예상대로, 현재 대치 상황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케르베로스는 영혼을 저승으로 안식하게 하는 일에는 관대할지 몰라도, 저승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영혼은 사정없이 짓씹어 삼키는 잔혹한 본성을 지녔음을 스틸은 신화를 읽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일단 죽이는 게 낫지 않겠어?”“감히 플로럴 스피릿의 마력이 우리에게 닿지 못하도록 방해까지 했으니 말이다.”“저 셋이 품은 영혼의 무게감이 실로 상당하니, 하데스 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시겠지.”순간, 던전 내부의 공기가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케르베로스는 흥분으로 눈을 번뜩이며 본능적인 공격 자세를 취했다.그 찰나, 폭풍 같은 마력의 일갈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지니와 스틸, 스펙터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무자비하게 덮쳐왔다.“어머나!”“이 자식들이!”“스틸, 이곳에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어서 흙으로 장벽을 세워라!”스틸은 마법을 활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치유해 주러 온 호의를 무시하고 다짜고짜 공격부터 퍼붓다니 어이가 없었다.고집스러운 괴수들에게는 약간의 매운맛과 따끔한 교훈이 필요한 순간이라 판단되었다.***&nb
스틸이 자리를 비운 대공저.리나와 마티어스는 영지의 가신들을 도와 귀빈들의 배웅을 다정하게 도왔다.미궁 순찰을 이유로 주인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어머, 이 술은 향이 어쩜 이리 그윽한지요. 스틸 대공에게 직접 인사도 못 전하고 떠나게 되어 아쉽군요.”“던전을 넘나드는 게 저 친구에게는 일상이 된 모양이군. 군대를 이끌고 미궁으로 당당히 입성하는 광경이라니, 대단하네.”“신비로운 빛의 기운이 던전 주변을 은은하게 감싸다니······ 레투카 제국의 방패라는 칭송이 결코 괜한 말이 아니었네요.”속 편한 귀족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스틸을 향한 찬사를 내뱉으며 유유히 발길을 돌렸다.시간이 흐르고 초대받은 하객들이 하나둘 떠나자, 넓은 연회장에는 스틸과 깊은 인연을 맺은 지인들만 남게 되었다.“오늘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하루였네.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 마티어스.”마티어스와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은 리나는, 주변에 시선이 많음에도 차분하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오늘 꽤 당황했을 텐데 잘 견뎌 줬어. 넌 이제 엄연한 로테 여공작이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마.”리나는 오늘 황태자로 인해 너무 놀라 하마터면 정체를 들킬 뻔했기에 간담을 쓸어내렸다.“그리고 후작님 내외분께서 날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돌아가시기 전에 정식으로 인사부터 드리고 싶어.”“그래, 따라와라.”리나는 마티어스의 곁에서 그의 가족들을 우아하게 배웅했다.단란한 후작가가 작별
스틸이 손님맞이를 위해 정성껏 꾸며 둔 준의전실(Semi-State Room)의 소파 위에서는,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며 밀로투스와 메스메리아가 은밀하고 질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어머, 밀로투스 교수님. 무시무시한 가르나르 미궁을 바로 앞에 두고 목숨을 걸고 나눌 때의 이 열기가 너무 짜릿하네요.”“이곳은 더 이상 무시무시하지도,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하지도 않으니…… 내게만 집중하십시오, 메스메리아 교수님.”소파 위에서 서로의 뜨거운 숨결을 탐닉하던 두 사람은 은밀한 열기를 드레스 자락 속에 감춘 채 농염한 입맞춤을 이어 갔다.스틸의 초대석에서 펼쳐진 화려한 광경과 입안을 가득 채우던 와인의 그윽한 풍미를 떠올리자, 메스메리아의 붉은 입술 끝에 절로 유혹적인 미소가 번졌다.밀로투스의 손길이 그녀의 매끄러운 허리선을 따라 미끄러지며 드레스 아래로 은밀하게 파고들자, 메스메리아의 숨소리가 한층 가늘고 낮게 잦아들었다.격정이 고조될수록 그들의 움직임은 더욱 치밀하고 대담해졌으며, 피부 위로 피어오른 열꽃은 은은한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발했다.“하아…… 우리 스틸 대공은 참으로 멋진 제자가 아닐 수 없어요. 이번 학기 수학 시험에서도 무려 만점을 받았지 뭐예요. 심지어 제가 수식을 배워야 할 정도로 고차원적인 풀이 과정을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군사학 역시 만점이었습니다. 수업 시간 내용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완벽히 외웠더군요. 게다가 방어술은 이미 전문 기사의 경지를 훌륭히 넘어섰습니다.”절정에 다다른 교밀의 순간에도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스틸을 향한 찬사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메스메리아의 날카로운 손끝이 밀로투스의 턱선을 스치자, 둘 사이로 묘하고 팽팽
마구간 아래, 공기가 무겁게 감도는 비밀스러운 지하 공간.황태자의 은밀한 아지트인 침대 위에서, 아쳐는 억눌린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리나를 제 육체 아래로 뜨겁게 가두었다. 그는 옷가지가 채 다 벗겨지지도 않아 날것의 살결과 옷감이 뒤엉킨 그녀의 몸을 거칠게 뒤돌려 세웠다. 매끄러운 척추 라인이 쾌락의 예감으로 잘게 떨렸다.질척, 찌걱.밀폐된 정적을 깨는 노골적인 파찰음과 함께 리나의 하얀 둔덕이 아쳐의 손자국대로 붉게 달아올랐다. 아쳐의 뜨거운 손길에, 그녀의 가녀린 신음은 축축한 지하의 공기 중으로 애처롭게 흩어졌
극단의 조치!“지니, 너는 요정이잖아? 소원 같은 거 당장 못 이뤄주나?”이건 사심을 품고 물어 보게 되었다.“당연히 마력이 높으면 주인님 원하는 것을 많이 들어줄 수 있지.”어쨌든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든 천일야화 판타지든 간에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지니, 이왕이면 돈이나 외모를 어찌해 봐야겠어.”인간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니겠는가.“어머, 드디어 주인님! 욕망이 생긴 거야?”지니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스틸에게 더욱 바짝 의자를 붙였다. 보통 다들 그렇지 않나? “그래. 너와 힘을
스틸은 죽음과 동시에 이세계로 떨어졌다. 환생을 겪으면서 이렇게 기사들에게 끌려가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대단한 경험을 지금 하게 되었다. 스틸을 체포하러 왔을 때만 해도 살기등등하던 기사들은 그가 순순히 항복하자 머쓱한 듯 거리를 좁히며 따라붙었다.나름 고위 귀족이라 그런지 포박은 안 하고 수 미터 거리만 둔 채 걷는 수준이었다.전생에는 죄짓고 산적이 없어 이런 자들도 만난 기억이 없었다.스틸은 현재 자신이 마구간 방화범으로 몰려 있긴 하지만, 사실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딱 봐도 건초만 탄 정도지 어디가 무너져 내린
스틸은 군중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 광장을 둘러싼 대리석 건물들은 마정석의 푸른 빛으로 반짝였고,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하는 반면 귀족들은 마차에 올라탄 채 지나갔다.이곳 건물은 현대 건축 양식처럼 꽤 잘 정비된 데다가 전기라는 개념은 없는 대신 마정석이라는 마력을 이용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레투카 제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눈앞의 풍경에서 낯선 위화감을 느꼈다.현생의 이 몸이 지닌 기억 따윈 전혀 없었기에 스스로 이 상황을 살펴야 하니 그건 머리가 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