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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오만과 자각]

작가: silver구슬
last update 게시일: 2026-05-03 07:46:39

스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물을 넘어 엘프 같은 영물조차 도구로 여기며 마력을 강탈하려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쳐와 그를 추종하는 황제파 세력들이 더욱 역겨운 존재로 다가왔다.

‘아쳐를 꺾어야 지니에게도 평온이 찾아오겠지.’

스틸은 의지를 불태우며 단잠에 빠진 지니를 뒤로한 채 홀로 도서관을 찾았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마력 관련 서적들을 뒤적였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 세계 인간들의 마력을 향한 탐욕에 지니를 향한 미안함만 커질 뿐이었다.

“관두자. 다른 거나 보자고.”

스틸은 기분 전환도 할 겸 오늘 수업 준비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세계의 도서관은 리스트(List)가 아닌 카탈로그(Catalog) 분류 체계를 따르고 있어 꽤 편리했다. 다행히 공용어가 전생의 영어와 흡사해 해독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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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 대공······! 대체 가르나르 영지가 어떻게 이토록 평화롭고 번성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제 눈으로 보고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군요!”상단의 마차를 타고 가르나르에 당도한 리노는, 영지의 현재 모습을 목도하자마자 정신이 완전히 나간 듯 막대한 충격을 토해냈다.도저히 순간이동으로 좌표를 생성할 수 없었기에 이렇게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해서 나타난 것.늘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기괴한 영지 입구로 스틸이 직접 마중을 나갔을 때만 해도 리노는 내내 의아한 안색을 감추지 못했으나, 검은 연기의 경계를 넘어 영지 내부로 들어선 순간부터는 경이로운 감탄만을 연발할 뿐이었다.“뭐······ 그리되었습니다. 상단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실 텐데, 제 급박한 요청에 한달음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스틸은 덤덤하게 대꾸하며 리노에게 영지의 상징인 광활한 꽃밭을 안내했고, 가르나르를 굳건히 수호하는 천리장성의 위용을 보여주었다.새로이 올린 대공저의 본채와 호화로운 별채는 물론, 향후 영지민들을 대거 이주시켜 살게 하기 위해 밤낮으로 비옥하게 개간해 둔 토지들까지 전부 리노의 눈앞에 가감 없이 공개했다.“스틸 대공, 아니 전하! 이제는 제대로 대공 전하로 대접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위용이라면 이 레투카 제국에 캔도르 대공가의 건재함을 당장 선포하셔도 될 정도로 차고 넘칩니다!”“저는 이 꽃들을 대륙 전역에 유통시킬 계획입니다. 곧 캔도르 상단도 발족하여 길드를 직접 운영할 예정이니, 제게는 리노 사장님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습니다.”“암요! 당연히 온 힘을

  •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139. [그녀가 내게 오려 한 거야]

    상자 안에는 캔도르 대공 가문의 위엄 넘치는 상징, 불사조 문양이 아주 정교하게 새겨진 최고급 예복이 정갈하게 개어 있었다.대공가의 유서 깊은 기본 복색과 완벽히 일치하는 고혹적인 색감, 그리고 황금빛 실로 한 땀 한 땀 수놓인 불사조의 형상이라니.최상급 비단이 은은한 빛을 발하며 완벽한 핏을 자아내는 예복의 자태에도 위엄이 느껴져 스틸의 입술 사이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아무래도 너의 그 엘프와 관련이 아주 깊은 듯하다.]“그럼 지니가······ 지니가 돌아온 건가? 지니! 지니 어디 있어!”스틸은 이성을 잃고 사방을 둘러보며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외쳤다.그러나 목걸이는 여전히 스틸에게 걸려 있지도 않았고, 주변의 마력 흐름 속에서도 지니의 인기척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극도로 신경을 곤두세워 투명화 마법이나 은신 탐지 스킬까지 발동해 보았으나, 허공에는 그 어떤 흔적도 포착되지 않았다.하지만 연미복의 옷깃을 끌어 안는 순간, 그곳에 깊게 배어 있는 그녀 특유의 포근하고 달콤한 향기가 말없이 모든 진실을 증명하고 있었다.예복을 품에 부서질 듯 안아 내리자, 마치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 가슴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스펙터······. 그래도 이건 희망의 증거야. 맞지?”자신을 냉정하게 버리고 가버린 줄만 알았는데, 이토록 눈부신 예복을 남겨두었다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그래, 아무래도 사정이 있는 것 같다.]그녀는 어째서 자신의 얼굴 한 번을 보여주지 않고, 오직 이 서글픈 흔적만을 남긴 채 또

  •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138. [증거를 봐, 그럼 그렇지]

    리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러고 보니 자신이 지니에게 귀한 옷감을 맡겼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깜빡 잊고 있었다.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이는 것을 느끼며, 리나는 시녀 소르도가 건넨 커다란 종이 상자 속에서 조심스럽게 드레스를 꺼내 올렸다.은은한 보랏빛이 감도는 최고급 원단이 화려한 금빛 자수, 그리고 풍성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드레스로 완벽하게 탈바꿈해 있었다.“어쩜······ 이리도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들 수 있단 말이야?”누가 보아도 금화를 치러야만 손에 넣을 수 있을 법한 대작이었다.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허술한 재봉 흔적 따위는 단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국 공인 최고의 디자이너가 온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완성도였다.이음새와 솔기 처리는 어찌나 정교한지, 옷의 앞뒤를 아무리 번갈아 보아도 원래 하나의 거대한 그림이었던 것처럼 무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졌다.“소르도 할멈, 이거 대체 누가 전해준 거야?”“아가씨, 저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만······ 웬 낯선 아가씨가 문 앞에 상자를 살짝 내려놓고 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답니다.”그럼 지니인데!“뭐? 그랬으면 당장 날 불렀어야지!”“그게······ 누구시냐고 말을 붙이기도 전에, 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찰나의 순간에 사라져 버리셨거든요. 그리고······.&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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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인장이라니.“······안젤루스가 보낸 초대장이야.”[황가에 초청을 받다니. 축하한다, 스틸.]나름 위상이 올라갔다는 증거인가.지니를 만나기 전 폐급에 망나니에 거지 대공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게 입지가 다져진 스틸이었다.제국의 황녀가 자신의 데뷔탕트 초대장을 스틸의 앞으로 보냈다니.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세계에 그저 지니와 사랑 타령이나 하며 유유자적 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숙적 아쳐를 향한 처절한 복수, 레투카 황실의 콧대를 꺾어놓으며 붕괴한 캔도르 가문을 대륙 위에 찬란하게 재건하는 것.그것이 그가 다섯 번째 삶을 부여받으며 가슴에 새긴 본연의 목표였다.이대로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기회를 헛되이 날려버린다면, 설령 지니가 돌아올 여건이 마련된다 한들 이 한심한 모습을 보고 다시 발길을 돌리지 않겠는가.“······정신 차려야겠어. 어디 보자. 여기나 가볼까?”[사교 활동에 발을 들이는 건 나쁜 선택이 아니다. 제국의 내로라하는 고위 관료들과 거물들이 죄다 모일 테니 말이다.]황실의 심장부이자 권력의 집약체인 북관 응접실.스틸은 오랜만에 캔도르 대공 가주의 지배자다운, 결의에 찬 눈빛을 두 눈에 담았다.지니가 북돋아준 능력이 빛을 발했고, 램프가 없어도 스틸은 대단한 고위 귀족으로 입지도 다진 상태였다.제대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일어서 전장으로 향한다면, 이 지독한 우울감도 마침내 떨쳐낼 수 있으리라 믿으며 초대장을 꽉 움켜쥐었다.***그 시각,

  •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136. [미완성으로 결말을 지을 순 없지]

    [부르도 영지, 두 번째 던전 폐쇄 전격 성공! 이번에도 스틸 대공의 압도적 활약 돋보여······.][부르도 영지의 주인, 마 리나 로테 여공작 드디어 사교계 전면 데뷔? 황실에서 발송된 황녀 데뷔탕트 초대장에 응해······.][스틸 반 가드 캔도르 대공, 리노 상단과 손잡고 화훼 산업 본격 전개! 사교계의 이목 집중][소문과 진실: 가르나르 영지에 거대한 뽕나무 군락지가 존재한다는 설에 대륙 섬유업계 술렁······.][가르나르 영지와 부르도 영지 개발 초읽기. 베일에 싸인 가르나르의 내부 공개 소문, 과연 진짜인가 가짜인가?]며칠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스틸에게는 이제 시간도, 공간도 무의미한 껍데기에 불과했다.그저 가르나르 성벽 안에 스스로를 잔인하게 고립시킨 채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마티어스와 리나가 여전히 지니를 찾고 있다며 끈질기게 연락을 취해왔지만, 스틸은 답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연락도 서서히 뜸해졌다. 시곗바늘은 무자비하게 굴러갔고, 스틸은 그 가차 없는 속도감을 외면했다.지니의 부재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곁을 지키던 존재의 무게를 뼈아프게 각인시켰다.24시간 내내 붙어 있었던 존재가 지니였는데.과거 그녀가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했을 때조차 이 정도로 참혹한 박탈감을 느끼진 않았었다.어제 같은 오늘, 그리고 내일 역시 전혀 기대되지 않는 무채색의 나날들이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있었다.달력은 어느덧 7월 중순을 가리키고 있었다.

  •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135. [그 대공은 과연 주인의 자격을 갖춘 걸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스틸은 지금 제 눈에 투영되는 영상을 보고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자신이 아는 그 지니가 마주한 사내에게 그 어떤 놀람이나 거부감도 없이 평온하게 미소 짓고 있다니.심지어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지독할 만큼 친근해 보였다. 그것이 스틸의 이성을 짓뭉개 놓았다. 지니가 먼저 검은 옷의 사내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자, 사내는 자연스럽게 그 손등에 입을 맞춘 뒤 지체 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지니는 단 한 번의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사내의 품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며 순순히 걸음을 옮겼다.“세상에, 저 자는······.”리노가 나지막이 탄식 섞인 신음을 뱉자, 스틸은 마른 손으로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리며 시선을 회피했다.스틸에게 있어서 지니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삶에 각인된 유일한 존재였다. 엘프라는 미지의 존재 자체가 낯설었고, 전생에는 이종족과의 접촉조차 전무했던 그였다.이번 생에서는 지니의 인도 덕분에 마력이라는 초월적인 힘을 다루게 되었고, 완전히 다른 궤도의 인생을 살 수 있었다.환생 직후 번개처럼 그의 세상에 난입했던 그녀가, 이제는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화면 속에서 지니의 모습이 사그라지며 두 사람의 잔상도 함께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것은 명백히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지니는 스틸이 아닌, 다른 주인의 손을 잡은 것이다.문득 리노의 눈빛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묘한 자취가 있었다. 저 남자를 알고 있는 듯한 기색이었다.지니는 왜 자신을 떠난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녀를 다시 마주하기 전에는 영원히 답을 구하지 못할 심연의 의문이었다.강제로 납치된 것도, 소멸한 것

  •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125. [설마, 이거 덫일까?]

    아쳐는 침상 위로 흐트러진 은발의 마지션을 내려다보며, 이 자리에 지니를 눕혀 놓았더라면 얼마나 극상(極上)의 희열이었을까를 유추하고 있었다.물론 고결한 학자의 품위를 내던진 채 제 아래에서 흐느끼는 마지션의 나신은 충분히 곱고 아름다웠다. 게다가 은밀한 가학을 즐기는 자신의 뒤틀린 성벽마저 기꺼이 받아내 주니, 가끔 무료함을 달래기엔 이만한 즐거움도 없다고 여기는 중이었다.그는 태생적으로 소유하지 못할 바엔 철저히 파괴하는 것에 익숙한 핏줄이었다.만약 마지션이

  •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124. [완벽한 은신, 치명적인 기류]

    자욱한 안개를 찢고 스틸이 전장에 발을 디딘 순간, 공기의 흐름이 단숨에 뒤바뀌었다.오늘 비가 오려는지 습도는 상당했고 먹구름도 점점 짙어져만 갔다.대신 스틸과 지니의 몸에서는 전신에서 아찔하도록 짙은 꽃내음이 흘러 나왔다. 그와 동시에 지니가 스틸의 단단한 목덜미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폴짝 뛰어올랐다. 깃털처럼 가볍게 안겨든 그녀가 그의 입술에 진하게 숨을 불어넣었다.“우리 주인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있어?”스틸은 낮게

  •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인사드립니다. silver구슬입니다 ]

    안녕하세요. 굿노벨 독자님들.다른 작품도 인사를 드렸는데, 이 작품은 이제야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로판이라고 해도... 여성분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남자 주인공 로판이라... 좀 어색하셨죠?원래 판타지 장르로 쓰려다 하도 남성분들에게도 순애가 인상적이다 이야기를 듣게 되어 굿노벨에서는 여성향으로 아예 갈아 엎어 로판으로 장르 변경하여 선보이게 되었습니다.제가 램프의 요정 '지니' 캐릭터를 보면서 엘프같이 예쁜 여성으로 바꾸면 어떨까 상상을 한 것을 시작으로 이 글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폐급에 망나니에 거지 대공이 점점 성장

  •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123. [은밀하게, 지켜보고 싶게]

    아쳐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피닉스를 바라보았다.누군가 스틸 말고도 자신에게 해를 입히려고 하는 건가? 과연 황태자인 자신을 누가?“사실 지니가 쓰러져 있다고 선발대 성기사가 보고했을 때만 해도, 던전은 지극히 멀쩡했습니다. 스틸은 그때 던전의 주인과 싸우고 있었다고 보고도 받았습니다.”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쳐 본인 역시 똑똑히 목도하고 기억하는 바였다. 마지션 교수의 손을 빌려 던전 내부에 저주를 뿌려둔 뒤, 겉으로는 정화하는 척 유유히 진입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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